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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중심

조신영 지음

비전과리더십 / 2011년 10월 / 320쪽 / 13,000원



The Pregame Show - 반짝이는 눈빛

띵동. 안전벨트 착용지시등이 꺼지자 승무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바삐 움직인다. "신사숙녀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저희는 방금 LA 국제공항을 이륙해 목적지인 인천으로 향하고 있으며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50분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타'가 일어나 재킷을 벗다가 옆 승객의 어깨를 살짝 건드린다. 미안하다는 몸짓을 하자 짧은 금발의 백인 청년이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강타가 한국에는 무슨 일로 가느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한다.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군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강타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금발의 청년, '크리스'는 삶의 목적을 스스로 정리하고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나가기 시작하니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신기하게도 좋은 일들이 계속 이어져요. 헛스윙만 남발하다가 공을 제대로 때린 느낌이랄까요? 알아요? 배트의 중심에 제대로 딱 맞는 그 느낌." 그리고 그때 크리스가 강타와 눈을 마주치자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그리고 보니, 당신이 바로 그 비둘기 검객?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들이 '쿠~쿠~' 하면서 환호하던 강타 쿠! 와, 이런 일이!" 강타가 목소리를 낮추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는 미소를 띤 채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체가 탄로 났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배트의 중심에 공이 제대로 맞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선글라스에 감추어진 그의 눈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Game#1. 꿈의 무대



6년 4개월만의 콜업

"따르릉,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가슴이 철렁한다. 팀 매니저다. 이 시간에 웬일일까? "이봐, 미스터 쿠, 콜업이야. 내일 아침 바로 이동할 수 있겠어?" 강타는 자기 귀를 의심한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든 채 그대로 얼어붙는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콜업이래. 내일 아침 바로 LA로 와 달라는데?" "어머, 정말이에요?" 첫째 필승이가 무슨 일인가 싶어 아빠에게 달려든다. "아빠, 콜업이 뭐예요? 누가 불렀어요? LA엔 왜 가는데요?" "콜업은 마이너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리는 걸 말해. 누가 불렀냐고? LA 에인절스 팀에서 아빠를 오라고 하는구나." " 그럼, 아빠가 이제 진짜 빅리거가 되는 거예요? 정말? 정말?" 아내인 미혜가 손가락을 꼽으며 말한다. "여보, 딱 6년 4개월 만이네요. 오래 기다려서 얻은 기회인만큼 당신은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한여름 밤의 꿈같은 무대

홈경기가 열리고 있는 에인절스타디움. 강타가 소속된 LA 에인절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인터리그 경기를 벌이고 있다. 더그아웃에서 강타가 바라본 에인절스타디움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아름답다. 멀리 외야 펜스를 바라본다. 짙은 초록색의 쿠션이 가득 담긴 펜스, 선수가 달려가 부딪쳐도 푹 감싸 안을 듯 푸근해 보인다. 8회말 에인절스 공격. 1사에 주자 3루와 1루다. 더블플레이를 당하지 않도록 작전을 짜야 한다. 무시아 감독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더니 승부수를 띄운다. 9번 타자 포수 매티스의 타석에 강타를 대타로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쿠~~, 쿠~~” 타자석에 들어선 강타가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한다. "딱!" 강타는 손바닥에 지독한 통증을 느낀다. 강타는 있는 힘껏 달려서 1루를 향해 몸을 날린다. 하지만 1루심은 큰 동작으로 아웃을 선언한다. 강타에게 타격의 기회를 뺏긴 포수 매티스가 잔뜩 부은 표정으로 풍선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Game#2. 진정한 소망



의심스러운 멘탈 콘퍼런스

"자네, 내일 멘탈 콘퍼런스에 들어간다며?" 라커 룸에서 유격수인 에릭 아야바르가 강타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걸어온다.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너리그에서 콜업 된 선수들이 실력발휘를 못하고 헤맬 때 심리치료사와 면담을 시키곤 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게다가 강타의 타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17타수 1안타. 무시아 감독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동료들의 차가운 눈빛에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다음 날, 오후 3시. 닥터 홀랜드라는 사내가 콘퍼런스 룸으로 들어온다. "강타, 자네가 지금 간절히 원하는 것이 뭔가?" 강타가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닥터 홀랜드가 일본식 억양을 흉내 내며 말을 잇는다. "2000년 말 뉴욕 메츠로 스카우트된 중견수 신조 츠요시, 그는 이렇게 말했네. '나는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칠겁니다.'"

강타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닥터 홀랜드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야구 배트다. "자네 눈에는 이 배트의 중심이 보이나?" 배트의 중심? 스위트 스팟이라면 잘 알고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이 부딪혔을 때 가장 멀리 날아가는 지점이 아닌가. "스위트 스팟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닥터가 배트를 천천히 거둔다. "흠, 대답이 시시하군. 내가 말하는 중심이란, 따분한 물리학 이론에서 나오는 스위트 스팟이 아닐세. 신조는 이렇게 말했네. '나는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칠겁니다.' 안타를 때리고 싶다가 아니라 칠 것이라고 말했다. 자네는 오늘, 나와의 만남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야구 인생으로 거듭나게 될 거야." 강타가 마른 침을 삼킨다. 중심이 어쩌고저쩌고하며 큰소리치는 이 작자,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강렬한 점화

닥터 홀랜드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드디어 닥터가 침묵을 깬다. "미스터 쿠, 자네 몸이 배트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게." 강타는 자신이 배트가 된 상상을 계속한다. "내가 배트가 된다. 가끔 부러지기도 하는 배트. 그게 내 인생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그러나 배트의 중심에 공이 제대로 맞으면 결과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아프지 않아서 좋다. 시원한 느낌, 상쾌한 기분이다." "지금쯤 자네 머릿속에는 배트의 중심이 떠올랐을 거야. 배트에는 분명히 중심이 있지.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타자가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나 스윙의 궤적에 따라 그 중심이란 것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말일세.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명히 중심은 존재한다는 거야." 강타는 마음으로 동의한다. 인생이 배트라면 인생에도 스위트 스팟 같은 중심이 있지 않을까?

닥터가 말을 잇는다. "최근에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인간의 내면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한 힘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네. 돋보기로 사물을 관찰해 본 적이 있겠지? 그냥 보면 확대경에 지나지 않지만 태양 빛에 초점을 맞추면 어떻게 되던가? 불꽃이 일어나지. 강렬한 점화가 일어난단 말이야. 내면의 힘도 같은 이치일세. 아니, 그보다도 훨씬 강력하다고 할 수 있지." 중심을 건드리는 순간

"강타, 자네가 야구 선수로서, 아니 인간 강타 쿠로서 어떤 소망을 품고 있는지 상관없이 그 소망하는 바를 마음의 중심에 정통으로 맞추기만 한다면 소망이 반드시 이뤄진다네! 뭘 원하든 말이야." 닥터 홀랜드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뭘 소망하든지 다 이뤄진다고 하셨습니까?" 강타의 목소리가 차가워진다. "아닐세, 자네는 내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구먼. 뭘 꿈꾸고 소망하든지 무조건 다 이루어진다고는 안 했네. 세상살이가 어디 그렇게 쉽든가, 녹록하더냐고? 나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네. '만약 자네가 그 소망을 중심에 정통으로 맞춘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말일세."

닥터 홀랜드가 강타의 생각의 흐름을 끊고 불쑥 말을 꺼낸다. "중심은 실체네. 그 실체를 건드리는 순간 우리 삶에 뭔가 변화가 일어나지. 프로이트는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정신세계의 단 10%에 불과하다고 했네. 나머지 90%는 무의식으로 남겨져 있는 셈이지. 그 무의식의 맨 밑바닥, 겹겹이 싸인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게 바로 중심일세. 대개의 사람들이 갖는 꿈이나 소망은 그 밑바닥에 감춘 중심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대단히 피상적인 것들에 지나지 않네. 그들의 소망은 피상적이지 않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거든."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5회 초, 지루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미혜는 캐리백에서 미네랄워터를 꺼내 목을 축인다. 얼음물이 시원하게 목젖을 타고 흐르면서 쾌감을 준다. "구필승, 힘내라! 파이팅! 뽀로로 쿠, 고, 고, 고!!" 1루수 뽀로로 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힘없는 자세로 우두커니 서 있다. 쟈니가 공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초구를 때려낸다. "깡!" "퍽!" 이건 공이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아니다. 둔탁한 파열음, 뭔가 깨지는 소리다. 관중들이 모두 벌떡 일어선다. 이어서 미혜의 비명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올라간다. "아아악!" 필승이의 고글 오른쪽 렌즈가 깨져 있다. 아이의 눈에서 피가 흐른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강한 통증이 미혜를 훑고 지나간다.

드림 센텐스

닥터 홀랜드는, 소망이 중심에 닿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드림 센텐스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소망의 내용을 담은, 열 개의 어절로 된 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은 말의 지배를 받는다. 말에는 각인력, 견인력, 창조력이 있어서 소망을 중심에 새기고 집중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내면의 중심에는 간절한 소망이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으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해서 결국 중심을 오염시키고 말 것이다. 불안, 두려움, 공포, 열등감, 좌절, 실패에 대한 이미지들이 서서히 중심을 물들이고 나면, 오염된 중심은 부정적인 결과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말해 주었다.

Game#3. 소중한 약속



필승이의 오른쪽 눈

세인트존스종합병원 B19 병동 23층 입원실. 수술을 마친 의사가 말했다. "깨진 유리 조각이 아이의 오른쪽 눈에 튀어 들어갔습니다. 출혈이 심했던 것은 안구 근육에 연결된 혈관이 많이 파열됐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지병이 있었더군요. R.P(망막세포변형증). 알고 계셨나요?" R.P는 망막세포인 상피 세포가 망가지면서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유전성 질환이다. 그나마 비교적 시력이 좋았던 오른쪽 눈을 다쳤으니 이제 시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왼쪽 눈 하나로 살아가야 한다. 주치의가 아이를 진찰하고 나더니 차트를 보면서 말한다. "경과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붕대를 풀어도 아이가 오른쪽 눈으로는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입니다. 보호자께서는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버림받은 비둘기 검객

칭얼대는 둘째 연승이 때문에 한밤중에 잠에서 깬 강타는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거실을 둘러보니 폭격이라도 맞은 듯 잔뜩 어질러져 있다. 답답한 마음에 현관 밖으로 나간다. 조간신문이 떨어져 있다. 신문을 집어 들고 다시 거실로 들어오니 어느새 미혜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강타가 식탁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친다. 마이클 잭슨의 심장마비 원인을 다룬 기사들로 가득하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스포츠 섹션을 펼친다.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지면 구석에 자신의 방출 기사가 1단짜리 단신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 LA 에인절스 구단은 트리플 A 소속의 강타 쿠를 포함한 내야수 1명, 불펜 투수 1명 등 총 3명의 신인 선수들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트리플 A팀 콜럼버스 소속의 유망주 불펜 투수 존 오코넬과 인디언스 외야수 1명 등 총 2명과 맞트레이드하기로 했다.

필승이와 아빠의 약속

벌써 오후 3시가 지나가고 있다. 1시간 안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 필승이가 코알라처럼 아빠 허리에 딱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 어린 것들을 떼 놓고 먼 곳에서 혼자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필승아, 아빠랑 다시 만날 때까지 더 아프지 말고 싹 나아야 한다. 알았지?" 아이가 대답 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한테 부탁할 게 있어요." 필승이가 고개를 숙인 채 망설이다가 말한다. "아빠, 나를 위해서 홈런을 쳐 주세요. 딱 한 번이라도 좋아요. 내 생일 기억해요? 생일 선물로 홈런을 받고 싶어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않던 강타가 결심한 듯 말한다. "그래, 필승아. 네 소원이 그거라면 아빠가 꼭 홈런을 칠게. 약속해."

Game#4. 근본적인 이해



분명한 소망이 있는 인간의 의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클럽 하우스 분위기는 LA 에인절스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이전 팀 에인절스가 엘리트 집합소로 거만하고 느릿느릿한 풍경이라면, 이곳 인디언스는 젊고 활기차다. 게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다. 감독이 강타를 앞으로 불러낸다. 환영의 뜻으로 유니폼을 직접 입혀 준다. 백넘버 17번. KOO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누구도, 그 무엇도 분명한 소망을 가진 인간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네." 매니 헥토르 감독이 강타와 악수를 나누면서 인사한다. 뭔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분명한 소망, 인간의 의지라…….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이 새로 영입된 선수들에게는 첫인사로 꼭 이 말을 해 준다고 한다.

감독이 잠시 선수들을 둘러본다. 두어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글러브를 주먹으로 팡팡 두드린다. 헥토르 감독이 주먹을 들고 소리친다. "멘탈 비거러스(Mental Vigorous)!”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목소리로 복창한다. “멘탈 비거러스!” 선수들이 웃는 얼굴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멘탈 비거러스란 의욕이 샘솟고 뇌 내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균형에 변화가 일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용솟음치고 직관이 날카롭게 작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와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뇌가 승리를 먼저 경험하게 되면 승리를 확신하고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쁨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활기차고 역동적인 심리 상태를 멘탈 비거러스라고 한다.

근본적인 이해에 도달하려면

클럽하우스에서 강타가 허벅지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다. 뒤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다가온다. 누구지? 강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본다. 이제 막 정글에서 튀어나온 사람 같다. "홍 선배!" 엘살바도르 홍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한국 이름 홍성진. 강타가 초등학생 때 활동했던 리틀 야구단 감독의 아들이다. 투수와 포수로 배터리를 이뤄 성장기를 함께 보낸 두 사람은 형제나 다름없는 절친한 사이다. 강타가 엘살바도르 홍과 함께 22층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올라간다. 각자 샤워를 끝낸 두 사람은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 시작한다.

강타는 아픈 필승이가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홍이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강타의 눈을 들여다본다. 강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미안하지만 난 필승이가 눈을 다쳐서 앞을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별로 걱정이 안 돼. 왜냐면 그런 것들은 중심의 위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는 거야. 내가 보기에 넌 지금 중심의 실체에 아주 가까이 접근했어. 조금만 더 나아가면 좋겠다. 단지 이런저런 문제 해결에 급급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이해의 단계로 들어가면 좋겠다는 뜻이야." 강타가 묻는다. "선배가 말하는 그 '근본적인 이해의 단계'에 들어가면 우리 필승이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물론이야. 태초에 하나님이 사람을 빚을 때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중심'이라는 핵발전소를 만들어 주신 셈이야. 비밀의 장소지. 그 중심의 위력을 잘 활용하면 필승이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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