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 비서가 있다
전성희 지음 | 홍익출판사
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 비서가 있다
전성희 지음
홍익출판사 / 2008년 06월 / 315쪽 / 12,000원
제1장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라엉덩이는 가볍게, 입은 무겁게
비서의 자질 중 가장 으뜸 덕목은 뭐니 뭐니 해도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날까지 현역 비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신조로 여기며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연기가 이제는 웬만한 배우 뺨칠 정도이다. 회사 내에서 '정보'에 대해 언급할 때면 대체적으로 비서를 떠올린다. 왜 그런 걸까? CEO의 자리는 회사의 핵심 정보가 모이고 생성되는 곳이다. 이런 CEO를 가장 가까운 지척 거리에서 보좌하는 곳이 비서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서실에서 나온 이야기라면 절대 흘려듣지 않는다.
무슨 낌새라도 파악할 수 있을까 싶어 늘 귀를 쫑긋 세운다. 그렇기 때문에 무심결에 새어 나간 사소한 단어 하나가 조직 전체에 루머로 퍼지고, 그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거나 오점이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비서는 말 한마디, 이메일 한 통, 서류 한 장이라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물샐틈없는 경계를 철칙으로 여겨야 한다. 비서는 '비밀'을 목숨처럼 여겨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CEO가 자신들의 개인사까지 긴밀히 상의하고 부탁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비서에게는 공사의 경계가 없다. 생각과 자세가 여느 회사원과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인사 시즌엔 입조심이 최대 관건: 비서실은 모든 정보가 집합되고 거래되는 복덕방 같은 곳이다. CEO와 관계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거쳐 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정보가 교환되고 누설된다. 특별히 전화를 엿듣거나 역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게 비서실이요, 비서의 자리이다. 뿐만 아니라 비서실은 공식적인 채널이나 사적 루트를 통해 CEO에게 전달된 정보를 거꾸로 분석하고 검증하고 확인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서는 상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주무를 수도 있다. 때론 CEO에게 보고되지 않는 첩보 수준의 정보까지 다룬다. 이렇다 보니 비서들은 자연스럽게 정보 수집과 관리가 체질화되어 있다. 그래서 비서가 갖추어야 할 제1덕목은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비서들은 인사가 시행되는 시즌엔 특별히 더 입조심을 해야 한다. 인사 발령 뒤에는 뒷이야기들이 나돌게 된다. 누가 승진했으며 이유는 무엇인지, 좌천된 사람이 있다면 무슨 이유 때문일 것이라는 는 뒷말이 나돌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카더라' 통신일 뿐 확실한 전모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비서들은 그 배경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시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어떤 자료가 오갔는지를 알기 때문에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정황상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다. 그래서 인사철을 전후해서는 비서실을 일없이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차 한 잔 하자며 슬그머니 분위기를 엿보는 사람도 있다. 이때 눈치 없이 한마디라도 거들었다가는 비서로서 자격 상실이다.
비서의 입은 무거워야 하지만 엉덩이는 가벼워야 한다. 특히 방문객을 맞이할 때는 설령 그것이 일상적인 방문일지라도 반드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반갑게 인사해야 한다. 그리고 발품을 파는 것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사내에서 누군가를 찾으러 다니거나, 사소한 심부름 같은 것을 주저 없이 하기 위해 아예 편한 신발을 책상 밑 한쪽에 준비해 놓고 있다. 사소한 심부름에는 회장님이 차량 이동 중에 드실 샌드위치를 사오는 일도 포함된다. 나는 좀 더 맛있고, 색 다른 맛을 선사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거리가 먼 상점이라도 달려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처럼 행동하라: 당장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회사 근처 구멍가게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다니지만 비서로서 지키려 애쓰는 행동 철칙이 하나 있다. 바로 '비서는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처럼 행세하려면 허리를 최대한 꼿꼿하게 펴야 한다. 이런 자세는 좀 더 자신감 있고, 생기발랄하게 만들어 준다. 자세가 곧은 모습은 신뢰감이 가고, 경쟁력이 있으며, 여유 있어 보인다. 그래서 항상 가슴을 펴고 그 자세를 유지하려 애쓴다. 또 한 가지, 얼굴 표정을 부드럽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특히 나의 경우는 헤어스타일이 남성처럼 짧고 입술이 얇은 편이라 다소 냉정하게 보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만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부터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 덕분인지 다행히 지금까지 거만하다는 식의 뒷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자기 할 탓인 것 같다.
자기주장은 밝히되 결정은 CEO에게 맡겨라
CEO와 업무 면에서 의견이 다를 때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는 것이 좋을까? 주관이 있고 능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CEO의 지시라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CEO가 지시하는 내용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문제가 있을 시에는 이점에 대해 CEO를 충분히 설득시키는 것이 옳다. 지시가 명백히 잘못되었는데도 일체의 반론 없이 따라간다는 것은 부하 직원으로서의 본분이 아니다.
CEO도 단점을 지닌 한 사람의 인간이다: CEO라고 해서 지시마다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어떤 때는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자료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잘못된 지시가 지적되지 않고 그대로 결정되어 추진된다면 그 결과는 회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내 경우 회장님과 의견이 다를 때 처음에는 내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편이다.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이라면 일처리에 있어 나름대로 의견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상하간에 자유롭게 의사를 교환하고 또 자기주장을 내세울 수도 있어야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주장에 대한 근거와 타당성 그리고 예측 결과까지를 연구한 후 자료를 보완한다. 그런 후 회장님과 의견을 교환한다. 회장님께 내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회장님의 의견을 주저 없이 수용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거나 지시를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못 된다. 이 경우 자칫 CEO는 '내가 그렇게 설명을 해줬는데도 끝까지 자기주장이야? 고집이 세서 가까이 하기에는 힘들겠군'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자기주장은 분명히 밝히되 결정은 CEO에게 맡기는 것이 상하 관계의 바람직한 태도이다. 또한 이렇게 해야 자신의 실력도 과시하면서 CEO의 입장을 살려 준다는 인상도 남기게 된다.
CEO보다 잘난 척, 아는 척하지 말라: CEO와의 논쟁이나 알력 관계는 늘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CEO와의 말다툼이나 토론에서 이겼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CEO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면 비서로서 반성할 일이다. 비서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CEO보다 잘난 척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CEO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것이 비서의 기본자세이다. CEO를 편하게 모시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상하 관계도 기본적으로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다. 그런데 CEO를 경계하고 또 어려워하는 것은 그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CEO 역시 나름대로 애로점을 갖고 있고 인간적인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상급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측면에서 관찰하고 CEO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침 회의 때 부쩍 잔소리가 심하고 신경질을 부린다면 '아, 어젯밤 사모님과 한바탕 하신 모양이네, 내가 이해해야지' 하면 섭섭한 기분도 금세 사라질 수 있다. 아무리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CEO라도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웬만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둘째, 적대감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틈새는 작을 때 미리 막아야 한다. 틈새가 점점 벌어져 물이 새기 시작하면 나중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미묘한 감정의 동물이라 초반의 사소한 오해나 트러블은 적절히 노력하면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서로 나쁜 인상이나 적대감이 굳어지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특히 CEO에 대한 악감정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나중에 '끝장'을 보는 수도 있다. 골이 깊어질수록 부하 직원이 더 손해이다. 그러므로 스스로가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자존심을 너무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흔히 일류 대학을 나와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한 사원들을 보면 자존심이 너무 강한 것을 느낀다. 물론 나름대로 의욕과 패기가 넘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것이 CEO에게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직장 생활은 적절한 선에서 서로 협조해 가며 팀워크로 일하는 조직인 만큼 언제나 양보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넷째, 너무 이상형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비서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CEO에 대해 너무 크게 기대하는 것을 느낀다. 우선 외모부터 훤칠한 호남형이거나 시원시원한 쾌남아를 상상한다. 그리고 업무 스타일 역시 쩨쩨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외형이 볼품없는 CEO도 있고 말하는 모양새가 품위 없는 CEO도 있다. 업무 면에서도 좁쌀영감처럼 자질구레한 것에 집착하는 CEO도 많다. 실망스럽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CEO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훌륭하지도 인격적이지도 또는 유능하지도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 이대로 까마득한 세월을 견뎌야 할까? 그 해결책은 CEO의 장점을 많이 찾아보는 것이다. 사람은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게 마련이다. 장점이나 단점이라는 것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매우 다른 경우가 많다. 이렇게 CEO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 좋은 면을 찾다보면 CEO에게 뾰족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무뎌질 것이다.
제2장 비서는 리더의 핵심 참모사무실의 '꽃'이 아니라 일류 보좌관이 되어라
'대성산업 상무 보좌역.' 입사 당시의 내 직함이다. 사실 나는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비서'가 아닌 '보좌'라는 호칭을 달고 있었다. 당시 기업에서 보좌역이란 직책은 흔치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김영대 상무님은 여비서는 젊고 예쁜 아가씨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했던 시절에 겉치레보다는 '열심히 일할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보좌'해 줄 사람을 뽑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 내가 고학력 여성의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 시절 비서에 대한 인식은 형편없었다. 그저 사무실에서 전화나 받으면서 차 심부름하는 정도로만 생각할 때였다. 업무가 단순하니 실력도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외모를 중요시했다. 그야말로 '사무실의 꽃'이었다. 사회 통념이 그러할 때 낼 모레면 마흔인 아줌마를 비서로 채용했으니 그것부터가 파격이었다. 더군다나 친구 부인이었으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이나 평범했으면 화제에 덜 올랐을 텐데, 짧은 커트 머리에 내 식대로 입은 원색 의상이 유난히 튀어 보였을 것이다.
10년 정도 한국을 떠나 있었을 뿐인데도 사람들의 말이나 표현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게다가 10년 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잘살고 있는지 우리 가족만 뒤처진 것 같아 조바심도 났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미국 생활 티를 낸다며 쑥덕거리기도 했다. 낯설고 고달픈 일이었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12년을 일하다가 1992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초빙 교수로 가게 된 남편을 따라 회사를 2년여 동안 휴직한 적이 있었다. 그때 회장님은 후임으로 비서를 3명이나 고용했다고 한다.
미국 이민 1.5세대이며 MBA 출신이라는 비서는 영어 실력은 누구도 따를 자가 없었지만 명함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곤란을 겪어야 했다(당시에는 명함에 한자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대학 나온 비서를 한 명 더 채용했는데 차 심부름, 은행 심부름 등은 자기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해서, 다시 고등학생을 아르바이트로 한 명 더 채용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 삼백을 한 셈이었다. 결국 회장님은 내가 귀국한다고 하자 공항으로 차까지 보내셨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다시 출근했다. 입사 초기보다 훨씬 더 자신감 있게 업무에 임한 것은 물론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주시하라: CEO는 기업 전략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자질구레한 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유능한 CEO는 큰 그림 가운데 흩어져 있는 작은 표현들을 알고 있지만,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CEO는 조직에 대해 '특별히 모르는 일은 별로 없다'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한 달간의 휴가를 기꺼이 갈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임'을 해야 한다. 그 위임을 받는 것이 바로 비서, 즉 보좌관이다.
CEO로부터 위임받은 일을 잘 수행해 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수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어떤 정보나 지시 사항에 대한 1차적인 분석과 판단, 문제점 등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모든 일이 조속히 해결되지 못하고 뒤로 미루어지기 십상이다. 이어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신뢰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려면 아주 흔한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그럴까?', '무엇 때문일까?', '이상하다', '위험하다', '만일의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이라는 식의 생각이 머리에서 끊임없이 맴돌아야 한다.
인간의 본능적 심리를 꿰뚫어보는 데 있어 귀재라고 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상사를 대할 때 한 가지 원칙을 꼭 지켰다고 한다. 그것은 상사가 화를 낼 때는 이쪽에서 웃음을 짓고, 상사가 웃으면 이쪽에서 화를 내어 대답하는 것이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번 일은 심각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런 식이다. 비서는 모든 사람이 마음을 푹 놓고 있는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CEO를 보좌하는 어시스턴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상사의 심기까지 관리하는 것이 프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왕자 햄릿과 재상 폴로니어스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한번 살펴보자.
햄릿: 저기 저 구름은 꼭 낙타처럼 생겼군.
폴로니어스: 맹세코, 정말 낙타 같습니다.
햄릿: 나는 족제비 같다고 생각하는데.
폴로니어스: 족제비처럼 물러가는군요.
햄릿: 고래 같은데?
폴로니어스: 꼭 고래 같네요.
선왕의 왕위를 훔친 왕으로부터 햄릿을 감시하라는 명을 받은 재상 폴로니어스가 햄릿에게 아첨을 떠는 장면이다. 폴로니어스는 아부하는 신하의 전형으로 꼽히지만 비서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대답은 어긋남이 없다. 윗사람의 심기가 어지러워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에 곧이곧대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극의 내용처럼 장단을 맞춰 주면 되는 것이다.
비서는 CEO가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경영에 임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의 심기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일단 회장님께서 출근하시면 안색부터 살핀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의 보고 순서를 다르게 정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는 다소 불쾌한 소식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기 쉽다. 짜증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CEO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의 기복이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불쾌한 소식을 전함으로써 '화'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기분이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루는 것도 하나의 지혜이다. CEO의 심기를 잘 살피고 있다가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안 좋은 소식을 전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게 된다. 비서가 조금만 노력하면 만사가 편안할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마찬가지로 CEO가 마음 편히 일에 집중하면 부하 직원들도 업무에 열중할 수 있다. 상사의 심기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