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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일할 준비가 되었는가?

김진혁, 함정민 지음 | 경향미디어
당신은 일할 준비가 되었는가?

김진혁, 함정민 지음

경향미디어 / 2011년 1월 / 248쪽 / 12,000원



01 세상은 변했다



착하고 성실하기만 해서는 망한다


손승연 사장이 중국 칭다오에서 종업원 300명을 데리고 10년 동안이나 운영해오던 핸드폰 부품 공장이 2008년 10월부로 공중분해되었다. 왜 망했을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갑자기 엔고가 시작됐죠. 저희는 일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데, 그 가격이 두 배로 뛴 겁니다. 또 중국 정부는 노동자 보호법을 통해 최저 임금을 두 배 가까이 올려버렸죠. 납품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게 된 겁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악착같고 성실하다는 점, 특히 외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 나라 관광지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장에서 먹고 자고, 관리하고, 클레임이 걸리면 납기에 맞춰 밤새 생산하고, 겨우 여유가 생기면 다른 문제가 터져 또 거기 매달리고, 그렇게 1년 365일을 살다보니 어디 한번 놀러 갈 시간과 여유도 없는 것이다. 손 사장 역시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거기에 그는 타고난 선량함도 가지고 있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 그런데 왜 망해야 하는가? 세상이 잘못된 건가? 아님 뭔가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인가?

<인재 전쟁>의 취재를 마무리할 때 즈음,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직하고 성실하고 착하기만 해서는 망한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아 스스로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그것은 비단 칭다오의 한국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예로 2008년만 해도 세계 1위의 자동차 생산 업체였던 GM이 파산을 신청했다. 무려 101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의 자동차 공장이 금융 위기 이후 1년도 안 되어 더 이상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정부에 백기를 든 것이다. 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는 이 지경이 됐는가? 많은 연구자들은 3가지 이유를 든다. 지나치게 강력한 노동조합, 품질과 가격 경쟁 실패, 스피드 경영 실패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의 역사가 있고 그들의 파워가 강한 나라다. 그러나 GM의 노조는 좀 심한 감이 있다. GM 노동조합은 회사 측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설비 가동률을 8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없으며(그러니까 일감이 없어도 공장은 돌려야 한다), 해고도 할 수 없도록 1990년대 초반 협약을 체결했다. 노동조합으로 퇴직 연금 등 각종 연금과 의료비 등의 비용이 적자 상태에서도 매년 500억 불 이상 지출된다. 그 사이 GM은 10년 동안 고장 안 나는 차라는 모토를 들고 나온 일본차에 품질에서 밀렸고, 싼 가격을 앞세운 한국 차에 저가 시장을 빼앗겼다.

벌써 오래 전부터 미국 차는 기름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만큼 연비가 안 좋은 것이다. 그런데 더 궁금했던 것은 '세계 최대라는, 돈도 많고 잘 나가던 GM이 연비 개선을 왜 빨리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역사가 30년도 안 되는 한국 자동차도 리터당 20킬로미터를 가는 고효율 차를 내놓는데, 천하의 GM이 왜 못할까? 문제는 스피드였다. 2007년과 2008년에 이르러서야 GM은 고연비 차량,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 차량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이미 미국 차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이었다.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망하는 것이다.'워크맨'을 기억하는가? 워크맨은 지금의 아이팟처럼 80년대 하나의 아이콘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그때 처음 각인된 '소니'라는 이름은 방송 생활을 하면서는 경외심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문을 보니 삼성이 소니보다 매출이 크단다. 그리고 2007년 10대 히트 상품 리스트를 보니, 소니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인재 전쟁> 다큐멘터리를 취재하면서 우리는 소니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소니 측의 한결같은 입장은 '본사 취재 절대 불가'였고, 나중에 그 이유(소니의 내부 전통은 '비밀주의-외부에 절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를 알았다.

취재팀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인들조차 궁금해 하던 소니 몰락의 이유는 내부에서 일하던 직원의 폭로로 드러났는데,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소니 침몰(미야자키 타쿠마)』이라는 단행본이며, 거기에서는 끝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니 정신'을 잊고, '적당주의', '관료주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니는 개인 가전 세계 1위였던 자리를 내주고, 소니그룹 전체의 시장 점유율도 1980년대의 절반 가까이 하락했지만, 몇몇 분야에서는 아직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전문가용 캠코더 시장에서 소니는 여전히 점유율 1위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세계의 소니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새로운 캠코더 제품을 내놓고 있고, 그래서 몇 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꼭 1등을 해야 하나? 매출 10위 안에 드는 상품이 없다고 뭘 그렇게 난리인가? 전 세계에서 매기는 성적표에서 매출 100위만 되어도 사실 대단한 것인데, 왜 그리 난리일까? 왜 반드시 1등이 되어야 하나? 그것은 바로 '승자 독식' 때문이다. 왜 1등이 모든 걸 가지지? 실제로 보면 2등도 꽤 가져가는 것 같은데? 그 메커니즘은 뭐지? 궁금증을 붙들고 자료를 조사하고 현지를 취재하면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시장의 단일화다.

예전에는 부산 광안리의 슈퍼와 서울 상계동의 슈퍼가 경쟁할 일은 없었다. 다 나름대로 본인 지역에서 팔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광안리에도 상계동에도 이마트가 있고 홈플러스가 있다. 웬만한 슈퍼는 문을 닫았고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끼리 전국 시장을 놓고 피나는 경쟁을 벌인다. 우리가 알다시피 까르푸, 월마트 같은 외국 대형 슈퍼까지 진출했고, 동네 슈퍼가 사라진 자리를 놓고 단지 부산과 서울의 경쟁이 아니라, 전국을 단위로 한 피나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럼 1등에게는 어떤 일이 생기는가? 1등은 유통과 원재료를 장악할 수 있다. 예로 한국에서 가장 질 좋은 고추를 생산하는 대규모 부농에게 압력을 넣을 수 있다. 1등은 1등의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자기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데 노력할 뿐만 아니라, 2등이 따라 올 수 없도록 아예 도전의 길을 막아버린다. 승자 독식의 세상이 된 이유 중 또 하나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는 하나의 시장 또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고, 승자는 더더욱 모든 것을 독식하게 되었다.

인터넷 원 월드

우리는 명색이 '해외 프로그램 전문 프로덕션'이라 해외 출장이 잦다. 출장지 중 가장 먼 곳은 남미다. 비행기 값 역시 제일 비싸다. 아무리 싸도 250만 원, 조금 비싼 표는 300만 원까지 한다. 만약 4명이 출장을 가면 항공료만 1,000만 원이 넘는 셈이다. 그런데 작년, 남미 에콰도르 출장을 앞두고 이 거대 비용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구글에 들러 다음과 같이 한번 영어로 쳐봤다. 'cheap flight to quito(에콰도르의 수도)' 그런데 놀랍게도 Copa Airlines라는 중미항공사(정확히는 파나마 국적의 미국제휴 항공사)의 프로모션 가격이 뜨는 게 아닌가? 놀랍게도 가격은 535$(약 70만 원) 물론 미국에서 키토로 가는 표였지만, 당시 '한국-LA' 표가 65만 원에 프로모션할 때여서 기록적인 가격인 135만 원에 남미 행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출장인원이 4명이었으니, 기존의 표에 비하면 우리는 약 450만 원의 돈을 그냥 건진 셈이 됐다. 더 훌륭한 점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가장 싼 250만 원짜리 미국 국적기표를 사면, 보통 인천-LA-마이애미-키토 노선이 된다. 비행시간은 총 30시간 정도. 그런데 이 표는 중미를 거치므로 인천-LA-키토의 직선 항로로 연결되어 무려 10시간이 줄어든 20시간 만에 우리는 키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기 10시간 덜 타고 450만 원 벌고… 야호!' 하나의 시장을 보여주는 사례 중 가장 놀랐던 것은 인도의 콜센터였다. 인도 뭄바이의 거대한 빌딩 안에서는 약 1,000명의 인도인들이 미국에서 걸려온 인터넷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다. 미국 콜센터의 최저임금은 월 1,500달러. 인도는 150달러. 어느 사장인들 이 유혹을 거부하겠는가?

GE(General Electric)라는 회사를 아는가? GE의 사업부문은 항공기 엔진 제작, 수(水) 처리, 금융, NBC 등 방송, 의료기기 제작 등 다양하다. 그런데 GE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GE보다 더 유명한 중성자탄 잭, 잭 웰치이다. 그는 1981년 최연소 CEO로 취임한 후 2001년 퇴임할 때까지 무려 20년을 정상에 있으면서, 1980년대 초 120억 달러였던 GE의 회사 가치를 재임 20여 년 동안 4,500억 달러로 40배나 올려놓았다.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는 경영 전략을 통해 20년 동안 무려 1700여 기업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으며,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잭 웰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잭 웰치로부터 이어져오는 '글로벌' 시각과 전략이다. GE는 전 세계를 상대로 거대 자본을 투입해 떼돈을 벌어들이는 데는 '사람', 다른 말로 하면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잭 웰치를 위시한 모든 GE의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모든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데 가장 중요한 제1 요소는 바로 '인재'라고, GE가 130년간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재' 때문이라고.

02 왜 인재인가?



인재 논의의 시작


1997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인재 전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다른 요소가 아닌 '인재'가 회사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근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왜 인재가 회사의 흥망을 좌우하는가? 여기엔 다양한 대답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정보화 시대'로의 변화다. 즉 돈을 버는 방식 자체가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예로 1900년대에는 전체 작업의 17%만이 지식노동자를 필요로 했는데, 1997년에는 60%라고 소개하면서 훌륭한 인재를 얻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반적인 상황이 이런데, 전 세계를 상대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오죽하겠는가? 삼성은 이러한 인재 경영의 선두주자인데, 삼성에서 강조하는 인재는 우선 과학기술 인재다. 눈부실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기술 그 자체가 가장 큰 돈을 버는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그룹의 인재는 디자인 인재다. 이제는 기술 수준이 근접해서 상품간의 기술력의 차이를 크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디자인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게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그룹의 인재는 글로벌 인재다. 시장이 전 세계가 됨에 따라 각국의 소비 취향과 문화, 현지를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 독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 왠지 마음이 편치 않고, 먼 별나라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우리 대다수는 과학 기술 영재(삼성에서 찾는 사람들은 거의 영재수준이다!)도 아니고, 디자인 천재는 더더욱 아니며, 글로벌 전문가로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인재의 본질은 '단순한 능력 우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인재'란 무엇인지 그 개념에 실질적으로 접근해 보자.

[인재 1] 회사에 돈 벌어다 주는 사람: 그냥 내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구분하면 인재는 '회사에 돈 벌어다주는 사람'이다. 새 기술을 개발하든 잘 팔리는 디자인을 만들든, 아프리카에 가서 상품을 잘 팔든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을 사장님들은 인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냥 돈 잘 벌어주는 사람만 인재라고 한다면 왠지 서글프지 않은가?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들은 인재의 조건에 꼭 사회성을 넣는다. 지나친 성과 위주의 조직이 갖는 문제점들을 피하려는 면피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구성원 전체가 이득을 보는 것도 회사입장에서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재 2] '나'와 '우리'에게 가치를 가져다주는 사람: 그들 스스로도 대단히 명석하고 합리적이었던 P&G, GE, 그리고 LG의 인사부장들은 회사에게 '돈을 포함한 가치'를 가져다주는 사람을 인재라고 불렀다. 화합을 만드는 사람, 다른 사람과의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사람, 엉뚱하더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주는 사람도 인재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나'이다.

<인재 전쟁>을 번역한 최동석 박사는 아무리 미국 아이비리그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라도 그 스스로가 자신의 일에 몰입되지 않고 '남'을 위해, '인재'라는 타이틀을 위해 일한다면, 언젠가는 한계를 맞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나와 남이 다같이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재들의 공통점은 남보다 '나'를 위해 미친 듯이 몰입했고, 그 과정에서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인재 개념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나'의 발견이 아닐까? 회사와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알되, 먼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분석하고 발견하는 것이 '인재'가 되는 첫 단추일 것이다.

인재로 생존과 번성을 이끌다

서울 시립 교향악단은 1957년 정식으로 출범했다. 그리고 2005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48년 동안 이름뿐인 교향악단으로 존재했다. 관객의 반 이상은 '초대권' 관객이었으며, 연매출이 2억 원도 안 된 해가 많았다. 그런데 2005년 철밥통 '서울시향'에 개혁이 시작되었다. 금융인 출신 이팔성 씨가 새로 재단으로 출범한 '서울시향' 사장으로 취임하였으며, 음악 총감독으로는 저명한 지휘자 정명훈 씨가 초빙되었는데, 법인 출범 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기존 단원을 포함해 자격 제한 없이 공개된 전면적인 새 오디션이었다. 철밥통을 깨고 실력 위주로 단원을 새로 선발하자는 것이었다.

기존 단원들은 반발했다. 하지만 정명훈 예술 감독은 국내외 응시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오디션을 실시, 기존단원을 절반 이상 교체했고, 이팔성 사장은 초대권 배포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찾아가는 공연을 만들고,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변화를 맞은 지 3년 만에 서울 시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5년까지만 해도 시향의 티켓 판매와 협찬을 합친 수입이 연간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였는데, 2007년엔 23억 원으로 늘어났고, 2008년에는 3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 3년간 연주 횟수 2배, 관객 수 8배, 자체수익 2400% 증가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서울 시향 개혁의 핵심은 오디션이었다. 기득권, 학벌,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오직 실력만을 기준으로 단원들을 새로 선발한 것이다. 공석이 있어도 수준에 미달하는 단원은 절대 뽑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래서 지금 서울 시향은 13명의 자리가 공석이어서 연주 때마다 외부 연주자를 데려온다. 당연히 단원들의 수준은 높아졌고, 연습량도 이전보다 많아졌으며, 연주회 횟수도 대폭 늘어났다. 이렇게 바뀐 교향악단이 이전보다 못한 연주를 할 수가 있겠는가? 서울 시립 교향악단의 개혁은 대단히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악단의 구성원은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되어야 하며, 연습과 경쟁 속에서 발전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실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며, 조직의 결과물을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경영자도 중요하다. 너무나도 쉬워 보이는 이 논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에 이미 너무 많은 기득권과 인간관계가 경쟁과 발전이라는 원칙을 막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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