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마이어의 아름다운 도전
폴 J. 마이어 지음 | 책이있는마을
폴 마이어의 아름다운 도전
폴 J. 마이어 지음
책이있는마을 / 2010년 10월 / 224쪽 / 12,000원
성장기의 폴 마이어
기록은 깨뜨릴 수 있다16세의 폴 마이어는 한 남자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그 남자는 마을의 다른 아저씨들과는 달라 보였다. 언제 봐도 구두는 윤이 났고,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다림질이 잘 된 양복을 입었으며, 자동차도 새 차인데다가 항상 윤이 났다. 그 무렵 폴은 마을 입구에 노점을 펼치고 근처 농장에서 싼값에 따온 과일들을 팔았었는데, 어느 날 폴 앞에 그 남자가 멈춰서 "살구 한 봉지 싸줘"라고 말했다. 폴은 살구를 봉지에 담아 건네며 말했다. "아저씨는 뭐하는 분이세요?" "나? 너처럼 세일즈맨이다. 그런데 나는 자동차를 팔지." 폴은 그 남자가 떠나고 난 후 한동안 일손을 놓고 생각에 잠겼다.
'세일즈맨이라고? 나도 수리한 자전거 300대를 팔아 본 적이 있어. 그러고 보니 난 세일즈에 재능이 있나봐. 이왕이면 저 남자보다 더 멋진 세일즈맨이 될 거야. 그런데 최고가 되려면 난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 그러다가 문득 신문 기사가 생각났다. 그것은 살구 따기 챔피언 기사였다. 24시간 동안 100상자의 살구를 따서 최고가 된 남자가 살구 상자 앞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떠올리며 마이어는 무릎을 쳤다. '그래, 먼저 살구 따기 대회에 나갈 거야. 그래서 챔피언 기록을 깰 테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폴의 머릿속엔 살구 따기에 관한 갖가지 생각들이 번득이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살구 따기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제한시간이 문제였다. '그렇지, 회중전등을 이용하면 되겠군. 어두워져서 능률이 안 오를 때엔 회중전등을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따면 되지 뭐.'
며칠 후 드디어 도전의 날이 왔다. 새벽부터 폴의 살구 따기 기록 도전이 시작되었다. 온종일 팔을 올렸다 내렸다 했더니 오후에는 어깨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폴은 살구 따기를 멈추지 않았고,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으로 아픈 어깨를 달랬다. 얼마쯤 시간이 더 지나자 어깨의 통증은 이제 무감각해졌다.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동쪽 하늘이 밝아올 때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와 있었는지 형이 다가와 폴을 꼭 부둥켜안았다. "해냈어, 폴! 백 한 상자를 땄다구! 넌 이제 살구 따기 세계 기록 보유자야." 24시간 동안 50파운드 상자 101개를 채워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2차 세계대전으로 군 복무 중이던 폴은 복근운동 기록에 도전하여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제대 후 대학에 진학한 폴은 입학한 지 90일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학교는 개인의 특성이나 적성은 온데간데없고 모두 똑같은 두뇌로 복사하는 꼴이었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혼자서 공부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고, 도서관에서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진단하고 스스로 처방을 찾아냈다. 그리고 19세가 되었을 때 폴은 조지아 주 콜럼버스의 생명보험 회사에 입사했다. 마침내 세일즈맨으로서 도약할 발판 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목표에 도전하다조직 사회에 들어간 폴 마이어가 처음으로 벽에 부딪힌 건 바로 타고난 자기 자신의 인성이었다. 세일즈맨 적성검사 시험에서 보기 좋게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그를 불러놓고 말했다. "자네는 세일즈맨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성격이네. 또 선배들과 하는 세일즈 실습 때도 자네는 나서서 설득하는 것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었네. 이 일을 계속하겠나?" "저는 이 일을 할 겁니다. 보험 세일이 저에게는 이제 시작단계여서 우선 선배들의 말을 듣는 데 열중했던 겁니다. 들으면서 줄곧 생각했어요. 나의 경우라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말입니다." 마이어의 의지 표현에 인사 담당자는 잠시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의욕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한 듯하니 지켜보겠네."
그리고 마이어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인사 담당자가 다시 말했다. "자네, 그거 아는가? 콜로라도스프링스 근처에 좁고 험악한 산길이 있네. 얼른 보기에는 너무 좁아서 자동차가 들어설 틈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 그런데 입구에는 이런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 [빠져나갈 수 있음]이라고. 그런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표지판 앞에 멈춰 서서 고민에 빠진다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표지판이 오래되어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먼 길로 돌아서 가게 되지. 그 표지판은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였네. 도전하기로 작정만 한다면 사실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지. 자네는 그 길을 택한 거야. 자네가 신념을 굳게 하고 뚫고 나가기를 빌겠네."
그 후 3개월 동안 마이어는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월 평균 87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더 흘렀으나 마이어의 성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과가 저조한 가운데에도 마이어는 매일 자신이 뛰어다닌 세일즈 일지를 기록하고, 자신과의 미팅을 거절한 사람들의 명단과 그 이유, 그들에 관한 정보를 꾸준히 정리했다. 또 그는 시간 나는 대로 각 보험사에서 톱(top)을 달리는 세일즈맨들의 영업 방식과 행동 양식 등을 조사하여 기록해두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9개월이 지난 후 마이어는 좀 더 공격적인 세일즈 방식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먼저 그는 수없이 방문했으나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던 사장들의 사무실을 다시 방문했다. 역시 비서를 통해 거절만 할 뿐 만나주지 않는 그들에게 그는 작은 선물 상자를 하나씩 남겨두고 말없이 물러났다. 예쁜 리본 끈으로 장식한 상자 안에는 간단한 메모 - 각 사장들의 성향과 취미 생활 등을 고려하여, 가령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낚시 안내책자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 기막힌 낚시 포인트를 알고 있는데, 사장님을 만날 수 없어서 알려드릴 기회가 없습니다'라고 적음 - 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공들여 포장한 상자를 풀어보지 않고 그냥 버릴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드디어 하나 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마이어는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약속을 여유 있게 잡고 상대를 설득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때에도 섣불리 계약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보험의 필요성을 상대에게 충분히 주지시켰다. 그러자 계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10개의 상자 중 한두 건의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성공률은 차츰 높아져갔다. 마이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고객 접근 방식은 진심을 다하는 것이었다. 판매에 급급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야말로 세일즈의 기본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이어는 입사한 지 1년이 지날 무렵에는 월 3,000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마이어의 성장 속도를 보고 크게 놀랐고, 인사담당자는 마이어의 세일즈 방식을 성적이 부진한 다른 사원들에게도 교육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마이어는 기꺼이 자신의 성공 이론을 나누는 데 동의했고, 즉시 회사에서는 마이어 밑으로 하나의 새로운 부서를 신설해 주었다. 바야흐로 마이어는 보험 세일즈계의 리더로서의 길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 후 마이어의 리더십 덕분에 비록 개인차는 있었지만 마이어의 세일즈 기법을 받아들인 사원들 대부분의 매출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성공을 위한 조건
젊은 억만장자가 되다생명보험 회사에서 크게 자신감을 얻은 마이어는 자신의 행동 방식을 다른 업계에 적용해 보기로 하고 텍사스에 있는 로즈 레코드 판매 대리점 주식 일부를 사들였는데, 그것은 앞으로 마이어가 오르고자하는 봉우리의 발판이 되어 주었다. 로즈 레코드는 종교적인 인생고무 프로그램 레코드를 제작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마이어는 직접 회사의 대표를 찾아가서 세일즈 매니저직을 자청했다. 생명보험 회사 경력을 인정한 대표는 마이어에게 전국 판매 본부장 자리를 내주어 총책을 맡겼고, 마이어가 직원들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세일즈맨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각자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미래 이루고 싶은 소망을 미리 청사진으로 만들어 눈에 띄는 곳에 붙여두도록 했다. 어퍼메이션(적극적으로 선언하는 것) 세일즈 기법의 실행이었다.
마이어는 쉬지 않고 사원들과 상담했다. 수많은 챔피언 획득 사례가 상담의 주 메뉴였는데,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어떻게 머릿속에 아이디어의 불을 켜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수학 공식처럼 누구에게나 맞아 떨어지는 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이어는 단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불을 밝혀주는 역할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총책을 맡게 된 지 18개월 만에 그는 천오백 명의 사원을 거느린 전국 판매망을 확보하게 되었다. 보험 세일즈맨 시절에 사용했던 행동법칙이 또 한 번 성공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MI를 설립하다마이어는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눈을 돌려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SMI였다. 사무실은 허름한 차고를 개조하여 사용했고, 직원은 자신을 제외한 두 사람으로 출발했다. 그중 한 사람은 로즈 레코드에서 일할 때 그가 발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존 쿠크였는데, 마이어의 도움으로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나들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일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마이어는 그렇게 시작된 자신의 회사에서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성공도식〉이라는 코스 프로그램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주된 고객은 '인생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업무 시작 첫날, 마이어는 두 명의 사원 앞에서 회사를 설립한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줄곧 이런 생각을 해왔어요. 작게는 살구 따기 챔피언에서부터 생명보험 회사의 최고 세일즈맨에 이르기까지 내가 이룬 성공 사례를 시스템화하고 조직화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값진 인생을 보내게 하는 데 작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로즈 레코드사를 이끌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해 다가서는 일을 도왔어요. 그 일은 그 어떤 다른 일보다 보람된 일이었지요." 한 직원이 물었다. "사장님은 누구에게서나 성공 가능성을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지요.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뿐이에요." 그렇게 강한 의지로 시작된 SMI는 마이어의 성공법칙에 따라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그의 성공은 많은 경영자들의 가이드가 되었다. 후에 제임스 K. 뱅클리가 쓴 『인간관계 속에 있는 힘』이나 루빈 브룩스의 『이익 제조자들』은 마이어가 젊어서 억만장자가 된 에너지를 추적한 책들이다. 또 후랭크 치븐스의 『울분을 푸는 법』에는 우울과 실패를 이기는 SMI방식이 채택되었다. 마이어는 마침내 대부호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각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리더십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가 된 것이다. 잠든 거인이 당신 속에 있다
죽음을 극복한 불사조 존 쿠크의 자기 달성쿠크는 군 휴가 중 만난 사라와 결혼했고, 퇴역 후 크래크 판매를 시작했는데 어찌나 의욕이 넘치고 열심이었는지 하루에 1톤의 크래커를 팔아 치운 날도 있었다. 그는 영업에 소질이 있어 냉동식품 판매에, 보험 세일즈에, 주유소 직원 등 닥치는 일이면 무엇이든 열심히 해냈다. 그렇게 성실하게 일한 덕에 쿠크는 그의 영업 능력을 높이 평가한 사업가를 만나게 되었고, 사업가는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을 열어 쿠크에게 맡겼다. 쿠크는 사라와 함께 레스토랑 일을 열심히 했고, 그러는 사이 사라는 첫 아들을 낳았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쿠크의 인생은 순풍에 돛을 단 듯 매끄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은 길지 않았다.
어느 날 사라와 쿠크는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쿠크가 갑자기 먹은 음식을 토해냈다. "당신이 요즘 너무 무리를 했나 봐요. 내일부터는 좀 쉬면서 일해요"라고 사라가 말하자, 쿠크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소화불량 정도를 가지고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매출이 계속 늘고 있는데 더 열심히 뛰어야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쿠크는 굳은 목을 손으로 만지며 침실을 나오며 말했다. "어, 이상한데? 눈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보이는 게 좋겠어요."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어. 당신도 알잖아. 오늘 나는 식자재 납품업자인 빌도 만나야 하고 사장님과 회의도 있어"라고 말하며 쿠크는 식자재 납품업자이자 오랜 친구인 빌을 만나러 갔다.
빌은 친구를 보자 손을 흔들며 농담을 건넸다. "이런, 아빠가 된 재미에 불티나는 레스토랑까지 경영하느라 얼굴이 창백해졌는걸." 쿠크는 빌의 말을 받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빌은 그의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쿠크는 마치 술에 만취해 혀가 꼬부라진 것 같은 발음으로 몇 마디를 하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곧 앰뷸런스가 달려와 쿠크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며칠 동안 의사와 간호사들이 피를 뽑고 열과 혈압을 재고, 각종 검사를 실시했으나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사라의 마음은 바짝 타들어갔고, 기어이 쿠크는 의식 불명한 상태로 접어들고 말았다.
의사들은 쿠크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가망이 없다는 말이 숨겨져 있었다. 사라는 그럴 때마다 의사들을 붙잡고 소리쳤다. "포기하지 마세요. 안 된다는 말도 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잖아요?" 하지만 의식 불명인 남편 곁에서 사라는 기도하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남편은 이제 충분히 괴로움을 견뎌냈습니다. 신이시여, 그에게서 고통을 거두시고 부디 소생의 힘을 주소서!" 그렇게 기도하고 있자니 사라는 '자신이 남편을 위해 온 힘을 다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새삼 들었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사라의 가슴속에서 조금씩 희망의 샘이 솟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친정 부모에게 맡기고 돈이 될 만한 모든 것을 팔아 남편을 최신 시설이 갖춰진 텍사스의 좋은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 병원에서도 사라에게 확신의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곧 돈도 바닥났다. 할 수 없이 그녀는 한 레코드 판매 회사에 취직했고, 낮에는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병원의 남편 곁에서 선잠을 자는 생활을 계속했다. 사라는 남편이 의식을 놓지 않고 있으며, 언제든지 회복세로 돌아설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는 퇴근해서 차를 운전하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앞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앞차의 운전자가 즉시 경찰을 불렀고, 사라는 어서 병원으로 가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이고 말았다. 사라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부터 걸었다. 텍사스에서는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라곤 없었으므로 하는 수 없이 직장 상사인 폴 J. 마이어에게 부탁하고자 한 것이었다. "폴, 제가 남의 차를 들이받고 말았어요. 남편이 병원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일을 마치려면 시각이 좀 걸릴 것 같아서요. 당신이 대신 가 주실 수 있겠어요?" "걱정 말아요, 사라. 내가 가서 돌보고 있을게요." 그렇게 하여 마이어는 병원을 찾아갔다. 병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기계로 뒤덮인 침대에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남자가 누워 있었다. 마이어는 비참한 환자의 모습에 침묵을 지키며 서 있다가 본능적으로, 그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쿠크 씨, 저는 마이어입니다. 사라의 직장 상사죠. 오늘 사라가 일이 좀 밀려 있어서 늦게 되었다고 퇴근길에 잠시 당신을 문병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부인은 곧 올 겁니다. 당신의 눈을 보니 사라가 헛된 희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군요. 당신의 눈은 분명 살아있어요. 의지가 강한 분이라는 게 보입니다. 그렇죠? 지금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고 있어요. 나는 확신합니다. 당신은 곧 일어나게 될 겁니다. 서두를 것 없어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오늘은 손가락 마디 하나를, 내일은 둘, 그렇게 깨어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거추장스러운 기계들을 떼어내 던져버리세요. 보세요, 벌써 눈동자는 움직였잖아요." 마이어는 쿠크의 야윈 손을 잡아 꼭 쥐어주고 병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