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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정철상 지음 | 라이온북스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정철상 지음

라이온북스 / 2010년 5월 / 304쪽 / 13,000원



Part 1 청춘심리학 : 20대, 너는 누구니?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 주변 환경이 안 받쳐줘요


어느 날 나삼순이라는 학생이 찾아왔다. 평소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삶에 대한 열정도 강해 보여서 인상 깊었던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삼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원하던 대학교에 못 가서 재수를 했다. 그런데 다음 해에도 성적이 좋지 못했다. 결국 2년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막상 다니다 보니 2년제라는 게 싫었다. 공교롭게도 그 대학은 4년제 대학교와 붙어 있는 학교였다. 학교에 갈때마다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입구를 가르는 갈림길에서 "너는 2년제구나"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휴학을 하고 삼수를 준비했다. 원했던 대학교는 떨어졌다. 하지만 그나마 지방에 있는 한 4년제 대학교에 다행히 합격했다. 그런데 원하던 4년제 대학에 들어갔는데도 다시 고민이 들었다. '친구들은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데 너 혼자 지방대'라는 눈초리를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원했던 전공도 아니었고,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통학시간도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집안에서도 등록금만 나간다고 눈치를 주는 것 같아서 때려치우고 간호 학원을 다닐까 고민하던 중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상담 시간이 짧아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콕 짚어주지 못했다. 그녀 자신도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까웠다. 지금 수준으로는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상황임에도 계속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만 신경쓰고 있는 게 그녀의 문제였다. 정작 돌아봐야 하는 건 자신인데도 불만족스러운 외부 상황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나삼순 양처럼 자기 인생, 특히 현재를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과거만 후회하다가 세월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개그콘서트〉라는 TV프로그램에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코너가 있다. 이 코너는 술에 취해 경찰서로 들어온 두 남녀의 술주정을 통해 세태를 풍자한 개그로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 덕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루는 취객이 경찰관에게 "김태희 씨가 어느 대학 졸업했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관은 "당연히 알죠. 우리나라 최고의 1등 대학교, 서울대학교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취객은 "그럼 59등하는 대학은 어딘지 알아요?"라고 묻는다. 경찰관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황당해하자 그는 "1등 대학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학벌 서열주의를 없애려면 우리나라 모든 대학교 이름을 '서울대학교'로 바꿔야 한다고 외친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학벌 핸디캡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대학에 못 간 사람은 대학간 사람을 부러워하고, 2년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4년제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지방대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품고, 수도권 대학 학생들은 명문대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명문대 학생들은 인기학과가 아니라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고, 인기학과 학생들은 해외 명문대를 못 가서 열등감을 품고 살아간다. 이게 바로 대학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사회적 풍토다. 그뿐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회사도 1류 회사와 3류 회사로 또 다시 나눠진다. 심지어 결혼하는 배우자감도 1등과 2등으로 나눠진다. 모두가 1등 핸디캡에 사로잡혀 미쳐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사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아무리 발버둥치며 꼭대기에 올라간들 또 다시 거기에는 더 높은 자리에 버티고 선 존재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꼭대기에 올라가지 못해 자괴감을 느끼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보란 듯이 성공한 인물들의 자살 사건들도 일부는 이런 '꼭대기에 대한 집착'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빈둥거리며 경쟁을 피하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취 만능주의, 결과 만능주의 풍토에 의심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결국은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풍토를 고민하고 성과주의의 장막에 숨겨진 인간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국내 최고의 인재개발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달 카드값 120만 원 나오는 여대생 - 카드를 잘라버리고 싶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한 달에 얼마나 쓸까? 최저 5만원 짠돌이부터 100만 원대의 귀족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성인이 돼서도 돈 개념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용돈을 받아쓰는 학생들이나 경제관념이 없는 청춘들을 위해 지금부터 나카드 양의 고민을 공개한다.

"저는 올해 대학생이 된 신입생이에요. 제가 돈을 좀 헤프게 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엄마가 매달 통장으로 돈을 부쳐주세요. 돈이 필요해서 전화만 하면 보내주시니까 용돈 걱정해본 적은 별로 없어요. 엄마는 오히려 객지에서 밥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까봐 걱정하세요. 급기야 지난 여름방학 때는 신용카드까지 주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카드로 쓰다 보니 더 많이 쓰게 된다는 점이에요. 여기저기 흥청망청하느라 지난 달 카드 값만 120만 원이 나왔어요. 집안도 아주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자제가 잘 안 돼요. 친구들 만나면 늘 '내가 쏠게'라고 하는 편이에요. 용돈기입장도 쓰다가 관뒀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아가씨, 버는 돈은 빵 원인데 용돈 40만 원에 카드 값 120만 원까지 한달에 160만 원을 쓴 셈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시 집단 상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녀의 또래들은 과연 어떤 답변을 줬을까.

매일 용돈을 쪼개 쓰는 처지로서 그런 이야기 들으면 허탈하다. 당연히 아껴 쓰는 게 먼저다. TV프로그램 〈1만 원의 행복〉처럼 1만 원으로 1주일 살아봐라. 피눈물 흘려봐야 줄이게 된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친구들에게 알리고 함께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술자리부터 줄여라. 무엇보다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돈 쓸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아르바이트 경험도 좋을 것 같다. 두 달 정도 하면 돈 귀한지 알 것이다. 용돈을 한 달에 얼마라고 규정해라.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용돈을 집어넣어라.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한달 동안 사용한 목록을 볼 수 있다. 자주 만나는 친구가 아니라면 돈을 나눠서 쓰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남의 이목이나 눈치 볼 필요 없이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다. 즉 뭘 할 때 순간적인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한 달에 60만 원어치 옷을 샀던 적이 있다. 수첩이나 다이어리 같은 곳에 쓴 돈을 기록해야 한다. 첫 달을 아껴 써야 한다. 그 다음 달도 아껴야 한다. 일단 첫 달 돈에서 10만 원 가량 저금할 수 있도록 한다. 비상금 10만 원을 제로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 달에도 그 비상금이 10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반복하면 매월 10만 원씩 저축도 할 수 있다.

당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돈을 펑펑 쓰는 학생들의 경우 절제 부족도 문제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런 절제 부족을 만들어내는 한 가지 메커니즘이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정해진 용돈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충동적으로 돈을 쓰는 학생들 대부분은 필요할 때마다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용돈은 조금씩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용돈 타기가 어렵게 느껴져 아낀다는 것이다. 또 한꺼번에 용돈을 주면 목돈 나가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식을 믿지 못하는 심리가 숨겨져 있다. 큰돈을 주면 아이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식들의 경제관념을 바르게 잡아주려면 부모가 먼저 성인이 된 자식을 초등학교 아이처럼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부모가 먼저 경제관념을 바르게 세우고 올바르게 접근하지 않으면 그 자식도 평생 돈 잘못 다루다가 더 큰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즉 용돈을 과하게 쓰는 것은 분명히 자식의 잘못이지만 부모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또한 약속한 범위의 용돈을 넘어서면 그 이상은 주지 않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다만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용돈을 펑펑 쓰는 학생들은 소수다. 대다수 학생들은 아주 적은 용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고, 그나마도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기 힘으로 용돈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부모님의 직간접적 요구로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너무 이르게 지나친 책임감으로 돈을 벌려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경우 자칫 주식, 도박, 다단계, 사기 등에 빠져서 집안 재산까지 거덜 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경제관념이 어느 정도로 탄탄한지 알고 싶은가? 지금부터라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해보자.

"나에게 돈은 무엇인가? 나는 얼마를 벌고 싶은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나? 그렇게 번 돈으로 무엇을 하려는 건가? 돈은 어떻게 써야 좋은가?"

Part 2 자장면 심리학 : 선택 앞에서 당당하고 강해지기



성형수술, 할까? 말까? - 취업하고 싶은 거야? 예뻐지고 싶은 거야?


집단상담 수업 때마다 많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고민을 공개한다. 한번은 J라는 여대생이 방학 때 성형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미리 안 하면 나중에 취업하기 불리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 수술을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공개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원래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아요. 솔직히 말해서 하고 싶어요. 주변에도 성형하는 사람들 엄청 많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그렇다면 이에 대해 다른 학생들은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20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해결책들을 한번 들어보자.

주변에 사촌언니가 성형수술을 했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난 뒤 많이 예뻐진 사촌언니가 있는데 외모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았어요. 그 뒤부터 더 잘 꾸미고, 더 당당해지고,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멋진 남자친구도 생겼고요. 그럼에도 저는 성형에 반대합니다. 왠지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거든요. 실제로 언니의 모든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반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이곳에서는 학생이지만, 동시에 자식을 둔 학부형이기도 합니다. 제 눈에 우리 아이는 한없이 예쁘기만 하죠. 그럼에도 가끔은 눈이 좀 더 크면 예쁘겠구나 하는 욕심이 들 때가 있어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가꿔주고 싶은 욕심도 듭니다. 한번은 일곱 살짜리 딸아이가 성형해 달라고 말해서 너무 놀랐어요. 그런데 그 마음이 이해도 됩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키가 작고 그다지 예쁘지도 않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항상 '외모 때문에 대접을 못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왔어요. 실제로 그게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그럼에도 생각해봐야 할 건 눈 하나, 코 하나 고친다고 정말 예뻐질까요? 경제적 여건도 중요합니다. 솔직히 말해 경제적으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권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콤플렉스가 심하지 않다면 굳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주변에도 성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개성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저도 삐뚤어진 제 눈썹이 싫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개성이 사라지므로 반대합니다

"저도 주변에 성형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미지뿐만 아니라 행동도 바뀌더군요. 저 역시 자기 개성을 살리는 게 외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이미지에 충실하고 자기표현을 잘 하는 게 중요한 거죠."

내가 그때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본다. "솔직히 저도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수술을 고민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성형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가진 마인드지요. 성공학자 중에 성형외과의 출신인 맥스웰 몰츠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아무리 외모를 고친다 한들 정작 마음의 문제를 치료하지 않으면 성형 후에도 심리적 상처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따라서 '왜 성형을 하려고 하는가? 내 어떤 부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가?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해서 근본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먼저 가져보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지금 J양은 '취업 때문에 성형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취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뭘까? 갖춰야 할 근본적인 역량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취업 준비를 위해 진짜 필요한 건 능력을 갖추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이영돈 PD가 『마음』이라는 책을 통해 제시한 성형중독 치료법을 보자. 그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해 성형수술을 반복하다가 얼굴이 선풍기처럼 커진 '선풍기 아줌마'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녀는 성형수술 때문에 외모만 망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병까지 앓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계속해서 성형을 하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성형을 하고 나서 "와, 예뻐졌네", "분위기가 확 달라졌는데!" 같은 칭찬을 들었을 때의 전율을 잘 잊지 못한다. 그 만족감에 도취되어 다시 수술을 하고 싶은 충동에 빠져든다. 이 PD가 제시한 성형충동의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거울을 이용한 자신과의 대화법이다. 이것은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의 여러 부분을 하나하나씩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가 이상하다고 생각된다면 눈을 보면서, 내 눈은 어떻고 내 귀는 어떻고 피부는 어떻고 등등 하나하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해간다.

착한 놈이 손해 볼까? 나쁜 놈이 손해 볼까? - 우리가 마주치는 불편한 진실, 도덕성

아이가 백 점 맞은 시험지를 가져와서 말한다. "엄마, 이중에 딱 한 문제만 공책을 살짝 봤어요." 이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EBS에서 방송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나 했다. 참여 전날 사례비 10만 원을 주겠다고 작가가 전화를 건 다음 막상 다음날에 FD가 나타나 "15만 원 맞으시죠?"라고 말하면서 15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군말 없이 15만 원을 받았다. 그걸 보면서 나를 포함해 저 순간에 정직하게 10만 원만 받을 사람이 사실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도덕적 행동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덕성은 정치인이나 사회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서울대의 문용린 교수는 "도덕은 연습"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사람들의 가장 큰 착각 중에 하나가 너무 착하면 손해본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도덕적인 행동은 대단히 복합적인 고도의 심리적 판단의 결과이고 그만큼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도덕성을 크게 '정서'와 '인지'적 측면으로만 나누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의 곽금주 교수는 여기에는 '행동'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도덕성의 세 요소의 삼위일체 균형이 인생관까지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실험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제작진은 아이들의 정직성을 알아보기 위해 12명의 어린이들을 뽑아 눈 가리고 표적물을 맞히는 게임을 실시했다. 6명의 아이들은 도덕성 지수가 높은 아이들이었고, 나머지 6명의 학생들은 평균적인 아이들이었다. 이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제작진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많이 맞히는 숫자만큼 선물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도덕성 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눈가리개를 걷지 않고 그래도 표적물을 향해 다트를 던졌다. 반면 평균치 아이들은 남몰래 반칙을 하면서 표적물을 맞췄다. 비단 이 아이들뿐이겠는가? 성인이라고 해서 과연 눈앞의 유혹과 충동을 완벽하게 참아낼 수 있을까? 당장의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을 만한 완벽한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실험 뒤에 나온 분석 결과 또한 흥미로웠다. 정직하게 모든 시험에 응했던 아이들을 살펴보니 거의 집중력도 높고 또래 관계도 좋았다. 반면 부정행위를 했던 아이들은 문제 행동 경향과 공격성이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도덕성 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수능 점수와 사회생활 모든 면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루거나 결과와 상관없이 행복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착하면 손해 본다'는 통념은 잘못된 고정관념이었다. 이에 대해 곽금주 교수는 오히려 도덕적이면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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