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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황인원 지음 | 흐름출판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황인원 지음

흐름출판 / 2010년 2월 / 262쪽 / 13,000원



1.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관찰법'



전체를 먼저 봐야 편견이 사라진다


어느 큰 스님이 보좌승을 데리고 산속 절을 나와 일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이때 바람이 심하게 불자 주변 나무들이 쏴아 소리를 내면서 흔들렸다. 보좌승이 말했다. "스님 나무가 몹시 흔들립니다." 큰 스님이 보좌승을 바라보더니 대꾸했다. "야, 이놈아! 바람이 부는 거지!"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애매도형'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의 그림 속에 토끼와 오리라는 두 개의 형상이 들어 있다면 사람들은 오리와 토끼를 둘 다 보지 못하고 그중 하나만 보게 된다. 이때 보이는 것은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이나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해버린다. 이럴 때 편견이 생긴다. 다른 쪽은 보지도 않았으면서 전부를 본 것처럼 말하고, 나중에는 아예 다른 쪽을 보는 것조차 거부하는 경향이 생긴다. 편견 없이 둘 다 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분을 보기에 앞서 우선 전체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을 관찰할 때는 그 사람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옆모습과 뒷모습은 어떤지 모든 면을 살펴야 한다. 의도적 시선으로 대상의 주변 상황과 대상 전체를 보아야 한다.

시인들이 시를 쓸 때 관찰하는 방법이 이러하다. 일반 사람들은 사물을 볼 때 쓱 훑어보고 말지만 시인들은 그렇지 않다. 똑같이 훑고 지나가는 듯 보여도 전체 속에서 부분까지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인이 사물을 관찰할 때 그 사물만 따로 떼어내서 보지 않는 연습을 많이 한 탓이다. 그래서 한 번 슬쩍 쳐다봤을 뿐인데 주변 상황과 특징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런 관찰 덕분에 시인은 시를 쓸 때 관찰 대상이 되는 사물의 주변 상황을 앞 부분에서 보여준 후 시를 전개하기도 한다. 이후 자신이 집중해서 써야 할 부분을 세세하게 표현한다.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뒷산을 오르다가 밤새 가만히 서 있었을/ 가시나무 가시에/ 이슬 한 방울이/ 맺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밤새/ 아무 생각없이 쿨쿨 잠만 잤을/ 아직도 잠이 덜 깬/ 그 가시나무 가시에/ 맑고 투명한/ 이슬 한 방울이 매달린 채/ 바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 이덕규, <自決> -

이른 아침 산을 오르다 보면 나뭇잎이나 가지에 이슬이 맺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시인 역시 가시나무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을 본다. 이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면 현상만 본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의도적 시선으로 산과 나무를 본다. 일단 산 전체를 본다. 그리고 가시나무에 이슬이 맺힌 모습이 모든 나무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한다. 다시 시인은 가시나무 가시에 맺혀 있는 이슬에 집중한다. 전체를 보고 부분을 본 것이다. 여기서 '집중하여 보다'는 의미는 가시나무에 이슬이 맺힌 상황을 이슬 중심으로 세밀히 살피겠다는 의도적 시선(관점)이 있음을 말한다. 이런 관점 덕분에 시인은 결국 '이슬이 바르르 떨고 있다'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실을 관찰해낸다.

이렇듯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새로운 관찰이 이뤄진다. 누군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다고 하자. 보통은 자신이 볼 수 있는 한쪽 관점으로 해결점을 찾으려 한다. 그 관점으로 문제가 해결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계속 같은 관점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다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이때야말로 다른 관점이 필요한 때다. 다른 관점을 생각하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전체를 본 후 부분을 보는 관찰법이다.

남들이 못 본 것을 보려면 사소한 것에 집중하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있다. 미국 한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H.W.하인리히가 고객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1대 29대 300'의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주변에서 300번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고 무수한 사고의 징후를 무시했을 때 찾아온다. 한 상품에서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다면 29회의 고객 불만이 접수되었을 것이고, 고객이든 사원이든 300번 정도 이상하다는 징후를 느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사고 징후를 포착해야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사소한 것에 대한 관찰은 이처럼 사고의 징후를 찾는 데만 활용되는 게 아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려면 사소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온 세상이 사각형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문제가 될 것도 같지만, 사각형 세상을 만들게 될 작은 제품 하나하나로는 큰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사각형 세상을 관찰하고 사각형의 의미를 시로 옮긴 시인이 있다. 그의 시에 따르면 우리는 사각형으로 된 커다란 감옥 속에서 살다가 죽는 존재이다.

"장지의 사람들이 땅을 열고 그를 봉해 버린다 간단한/ 외과 수술처럼 여기 그가 잠들다/ 가끔씩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그곳에 심겨진 비명을 읽고 간다/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단단한 장미의 외곽을 두드려 깨는 은은한 포성의 향기와/ 냉장고 속 냉동된 각 진 고깃덩어리의 식은 욕망과/ 망각을 빨아들이는 사각의 검은 잉크병과/ 책을 지우는 사각의 고무지우개들" - 송찬호,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

사람이 죽어 매장을 하게 되면 사각형의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고, 무덤에 묻혔지만 누구도 그것이 사각형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무덤과 관의 모양이 사각형인 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사소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시인은 이 사각형에 의도적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사람의 죽음뿐 아니라 삶도 사각형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 사각형의 세상을 시인은 폐허로 명명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폐허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우리가 폐허 속에 갇힌 줄 모르고 산다는 것이다. 사각형을 보지 못하니 폐허 속에 갇혀 지내는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탓이다. 사각형에 갇혀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사각형이 바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2. 통찰로 이어지는 3가지 '생각법'



생각법1 - 의인화


시인들이 모든 사물을 의인화하는 이유는 서정시 창작의 기본인 자아와 세계의 일체화에서 비롯된 생각법이기 때문이다. 자아는 나(시인)이고, 세계는 시를 쓰는 소재가 되는 대상이다. 자아와 세계를 일체화해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인 서정시 생각법이다. 예를 들어 꽃과 사람을 일체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꽃을 사람으로 만들든지 사람의 마음을 꽃 속에 집어넣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사물을 사람으로 만들어야 일체화가 가능해진다. 다음 시를 보자.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의 일부 이다. 이 시는 풀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모르는 풀의 성향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를 읽을 때 풀과 나를 일체화해 보자. "내가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내가 눕고 드디어 울었다." 이렇게 풀이 들어갈 자리에 나를 놓고 읽으면 풀이 내가 되니 그 상황을 내 입장에서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의인화 생각법'을 습관으로 만들어보자. 주전자 뚜껑에 구멍이 뚫린 이유도 의인화 생각법을 적용하면 쉽게 풀린다. 원래 주전자 뚜껑에는 구멍이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지 않고도 수증기가 빠져 나가게 하기 위해 구멍을 낸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에 그런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주전자와 사람을 일체화해 사람의 생각을 주전자에 넣어보자. 내가 찜질방에서 코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10~20분 지나면 온몸이 더워진다. 그런데 입으로만 숨을 쉬려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막았던 코를 뚫으면 답답함이 사라질 것이다. 열린 콧구멍이 주전자 뚜껑의 구멍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물에 사람의 생각을 넣으면 그동안 몰랐던 사물의 의미가 새롭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통찰이다.

생각법2 - 의미부여

의미부여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가치나 의의를 붙여주는 것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이미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의미에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통찰이다.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이정록 시인의 <의자>라는 시이다. 이 시에서 의자의 의미는 우리가 아는 의자의 개념과 좀 다르다. 걸터앉아 내 몸을 의지하는 사물이라는 점에 착안해 의자를 '의지'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이처럼 원래 단어나 문장에서 남들이 찾지 못한 특징을 찾아 의미부여를 하는 방법이 바로 '새로운 의미의 호칭 찾기 생각법'이다.

'새로운 의미의 호칭 찾기 생각법'의 좋은 예가 갈증해소 음료로 알려져 있는 '게토레이'이다. 원래 국내 최초의 이온음료는 '포카리스웨트'이다. 따라서 '이온음료는 포카리스웨트'라는 등식이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있는 상황이라 어떤 회사가 이온음료를 만들어도 포카리스웨트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게토레이를 출시했던 제일제당은 이온음료라는 기존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달라진 개념에 따라 갈증해소 음료라는 새로운 의미의 호칭이 탄생했고, 갈증해소 음료는 운동 후 먹는 음료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운동 후 혹은 더운 여름 갈증이 날 때 우리는 물이나 다른 음료를 마셨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딱 맞는 음료가 나왔다면 그 음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의미의 호칭찾기 생각법을 통해 얻은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생각법3 - 단순화

단순화 생각법은 제거 단순화와 통합 단순화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기존에 있던 복잡함을 제거하여 단순화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둘을 하나로 합쳐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청바지 회사로 유명한 게스의 성공은 단순화 생각법에 기초를 둔 것이다. 게스는 처음에 사이즈를 한정시켜 24인치 미만의 여성 청바지만 생산했다. 24인치가 여성들이 원하는 아름다운 허리 사이즈이기 때문이다. 게스는 '여러 사이즈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의 복잡함을 단순화시켜 다른 사이즈의 청바지를 제거한 것이다. 그 결과 여성들 사이에서 게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청바지로 부각되었다.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다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유자효의 <인생>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시 아주 재미있다. 시인에 따르면 신설동에서 청량리 가는 거리만큼이 바로 인생이란다. 특히 시에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늦가을이라는 시간적 배경도 있다. 저물어 가는 삶인 것이다. 그러니 이 할머니들이 느끼는 인생은 '신설동에서 청량리까지' 가는 시간쯤 되지 않을까. 할머니와 '신설동-청량리'의 거리를 한 편의 시에 합쳐 놓으니 인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새롭게 정의된다. 그동안 우리는 인생을 복잡하고 어렵게 정의해 왔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가. 그러면서도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이것이 통합의 단순화이다.

3. 창조성을 빛내는 '상상법'



상상력의 한계를 깨는 직유


우리는 직유법을 동원해 다양한 표현을 한다. '바위같이 무겁다', '바다같이 깊다' 직유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유사점 찾기' 수사법이다. 시에서 직유는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유사점을 찾는다. 첫째는 'ㄱ' 이라는 대상의 특징을 'ㄴ'으로 옮겨가 ㄱ 과 ㄴ을 유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예: 바위같이 무겁다) 둘째는 ㄱ 과 ㄴ 간에 유사점이 없다고 여겨질 때다. 이 경우 강제하는 의도성이 필요하다. 어떻게 의도적으로 연결할까. 두 사물의 의미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직유를 만들어 낼 때 상상이 나타나고, 이를 직유 상상법이라고 한다.

나희덕 시인의 <음계와 계단>이라는 시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예배당 뒷문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제단 구석 검고 슬픈 짐승처럼 놓여 있던/ 피아노 한 대" 슬픈 짐승과 피아노 한 대의 접목이다. 무리가 모두 떠난 자리에 혼자 남은 짐승의 외롭고 슬픈 표정을,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회를 지키는 피아노 한 대에 옮겨 접목하면 외롭게 슬픈 피아노 한 대가 된다. 이로써 시인은 예배당 제단에 놓여 있는 피아노 한 대의 분위기를 표현해 낸 것이다. '슬픈 짐승+피아노=슬프고 외로운 피아노'로 기존 피아노와는 다른 의미의 피아노가 만들어졌다. 직유 상상법의 결과다.

영국에서 최근 개발된 '회전날개 없는 선풍기'는 직유 상상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주변의 많은 바람을 끌여들여 바람을 일으키는 핸드 드라이어의 원리를 다른 데 접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라 한다. 이를 직유로 표현하면 '핸드드라이어 같은 선풍기'가 되고 '직유 상상법'으로는 '핸드드라이어+선풍기'라는 접목에 의해 '회전날개 없는 선풍기'라는 새로운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아이디어의 재발견, 은유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바구니 회사 롱거버거는 특이한 사옥을 가지고 있다. 동사의 사옥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건물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롱거버거 사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나무 바구니 그 자체다. 동사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롱거버거는 시골에 바구니 모양을 본떠 사옥을 짓는 획기적인 생각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그의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고 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사옥이 완성된 후의 반응은 영 달랐다. 이 건물 덕에 시골 마을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롱거버거는 대단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손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통신판매하는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10억 달러를 넘는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건물=바구니'라는 은유 상상법 덕분이다. '건물=바구니'라는 은유 등식으로 건물과 바구니를 접목해 건물이 바구니로 변한 것이다. 그 결과 롱거버거를 상징하는 사옥이 탄생했다. 유사점이 없는 대상을 의도적으로 강제해 접목시키므로 상상이 필요한 것이고, 그 대상을 'ㄱ=ㄴ이다'라는 등식으로 접목했기에 은유가 되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천재시인이었지만 기이한 삶을 산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이다. 그는 서울대 상과대 수료 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고문 후유증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구가 되었다. 이후 고문 후유증과 과도한 음주로 걸핏하면 쓰러졌고 평생 가난에 찌든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귀천>이라는 시를 보면 죽어 하늘에 가서 이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말하겠단다. 가난 속에서도 또 고문의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했을까. 바로 은유 상상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관 없는 새로운 것들이 만나 새로움을 낳는다. 기이한 접목

기술과 자연의 접목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융합으로 이어진 예가 도마뱀 로봇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국인 김상배 씨가 도마뱀 발과 로봇을 접목해 개발해 낸 것으로 수직벽도 쉽게 올라가게 되어 있다. 도마뱀과 로봇이라는 이종간의 결합으로 이룬 성과다. 이로써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의 눈에 띠지 않게 높은 건물 벽을 타고 침투하는 군사용 도구로 쓰이게 되었다. 이 사례는 사람과 동물, 식물,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물질이 서로 접목해 새로운 세상이 창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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