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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세뇌 二重洗腦

이소무라 다케시 지음 | 더숲
이중세뇌 二重洗腦

이소무라 다케시 지음

더숲 / 2009년 12월 / 243쪽 / 12,900원



STEP 1 뇌는 누구라도 간단히 함정에 빠진다



인간이 지닌 '초인지'의 힘


실험용 쥐에게 계속해서 먹이를 주면 마음껏 먹다가 병에 걸려 일찍 죽고 만다. 반면 먹이를 줄여 칼로리를 제한하면 오래산다. 포식의 시대에 과식으로 뚱보가 되는 것은 쥐나 사람이나 매한가지다. 쥐의 뇌에 가는 관을 연결해 레버를 누르면 코카인이나 니코틴이 나오는 실험을 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우연히 레버를 눌렀던 쥐도 점차 누르는 횟수가 잦아진다. 요컨대 쥐도 약물 의존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쥐는 약물을 끊으려고 할까? 쥐의 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아마도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쥐는 다이어트도, 약물을 끊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다이어트나 금연을 시도할까. 쥐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여러 가지 대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내 생각에는 눈앞의 당근(먹이나 약물레버)에만 신경 쓰는 쥐와 달리 인간에게는 공간적 · 시간적으로 자신을 제3자의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초인지(超認知)'라고 한다. 요컨대 끊임없이 체중계에 올라가보거나,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혹은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가라앉기는 하지만 몸에 좋을 게 뭐가 있겠어' 하고 마음을 다잡아 생각하는 힘이 있다. 인간이 무턱대고 '먹이'에 달려들지 않는 것은 '초인지'의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도 항상 객관적인 시야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특히 의존성 약물(담배, 술)이나 의존증적 행동(섹스, 도박, 게임)에 빠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여러 가지 생리적 · 심리적 반응이 지극히 교묘하게 일어나 초인지, 즉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상실되면서 무수한 오해나 집착을 낳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온갖 악의 근원이 된다.

알코올에 관한 오해는 의존증을 낳는다

알코올에 관해서는 전형적인 오해가 존재한다. "술을 마시면 쉽게 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면 반 이상이 손을 든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언짢은 일이 있을 때는 술이라도 마시고 빨리 잠들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의학 · 생리학적으로 볼 때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명 술을 마시면 자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잠자리에 들면 수면의 후반이 방해를 받는다는, 즉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없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알코올이 논렘 수면(non-REM, 잠든 지 70~80분 뒤에 나타나는 깊은 잠. 이 단계가 끝나면 얕은 잠인 렘 수면이 찾아오며 사람은 자면서 렘 수면을 4~5회 경험한다고 한다. 이때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을 방해하여 수면의 후반이 얕아지기 때문에 빨리 눈이 떠지거나 자고 나서도 개운치가 않다.

이렇게 수면의 리듬이 깨지면 이튿날 밤에는 당연히 잠을 이루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왜 이렇게 잠이 안 오지? 어제는 안 좋은 일이 있더니, 그것 때문인가?" 결국 그 날도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한다. 이렇게 해서 일단 잠은 들지만 그 다음 날에는 더욱 잠들기 힘들어진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이대로 술에 의지하는 마음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 의존증으로 향하는 길에 빠져들 뿐이다. 이 상황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인 초인지의 관점에서 보면 알코올에는 인간의 초인지를 둔화시키는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술을 마신 이튿날 밤에 왠지 잠을 이룰 수 없어도 인간은 그것이 '전날 마신 알코올 때문'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사회 전체가 마음의 함정에 빠져 있다

흡연자는 자신의 뇌가 약해져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물론 알지 못한다. 초인지는 고갈 상태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기 전에는 어땠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피운 직후에 일어나는 니코틴의 급성 작용에만 정신을 빼앗긴다. 그리고 사실과는 반대로 '담배는 행복감을 더해준다'라고 판단해버린다. '한 잔 마시며 피우는 담배는 특별하다', '휴식시간의 한 개비는 만족감을 더해준다'고 믿는다. 그야말로 '마음의 함정'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약물 때문에 본래의 안식을 느끼기 어렵다'는 작용 원리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물 흡입 직후의 만족스러운 모습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주위 사람도 극히 자연스럽게 담배나 아편에 호기심을 품는다. 그리고 우려스럽게도 '한번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 약물이 널리 퍼지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 "나는 피우지 않지만" 하고 운을 띄우면서 "담배에는 안식과 평온을 제공하는 기호품으로서의 측면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안식과 평온을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담배인데도 말이다. 이른바 사회 전체가 속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도 거품경제 이후 사회규범이 해이해지면서 일반 젊은이들, 특히 여성의 흡연율이 갑자기 높아졌다. 이제는 대마초까지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섹스 의존증에 걸린 사람의 뇌내 메커니즘

아직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약물 의존증과 마찬가지로 섹스 의존증에 걸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있다. 낮이나 밤이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으로 차 있다. 이처럼 에이즈 감염의 공포에 떨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은 사랑을 하면 뇌에서 'PEA(페닐에탄올아민)'라고 하는 물질군이 분비된다. 이 중에는 각성제인 암페타민류도 포함되어 있어 도파민 신경을 자극한다. 그야말로 '뇌내 마약'인 셈이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러한 물질의 작용 때문으로 생각된다. 서로 끌린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세대를 반복한다. 이렇듯 사랑을 연출하는 PEA에 대체 어떤 위험한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일까?

PEA는 가슴이 두근거릴 때 많이 분비되는 듯하며, 특히 새로운 상대와 밀고 당기는 중일 때는 분비량이 더욱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가슴이 두근거릴 때란 비밀스러운 행위를 하거나 상대를 만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PEA는 고민으로 가출하거나 자포자기에 빠지는 등 마음이 불안한 경우에도 분비되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량의 PEA와 함께 쾌감을 체험하면 마치 각성제를 맞은 듯한 상태가 되어 '그 멋진 상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섹스에 몰두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뇌에서는 'PEA 수용체'가 파괴되어 신경이 둔해지기 때문에 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한층 과격한 자극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과격한 행위를 하면 할수록 PEA 수용체가 더욱 파괴되고 빈도도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실제로 섹스 의존증인 사람을 조사하면 도파민 신경의 반응이 약해져 있다. 말하자면 과격한 섹스를 계속하는 한 한두 번의 섹스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한 번의 섹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상대를 찾아 헤매거나 과격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면 도파민의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의 안식과 평온을 맛볼 수 없게 된다. 자극과 행복을 추구한 행동이 오히려 자기 발밑의 행복을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그저 괴로운 나날을 반복해나가게 될 뿐이다.

STEP 2 이중세뇌라는 작용 원리



스트레스 해소에 담배가 도움이 될까


'심리적 문제'라 하면 스트레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담배, 술, 도박 · 게임, 여자 등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여기에서는 담배를 예로 들며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 한다. 물론 도파민 신경을 약화시키는 구조 자체는 같으므로 니코틴을 술, 섹스, 도박 · 게임 등으로 바꿔 읽어도 상관없다.

니코틴은 도파민을 강제로 분비시킬 뿐 아니라 파라는 뇌파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파는 치유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동이 규칙적이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 피운 담배는 과도한 자극 때문에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반복해서 피우는 동안 점점 반응이 둔해진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파의 양은 비흡연자에 비해 적다고 한다. 그리고 흡연자의 파는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자의 수준까지밖에 회복되지 않는다. 요컨대 흡연자의 일상은 다음과 같은 사이클로 되어 있다.

담배를 피운다 파의 빈도가 증가한다 일단 안정된다 니코틴이 떨어진다 파의 빈도가 감소한다 불안해진다 다시 담배를 피운다 일단 파가 상승한다 다시 감소한다…….

그런 까닭에 담배를 끊기 어렵다는 얘기지만 실은 여기에 뜻밖의 함정이 숨어 있다. 먼저, 니코틴의 부족으로 파의 빈도가 감소했을 때 나타나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입이 심심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따분해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막연히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알아차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거나 뭔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이 끝나면 "왜 이렇게 따분하지" 하면서 슬슬 담배 생각이 난다. 이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면 파가 회복되어 일단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면서 뇌는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런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아, 파가 부족할 때는 담배를 피우면 되는구나." 따라서 니코틴이 떨어져 파가 감소하면 자동으로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파가 감소한다는 현상 자체는 니코틴이 떨어진 경우에 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교통 정체에 걸려 마음이 조급해질 때도 파는 감소한다. 혹은 성가신 일을 하게 되어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지?' 하고 생각할 때도 파는 줄어든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제는 니코틴이 부족해 생기는 스트레스든 일반적인 스트레스든 똑같이 파가 감소한다면 뇌는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 뇌는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지금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금연하기 힘들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담배가 제일이니까" 하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담배는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만 효과가 있다

이쯤에서 중요한 확인 질문을 하나 하고자 한다. 다만 답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니 모른다 해도 안심하기 바란다. 그 질문은 바로 "세상에는 담배가 효과를 발휘하는 스트레스도 하나쯤은 존재할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는 우리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담배로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도 하나는 있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담배로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스트레스는 바로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다. 니코틴이 부족할 때 니코틴을 보급하면 근본 문제가 해결되므로 당연히 효과가 있다. 이것은 그 외의 스트레스에는 담배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담배는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만 효과가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흡연자 중에는 이 말을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잘 알지만 실제로 피워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 또한 당연한 말이다. 왜냐하면 담배를 피웠을 때의 느낌은 착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가 증가하기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다. 잘 알다시피 흡연은 몸에 나쁘고, 주변에 폐를 끼치며, 돈이 들고, 시간을 낭비한다. 그러나 그 외에도 놓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니코틴 부족으로 파가 감소하는 현상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그토록 자주 입이 심심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짜증이 나거나, 막연히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회의 중이거나 교통 정체에 걸렸을 때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것은 흡연자뿐이다.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그냥 가만히 참고 기다렸을 것이다.

행복한 중독자는 없다

"나는 하루에 담배를 두세 개비만 피웁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언뜻 절제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억누르며 담배에 대한 욕구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물게는 진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의 생활은 결코 부럽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폐암, 어머니도 폐암, 아들은 백혈병인 까닭에 평소 담배의 해를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주부가 도저히 담배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어 하루에 두 개비씩, 아들이 돌아오기 전에 주방에서 한 개비, 가족이 잠들고 나서 한 개비를 피운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에게 담배 두 개비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담배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크기에 두 개비로 만족하는지 측은할 정도다. '욕구'와 '두려움' 사이에 끼어 필사적인 철의 의지로 버티는 것이다. 도대체 그런 생활의 어디가 이상적이란 말인가. 마치 전기 충격을 견디면서 하루에 두 번만 레버를 누르는 상황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매일 각성제를 한 대씩만 맞는다. 잘 조절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혹은 섹스를 말할 때 '성인끼리의 깔끔한 관계'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 멋진 이미지에 속아 성인끼리는 물론 아이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고 불안과 고뇌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자기혐오만 남기고 파멸한다. 이런 예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선전이 넘쳐나는 것 자체가 아무리 깔끔한 관계를 전제로 만났어도 PEA 반응에 휘말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의존증과 연을 끊고 해방될 것인가, 아니면 중독에 빠져 피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릴 것인가 둘 중에 하나다. '행복한 중독자'란 없다. 잊지 말기 바란다. '딱 한 번'은 있을 수 없다. 단 한 번이라도 다시 손을 대면 또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강한 욕구가 생겨난다.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이면 분명 의존증과 연을 끊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그 후에도 마음을 잘 다스린다면 뜻밖에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정말 의존증에서 벗어난 것이 맞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반드시 이 점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리고 차분히 객관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한 번이라도 다시 손을 대면 또 한 번, 다시 또 한 번 욕구가 생겨난다는 것. 군자는 위험한 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법이다. 이제 충분하다.

과식의 메커니즘

알면서도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예가 '과식'이다. 내가 생각하는 요주의 음식에는 '단 음식', '스낵과자', '진미(珍味)' 세 가지다. 인간이 진화해온 자연계에서 가장 단 음식이라 하면 과일이다. 그러나 가령 달콤한 소를 넣어 만든 만주를 먹고 나서 과일을 먹으면 그리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컨대 인간이 만들어 낸 단맛은 자연의 것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밥을 잔뜩 먹어 배가 부른데도 디저트가 나오면 희한하게 또 입에 들어간다. 이는 희한하다기보다 사실 위험한 것이다. 그렇다. 단맛은 인간의 만복감을 교란시켜 초인지에 이상을 초래한다.

스낵과자처럼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식품도 위험하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라는 말처럼 인간의 미각, 후각 등을 연구한 끝에 만들어낸 맛의 보상은 강력하다. 나도 스낵과자를 사면 도저히 멈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한 봉지를 다 먹게 된다. 또한 '진미'라고 하는 것도 위험하다. 진미에는 독특한 맛과 자극을 지닌 것이 적지 않은데 이것이 초인지를 교란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효소 유도'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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