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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로 재치있게 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유재화 지음 | 책이있는마을
유머로 재치있게 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유재화 지음

책이있는마을 / 2009년 12월 / 256쪽 / 10,900원



Chapter 1. 남녀 사이



자극적이기보다 유쾌한 유머를 활용하라


함께 일하는 동료 사이인 남자와 여자가 있다. "미스 김, 어제 집에 안 들어갔나 봐? 어째 얼굴이 밤새 술독에 빠져 있던 고양이 같은데?" "뭐라고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박 대리님, 정말 별꼴이다. 어쩜 말 한마디를 해도 저렇게 밉살맞을까." 박 대리는 나름대로 유머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박 대리는 '미스 김의 모습이 비교적 깔끔하지 못하다'라는 느낌을 표현한 것뿐인데 듣는 당사자는 황당하고 불쾌해한다. 만약 박 대리가 좀 다르게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미스 김, 요새 회사 일에 너무 열심인 거 아냐? 많이 피곤해보여. 이러다가 다음번에는 부장으로 승진하겠어!" 똑같이 미스 김의 외적인 모습에 대한 평이 담긴 유머이나 여기서는 '그녀가 매우 열심히 일하느라 외모를 가꿀 시간이 없다'는 쪽으로 해석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듣는 사람의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다.

아무렇게나 뒤틀고 비꼬아 표현한다고 해서 무조건 유머가 되는 건 아니다. 유머는 재미있게 말하는 수단이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유쾌하게 이어야 한다. 박 대리의 농담은 전혀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듣는 사람을 언짢게 한다. 유머는 유쾌하고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과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기술일 뿐이다. 감정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말보다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를 활용하자.

상대방의 외모나 약점 따위를 웃음의 소재,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머리카락이 빠져서 걱정인 사람에게 "자네는 여름에 시원해서 좋겠구먼. 머리가 훤하니 말이야"라고 한다든지, 눈이 작아서 평소 눈을 떴는지 안 떴는지 구별이 안 되는 사람에게 노골적으로 "눈을 뜨고 말해. 누구 보고 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잖아. 그래도 넌 좋겠다. 우리처럼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도 지나가는 여자들 훔쳐보다가 걸릴 염려는 없으니까"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말을 들은 당사자들은, 화를 내자니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게 되고 웃자니 불쾌하지만 대인 관계 때문에 그냥 웃어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누군가 정색을 하고 화를 내기라도 하면 "웃자고 한 소리에 뭘 그렇게 얼굴을 붉히냐"라고 하면서 더욱 무안을 주기도 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유머가 아니다.

말을 재미있게 한다는 것은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말은 개나 고양이와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것이다. 서로 간의 조화를 위한 윤활유가 되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조심스러워야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있다. 그들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은 부부를 공주와 머슴이라고 부른다. 식당 이름도 '공주와 머슴 갈비집'이다. 매일 정오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아침 일찍 남편이 먼저 식당에 나와 영업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갖추어 놓는다. 그러면 아내는 영업 시작 1시간 전쯤 식당에 도착한다. 아내가 나타나면 남편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달려나가 요란하게 맞이한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 오셨어요. 이 머슴이 모두 준비해뒀으니 공주님은 손에 물 묻히지 말고 우아하게 카운터에 앉아계세요." "아이참, 부끄러워 죽겠네. 나더러 공주라고 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남들이 들으면 웃어요. 뭐가 예쁘다고 만날 공주래. 목말라요, 물이나 갖다주세요." 아내가 웃으며 말하자 남편은 주방을 향해 달려가며 이렇게 외친다. "아, 그럼요. 우리 공주님 드실 건데 얼음 동동 띄워서 가져올게요!"

사연은 이랬다. 몇 년 전, 중병에 걸렸던 아내가 구사일생으로 회복된 뒤 남편은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죽을 때까지 떠받들고 살리라 마음먹고 아내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웠으나 되풀이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정말로 아내가 어느 나라의 공주님 못지않게 귀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유쾌함은 주위 사람까지 흐뭇하게 즐겁게 만든다.

유머란 이처럼 주위로 퍼져나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남편이 과장을 섞어 아내를 공주라고 부르자 저절로 웃음이 유발되고 그것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옮아갔다. 그리고 행복을 전염시켰다. 얼굴이 웃으면 몸도 웃고 마침내는 마음까지 웃게 된다.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렵다고 겁먹을 일도 아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만한 잠재력이 충분한 셈이다. 상대방의 결점을 보기보다 장점을 보고 그것을 칭찬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는데 화를 내거나 경멸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부터 한 발씩 내딛다보면 어느새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 유머 감각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왕이면 자극적이기보다는 유쾌하고 행복한 웃음을 전염시키길 바란다.

진심으로 동감하라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 차이만큼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다른 점이 많다. 오죽하면 금성인과 화성인이라는 말이 등장했을까. 대체로 남자는 구체적인 목표 달성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반면, 여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한다. 즉 남자가 사물이나 객관적인 현상에 관심을 두며 구체적인 결과에 의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성취감과 충족감을 맛본다면, 여자는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와 느낌 사랑 대화 등에 더 큰 의미를 둘 뿐 아니라 그러한 정서적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비로소 자기 만족감을 느낀다.

한마디로 여자가 남자보다 감성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이성을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면 각자의 감정과 사고의 코드를 이해하고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왜 그렇게 시무룩해. 무슨 일 있었어?"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의 얼굴빛을 살피며 물었다. 그녀는 직장 동료와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로 마음이 불편한 상태였다. "그냥, 회사에서 일이 좀 있었어……." "무슨 일인데? 그냥 털어버리고 우리 모터쇼나 보러 가자!" 여자는 남의 일 얘기하듯 하는 남자의 태도에 기분이 더 상하고 말았다. "기분이 좀 그렇다는데 지금 모터쇼 보러 가자는 말이 나와? 어떻게 남의 기분을 그렇게 이해 못하냐?" 여자가 쏘아붙이자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 "뭐라고? 그럼 기분이 왜 안 좋은지 말을 하든가! 괜히 뚱하니 앉아 있으면 나더러 뭘 어떻게 하라고?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신경질이야." "뭐가 별게 아닌데! 됐어, 관둬. 어쩜 그렇게 사람 마음 읽을 줄도 모르냐. 넌 그저 얼마나 멋진 자동차가 나왔을지, 그것만 관심 있지? 난 안중에도 없어. 맞아, 넌 처음부터 그랬어!" 여자는 벌떡 일어나 자리를 털고 가버렸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남자는 여자 친구와 모터쇼를 보러 갈 계획을 세워놓았고, 여자는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동료와의 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둘 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일은 불필요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 사이이고, 결정적으로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뿐이다.

앞서 언급했듯, 여자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가치를 발견한다. 회사에서 동료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외의 일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반면 남자는 여자에게 일어난 일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지 못한다. 그가 처음에 하려고 마음먹은 일을 생각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오히려 두 사람이 다투고 헤어지는 게 정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개는 배려심도 유머 감각도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고, 여기서는 불편한 인간관계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여자를 남자가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생각해보자. 위와는 좀 다르게 대응했더라면 어떨까.

다시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여자 친구가 회사에서 있었던 동료와의 일로 울적해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남자의 물음에 여자가 망설이다가 입을 연다. "오늘 아이디어 회의가 있었는데, 각자 몇 가지씩 의견을 가져오라고 했거든. 생각해둔 게 있었는데 말도 안 된다고 부장이 망신 줄까봐 미리 검증해보려고 K 선배한테 얘기했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별로라고 하는 거야. 속으로 찔끔해서 '안 되겠구나' 하고 있는데 회의 시간이 된 거야. 근데 갑자기 그 선배가 내 아이디어를 자기 생각인 양 말하는 거 있지! 진짜 황당하더라고. 더 열받는 건 부장이 그 아이디어를 듣고 괜찮다고 했다는 거야." "뭐 그런 미친X이 다 있어! 그거 완전 아이디어 도용이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남자가 여자의 이야기에 몰입해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여자는 당시의 기억이 더욱 생생하게 떠올라 흥분하며 계속 이야기한다. "그래서 회의 끝나고 물어봤지. 왜 내 아이디어를 선배 생각인양 얘기했냐고. 그랬더니 뭐래는 줄 알아? '그게 왜 네 거니? 넌 별로라며 버린 거 아냐. 내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나도 원래 같은 생각을 했었어. 아이디어에 이름 써 있니?' 그러면서 오히려 내가 자기 아이디어를 훔치려 그랬다고 막 떠들잖아. 내가 열이 안 받게 생겼어."

장황한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남자는 자기 일처럼 더욱 흥분하며 호들갑을 떤다. "야, 진짜 나쁜X이네. 너 열받을 만하다. 나 같으면 그냥 받아버리지 가만 안 둔다. 그 여자한테 전화해서 당장 나오라고 해. 내가 따져줄 테니까. 네가 착해서 남한테 심한 말을 못하니까 바보같이 당하는 거야. 얼른 전화해. 오늘 모터쇼나 보러 갈까 했는데 다 필요 없어." "진정해, 자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게 흥분하지마. 원래 회사에서 인간성 나쁘기로 유명한 여자니까 내일 부장한테 얘기하든지 어쩌든지 할게. 자기는 흥분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에이, 모터쇼나 보러 가자! 이러고 있어 봐야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여자가 오히려 남자를 진정시키는 상황이 된다. 사실 남자가 아무리 흥분해봐야 해결되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여자는 남자의 반응에서 진심을 느낀다. 그 순간 우울하고 무겁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이처럼 진심으로 동감해주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는 어떤 언변보다도 중요한 덕목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이야말로 어떤 화려하고 유머러스한 말재주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미처 알지 못해 상처를 준 적은 없는가.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공감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어떤 상처나 아픈 마음도 진심어린 말 한마디에 치유될 수 있음을 잊지 마라.

Chapter 2 아는 사이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다. 찰떡같이 말해도 꿀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도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눈만 찡긋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뭘 바라는지 알 정도로 나와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입 아프게 떠들 필요도 없고 내 진심을 몰라준다고 곤혹스러워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쟤네 집 숟가락 개수도 다 알아." "나는 오늘 저 친구가 입은 속옷 색깔도 안다."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사이에서는 자신이 상대방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체로 들어맞는 편이긴 하지만 때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허물없이 가깝다고 생각해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언제나 먹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치부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상대는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데 이쪽에서 무심코 아는 척한다든지 조언을 하려 든다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너도 나와 같겠지'라는 생각은 친밀감을 넘어 어느 순간 교만이 될 수 있다. 다 아는 것 같아도 결코 알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순간의 불찰로 서로가 상처받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인정하는 여유와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중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함께 다닌 짧지 않은 인연으로 맺어진 A와 B가 있다. 둘 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A는 결혼을 미루고 꾸준히 그림을 그린 결과 화가가 되었고, B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결혼을 해서 아이 둘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학창 시절을 통틀어 가장 잘 알고 지내는 절친한 사이다. 각자 바쁘게 살면서도 연락이 끊긴 적이 없을 정도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한 뒤 공원을 산책했다. A가 B에게 대학 동창의 소식을 전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얘, 너 OO이 알지? 얼마 전에 만났거든.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걔가 네 안부 물어보더라." "그래? 뭐라고 대답했어?" "응, 애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밤낮으로 바쁘다고 했지." "그랬더니?" B가 어이없어하며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네가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지금쯤 꽤 잘나가는 화가가 됐을 거라는 거야. 재능이 아깝다나? 걔는 남의 속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안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남의 속을 모르다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날이 선 B의 반문에 A가 당황해 멈칫거렸다. "아니, 넌 학교 다닐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보다 집에서 살림하는 게 더 좋다고 했잖아. 지금 원하던 대로 살고 있고……." "그러니까, 너한테는 '재능이 아깝다'라는 그 말이 우스웠겠구나?" B가 A의 말을 자르며 쏘아붙였다. "그게 무슨 소리니? 누가 네 재능 가지고 뭐라고 했니? 그런 뜻 아니야. 넌 원래 그림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하는 소리지." "뭐라고? 누가 그림에 관심이 없는데 미대를 가니? 그리고 나라고 화가가 되고 싶지 않았겠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거지. 절대로 싫어서 그만둔 게 아니야. 너더러 못생겨서 나이 마흔에 시집도 못 가고 혼자 산다고 그러면 좋겠니?" "뭐, 내가 못생겼다고? 나 보면서 늘 그런 생각하고 있었니? 정말 너무한다. 얘, 우리가 20년째 친구고 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태껏 날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정말 어이없다!" "누가 할 소릴!" 두 사람은 침을 튀겨가며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돌아섰다.

어릴 때부터 허물없이 사귀어온 친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돈독한 우정을 키워가게 마련이다. 서로의 약점과 단점을 알고 이를 이해하고 덮어주면서 신뢰와 애정을 쌓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 형제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그렇다면 이 같은 관계에서는 사소한 비밀도 없을까. 아무런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도 숨김이 없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강박관념 및 욕구불만이 있게 마련이고 그로 인한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의미에서 정말 '다 아는' 사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일까.

위의 두 친구도 사귀어온 오랜 시간만큼 충분히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서 은연중에 감춰왔던 콤플렉스가 들추어지자 발끈하게 되었다. 결국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 문제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도 미뤄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려 유명화가로 자리 잡은 A가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더라면, 아니 자신이 정말로 B를 잘 안다는 자만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날 두 사람은 그렇게 다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A가 이런 식으로 재치 있게 대답했더라면 말이다. "응, OO가 네 안부를 묻길래 이렇게 말했지. 'B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에 열심이야. 아무래도 애기 아빠가 한창 사회 생활할 때라 자기가 그림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남편 내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봐. 그 선택에 후회 없이 잘 살고 있고.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아이들이 다 크면 다시 그림 시작할지도 몰라. 재능은 정말 타고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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