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5년
문준호 지음 | 아라크네
마법의 5년
문준호 지음
아라크네 / 2009년 10월 / 272쪽 / 12,000원
첫 번째 계단: 꿈의 시각화 법칙_ Self warming up stage 꿈을 미리 만져 보라
운명의 시간이다. 빙산에 충돌한 배는 얼마 후면 가라앉을 것이다. 아수라장 속에서 키를 잡고 배와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선장은 승객들을 구명보트로 안내한다. 배의 연주자들은 연주를 시작했다.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동안 누군가 외친다. 구명보트에 더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한 사람에 짐은 한 개만 허용된다고. 삶의 마지막 자락에서 결국 다 버리고 떠날 순간이 온 것이다. 시퍼렇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애지중지 아껴온 옷가방이 먼저 던져진다. 검은 바닷물결이 그것을 냉큼 받아 삼킨다.
내가 현재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과 함께 '비전과 자기계발'이라는 주제로 한국리더십센터의 강사님을 모시고 저녁 강의를 들을 때였다. 각자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종이 한 장에 한 가지씩 모두 열 개를 적었다. 인생에 소중한 것이 어찌 겨우 열 개만 있겠는가. 건강, 배움, 열정 등등 많은 것들 중에 열 개를 겨우 간추려 선택을 마쳤다. 그 순간 어두운 강의실의 화면이 느닷없이 비극적인 타이타닉의 침몰 장면으로 바뀌었다.
음악이 흘러나온다. 침대 속에서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 속 주인공 로즈와 잭의 모습도 보였다. 그때 강사의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구명보트를 타려면 지금 여러분들이 적은 인생의 소중한 것들 열 가지를 모두 가지고 탑승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선택해서 그 종이를 구기세요! 앞으로 던지세요!"
강단 앞으로 종이 뭉치들이 던져지고 검은 바닷물결에 휩쓸려가듯이 소중한 것 하나가 내 손을 떠나간다. 이내 덜 소중한 순서대로 종이가 하나씩 구겨져 던져졌다. 마침내 마지막 한 가지가 남았다. 바로 이것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눈물겹게 소중한 것을 겨우 발견한 그 순간 강의실에 불이 들어왔다. 다행이도 현실은 갑판 위가 아니었다. 덕분에 소중한 것들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구겨져서 던져진 소중한 것의 생생한 촉감을 손으로 느낄 수도 있었다. 바다 속에 모두 던질 수밖에 없는 절망감을 짧지만 강렬하게 간접 경험했던 그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생하게 만져 보고 느껴 보는 것은 좋은 교육이 된다. 실제로 꿈을 미리 만져 보고 느껴 보는 사람은 그것을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 이야기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어릴 적 박세리 선수가 대회에 참가하면 꼭 본부석으로 손잡고 데려가 챔피언 트로피를 만져 보도록 했다고 한다. 어린 박세리 선수가 망설이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리야, 어차피 그거 네 거야! 시합이 끝나면 어차피 네가 가질 거니까 괜찮아. 미리 한번 만져 봐!"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서 일단 한번 만져 보라니, 정말 탁월한 마인드가 아닐 수 없다. 갖고 싶다면 우선 만져 보라. 만약에 지금 만질 수 없는 것이라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미니홈피에 올려두고 더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라. 그러면 점점 더 그것이 자신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꿈을 미리 만져 보기 위하여 누구나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대신 간단한 수첩 다이어리를 활용하면 된다. 첫 페이지에 자신의 꿈을 사진으로 오려 붙이는 것만으로도 멋진 경험과 약속이 된다. 만져보는 경험에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꿈을 미리 만져보는 경험, 그 경험 자체에서 누가 얼마나 더 생생한 느낌을 갖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5년이라는 시간적 단위를 하나의 계단처럼 생각하고 걸어왔다. 5년이라는 시간은 무척 긴 시간이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도 2년만 못 보다가 다시 만나면 잘나가는 사람, 안 풀리는 사람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2년이 그 정도의 시간인데 적어도 5년이면 한 사람의 취향과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도 남을 시간이다.
별을 바라보는 마인드의 방향
학창시절에 친숙하게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대학 진학의 꿈을 안고 경쟁해야 했던 그 시절, 나중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하는 호기심과 고민을 엽서에 담아 보냈던 기억도 아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학교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보았던 그때의 별들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시간은 참 많이 흘렀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 시절의 영향 탓일까? '마인드 방향'에 대해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별'이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 별이 주는 의미, 그리고 별빛이 밝혀 주는 목적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은 누구에게나 같은 별 그대로이지만 그 별을 바라보는 '마인드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길을 걷고 있는 이에게 북극성은 인생의 나침반이나 다름없다. 만약 북극성이 없다면 길의 흔적도 따로 없는 모래바람 속에서 어찌 무사히 사막을 건널 수 있겠는가. 또 사는 것이 힘들고 우울해서 창밖을 바라보던 어떤 이에게 빛나던 별은 따뜻한 위로와 안식이었을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인류의 미술사를 빛낸 아름다운 역작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정작 빈센트 반 고흐는 사는 동안에 궁핍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비운의 화가이다. 그는 평생을 동생인 테오가 매달 어렵게 마련해 준 생활비로 그림만 그리며 살았다. 정신적인 혼돈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그림을 그렸지만 그는 그래도 창문을 통해 별을 바라보았다. 별을 꿈꾸고 바라보았기에 그는 자신의 역작 <별이 빛나는 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와 겸손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은 인생을 전혀 다른 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 밤하늘에는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별들이 있지만 별은 홀로 빛나지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온 다른 무언가로부터 빛을 받아서 빛나는 것이다.
직장 생활 초기부터 향후 조직에서 밝게 빛나는 스타가 될 소질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결코 뛰어난 학벌이나 언변으로 주목을 끌던 소위 잘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한 분명한 목표 이미지를 가슴에 품고 현재의 난관이나 현실적인 한계들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배우려는 학습 의지가 강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겸손해서 낮은 연차임에도 직장 내에서 동료들에게 높은 신뢰 지수를 이끌어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평직원 시절부터 조직 내에서 이런 스타의 소질을 발휘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기회가 주어지게 마련이다. 주어진 한계를 탓하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긍정적 사고의 소유자는 어느 조직에서도 환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런 유쾌한 마인드의 소유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 희망이 생기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무엇이건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항상 힘들지만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듯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난관을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와 자세에 달려 있다. 비슷한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그 반응과 행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자신이 취하는 의사결정 방식과 생활을 지배하는 관성의 법칙이 결국 자신의 인생이 된다. 불리한 환경 '덕분에' 더 노력해서 끝내 이겨내는 사람도 있고, 불리한 환경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 사고는 결국 자기 확신과 꿈의 성취에 대한 생생한 믿음에서 나온다. 인생이라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기적이란 없다. 그것은 경이로운 꿈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이 놀라운 결과에 보내는 최대의 찬사일 뿐이다.
두 번째 계단: 이겨 놓고 승부하는 법칙_ Self motivation stage
이겨 놓고 싸우자
전략이란 단어는 원래 군사 용어에서 출발하였다. 군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단어이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회사나 조직의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경쟁력이 바로 비전과 전략이다. 비전이 가슴 떨리도록 다가가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라면, 전략은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달성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분야의 일에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존재하기에, 그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전략이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작고 일상적인 것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적인 마인드를 삶의 전체 분야에 치밀하게 활용하여 보다 의미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목표들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목표한 성과들을 달성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 성공자의 길을 가는 사람일 것이다.
예전에 영업 부문에 근무하던 시절에 『손자병법』이 필독서가 되어 부서 전체에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치열하게 대정부 사업 주도권을 놓고 경쟁사와 다투던 시절이라 영업 담당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략적인 선택이 무엇보다 절실했고 중요한 때였다. 『손자병법』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구절이다. 현대 경영학적 관점에서도 SWOT 분석과 상당한 유사성이 보이는 내용이다.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전문가를 활용하여 나의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만들어내고 기회 요소와 위협 요소를 파악하여 적절한 실행 안을 선택한다는 것은 옛날의 장수나 현대의 마케팅 담당자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불변의 선택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시 영업 부문 멤버들에게 큰 공감과 깨우침을 준 구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내용에 담긴 깊은 통찰이다. 싸우지 않고 승리를 얻는 방법,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값지고 멋진 승리이다. 그러한 차원을 이해하게 되면 전략적 사고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오늘 아침 고객사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A라는 최고의 경쟁 회사도 P라는 사업에 입찰하기 위해 준비한다는 소식이 파악되었다. 내가 소속된 회사에도 P사업은 정말 중요하다. 꼭 사업권을 따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때 대개는 몇 가지의 상황 속에 처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판단하기에 가장 승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되는 상황은 몇 번인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디에 속하고 싶은가?
<1번 맨땅에 헤딩하는 유형: 지금부터 싸울 준비를 하는 상황>
P사업 참여 신청을 받았고 별다른 준비나 사전 작업 없이 입찰 과정에 참가한다.
<2번 막연한 가능성으로 최선을 다하는 유형: 가급적 강점을 살려 싸워 보자>
과거 유사한 분야에서 사업 수행의 경험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입찰 과정에 참가하고자 한다.
<3번 이겨 놓고 싸우는 유형: 이기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이제 싸우자>
P사업 입찰에서 고객의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기술적 요소이건 가격적 요소이건 그 '선택의 기준'에 집중하여 입찰을 준비해 왔다. 현재 그 기준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고 이미 우월한 상황을 점하고 있다.
<4번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유형: 싸움의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승리가 확실하다>
입찰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바로 우리 회사의 최고 강점이다. 아마도 A라는 최고의 경쟁사는 이번 입찰에 쉽게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모르는 준비되지 않은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것 같다.
물론 당신과 당신의 회사가 4번에 해당하는 경우가 가장 승리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특히 금번 P사업 입찰 상황에서는 이미 우리 회사가 진정한 강자의 위치를 실효적으로 점하고 있다. 최고의 경쟁사인 A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력과 비용의 손실이 적지 않게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는 경우, 돌연 입찰을 포기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즉 당신이 4번 상황이라면 축하한다. 승리로 가는 당신의 준비 과정이 행복할 것이다. 굳이 A라는 힘든 경쟁사와 싸우지 않고도 능히 이길 수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 싸움의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당신의 회사는 이미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최고의 강자이다. 그런데 경험상 돌이켜 보면 입찰에 참가하는 회사들 중 많은 경우가 1번과 2번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자신들이 금번 사업에 강점이 있는지 없는지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습관이라는 관성으로 입찰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승부가 판가름 나고 이기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면 아마도 곧장 회사로 돌아가서 승부에 질 수밖에 없었던 패배의 이유들을 나열하고 보고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패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에서 경기를 마치고 구차하게 패배의 변을 찾던 이탈리아 팀에 짧게 영어 한 문장을 남겼다. 그것은 '패자의 일반적인 반응이다(It's loser's normal reaction!)'라고. 그들이 회사로 돌아가 얼마나 많은 이유와 변명을 보고하는지 사실 상관없다. 아마 그런 마무리가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 다음 기회를 엿보기 위해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할 필수적인 과정일지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것은 패배한 이유보다는 '승리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리'를 깨닫는 것이 회사의 최고 경영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회사의 담당자들이 4번의 상황과 유형을 원하고 꿈꾸지만 현실에서 4번의 상황은 그리 흔하지 않다. 설사 회사에 그런 상황의 사업이 있더라도 내부적으로 당신보다 더 영향력 있고 발빠른 경쟁자가 맡아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급적 3번의 이겨 놓고 싸우는 상황에서 승부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겨 놓고 싸우는 유형'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혁신하는 것이다. "이겨놓고 싸우자!" 이 슬로건은 당시 치열하게 고민했던 우리 부문의 멤버들에겐 마치 깃발처럼 아직도 마음속에 펄럭이며 살아 있다.
세 번째 계단: 절실함의 법칙_ Self upgrade stage
절실함의 법칙
흔히들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어떤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새로운 기회 역시도 절실하게 준비한 자들의 것이다.
1998년도 그해 봄은 마치 새로운 열망의 시대처럼 하루하루가 분주했다. 겨울 내내 IMF 관리 체제라는 새로운 환경 앞에서 기존의 모든 것들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평생직장이라고 여겼던 은행조차도 감원을 피하지 못했고 대마불사라고 여겼던 대기업마저 부도를 냈다. 라디오에서 어느 개그맨이 익살스럽게 그 시절 직장인들의 모습을 '살아 있는 화석'에 비유하기도 했다. 꼼짝 않고 숨만 쉬고 있다는 것이다.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꼼짝 않고 있는 것이 마치 '살아 있는 화석'과 같다는 슬픈 얘기였다. 하지만 당시는 회사에서 출근해서 숨 쉴 수 있는 것만도 행복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사회 전체가 혼란하고 어수선한 시절에 새로운 비전을 찾아 외국계 IT 업체로 이직을 꿈꾸는 것 자체가 조금은 사치스럽게 여겨졌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만난 주위 사람으로부터 HP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HP 소프트웨어 솔루션 팀의 경력직 채용 공고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장 확인을 해보니 거짓말처럼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서류 접수 마감일이 어제로 이미 종료된 상황이었다. 갈증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사막에서 어렵게 발견한 오아시스가 마치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도저히 그대로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가 없었다. 지난 가을부터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모한 도전을 꿈꾸며 방황했었다. MBA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으로 출발해 외국계 IT 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결론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었다. 세 차례의 정규 토익 시험을 통해 925점이라는 결과도 손에 쥐었고 영문 이력서 작성법 책을 구입하여 필요한 서류까지 모두 준비된 상태였다. 그런데 불과 단 하루 차이로 서류 접수조차 못하고 이대로 뜻을 접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