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리들
김성재, 구본준 지음 | 이팝나무
한국의 대리들
김성재, 구본준 지음
이팝나무 / 2009년 2월 / 268쪽 / 12,000원
1장 대한민국 대리, 그들은 누구인가?
대리는 조직의 팔과 다리기업에서 과장-차장급이 조직의 허리요 부장 이상 임원급이 조직의 머리라고 한다면, 신속하고 활발하게 현장을 누비는 대리들의 역할은 그야말로 손과 발, 팔과 다리에 해당한다. 기업 내외부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 앞서가기 위해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는 대리들의 역량과 이런 역량을 기업이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그들을 단순히 조직의 하부 직원, 시키면 일하는 종업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조직에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을 조직에 붙잡아 놓을 수 있는지, 조직 내에서 그들의 꿈과 비전은 무엇인지 읽어내야 한다.
대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아래 신입사원이나 평사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선배 대리의 업무수행 능력이 직장생활의 잣대가 되기도 하고, 미래 직장생활의 거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대리의 가치와 진면목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바로 대리들 자신이다. 그들은 조직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끌고 가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오히려 자기 자신과 업무에 함몰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미래를 어떤 식으로 디자인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변화에는 항상 자극이 앞서는데, 자극은 여러 곳에서 오지만, 특히 중요한 자극은 바로 '나와 같은 다른 직장의 대리들'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은 때로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출발점과 지향점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대리가 되나대리 승진의 과정은 업종이나 회사별로 조금씩 다르다. 요즘 대기업들은 대부분 입사 3~4년차에게 특별한 시험 없이 간단한 면접과 그동안의 사내 고과점수로 승진을 결정하기도 하고, 기업에 따라 해당 부서 업무와 관련된 20~30쪽 분량의 리포트 제출을 요구하기도 하며, 1~2페이지 정도의 포부, 계획서를 받아 심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또 특수한 직종에서는 필기시험을 보기도 한다. 서로 다른 업무를 보고 있는 각 부서, 각 팀, 각 계열사의 대리들에게 적용할 일률적인 기준이 없으므로, 대부분 필기시험보다는 업무 관련 리포트나 면접, 고과점수로 대리 진급을 결정하곤 한다.
그렇다면 새내기 직장인이 대리에 오르기까지 대개 몇 년이나 걸릴까? 그 연한 또한 업종마다 조금씩 다르다. 필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리들의 실상을 보다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대리급 회사원 15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결과를 보면 대리들 중 가장 많은 86%가 입사한 지 3~5년차에 '대리 완장'을 찬 것으로 나타났고, 나이는 대개 30대 초반(69%)이었고, 20대는 22%, 최고령 층에 해당하는 34세 이상은 9%였다.
대리들의 연봉직장인들에게 월급은 기쁨인 동시에 그들의 존재의 근거요 한계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대리들이 받는 급여(연봉)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자세히, 또 정확하게 알려주는 통계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근로자들의 임금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년 직장인들의 급여(월급여와 연봉) 수준으로 표본 설문조사해서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경총이 2008년 종업원 100명이 넘는 기업 1,15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같은 해 연말 발표한 '임금조정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대리급(연봉제 미실시 기업)의 초임은 282만 7천 원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상여금과 수당 등을 포함한 금액이어서 1년으로 환산하면 3,392만 원 정도다. 이는 '종업원 100명 미만'의 영세한 기업을 제외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리급 직원의 연봉 수준을 가늠케 한다.
한편 경총 조사에 나타난 연봉수준을 이번엔 업종별로 비교해보았더니, 가장 높은 업종은 금융업으로, 은행ㆍ보험 등 금융업에 종사하는 대리급 초임이 월 402만 8천 원이었고, 운수창고 및 통신업이 284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건설업은 280만 원, 제조업 279만 원, 도매 및 소매업이 260만 원 수준이었다. 이번엔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자. 100~299명 정도가 근무하는 비교적 작은 기업의 대리 초임은 262만 원인 반면, 직원 1,000명 이상의 경우 319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도 차이가 났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대리급 초임은 304만 6천 원, 연봉은 3,655만 원이어서, 연봉제를 실시하지 않는 기업의 초임(282만 7천 원) 및 연봉(3,392만 원)보다 초임 기준으로 21만 9천 원, 연간 기준으로 263만 원이 많았다.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대리들의 평균연봉은 3,000만 원에서 3,500만 원 사이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고, 그 차이는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리들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행에 다니는 최 (36세) 대리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영업점의 창구에서 근무하던 얼마 전 어디서 잘못됐는지 수백만 원의 돈이 빈 것이다. 여러 번 다시 계산하고 돈을 맞춰 봐도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사라진 돈을 물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최 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평사원 시절, 한두 번 실수로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행원이었기 때문에 손실액의 절반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다른 쪽에서'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리가 된 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젠 실수건 뭐건, 사고가 나면 돈을 전부 제가 물어줘야 합니다."
은행원 최 대리의 경우에서 보듯이, '대리'라는 직위는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 반면에 자율적 권한 측면에서는 좀 답답한 편이다. 왜냐하면 대리는 과장-차장-부장(팀장)처럼 자기 일을 어느 정도까지 독자적으로 판단해 기획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책임을 지는 위치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말단 평사원처럼 누가 시키는 대로만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업무의 큰 방향이나 전체적인 추진방식을 결정하는 수준의 자율성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리 시절은 그가 얻은 자율성과 책임만큼 업무성과에 대해서도 냉혹한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대리에게 중요한 것이 있는데, 윗사람에게 잘못 보이면 곧바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부서로 쫓겨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세술에 약한 사람은 대리 시절부터는 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동기나 낯익은 선후배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 어깨에 힘이 빠질 뿐 아니라 슬슬 불안해지기도 하고, 이런 생각에 빠져들면 직장생활이 매사 불만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점점 자기 실력이나 커리어를 돌아보고 정리하게 된다. '평소 영어공부라도 열심히 해놓을 것을……,'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 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며 본격적인 이직 준비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꿈을 찾아 떠나는 대리들직장에 대한 불만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더해지면 결국 '반역'이 시작된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직장생활 잘하다 사표를 던지고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취미로나 즐길 영화나 연극에 끌려 생뚱맞게 무대로 향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대리들이 돌고 돈다.
대리들의 이직이 이렇게 잦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55명 대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다니는 직장에 만족하는가'란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66%였고, 나머지 34%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회사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답변도 대리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155명 가운데 36%가 '급여가 낮은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지만, '비전이 없다'란 응답도 31%나 나왔다. 비슷한 질문을 뒤집어 물었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리들의 절반 이상이 '자아실현'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대답으로 급여(17%), 인간관계(13%), 근무환경(11%) 등이 있었다. 즉 연봉 같은 근무조건도 중요하겠지만, 자기 꿈이 실현되지 못하리라는 불만이 커지면 결국 전직과 이직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직ㆍ전직을 감행하면서까지 대리들이 찾으려는 '꿈'은 도대체 무엇일까? '자신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를 어느 정도 설명해줄 것 같은데, 43%가 '창업을 통해 기업경영인이나 소상공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9%는 '다른 기업의 CEO'가 되겠다고 답했고, 7%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CEO'를 희망했다. 결국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가장 많았는데, 다시 말하면 아무리 이름난 직장에 다녀도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없는 곳이라면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2장 직장에서 핵심인재로 인정받기
인정받는 대리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대리는 많아도 '인정받는 대리'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인정받는 대리에게는 뭔가 남다른 점이 있다. 평사원 시절이 상사나 간부들에게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시기였다면, 대리는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온전히 발휘해야 하는 때라 할 수 있다. 기본만 잘해서는, 남들 하는 만큼만 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인정받을 수 없다.
여러 업종 가운데서도 승진 연한이 가장 길다는 은행, 그중 한 국책은행의 인사담당 간부직원이 대리들에게 던지는 다음의 충고를 참고하라. "과거에 늘 해왔던 방식, 남들도 다 하는 익숙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려 해서는 능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라. 그리고 이 고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업무방식을 개선ㆍ발전시키려 노력하는 대리가 결국 임원에 오르고, 최고경영자 자리에도 오를 수 있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처세의 기술자기 일과 역할, 임무가 생기고, 상하관계 속에서 자기만의 지분과 공간이 생기면 그때부터 대리에게도 '처세의 기술'이 필요해지는데, 기업에서 처세술이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하 또는 동료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풀어나갈지, 위기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고 무리 없이 돌파해나갈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기술이다. 적절한 처세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지만, 대리 시절의 연륜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리들에게 가장 좋은 처세 테크닉은 무엇일까? 바로 '눈치'다. 눈치란 가까운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합리적 상황판단 능력, 빠르고 정확한 감각 또는 센스다. "업무 수행에는 좀 서툴러도 센스 있는 대리가 더 눈에 들어온다"는 지적은 과장급 이상 고참 회사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절대 '오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상사에게 아부하고 무리하게 충성심을 보인다든지, 또 지나치게 눈치를 보다가는 약삭빠른 직원으로 오해받는다.
한편 대리가 다른 대리를 봤을 때 '이런 것은 좀 고쳤으면 하는 것'도 있다. 특히 자기가 할 수 있는데도 신입사원, 후배사원을 불러 그들이 바쁘든 말든 심부름시키는 모습을 꼽는 이들이 많은데,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대리다운 모습이고 대리다운 처신이다. 그리고 인정받는 대리로 살아남는 데 타격을 주는 요소가 또 있다. 바로 게으름이다. 상사들은 늘 새로 데려올 부하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팀장급끼리 교환하는 정보 가운데 핵심이 바로 팀원들에 대한 평판과 능력평가인데, 그들의 눈에 촬영된 대리들의 게으름은 회식자리에서, 회의석상에서, 또는 간부나 다른 사원들의 은밀한 대화 자리에서 생생하게 재생(replay)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인맥 관리도 능력이다한국사회에서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인맥에 의한 조직 관리는 어쩌면 앞으로도 한동안 사라지기 어려운 문화인지 모른다. 심지어 직장생활을 오래 경험한 이들 가운데는 '인맥을 통한 인력 운용만큼 확실하고 효율적인 게 없다'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사내외 인맥 관리를 위해 퇴근 후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스킨십'에 골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맥이 반드시 혈연이나 학연, 지연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 직장 내에서 만난 상사, 동기, 후배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한 인맥 관리 방식이다.
회사에서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49%가 '인맥과 학벌'이라고 답한 반면, '실무능력'이란 답은 38.7%에 그쳤다. 인맥의 중요성과 관리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가능한 선에서 충분히 활용하는 게 좋다는 사실이다. 다만 남용하거나 악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인맥 관리는 사내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다. 사외 인맥 관리는 기본적으로 업무 수행에 도움을 주지만, 개인의 미래 설계에도 대단히 중요하다.
꾸준한 자기계발이 생존의 열쇠대리들에게는 유난히 시험이 많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영어실력, 자격증 취득까지 신경 써야 하니, 대리 시절 4년은 그야말로 녹록치 않은 시간이다. 대리급 155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주일(7일 기준)에 9시간 이상, 즉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을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답이 10%에 달했다. 어학 공부를 하든, 업무 관련 학습을 하든, 책을 읽든, 또는 인맥 관리를 하든, 자신을 위해 매일 한 시간씩 투자하는 대리에게는 미래가 있다.
반면 일주일에 한 시간도 시간을 내지 않는 그룹도 11%로 나타났다. 자기계발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다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실력차는 자꾸만 벌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신입사원부터 대리에 이르기까지 실력을 쌓아놓지 않으면, 그후에도 자기계발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는 전문적 능력뿐 아니라 '존경받는' 임원 또는 최고경영자가 업계와 사회에서 인정받고 오래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인데, 지금 한국의 대리들이 바로 그 미래의 주인공들이다. 따라서 나에게 어떤 방식의, 어떤 종목의 자기계발이 가장 시급한지 생각해보고, 자기만의 '버전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대리, 어떻게 평가받는가인사 담당자들은 대리들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까? 기업의 인사평가는 대부분 두 가지 방식, '업적평가'와 '역량평가'라는 틀로 직원들을 평가한다. 쉽게 말하면 '역량평가'는 '사람평가'이고, '업적평가'는 '일평가'이다.
업적평가는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다. 대리급들은 신입사원 때의 부담 없던 처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이 거둔 성과를 평가받게 되는데, 대리들을 대상으로 한 업적평가의 기본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평가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팀장들인데, 평가자 입장에서 볼 때 대리급들의 평가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능력이 현저하게 다른 과장급들과는 달리 그 차이를 명쾌하게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그동안 대리급을 평가할 때 능력보다는 태도를 보는 경향이 강했고, 조직에서 발 빠르게 행동하는 영리한 사원 스타일을 선호해왔다.
그렇다면 '역량평가' 또는 '능력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역량평가 항목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보통 기반역량(조직공통 역량)과 직무역량 등으로 항목을 나눈다. 기반역량은 소속회사들이 내세우는 경영이념과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평가하게 되는데, 보통 열정, 팀워크, 혁신지향성, 창의성, 봉사성 등 기업이 중시하는 덕목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직무역량은 맡은 업무에 관한 역량을 평가하는데, 인사면 인사, 기획이면 기획 등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덕목별로 점수를 매기게 된다. 또한 역량평가에서는 '발전에 대한 본인의 성취욕'도 주요 항목인데, 대리급 정도 되면 회사의 중요한 일을 하겠다는 도전의지를 갖추고, 이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반역량과 전문성, 성취욕은 보통 대리급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보는 3가지로, 배점이 거의 동일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