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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빈자리로 온다

송진구, 장순욱 지음 | 책이있는마을
행복은 빈자리로 온다

송진구, 장순욱 지음

책이있는마을 / 2009년 7월 / 232쪽 / 11,000원



마흔에 버려야 하는 6가지 이유



마법의 봉투


한 집안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강한돌 씨는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4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여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은 다음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아내가 즐겨 보는 드라마를 반쯤은 졸아가며 보다가 잠자리에 들곤 한다. 한돌 씨는 네 가족의 삶에 기둥 노릇을 하는 평범한 일상 외에 다른 것을 꿈꾸어 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는 가정을 꾸릴 최소한의 준비를 하느라, 그 뒤로는 눈만 뜨면 정신없이 일하고 또 일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초등학생 딸아이와 중학생 아들이 학교를 마칠 때까지 적어도 10여 년은 더 숨 가쁘게 달려야 한다. 특별한 불만은 없다. 모든 가장들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욕망일랑 묻어둘 각오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번번이 위기는 닥쳐온다. 먹고 자고 입고 배우는 것만으로 잘 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세상, 평범함이 오히려 별쭝스러운 것만도 못하게 되어버린 세상이 한돌 씨의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그날도 한돌 씨는 여느 날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을 되풀이하던 중이었다. 퇴근 후 습관처럼 회사 뒤뜰에 들러 담배 두어 대를 연거푸 피운다. 금연 빌딩으로 무장한 직장을 향해 보란 듯이 독성 연기를 날리지만 거대한 건물은 예의 그 묵직함으로 그를 압도할 뿐이다. 한돌 씨는 터덜터덜 걸어 전철역으로 향했다. 문득 멈춰 선 그는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다는 듯 가판대로 가서 로또 복권 한 장을 집어 들었다. 매번 휴지 조각을 만들면서도 거르고 지나가면 왠지 허전하다. 전철이 목적지에 도착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 환승 주차장에 세워놓은 12년지기 애마에 올라탔다. 역세권을 벗어나 20분쯤 달려 작은 연립주택 단지 안에 한돌 씨의 차가 들어섰다. 저녁 식사 후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한 방송사의 뉴스에 시선을 멈췄다. 우리나라의 40대 남성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내용이었다. 얼핏 지나간 화면의 주인공이 마치 자신을 연상시키는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순간, 식곤증으로 나른해졌던 정신이 퍼뜩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20여 년을 몸 바친 직장에서 해직된 걸 비관해 자살했다는 남자의 비애가 가슴에 전해졌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 은지가 다가오며 뾰로통한 목소리로 선언을 한다. "버려요. 아빠 뱃속에 든 동생은 싫어요." 숨을 크게 들이쉬어도 들어가지 않는 자신의 배를 보며 머쓱해진 한돌 씨가 딸에게 물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버리지?" 질문을 해놓고는 금세 후회를 했다. 대답이야 뻔하니까. 그런데, 눈을 또록또록 굴리며 곰곰이 궁리하던 딸아이가 생각났다는 듯 방으로 달려가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찾아왔다. "여기에 버려요. 마법의 봉투야. 큰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버릴 수 있어요. 아빠는 너무 무거워. 그렇게 무거운 걸 가지고 다니니까 힘들고 피곤하지." 한돌 씨는 물끄러미 딸아이가 내미는 봉투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봉투를 내밀며 그 힘을 믿어보라는 아이의 진지함은 한돌 씨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그래, 은지 말대로 할게. 저기 현관에 걸어두렴. 매일 그 마법의 봉투에 무거운 것들을 하나씩 버릴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은지가 베란다로 달려가더니 담뱃갑과 라이터를 들고 오자 한돌 씨는 그것을 받아 우악스럽게 구긴 다음 봉투에 던져 넣었다. 지켜보던 아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구길 것까지는 없잖아요. 어차피 작심삼일일 텐데…"한돌 씨가 발끈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번엔 아니야. 마법의 봉투에 버렸잖아. 한번 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 그렇지 은지야?"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돌 씨는 차일피일 미루던 금연을 시작했다. 마법의 봉투에 버린 첫 번째는 담뱃갑과 라이터, 흡연에 대한 미련이었다. 버리기 시작한 날부터, 딸아이는 퇴근하는 아빠를 맞이하며 그날 버린 것을 확인하고 그동안 어느 만큼을 버렸는지 알려주었다. 신기하게도 장난처럼 시작한 '버리기 놀이'는 점차 한돌 씨를 사로잡았다. 그는 매일 현관을 들어서면서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을 미련 없이 버리고 있었다. 마법의 봉투로 한돌 씨의 삶은 무게를 덜어가기 시작했다.

버린 것은 다시 줍지 않는다

집 현관에 들어서며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쳐드는 욕망을 봉투에 버리길 일주일, 서서히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의 인내는 자유를 주었다. 금연 빌딩이 괴물처럼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쾌적하고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어 해롭지 않아서 좋았다. 고작 한 가지를 버린 것뿐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가벼움이 온몸을 감쌌다. 나른하던 피로감도 줄고, 자주 부어오르던 목의 통증도 가셨다. 한돌 씨는 담뱃값으로 썼던 자투리 용돈을 빈 통에 모으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돼지 저금통을 채우며 느꼈던 기대와 설렘 같은 것은 없었지만 목적은 같았다. 푼돈을 모아 평소 가지고 싶었던 것을 장만하는 뿌듯함을 즐기려는 생각이었다.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한돌 씨에게 새삼 행복으로 다가왔다. 악습관 하나를 버리고서 얻은 것치고는 괜찮은 수확이었다. "아빠, 그런데 그 아이는 언제 버리실 거예요? 점점 불룩해지고 있어요." 한돌 씨의 의지에 응원을 아끼지 않던 딸아이가 이번에는 진짜 무거운 한 가지를 버리라고 졸랐다. 금연 후 뱃살이 더 찐 건 사실이었다. 한 가지 습관을 버리자 다른 습관이 생겨난 것이다. 심심해진 손과 입은 수시로 자판기 음료와 군것질로 뻗어갔다. 출근 전, 아침 밥상을 벗어나며 한돌 씨가 선언했다. "좋아! 오늘부터 이 아이도 버리겠어." "글쎄, 결과가 기대되네." 아내가 비판적인 투로 거들었다. 그 말에 반발이라도 하듯 한돌 씨는 보란 듯이 자동차 키를 아내에게 넘겨주었다. "자, 12년 동안 내 발이 되어주었던 애마와도 작별이다. 이제부터는 당신 거니까 맘대로 해.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서 다닐 거야." "정말 맘대로 해요? 나중에 딴말하는 거 아니죠? 마법의 봉투에 버린 건 돌이킬 수 없다는 거 잊지 않았……." 끝없이 이어지는 아내의 확인 절차가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현관을 나온 다음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렸다.

한돌 씨는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응원을 요청했다. "오늘부터 자판기 커피와 음료는 사양해요. 내가 예전처럼 점심시간이나 회식 자리에서 식탐을 내거든 누가 나 좀 말려줘요. 경제를 생각하고 여러분의 시각적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이 아이 하나를 버리기로 했거든." 한돌 씨는 불룩한 배를 탁탁 두드려보였다. "팀장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지금 금연 중이시잖아요. 한꺼번에 두 가지는 힘드실 텐데……." "저, 팀장님. '의지가 굳은 자는 외로움을 친구 삼는다.'고 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굳은 의지로 이겨내십시오. 아자!" 어쨌든 한돌 씨의 두 번째 비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문제는 과잉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음식물이 체내로 들어오면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이 같은 반응에도 계속해서 영양을 과잉 공급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결국 세포는 스스로 방어하기를 포기한다. 균형이 깨진 몸은 영양을 무한정 받아들이게 되고 과잉된 세포는 세균이 침투해도 막아낼 능력을 상실하여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한돌 씨는 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졌다.한돌 씨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생각이 빼곡하다. 대부분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이다. 많은 것에 부족함을 호소하며 그것을 채우려고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비용을 충당하기에도 생활이 버거워 다른 것은 엄두도 못 낸다. 한돌 씨가 가진 무거움은 조급함에서 기인했다.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전셋집과 차, 건강한 아이들과 네 식구를 굶기지는 않을 직장이 있다. '그런데 왜, 늘 등 뒤에서 뭔가 밀어대는 것 같은 조급함에 시달리는 걸까?' 버리기를 결심하고 하나 둘씩 짐을 내려놓기 시작한 어느 날, 한돌 씨는 드디어 자신을 몰아댄 범인을 찾았다. 바로 '과잉의 시대'였다.

과잉의 시대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의 세상은 모든 게 지나쳐서 문제다. 먹을거리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상당수가 과잉 섭취에 따른 비만으로 고혈압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린다. 21세기의 총아로 불리는 정보 통신도 마찬가지다. 주요 사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되고,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기사들이 셀 수 없이 쏟아진다. 심지어 정보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모든 뉴스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잉은, 중년에게 무더운 여름철에 두꺼운 외투를 입히는 것과 같아서 어깨가 처지고 갑갑함을 견디기 어렵다. 외투를 벗으면 해결되지만 현대인은 다른 해답을 찾아 나선다. 에어컨을 켜는 것이다. 무조건 문명의 이기만을 찾는 이 같은 현상은, 비만으로 생긴 고혈압과 당뇨 해결을 위해 한 움큼 알약을 털어 넣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에어컨은 궁극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단순한 해결법은 불필요한 옷을 벗는 길이다. 특히, 중년에는 많은 걸 벗어버려야 과잉의 시대가 주는 부작용에서 해방될 수 있다.

중년에 버리는 일은 기쁨이다 사실, 내려놓음은 쉽지 않다. 원래 가진 게 없음에 불안해하고 더 많이 가지지 못했음을 초조해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에 괴로워하며 한편으로는 가진 게 없다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중년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세대로의 이행 때문이라도, 컴퓨터 등 정보 기술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잊어버린 과거의 지식을 다시 채워야 하고, 회사에서 쫓겨날 때를 대비해 평생 먹고살 만한 전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이 모든 걸 버틸 만한 힘이 남았는가의 문제다. 예전과 다르게 힘이 죽죽 빠지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충고는 고통을 가중시키는 독설일 뿐이다. 버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된다. 무게가 주던 고통이 사라지면, 가벼워지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새싹이 돋는 즐거움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손에 잡히는 것 빼내기



삶을 무겁게 하는 몇 가지 애착


한돌 씨의 아내는 재빠르게 버려진 장애물을 치워 없앴다. 12년 지기 애마를 팔아 치우고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시원해 했으나 한돌 씨는 허전하고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초소형 자동차가 새 식구로 들어왔다. 주차의 편리함과 적은 유지비에 침이 마르도록 감탄하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빠른 기동력이 생겼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돌 씨는 애써 섭섭함을 털어내고 대신 엉뚱한 데 열의를 올렸다. 자투리 용돈 모으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매주 휴지 조각이 되는 복권 사기도 그만두었다. 주머니의 몽상보다 현실감 있는 저금통이 확실히 믿음직스러웠다.항상 굳게 입을 다문 채 집안일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동현이가 어느 날 저녁 슬그머니 주머니를 털어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아버지인 줄만 알았던 한돌 씨는 흐뭇한 마음에 모처럼 아들 곁에 다가섰다. "어쩐지 저금통이 부쩍부쩍 차오르더라. 우리 아들이 가세한 줄은 몰랐네. 갖고 싶은 것은 정했니?" 동현이는 모처럼 진지하게 대답했다. "전문가용 카메라요. 새것은 비싸니까 중고로 사주세요. 제가 인터넷으로 싸고 성능이 좋은 것을 찾아보고 있어요." 한돌 씨는 아들의 말을 들으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한돌 씨는 동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주었다. "그래, 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게 될 거야." 아들은 모처럼 아빠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낯설어하는 기색이 스쳤지만 무심하기만 하던 예전의 눈빛이 아니었다. 한돌 씨는 문득 무관심이 아들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아들의 눈에 비쳤을 아버지의 모습이 어땠을지 가늠해보았다.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행복은 빈자리로 온다

봄이 가까워졌다고 주말 내내 한돌 씨의 집에서는 대청소가 벌어졌다. 모처럼의 늦잠을 포기하고 쓰레기 배출을 담당해야 했었다. 한바탕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치워버리고 나니 집안이 한결 쾌적해졌다. 늦잠을 못 잔 건 아쉬웠지만 청소가 끝나니 한돌 씨의 기분도 한바탕 환기가 된 것 같았다. 그는 내친김에 월요일에 출근하면 책상 정리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월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난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마음먹었던 책상 정리를 시작했다. 책상 서랍을 비워내고 다음엔 책꽂이에 꽂힌 자료와 책, 서류를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옷 주머니를 털어낸 뒤 지갑까지 정리했다. 항상 불룩한 지갑 속에는 누구에게서 받은 건지도 모르는 명함들도 많았고, 쓰지 않는 신용카드도 많아 잘라내고 버리고 하니 지갑이 날렵해졌다. 정리를 끝낸 그는 말끔하게 정돈된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갑 오랜 시간 정리하지 않은 지갑에는 3년 전에 이용하던 은행의 현금카드, 2년 전에 사용한 신용카드 명세서 등이 나오기도 한다. 또 며칠 전 모임에 참석했다가 받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명함도 있다. 이렇게 불필요한 걸 모두 버리고 나면 부피가 반으로 줄고 무게도 가벼워진다. 무언가를 버렸다는 것이, 내 주변에 아직도 버릴 게 많다는 것이 기쁨을 준다.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일으킬 변화를 바란다면, 호주머니 속을 가볍게 하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보자. 불필요함을 걷어내면 주머니를 늘어뜨리는 무게에 숙였던 고개를 들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힘차게 전진할 수 있다.

뱃살 오랜 직장 생활과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문제 등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몸에 살을 붙인다. 단숨에 뱃살을 없앨 수는 없다. 우선 3~5킬로그램 정도 감량을 목표로 하자. 꽉 죄는 웃옷의 단추 하나를 푸는 것만으로도 갑갑함이 해소되듯, 조금의 살덩이를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호흡하고 움직이는 데 몸이 가뿐함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벼워지는 기쁨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서히 불어나는 몸무게의 무게감을 느끼지 못해 다이어트 자체도 생소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3킬로그램을 들어보면 무척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어깨에 메고 잠시 걷다보면 두 다리가 받는 하중이 장난이 아니다. 그 무게감을 깨닫는다면 살을 찌울 수가 없을 것이다. 스스로 인생에 무게를 더하여 불편을 겪을 필요가 없다.

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비교적 관대한 술 문화가 퍼져 있다. 술은 사람의 몸을 가볍게 또는 무겁게 한다. 술이 몸을 가볍게 하는 기준에서 멈춘다면 굳이 버릴 필요는 없다. 몸에 쌓인 스트레스 찌꺼기를 날려준다면 잘 활용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라면, 버려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과음으로 천근만근이 된 몸은 무겁다. 젊은 시절과는 달리 체력이 예전만 못한 마흔이 되면 과음에 따른 피로감은 더 심각해진다. 또한 저녁 늦게까지 마신 술과 안주는 뱃살로 채워진다. 이것 역시 몸을 무겁게 만든다. 이제는 언제든 내키는 대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절제해야 하는 과제가 따라 붙는다. 절제의 선을 지키지 않으면, 마흔의 인생이 무거워진다.

잔소리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남성 호르몬이 다 분비되어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몸과 마음이 심약해서 자꾸 외부에 기대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젊은 시절 그토록 상사의 잔소리에 귀찮아하던 이들도 나이가 들면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회의 중 아랫사람에게 불만을 말하라고 한 뒤 한 마디를 꺼내자마자 열 마디로 되받아치며 면박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회의는 결국 팀장이나 부장의 일장 연설로 끝난다. 잔소리를 버리면 중년의 삶은 훨씬 가벼워진다. 우선 혼자 짊어져야 했던 책임을 아랫사람과 분담할 수 있다. 내가 했던 일들을 그들이 하게 된다고 밥그릇을 빼앗기는 게 아니다. 나눠주고 나야 내 몸이 가벼워져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중년의 시기가 되면, 자신이 꼭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지식을 쌓은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혹은 가르쳐주고라도 싶어서 말이 많아지게 된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세상은 말을 안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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