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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50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 눈과마음
여자 나이 50

마르깃 쇤베르거 지음

눈과마음 / 2009년 5월 / 273쪽 / 11,000원



축제는 시작되었다




그동안 멀쩡했던 사람이 쉰 살을 하루 앞두고 몽유병에 걸려 밤새 집 안을 돌아다닐 확률은 거의 없다. 귀신이 나타날 확률은 더더욱 없다. 뭐, 그 대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돌덩이처럼 무거울 순 있겠다. 한 살을 더 먹을 때마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다. 이제 당신은 쉰 살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어떻단 말인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단호한 태도로 앞날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정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그로써 당신은 훗날에 "그 결정으로 내 인생은 정말 멋졌어!"라고 감탄할 수 있으리라.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이제부터 당신은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자신을 위해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걱정거리를 짊어지고 왔는가. 이제 우리는 가장 단순하고 유치하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내일 이 시간이 되면 모두 지나간 일일 뿐이야!"

우리에게는 괴로워하거나 두려움에 휩싸여 살아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물론 모든 문제를 그냥 덮어둔 채 방치하라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의 뜻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직시하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니 말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날짜와 교통편 등을 미리 계획하지 않는가? 어리석은 사람들은 길이 막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한다. 학창시절에 시험을 앞두고 느꼈던 긴장감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당신의 시험 노이로제 증세는 어땠는가? 화장실을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렸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의 내적 상태는 외적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처리해야 할 과제로 인한 부담 때문에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도 정상이다. 이런 몸의 반응으로 내적 부담이 덜해진다. 요컨대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인생의 고비를 넘겨온 것이다.

이제 쉰 살이다. 각자의 인생 과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 없는 지루한 일상뿐일까? 아니다.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당신의 낡은 습관들을 돌아보라.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기쁨을 누리는 법, 남의 눈치를 보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 등을 말이다. 그렇다, 당신은 이제 쉰 살이 되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인생의 최종 리허설이 시작된 것일 뿐! 당신은 그 리허설의 하나뿐인 주인공이자 감독이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



40대 초반의 내 삶은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무너질 듯한, 그야말로 종이로 만든 집 같았다.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내 회사, 망가진 결혼 생활, 그리고 결혼 생활보다 더 문제가 많았던 연애 문제까지. 아침에 눈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엉망진창인 내 모습뿐이었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문제투성이였다. 하루 종일 이를 악물고 뛰어다니다가 해가 지면 마지막 남은 힘으로 간신히 집으로 기어와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 그 힘겨웠던 시간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다. 그리고 그 당시의 기억은 지금의 내 성격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나는 기분 전환을 위해 시를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책상에 가득 찬 서류가 주는 부담감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작가들의 책을 찾아 다시 읽어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운명적인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책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렇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으로 나는 내 삶으로부터 잠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우편함마저도 열어보지 않을 정도로 난 세상에 무관심했다. 집달관이 200마르크짜리 영수증과 독촉장 사본을 들고 집 앞에 찾아왔을 때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돈을 지급하지 않았던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우편함을 열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떠났던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누가 보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우편물들은 세상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이 우편물들을 모두 읽고 처리하는 데는 몇 주가 걸렸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껄끄러운 일을 미뤄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하는 일들은 제쳐놓고 내 삶을 한번 즐겨보고 싶었지만 집 앞에 있는 집달관의 모습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대신 그날 이후 나는 싫은 일을 먼저 처리하는 버릇이 생겼다.

할머니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단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 과일도 잘 먹는다." 이는 단 과일을 먹으면 신 과일도 거저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모든 일에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친절한 고객이 있는가 하면 불편한 고객이 있고, 재미난 과제가 있는가 하면 어렵고 귀찮은 과제가 있다. 우린 항상 편하고 좋은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세상살이에는 균형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든 좋고 나쁜 것이 공존하는 게 세상의 진리이다. 직장, 사생활, 인간관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진짜' 연륜을 쌓아라



우리 모두에겐 가수나 영화배우 등 연예인 사진만 보고도 가슴 설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굳이 잡지 《브라보(Bravo, 독일의 유명 청소년 잡지)》를 샀던 이유도 대형 스타 포스터가 부록으로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성과 재력을 겸비한 스타들의 포스터에서는 마치 광채가 나는 듯했다. 벽에 붙은 그들의 포스터를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경의 대상은 비단 연예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주위에는 존경스러운 선생님, 직장에서 만난 훌륭한 상사가 존재했으며 그들을 대하는 감정은 언제나 편안함과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나아가 앞날을 설계해나갈 수 있었다.

쉰 살쯤 되면 남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는 남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가 아니라 '연륜' 덕분이 아닐까? 우리 나이에 스타들처럼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주긴 어렵겠지만, 성숙한 행동으로 '존경'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편안한 사람, 타인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보자. 인격과 인성은 남에게 빌려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쌓아올리는 것이다.

쉰 살의 생일, 우리를 창조한 조물주가 오늘 우리에게 준 선물은 바로 성숙함과 풍부한 인생 경험이다. 다시 말해 당신에게는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연륜이 있다. 그러므로 이젠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표현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다 아는 이야기라고? 과연 그럴까? 당신은 정말 나이와 연륜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인가?

상사란 부하 직원이 최적의 상태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사람이다. 즉, 직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언제나 직원들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 당신이 한 직장의 상사라는 가정 하에, 당신이 꼭 갖추어야 할 행동 방식을 열거해보겠다. 첫째, 젊은 직원과 경쟁하려 들지 마라. 둘째, 자신이 특별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아무 데서나 나서지 마라. 셋째, 사내 소문을 주워듣기 위해 커피 자판기 앞에서 다른 동료들과 수다를 떨지 마라. 넷째, 젊은 직원보다 더 멋져 보이기 위해 과장되게 치장하지 마라. 다섯째, 흰머리가 는다고 해서 걱정하지 마라. 당신은 파도에도 무너지지 않는 절벽처럼 견고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과 함께라면 절대 혼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에 대한 동경, 그리고 우정. 바로 이런 것들이 살아가면서 우리를 가장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쉰 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싱글이라면 아마 더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쯤에서 위 세 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자. 당신은 혹시 나이가 들어 초라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가? 다른 건 몰라도 더 이상 서른 살과 경쟁할 나이는 아니라는 사실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당신의 존재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플라톤의 저서 『향연』을 알 것이다. 『향연』 속의 인간은 두 인간이 합체한 모습이었으며 두 개의 얼굴, 네 개의 팔,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강하고, 용맹스러웠다. 또한 그들은 독단으로 신들에게 도전했고, 신들은 패배한 인간들에게 벌로서 몸을 둘로 나누는 형벌을 내렸다. 이렇게 반쪽이 된 우리는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 고대 그리스신화와는 좀 다르다. 반쪽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여자나 남자 모두 혼자서도 설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독립적이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배우자나 애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때문에 그들은 당신을 위해 부모님을 대신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물로 친구도 되어주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슨 이야기든지 나눌 수 있을 만큼 신뢰감 있는 사람, 그리고 더러는 즐거움을 주는 코미디언도 되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다 보면 결국 주고받는 것에 균형이 깨지고, 그렇게 되면 관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상대방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겠는가? 상대가 필요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과 상대를 사랑하기에 그를 필요로 하는 건 분명 다르다는 사실 또한 인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고독한 것'으로 잘못 이해한다. 쉰 살이나 되어서 '혼자 있는 것'을 고독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누구에게 버림받은 적이 있는 사람, 혹은 남을 버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별의 고통과 아픔이 뭔지 잘 안다. 이 고통은 누군가를 잃었다는 상실감, 외로움, 버림받았다는 상처, 양심의 가책과 자책감 등 참으로 많은 감정이 복합되어 있다. 따라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혼자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이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은 맞지만 결코 홀로 있는 건 아니다. 당신 곁에는 책도 있고 그림도 있다. 힘이 들 땐 음악을 듣고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큰 위로가 된다. 예술 작품도 인간이 만든 것이며, 위대한 작품일수록 삶의 고통과 아픔을 아는 예술가가 창작하지 않았겠는가. 쉰 살이 되어 꼭 알아야 할 게 또 있다. 친구나 애인은 성급하게 찾아 나설 대상이 아니라는 것.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고자 한다면 앞을 직시하고, 가슴을 활짝 열어야 한다. 이 조건만 갖추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상대방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법칙인가!

20년간의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내가 되찾은 사색의 시간, 나는 내 영혼의 아픔을 다시 되돌아보고 깊은 사색에 빠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혼자이고 싶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홀로서고 싶었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나는 내 결정에 따라 즐기고 행동하고 포기하는 것이 좋았다. 아울러 오랫동안 스스로 이런 삶을 원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즈음 나는 처음으로 '포기'한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고, 동시에 내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바로 꿈속에서나 그리던 남성을 만났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었다. 사실 그는 항상 내 주변에, 변함없이 한자리에 있었다. 다만 내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상처를 추스르는 데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늘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성을 찾는다는 것은 나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대신,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자. 나머지 반쪽을 찾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당신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을 유혹하는 법이기에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홀로 남기지 않는다.

놓는 법을 아는 그대, 자유롭게 날아가리!



당신도 혹시 슈퍼에서 받아온 비닐봉지를 싱크대 서랍에 열심히 모아두는 사람 중 한 명인가? 이 비닐봉지는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버릴 때 요긴하다. 하지만 서랍이 가득 차 있는데도 계속해서 봉지를 받아온다면 문제가 있다. 이미 가득 차서 더 이상 넣을 자리도 없는 비닐봉지 전용 서랍에 꾸역꾸역 눌러 넣는 습관, 이제 그만두는 게 어떨까? 그렇게 열심히 모으지 않아도 자연히 또 생기게 마련이니 말이다. 언젠간 직접 잼을 만들 거라며 빈 유리병을 열성으로 수집하고 있는가? 그만두어라! 사소한 일까지 문제삼는다며 불평한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더 중요한 것들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임을 알고 있는가? 익숙해진 습관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던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 익숙해진 무언가를 나와 분리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좀더 솔직해져보는 건 어떤가? 작아서 못 입는 옷, 아니 너무 커서 못 입는 옷을 왜 좁아터진 장롱에 몇 년이고 걸어두는 것인가? 당신의 헌 옷을 필요로 하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제 과감하게 정리하라. 장롱은 넉넉해지고 그 옷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으니 얼마나 현명한 일인가.

나는 쉰 살이 되자마자 신발장부터 점검했다. 꺼내기 쉬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던 하이힐들이 어느새 모두 맨 아래 칸에 놓여 있었다. 언젠가부터 하이힐보다는 굽이 낮고 편한 신발을 즐겨 신었던 것이다. 그래서 잘 안 신는 하이힐들이 손이 잘 닿지 않는 아래 칸으로 밀려났던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신지도 않는 굽 높은 신발들이 왜 먼지에 쌓인 채 신발장을 차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 이유는 명백했다. 아름다운 하이힐은 저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생각을 고쳐먹었다. 오래된 추억에 자리를 내주기보다는 현재를 위해 그 신발들을 나로부터 분리시키기로. 그런 후 나는 그 빈자리를 내가 즐겨 신는 신발들로 다시 채울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은 현재의 소중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추억은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현재를 만끽하지 않고 지나간 과거의 기억과 추억에만 연연해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과거일 뿐인 추억의 물건들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자. 스무 살에 선물로 받은 유리 주사위도,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 여행 기념품으로 사온 장난감 택시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선물로 주자. 내가 소장했던 물건에 다른 사람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 일인가. 버린다는 것은 하나의 위대한 예술이다. 습관을 버리는 것은 물건을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일례로 매일 저녁을 진수성찬으로 차려 먹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식사를 간단히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녁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안다면 충분히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의 습관이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을 때 그들을 우리 취향대로 바꾸려 한다. 남을 내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이에 동반하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경우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바로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까지 타인에게 동감이나 사랑을 구걸하지 말자.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도, 매번 같은 문제로 부딪히는 일도, 잔머리를 써가며 남을 괴롭히는 일도 그만두자. 이런 습관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병들게 할 뿐이다. 남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그들이 내게 부족하다면 끝까지 붙들려 하지말고 미련 없이 놓아주자. 이로써 우리의 삶은 그들로 인해 불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어떤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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