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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하이

지병림 지음 | 호이테북스
플라이 하이

지병림 지음

호이테북스 / 2009년 2월 / 240쪽 / 12,000원



1부 절치부심(切齒腐心)하다



예기치 않은 해고


나는 오늘 2년 동안 몸 바쳐 일한 인테리어 사무실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다. 믿을 수가 없다. 내 나이 올해 스물여덟. 이 나이로 새로운 일자리에 신입으로 들어가겠다고 아무데나 이력서를 구겨 넣어야 하나. 어쨌든 오늘부로 이 회사와의 인연은 끝이다. 저녁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피스텔에 도착하자 현관 앞에 엄마가 쪼그리고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주려고 곰국 고았어……."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는 하마터면 '엄마……! 나 오늘 잘렸어!' 하고, 어린애마냥 울음보를 터뜨릴 뻔했다. 그래도 내가 먹을 밥까지 걱정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우리 엄마밖에 없다.

부모님이 사시는 일산 집을 떠나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었다고, 벌써 계약금을 치렀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물릴 순 없다고 일방적으로 독립선언을 했을 때 그런 중대한 결정을 왜 혼자 멋대로 했느냐고 다그치면서도 은근히 반겨주었던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피스텔은 여자 혼자 살기에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엄마는 깨달았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나는 일곱 시가 되자 어김없이 평소처럼 일어나야만 했다. 엄마의 출현으로 간만에 늦잠이나 푹 자둘까 했던 야무진 계획을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핸드백에 엊저녁에 사무실에서 편집한 이력서 봉투를 챙겨 넣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집을 나와 서성거리다가 문득 대학로로 발길을 잡고 걷던 나는 사주, 궁합, 택일이라고 쓰인 작은 천막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이동수가 좀 많지만 조만간 좋은 일자리를 얻겠군. 전생에 한 마리 새였으니, 새처럼 훨훨 날아다녀야 제 인생을 사는 거야." "새라니요?" "한평생 새처럼 원하는 곳을 훨훨 날아다니는 격이니 이보다 좋은 풀이는 없어. 남쪽에서 조만간 귀인이 나타날 거야." "귀인이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아가씨를 돕자고 곁에 있어주는 사람인데!" "그럼, 오늘 이력서 내러 남쪽으로 갈 건데 어떻게…… 되겠어요? 말겠어요?" "운명이란 건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거야. 넓은 세상을 향해서 미래를 즐기며 살아가시게!" 나는 벌떡 일어섰다.

일단 가까운 피시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습관적으로 수신함의 편지를 차례대로 확인했다. '서울 구로구 위치, 독일계 제약회사 대표이사의 비서 모집. 외국생활 경험자 우대.' 이것은 만약을 대비해서 취업 사이트에 등록해둔 덕에 날아온 답신이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독일계 제약회사의 비서 자리는 한 달 간격으로 올라온다. 아마도 대표이사라는 사람의 성질머리를 그동안 이 회사를 거친 비서들이 다 받아내다 급성 위장병과 두통으로 뛰쳐나간 모양이다. 나는 냉큼 삭제 버튼을 눌렀다. '서울 종로구 위치, 정수기 무역업체 해외 업무팀 대리급 사원 모집. 영어 능통자 우대.' 혹시 정수기 외판원을 대량으로 선발해서 박봉의 기본급에 정수기 구매를 강요하는 악덕업체는 아닐까? 하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일단 입사지원을 해놓았다. '날개를 달고 싶으세요? 그럼, 저희 <날아요>와 함께하세요. 당신도 승무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스팸메일은 보통 이틀 간격으로 날아든다. 나도 한때 승무원이 되는 것을 꿈꾼 적이 있었다. 대학 4학년 졸업반 때로 기억한다. 가장 친하게 지낸 학과 친구 묘란이가 한국항공 캐빈 여승무원에 지원한다고 해서 나도 같이 지원해 보았는데, 1차 서류 전형에서 보란 듯이 그만 미역국을 먹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쟁이가 말했던 '새'도 어쩌면 이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을까? 그러나 '파릇파릇한 사회 초년생들 속에서 과연 내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지금 내 상황을 정리해 내려갔다. 첫째, 나는 딸린 남편이나 애가 없는 자유인이므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둘째, 나는 지금 삼십 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어른다운 사고와 생활 방식으로 나를 경영해야 한다. 셋째, 아직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내가 원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그 방법만 안다면 정말이지 내 인생을 모두 걸고 싶은 느낌이다. 그렇게 보면 아까 '날아요'의 메시지는 잠자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다. 결국은 직장을 구하다 정 안 되면 한번 해보기로 하고 상담 신청을 해 놓았다.

비포장도로 인생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곳은 정체불명의 정수기 회사였다. 하지만 그리 반갑지가 않았다. 지난 2년간 몸담았던 인테리어 사무실에서도 터무니없는 기본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약을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열심히 뛴 결과가 쓰디쓴 퇴출이었다. 이런 나와는 달리 내 위로 하나 있는 언니는 결혼을 해서 잘살고 있다. 교사였던 언니는 형부가 하는 일이 잘 되어가자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아이 교육과 집안일에 몰두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남자 복도 없이, 월급도 얼마 안 되는 조그만 인테리어 회사에서 마케팅을 배운답시고 발품만 팔고, 정처 없이 떠돌면서 부모 속이나 썩히는 애물단지가 되었으니……. 그래, 이렇게 방법을 잘 모를 때는 기본에 충실한 게 최선이다. 놀면 뭐하나……. 기분전환 차원에서라도 어떤 일이든 하는 게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음……. 온누리 씨. 졸업 후 줄곧 마케팅 일을 해오셨네요?" 정수기 업체의 면접관이 물었다. "네! 외국 대사관 주재원들의 집에 필요한 실내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담당했습니다." "애인 있습니까?" "없습니다." "에이, 애인이 한 네댓은 있을 거 같은데 뭘……." 이걸 질문이라고 응수를 하나? "그쪽에서 보수는 어떻게 받으셨죠?" "마케팅 분야가 아무래도 경쟁력 있는 인재가 모이는 분야이다 보니, 기본 연봉이…… 웬만한 대기업 수준, 아니 그 이상은 되지 않았을까요?" 어이없다는 듯 면접관이 피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인테리어 전공자가 디자인이 아닌 마케팅을 했다는 건 변두리 사업에 종사했다는 것과 다름없는데, 말씀하신 연봉이 꽤 과하다고 생각 안 해요? 우리 회사일은 특별히 내 일 네 일이 없어요. 제일 먼저 나와서 문 열고, 사장님 안 계실 때는 전화도 받고, 손님 오시면 차도 좀 내드리고, 아! 또……. 정수기 매출까지 올려준다면야 6개월 만에 대리에서 과장으로 아니, 이사로 승진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어요?" 말인즉슨, 어디에다 무역회사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오퍼상에서 전화받을 애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또각또각 들어왔던 문으로 되돌아 나와 '쾅' 하고 문을 닫았다.

허탈한 마음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로 허기를 때우고 있는데, 승무원 채용학원인 '날아요'에서 전화가 왔다. 일단 상담을 받아보지 않겠느냐는 말에 정체 모를 정수기 회사에서 당한 설움을 떨쳐낼 겸 나는 '날아요'를 찾아갔다. 상담원이 내민 '개인 신상 카드'에 다음과 같이 기입했다. '스물아홉 살을 한 달 앞둔 미혼여성. 마케팅을 하다 지금은 맹렬히 취업 준비 중. 163㎝가 조금 못 되는 키. 필리핀에 한 달간 어학연수 겸 여행. 4년제 지방대 출신.' "저처럼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도 그 어렵다는 승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외국 항공사는 이미지보다는 영어실력과 품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니까 열심히만 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우선은 정식으로 등록을 하셔서 열심히 강의를 들으세요. 학원비는 2개월 코스에 150만 원입니다." 백조 신분에 150만 원이라니? "당장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우시면, 우선 곧 있을 외국 항공사 면접에 한번 응해보시죠. 1차 서류면접과 2차 그룹토의 면접은 순전히 학원에서 주관하는 거니까 일단 인터넷으로 지원을 하시고, 면접날 늦지 않게 오세요." 나는 잠자코 상담원이 시키는 대로 했다. 일단은 여기까지 해두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벼룩시장〉을 방바닥에 넓게 펼쳤다. 우선 이달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으므로 당장 구하기 쉬운 일감을 알아봐야 했다. 소망보습학원 영어강사 모집. 나는 그곳에 쉽게 채용이 되었다. 한 달을 강의하고 월급봉투를 받아서 전기세와 수도세 그리고 생활비를 제하고 나니 남는 건 역시나 얼마 되지 않았다. 오래 할 일은 아니다 싶으면서도 당장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걸 모르지도 않았다. 하루하루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인터넷으로 서류전형에 접수했지만 아직 회신은 오지 않았다. 학원에 출근한 지 7주째 되던 날, 나는 또 한 번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유인즉, 내 차림과 화장이 너무 화려해서 학원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이었다.

2부 굿모닝 비전!



멘토를 만나다


나는 또다시 사회가 수용하기를 원치 않는 잉여인간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무너진 날 보고도 비난하지 않을 내 편이 있다면 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완벽한 백조 신분으로 돌아가면서 좌절감은 더해갔다. 남자도 없고. 모아둔 돈이라곤 지금 깔고 앉은 5천만 원짜리 전세 오피스텔과 내가 뽑자마자 단종이 돼버린 1,300CC 소형차가 전부다. 그러고 보니 소개팅이 들어온 지도 꽤 된 것 같다. 거침없이 우울해지는 심사에 별안간 전기충격을 가한 것은 대학 4년 내내 붙어 다녔던 친구 묘란이었다. 정오가 다 되도록 자다가 전화를 받은 나에게 묘란은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대학 동창들도 나온다고 했다. 결혼발표라도 하려는 걸까? 그러나 저녁에 나가 보니 그날 모임은 뜻밖에도 묘란의 외국 항공사 승무원 시험 합격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묘란이가 승무원이 되었다니! 그런 건 예쁘고 섹시한 미녀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내심 부러웠지만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게 된 묘란이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오늘따라 묘란이가 과하게 마신 건 기분이 좋아서였을 것이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많이 취한 그녀를 부축하고 택시를 잡으려고 쩔쩔 매고 있는데, 때마침 스포츠 모자를 푹 눌러쓴 젊은 기사가 차를 멈춰 세우기에 나는 우선 인사불성이 된 묘란을 택시 뒷좌석에 구겨 넣었다. 묘란은 곧 잠이 들었다. "손님, 음악이라도 틀어 드릴까요?" 택시기사는 한창 유행하는 발라드 곡을 들려주었다. "고맙습니다. 이런 시간에 만취한 손님 태워주시는 분 만나기 쉽지 않은데……." "모처럼 개념 있는 승객 만나서 기분이 좋네요. 근데, 손님은 무슨 걱정 있으세요?" "제가 그렇게 보여요?" "음……. 좁은 새장 안에 갇혀서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작은 새 같다고나 할까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서 이런 말을 들으니 내 자신이 별안간 초라하게 느껴졌다. "손님, 제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어떤 얘긴데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갈 무렵,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시작하기가 무섭게 부도가 나버렸어요. 졸지에 저희 가족들은 빚쟁이들한테 쫓겨 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결국 아버진 제가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까지 앓아눕는 바람에 저희 집은 더욱 어려워졌죠.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저는 다니던 미대도 그만 다녀야 했고, 그때부터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야 했어요. 그때 제 나이가 고작 스물넷이었는데, 동생들 학비 걱정에 병들어 계신 어머니의 투정까지 정말 지긋지긋했죠. 그때부터 저도 모르게 막 나가기로 작정한 것 같아요. 소매치기를 시작했고, 세 번째 시도할 무렵에 잡혔어요." 불현듯 이 사람이 강도로 둔갑해서 지갑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건 아닌지. 공포가 엄습해왔다.

"놀라셨죠? 그렇지만 전 전과자는 아니에요. 수갑을 찬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제 무릎에 엎드려 우시는 저희 어머니 덕분에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던 아주머니가 제 죄를 묻지 않기로 하셨거든요. 그분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초원의 집'이란 고아원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저는 '초원의 집'을 종종 방문하여 그 분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어떤 인생을 사느냐는 순전히 자신에게 달린 문제란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제 힘으로 학비를 벌어 마침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삶이 풍족해지진 않았지만 다시 찾은 인생이라 생각하니 살아 있는 순간순간이 감사했어요. 지금도 이렇게 새벽에 택시를 몰아 학비를 벌면서 주말이면 아이들을 모아놓고 초원의 집에서 데생과 유화를 가르치고 있어요.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기적도 이루어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을수록 행복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시기가 앞당겨지죠. 참, 근데 이름이 뭐라고 그랬죠?" "누리예요. 온누리!" "와,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누리 씨는 이름처럼 아주 멋지게 살 거예요."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할 즈음, 묘란이 정신이 들었는지 부스스 일어나 눈을 비볐다. 그 택시기사는 지치고 힘들어하는 나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내 앞에 보내진 천사 같았다. "절 구원해주신 선생님의 연락처와 약도예요." 그가 무언가가 적힌 쪽지를 내게 쓰윽 내밀었다. "이걸 왜 저한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언제든 삶이 살아볼 만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 그걸 전해주고 싶은 사람을 당신에게 보내야 한다고. 부디 용기를 잃지 말아요."

멘토 강의 1 :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라

마치 무엇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간밤에 택시에서 전해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는 그가 건네준 쪽지를 조심스럽게 펼쳐보았다. 지금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전화 속의 아주머니는 명우 학생, 아니 어젯밤 내가 만난 택시기사에게서 이미 내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자고 있는 묘란을 그대로 두고 집을 나섰다.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어렵게 찾아냈다. 연분홍빛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고운 인상의 중년부인이 나를 거실로 안내했다.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이상하게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낯설지 않았다. "마음의 짐이 있으면 내려놔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볼게요." "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요. 저보다 딱히 나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마저 술술 일이 잘 풀리는 것만 같은데, 노력하면 할수록 저 혼자만 계속해서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

"어떤 친구였죠?" "음……. 묘란이는 소신대로 자신이 믿는 바를 묵묵히 파는, 진심은 언젠가는 답을 얻기 마련이라고 믿는 친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외국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더군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제 마음에서 일던 어떤 파장 같은 걸 눈치 채고 나서야 저도 이 일을 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누리 씨도 머지않아 그녀처럼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자기암시'를 해봐요. 긍정의 기운을 몰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 이루어지고, 강해진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 온몸과 온 우주가 도와주는 법이죠. 이를 다른 말로 '자성효과'라고 해요. 자석이 끌어당기듯 사람도 그러한 행운과 운명을 끌어당길 수 있어요. 혹시 학교 다닐 때 물리 과목은 좀 했어요? 사실 우리의 삶에서도 물리적 현상들이 실행되고 있죠. 예를 들어 물리에서 속도의 공식이 있어요. 'V=DT'라고 하죠?" "음. V는 속도였나? 그럼 D는 거리, T는 시간? 맞나요?" "훌륭해요. 여기에 비전과 속도를 대입한다면, 다음처럼 거리는 목표치가 되고, 시간은 노력의 양이 된다고 할 수 있어요."

V = DT(V=Vision, D=Desire, T=Time) : 비전을 달성하는 것은 바람과 노력한 시간에 비례한다.

"여기서 D란 결국 자신에게 얼마나 간절하냐 하는 것이고, 시간이란 노력의 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지요. 결국 강조하고 싶은 건 간절한 바람과 노력이에요. 누리 씨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정말이세요?" 나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돌연 조금씩 용기가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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