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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울라 마이넥케 지음 | 한스미디어
악마의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울라 마이넥케 지음

한스미디어 / 2008년 3월 / 268쪽 / 12,000원

Ⅰ. 무질서한 사람들의 우주



1. 카오스와 드라마

바이에른의 작은 도시에 베노라는 아이가 있었다. 열네 살 학생인 그 애는 고집이 매우 셌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선생님이 불러도 곧잘 도망가 버리고,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어느 금요일, 담임선생님은 베노를 불러 따끔하게 야단쳤다. 열흘쯤 전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과제를 베노는 여태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미 두 번이나 제출 날짜를 넘긴 상태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베노는 갑자기 걸음을 뚝 멈췄다. 과제를 할 때 봐야할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나온 것이다. 베노는 허둥지둥 학교로 돌아갔다. 공교롭게도 학교는 벌써 문이 닫혀 있었다. 주말에도 계속 문이 닫혀 있을 것이다. 수위아저씨에게 부탁해야 할 상황이지만 베노는 그럴 수 없었다. 베노는 수위가 가장 싫어하는 일들만 즐겨 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의자 부수기, 칼로 책상 긋기, 불장난, 물장난, 파티션에 구멍 내기 등. 그러니 어떻게 수위가 베노를 위해 문을 열어주겠는가.



할 수 없이 베노는 수위의 눈을 피해 잠복해 있었다. 수위가 잠깐 외출하는 틈을 노려 수위의 부인을 찾아가 사정할 작정이었다. 베노는 어른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었다. 동정심을 일으키는 나약하고 울적한 얼굴, 죄책감에 빠진 듯 절망스러운 걸음걸이, 부끄러워하면서도 간절한 심정이 실린 부탁의 말. 저물녘이 되자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위가 밖으로 나갔다. 베노는 황급히 그의 부인을 찾아갔다. 부인은 당황스러우면서도 베노의 간절한 부탁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곧 수위의 열쇠꾸러미를 꺼내와 교실 문을 열어주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거둔 성공이다!



안도감과 황홀감에 젖어 베노는 교과서를 가슴에 꼭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힘들었지만 무척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베노는 행복한 마음으로 편안함 잠을 이루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말에 베노는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 하나는 그때 과제를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 미루기, 피하기, 차단하기

할 일을 미루고, 피하고, 차단하는 습관은 '악마의 부엌'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악마의 손에 붙들리면 옴짝달싹 못 하고 궁지에 처박히게 된다. 내가 인터뷰한 사람들에게 왜 일을 미루고 피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모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미처 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루고 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묘사해낸다. 그들이 묘사하는 장면을 상상하노라면 내가 마치 마법의 정원에 서 있는 것 같다. 신비로운 꽃과, 이채로운 빛을 발하는 덩굴, 구석에 숨은 조그만 습지, 기이한 식물들…….



닫힌 교실에서 교과서를 구출해 나온 베노는 훗날 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그는 과제를 제때 끝내지 않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과제를 제출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놀랍고 모험적인 변명을 꾸며내다 못해 노골적으로 반항하는 상태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는 왜 과제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선생님에게 그저 하고 싶지가 않아서 하지 않은 거라고 대답한 것이다. 베노의 어이없는 대답에 어떠한 협상의 여지도 생각할 수 없게 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베노, 너처럼 솔직한 학생은 처음 봤어. 그래도 네 점수는 에프(F)야."



과제와 발표 등은 미루고 피하는 사람들에게 연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일을 미루는 무질서한 생활에는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아이들은 그러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무질서하고도 명석한 아이들은 문제를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학습 능력의 한계를 터득하기도 한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굣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 성실하고 다정한 친구가 아침마다 보내주는 수학문제에 대한 해답을 이메일로 받아 프린트하여 베껴 쓰는 데에는 전철역을 몇 번 지나야 하는가. 어차피 선생님이 체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과제는 무엇인가.



미루는 아이들은 어느 선생님이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지를 금방 알아차린다. 선생님 중에도 미루는 습성이 있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선생님들은 과제를 걷기로 한 날에 걷지 않는다든가, 예고했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든가 예정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진행하기도 한다. 혹은 선생님이 지각이나 결근을 하여 예정된 수업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성실한 학생들은 이러한 선생님들에 대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루는 아이들은 그가 어떤 성향의 선생님인지를 금방 파악한다. 그리하여 그런 선생님에 대해 황당해하다가 나중에는 선생님에게 야유를 퍼붓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속임수를 잘 쓰는 사람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경우에 비춰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면에 대해 무질서한 학생의 대표격인 아인슈타인의 예를 늘어놓지는 않겠다. 물론 낮에 위스키를 마시고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사르트르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무질서한 학생들이 모두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무질서한 사람 중에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눈에 띄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자신의 직장에서 유익하고 독특하고 창의적인 일을 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코 이상적인 학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삶은 무질서한 면이 있다.



3. 반항, 저항, 그리고 내면의 방해꾼

무질서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양심의 가책과 비밀스러운 내면의 방해꾼이 항상 그들과 함께한다. 이러한 방해꾼의 가장 친한 친구, 어쩌면 쌍둥이 같은 존재는 '내면의 게으름'이다. 이는 위험한 존재로, 사람들이 진실 되고 아름답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방해한다. 내면의 게으름은 사실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끊임없이 게으름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면의 방해꾼은 냉정하고 완고하다. 심리학 관련서에는 그 방해꾼을 '내면의 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설령 이름이 달라진다고 해서 다루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면의 아이는 영특하여 속이기도 쉽지 않다. 혹시라도 그 아이를 과소평가했다간 그 애가 더욱 화를 낼 것이다.



무질서한 사람, 피하는 사람, 미루는 사람들은 보편적인 지름길을 가는데 저항적이다. 그러나 무질서한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은 쉽게 해내면서 자신을 위한 일은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하기도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이 요구하는 것 이상의 힘을 들여 하지는 않는다. 무질서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돕는 기술을 배우는 데는 매우 월등하다. 남을 돕는 것은 자기 자신 혹은 내면의 방해꾼과 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는 행동 영역이기에 별 문제 없이 일을 치러낸다.

교과서 구출 작전의 주인공 베노는 어릴 적부터 자의식이 매우 강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천국에서 사는 것이 자신의 권리라고 여겼으며, 그러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힘들게 싸워야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모든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학교에 자유를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에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공부가 아닌, 어른들이 싫어하는 짓들만 골라 하면서 스스로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 줄 알았다. 영리한 그는 지루한 교과서와 함께 하는 시간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늘 요령을 터득해서 마지막 순간에 위험한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공공연히 반항을 했다. 심지어 그는 너무 게을러서 친구들의 숙제를 베껴 쓰지도 않았지만, 집에서는 그런 모습을 철저히 감추었다. 부모를 행복하게 해드릴 수 없다면 불행을 막기라도 해야 했던 것이다.

4. 무질서와 책임

무질서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야기한 위기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루고 피하는 사람이 내면의 방해꾼을 등에 업고 위태롭게 무너져가는 모습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누구나 이러한 몰락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질서한 사람이 자신을 근본적으로 혼돈스러운 상황의 희생자로 느낀다면,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파트너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정감을 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사람, 자신과는 달리 정리정돈이 잘된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여기서 소위 전통적인 예술가 부부를 예로 들 수 있다. 예술가가 예술을 벗어난 부분에서는 매우 흥미롭고 특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극단적인 대조를 몸소 실현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우, 시간이 흐르며 사이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좀 더 나은' 쪽의 파트너는 대조적인 상황을 '참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예술가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냉장고에 적포도주가 두 병쯤 있고, 낮에는 서로 다른 짝의 양말을 신고 돌아다닌다. 머리를 빗거나 우편물을 찾아오는 일, 주차위반 벌금을 내는 일을 늘 잊어버리곤 한다. 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세금신고를 하는 법도 전혀 모른다. 요리라고는 커피 끓이는 것과 피클이 든 병뚜껑을 여는 것 정도다. 그가 세탁기를 작동하는 일은 우주왕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런 편견의 내용과 일치하는 예술가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예술을 하면서도 '평범한' 직업을 가진 '일반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예술가는 아니지만 위와 같은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남자들도 많다. 여자들 중에는 자신의 생활과 함께 남자들의 생활까지 돌봐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자신의 영향 하에서만 남자를 바꿀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균형 있고 동등한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생기고 나면 그런 희망사항이 충족되는 일이 거의 없게 된다. 이런 여성들은 흔히 "나는 아이를 하나만 가지려고 했는데, 결국 둘을 가진 꼴이 되었어"라고 말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커플을 이룬 둘 중의 누군가가 자신의 생활에 대한 책임을, 아울러 공동생활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부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지만,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러면 상대 파트너(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남자인 경우도 있다)는 여기저기 부려놓은 상대방의 짐을 떠맡아야 한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따라서 파트너와 함께하는 생활에는 용의주도한 계산이 앞서야 한다. 위와 같은 '자기책임'의 세계에 휩쓸려 곤란을 겪지 않으려면.



5. 완벽에 대한 꿈, 꿈을 죽이는 완벽주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석사논문을 꿈꾸며 열정적으로 논문을 쓴 여대생이 있었다. 그녀는 존경하는 교수의 전화를 받았는데, 여태껏 이런 인상적인 논문은 처음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 교수는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그 자리에는 그녀의 논문을 형태만 약간 바꿔서 출간하고 싶다는 출판업자도 올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두려움을 느낀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신의 성과에 대한 요구가 커져서 그에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무질서한 사람들은 대개 완벽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쉽게 임무를 끝내려고 하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을 더하더라도 제대로 임무를 완수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미루었던 욕실 청소를 한다면 쓰지 않는 칫솔로 구석구석 문지르며 빈틈없이 청소를 한다. 욕실의 반 정도를 끝내고 나면 벌써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좀 더 효율적인 청소도구를 찾아서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달려갈 수도 있다. 밖으로 나간 김에 힘을 보충하기 위해 커피와 소시지를 사먹을 것이며, 친구 집에 들러 언젠가 빌린 책을 돌려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하루는 서서히 저물어간다.

박사논문을 쓰든, 욕실청소를 하든 완벽주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완벽주의에는 항상 못난 쌍둥이가 숨어 있다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쌍둥이는 바로 '실패'다. 그래서 많은 완벽주의자들이 논문을 쓰다가 끝내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Ⅱ. 그래도 괜찮아



1. 무질서한 생활에 대한 자각

무질서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회색빛 일상'이다. 그곳에는 죽음의 형태를 한 위험이 숨어 있다. 바로, 지루해 죽을 것만 같은 위험! 우리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과 요소에 따라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 되면 인생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병이 들고 죽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긴 하지만, 이때껏 자신과 직접 연관시켜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지고 만다. 주위가 고요한 순간, 우리의 세포는 가만히 속삭인다. 삶은 영원하지 않다고, 그러면 갑자기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값비싼 자동차를 산다거나, 서둘러 결혼을 한다거나, 직장에서 엄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은 각각의 나이에 따라 이루거나 소유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보편적인 요구가 있다. 이에 대한 자각을 하는 순간, '장난'과는 이별이다. 이제 진지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마흔이 넘으면 조금 긴장을 풀고 자신에 대해 현실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교과서를 구출한 베노는 미래에 대한 슬픔과 근심이 발작적으로 생겨난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자신의 무질서한 행동으로 인해 잃어버린 가능성과 기회, 소망과 계획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꼽을 수 있다. 자신이 본래 어떤 잠재력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차단되어 있어서 특별한 계획은 세울 수조차 없다.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급박한 상황에서 왜 항상 똑같은 행동모델을 따르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다. 날이 갈수록 무력감만 더해간다. 왜 그는 분명히 멋지고 기분 좋은 일인데도 또다시 미루고 마는 걸까. 그는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답답함을 느낀다. 그는 자유를 사랑하고 관습에서 벗어나 있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쩐지 자발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한다. 이런 생각에 그는 더욱 자신감을 잃고 불안감을 느낀다. 그는 변화를 원하지만 어떻게 하면 변화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지, 혹은 단 한번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한다.



2. 공룡의 마법이 풀리면

교과서를 무료로 받으려면 정부보조금 수혜자라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학부모에게 말했던 교사는 의아해 한다. 증명서를 떼어서 보내면 '간단히' 해결되는데 왜 이 학부모는 이렇게 신경질을 낼까, 하고. 그러나 별것 아닌 종이 한 장이 그 학부모에게는 마치 집행유예 판결과 같은 것이다. 서류가 마치 무서운 공룡과 같아서 그 앞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든다. 교사의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관공서 혹은 서류들과 씨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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