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심리 프레임
최병권, 조범상 지음 | 국일미디어
Chapter 1 직장인을 울고 웃게 하는 인사고과
인재를 가려내는 힘흔히, '사람을 제대로 쓰려먼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한다.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인사고과'이다. 인사고과는 구성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성적표'와도 같은 것으로서, 인재를 가려내어 보상하고 일을 맡기는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인사고과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그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영업팀의 '이 과장'은 연말 인사고과에서 성과 평과 S, 역량평가 A, 그리고 종합 평가 등급 S를 받았다. 성과 평가에 따라 평균 대비 4배의 개인 인센티브를 받았고, 2년 연속 종합 평균 등급 S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승진 심사에서 차장 진급이 유력해졌다. 그리고 팀장과의 평가 피드백 면담을 통해 영업 실적은 탁월하지만 '시장 및 경쟁사 동향분석', '타깃 고객 설정 능력'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반기 동안 회사에서 마련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로 합의했으며, 향후 커리어 개발을 위해 마케팅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인사고과는 각 구성원들의 보상, 교육, 승진, 직무 배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직장인이 바라본 인사고과 현실취업 포털 사이트 '파워잡'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 직장 내 성과보상 제도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 결과 평균 'C학점'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성과 보상 제도의 투명성에 대해 C학점으로 평가한 직장인이 33.0%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B학점 24.4%, F학점 17.6%, D학점 16.4%의 순으로 나타난 반면, 최고 평가인 A학점은 8.6%에 그쳤다. 신뢰도가 낮은 만큼 실제 성과 발생 시 보상에 대한 기대감도 낮게 나타났다. 기업에서 인사고과 제도를 설계하고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인사담당자들조차도 직원들의 인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인사고과에 대한 불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①회전문식 인사고과 : '이번엔 과장 승진 대상인 김 대리가, 내년엔 박 대리가' 이런 식으로 성과와 실력은 차치하고 누구를 '밀어줄 것인가'에 따라 나눠먹기, 돌려먹기 식으로 이루어진다.
②연공주의 인사고과 : 연장자를 우대하는 한국 기업의 정서상, 나이가 많고, 직급이 빠르고, 근속년수가 높은 사람을 우대하여 최소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고 나머지를 배분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③내 새끼 먼저 : 친분이나 사적관계가 실력과 역량보다 앞서는 경우도 있다.
④인사는 대외비야 : 인사고과를 공개도 하지 않고 혼자만 갖고 있다. '인사는 대외비'라는 것이다.
인사고과에 임하는 팀장의 자세인사고과 시즌이 다가올수록 팀장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누구를 승진시키고, 어떤 팀원들에게 C 혹은 D 평가를 줘야 하나……. '성과 차등'에 대한 회사의 압력이 거세질수록 스트레스만 쌓여갈 뿐이다. 차장으로 진급해야 할 이 과장, 같은 고향 출신의 대학 후배 김 과장, 수족처럼 팀장을 보좌해주는 황 대리, 최고 성적으로 입사한 신입사원 등 어느 누구도 차등하기가 쉽지 않다. 성과도 중요하고 인사고과도 중요하지만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팀원들부터 챙길 수밖에 없다. 잘못된 인사고과에 임하는 상사의 유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
①보스(BOSS)형 : 상사의 지시를 잘 따르거나 내 편이라 생각되는 직원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②인기추구형 : 자신의 인기 형성을 위해 모든 직원들에게 실제 성과보다 후한 점수를 준다.
③눈치형 : 회사의 분위기부터 살핀다. 올해 성과가 좋지 않으면 모든 직원들의 평가를 짜게 주고, 성과가 좋으면 후하게 준다. 튀지 않으려고 다른 부서의 인사고과 결과를 예의 주시하기도 한다. ④조정자형 : 성과에 상관없이 머릿속에 미리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두고 항목별 점수들을 조정한다. ⑤감정의존형 : 평소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춰주거나 호감 가는 직원들에게 유독 좋은 점수를 준다.⑥갈등 회피형 :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심정으로 개인 간 차등을 적게 하거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생각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직원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인사고과 오류의 근원을 찾아서일반적으로 인사고과의 공정성에 대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인식차이는 매우 크다. 왜일까?
①인지적 오류 : 사람에 따라서 동일한 현상이나 정보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느낄 수 있다. 음식점에서 잘생긴 남자를 본 경우, '잘생겼다'고 말하는 사람과 '바람 많이 피우겠다'고 말하는 사람의 반응이 다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과거의 경험, 세상 혹은 사람에 대한 시각 등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②주관적 평가 : 아직까지 우리 조직의 인사는 상당수 상사들이 '인사권은 상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직원들의 참여나 부하 직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사에만 의존하는 인사고과 방식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사 자신도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③팀장의 심리 : 팀원의 성과나 행동은 연중 계속 발생하지만 인사고과는 일반적으로 연말에 시행된다. 이런 시간차로 인해 팀장은 과거 일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의존해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손실은 불가피하며 팀장의 주관적인 생각과 심리가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Chapter 2 팀장, 인사고과 오류에 빠지다
오류 01 '선빵'의 유혹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싸움에서 선빵(선제공격)에 비유할 수 있다. 첫인상으로 자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팀장의 뇌리에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나중에 듣게 되는 정보들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또 첫인상, 처음 정보로 상대에 대해 뚜렷한 인상을 형성하게 되면 그 뒤에 들어오는 정보에는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거나 그 정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된다. 따라서 첫인상만을 가지고 팀장이 인사고과를 하게 되면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한 해의 성과나 그 사람이 보유한 역량 수준을 평가함에 있어 팀장이 과거에 형성된 첫인상에만 의존해서 평가를 한다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것이다.
오류 02 첫 끗발이 개 끗발 오랜 기억일수록 쉽게 잊혀지기 때문일까? 인사고과 시즌이 되면 팀장 머릿속에는 연초의 일보다 연말의 일들이 더 잘 떠오른다. 물론 기억의 한계도 있지만, 최근 효과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상사들은 보통 적게는 4~5명, 많게는 20~30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게 되는데, 일일이 다 기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 평가 시점에 생각나는 사람, 생각나는 사건 중심으로 생각하고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가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류 03 그 친구 원래 그래사람들마다 각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다보니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더라'는 나름대로의 공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된 이런 공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식에 들어맞는 사례들을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더 잘 기억하면서 자신의 공식을 정당화시킨다. 팀장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A=B' 식의 도식으로 팀원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 요소별로 강약점을 판단하지 못한다.
오류 04 그때 그때 달라요!
오전에 팀장이 성과부진으로 담당 임원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했던 터라 결재서류를 들고 30분을 문 간에서 망설이다 마침내 팀장과 마주 했던 김 대리, 아니나 다를까 다른 때 같으면 5분이면 결재 받을 일을 1시간 동안 호되게 혼만 나고 방에서 나왔다. 인사고과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김 대리는 이 일이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앞선다. 똑같은 사람에 대해서 평가를 하더라도 팀장이 기분이 좋을 때는 좀 더 우호적으로 평가를 하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이를 '기분 일치성 효과(Mood Congruency Effect)'라고 부른다.
오류 05 이왕이면 다홍치마외모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지원자에 대한 평가 정보가 부족한 신입사원 면접 시에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방학기간 동안 취업을 앞둔 졸업 예정자들로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외모가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신체적인 매력효과(Physical Attractive Effect)'라고 부른다. 신체적인 매력에 호감을 갖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적인 호감의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능력 평가에 영향을 미치면 평가의 오류가 될 수 있다.
오류 06 좋은 게 좋은 거지올해 인사고과에서 A를 받은 강 대리, 너무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팀에서 큰 사고를 치지 않은 한 모두 A를 받았다. 심지어는 자신보다 실력 면이나 성과 면에서 뒤처지는 동료도 똑같은 평가를 받았단다. 좋았던 기분도 잠시뿐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한다. 팀장이 팀원들의 인사고과를 실제 성과나 능력에 비해 좋게 평가하는 것을 '관대화 오류'라고 부른다. 특히 한국 기업의 조직에서는 '정' 때문에, 그리고 원만한 팀 분위기 형성을 위해 팀장들이 이런 오류를 자주 범하곤 한다. 팀장이 관대화 오류에 빠지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기 어렵다.
오류 07 우열을 가리기가 애매하거든!팀장 입장에서 인사고과는 조직 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팀원들의 실력이 고만고만한 것 같기도 하고,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우열을 나눌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평가를 차별화하기가 어렵다. 특히 초보 팀장들은 그 누구보다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다. 경험 미숙, 평가 스킬 부족 등으로 상당수 팀장들은 팀원들의 성과에 대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 없이 '애매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팀장이 팀원들을 차등하지 않고 '평균(Average)'에 분포하도록 평가하는 것을 '중심화 오류(Central Tendency Error)'라고 한다. 팀장이 중심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조직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차등하지 않거나, 팀원의 성과와 능력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 또는 평가 내용이나 기준이 모호해서 오류를 범할 수 도 있다.
오류 08 나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지!인사고과에서 팀장이 팀원들의 실제 능력 수준이나 달성한 성과에 비해 낮게 평가하는 경우를 '가혹화 오류(Severity Error)'라고 한다. 가혹화 오류에 빠지게 되는 팀장의 심리는 무엇일까? 우선 자신의 능력을 기준으로 팀원들을 평가하기 때문일 수 있다. 조직에서 유독 "내가 신입사원 시절에는 말이야 정시에 퇴근해본 적이 없어", "강 대리, 나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라는 말을 하는 팀장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모든 평가를 자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기준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사고과 기준이나 틀에 빗대어 팀원들을 평가하는 것도 가혹화 오류를 초래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장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식이다. 하지만 모든 팀장이 이런 식이라면 인사고과의 기준은 객관적이지 못하고 팀장의 주관에 따라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오류 09 성공하면 내 덕, 실패하면 부하 탓똑같은 행동도 내가 했을 때와 남이 했을 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팀의 올해 목표 달성은 나의 리더십 덕분이지만, 김 대리의 성과는 시장환경이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를 '귀인오류(Attribution Error)'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잘되면 내 탓'이라고, 내가 한 일이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덕분으로 생각하는 반면,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남이나 상황,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한다. 전자를 '내적 귀인', 후자를 '외적 귀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우리가 범하는 귀인 오류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외부 귀인을 하는 반면, 상대방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내부 요인 탓을 하는 것이다.
오류 10 콩깍지에 씌다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학벌 좋고 가능하면 젊은 지원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이 채용 담당자들에게 '머리가 똑똑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일도 잘할 것이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성실한 팀원이 일도 잘하고 팀워크도 좋을 것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경우, 그것이 다른 모든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그 사람을 좋게 평가하는 것을 '후광 오류(Halo Error)'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인사고과 시스템은 한 사람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팀장이 후광 오류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팀원을 평가할 때 항목별로 구분 평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류 11 단 하나의 오점 때문에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들도 상대 진영의 흠집내기에 낙마하는 경우가 있다. 선거에서 네거티브전략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보다 인상 형성에 더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이를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부른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인재는 드물다. 수많은 업무를 막힘 없이 잘 처리하다가도 하나의 실수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야속하게도 사람들은 왜 이런 실수를 더 잘 기억하는지……. 좋은 평가를 받던 사람이 하나의 오점으로 인사고과에서 평가절하 되는 경우는 결국 팀장이 장점과 단점을 골고루 반영하기보다는 단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오류 12 김 대리 고향이 어디라고?팀장 입장에서는 자신과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팀장이 업무 스타일이 자신과 유사한 팀원에게 더 좋은 고과를 주거나, 고향이나 학교 후배에게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승진 기회를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유사성 오류(Similar to-me Error)'라고 한다. 팀장은 왜 유사성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일하기 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호흡이 맞아야 한다. 코드가 맞아야 한다. 장단이 맞아야 일을 하지……. 팀으로 일할 때 흔히 들어본 말들이다. 팀장 입장에서는 자신과 성격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고, 이와 다른 사람은 선별하여 내치려는 마음을 무의식중에 가질 수도 있다. 경영학자인 슈나이더는 이를 'ASA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직은 유사한 사람들을 모으고(Attraction), 그 사람들을 선발하고(Selection),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서서히 걸러져(Attrition)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은 동질화되어 가는데,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인 경우에 비해 성격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더욱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