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 혁명
마이크 송 & 비키 할시 & 팀 버레스 지음 | 프라임
1 첫 번째 햄스터 이야기 - 고개 숙인 햄스터
새벽 3시, 핸드폰에서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멜로디가 울렸다. 헤럴드가 2시까지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퇴근해서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팀장이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헤럴드는 오늘 새벽도 이렇게 문자메시지와 싸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헤럴드가 속한 부서원들은 항상 그날의 업무상황과 결과를 퇴근하기 전까지 인터넷으로 올려야 했고 팀장은 핸드폰 메시지로 부서원들을 매일 평가하며 다음날의 실행지침을 하달했다. 처음 이 직장으로 옮겼을 때는 정말 프로답다고 생각했던 일이, 그토록 존경스럽게 보였던 팀장이 이제는 지겹도록 싫기만 하다.
"여보, 그거 아침에 확인하면 안 돼?" "이거 지금 확인하고 답장 안 보내면 난리 나, 당신도 팀장 성격 알잖아, 내일 박살난다고!"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매번 이게 뭐야. 당신 이 회사로 옮기고 하루도 편하게 잠잔 적 없잖아." 아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핸드폰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우리 팀원들과 내일 회의를 함께 진행할 판매관리팀장의 메시지가 연속해서 도착한 것이다. '판매관리팀원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감 증진 프로젝트 수정 지시-자세한 사항은 이메일 첨부파일 확인 바람'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퇴근하기 전까지도 아무 말이 없더니 오늘 오후 2시에 브리핑해야 할 프로젝트를 지금 수정하라니!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했다면 팀장 성격상 지금 바로 수정해서 인터넷에 올리라는 얘기다.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헤럴드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서재로 가서 컴퓨터를 부팅한 뒤에 팀장을 비롯해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답장을 했다. 그러고 나서 이메일을 열어 팀장이 지시한 수정사항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일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새벽 5시 30분, 이제 다시 집을 나서야 한다.
헤럴드는 인재관리팀에 속한 3개 부서 가운데 하나를 맡고 있는 과장이었다. 그에게는 행정을 보조하는 비서 재닛 외에 기획과 실무를 담당하는 두 명의 부하직원이 있는데 다들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두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기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 때문에 팀장에게 깨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두 사람이 알게 모르게 자신을 공격하는 느낌이 들어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헤럴드가 컴퓨터를 부팅하자마자 제니퍼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과장님, 저번에 말씀하신 인재관리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디어 있잖아요. 저는 별로 말씀드릴 아이디어가 없는데요.' '시간을 충분히 줬잖아. 그것 때문에 외근도 많이 나갔다 왔고 특별히 다른 일도 안 맡겼는데 그런 얘길 하면 어떡해.' '저도 놀고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럼 좋아, 스코필드는 어때?' '저도 뭐 별로, 제 생각에는 저번에 과장님이 말씀하신 아이디어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요.' '일단 이번에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음 안건에 대해서는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 매번 내가 낸 아이디어로만 진행하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네.'
헤럴드에게 부하직원들은 엄청난 공포였다. 세 사람이 메신저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는 부하직원들이 한통속이 되어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온몸에서 진이 쭉 빠진다. 괘씸하기도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말만 많고 일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부하직원들의 자리를 지나치다가 메신저 삼매경에 몰두해 있는 것을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그들은 메신저를 잠깐 끄는 시늉을 하다가도 지나가고 나면 다시 켠 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대방과 끝도 없이 얘기를 나눈다.
또 부하직원들이 메신저를 일종의 '피할 구멍'으로 애용하는 점도 문제였다. 그들은 헤럴드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아이디어 헌팅'을 하러 나간다는 그럴듯한 변명을 헤럴드의 메신저에 늘어놓은 뒤에 말도 없이 나가버리곤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직원들은 오후 5시 30분쯤 전화를 해서는 다시 들어가면 퇴근시간이 지날 것 같은데 바로 퇴근해도 되겠냐고 묻는 것이다. 다시 들어오라고 하면 좁쌀영감이란 소리도 듣기 싫어 그렇게 하라고 해버린다. 이러다 보니 업무진행도 느려지고 결국 헤럴드가 직원들의 몫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곤 했다.
오후 4시 30분, 회의가 끝나자 헤럴드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다라 메타 팀장의 지시사항과 판매관리팀의 의견을 수렴해서 새로운 수정안을 작성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휴대폰의 모드를 진동에서 벨소리로 바꾸자마자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헤럴드가 팀장의 메시지 폭탄을 겨우 피하고 나면 이렇게 060과 사채업자들의 테러가 이어진다. '통화 버튼만 누르시면 지금 바로 당신이 꿈꾸던 환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런 메시지를 보면 곧바로 삭제해 버리지만 불량 메시지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도착할 때는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끝이 아니다.
'시중 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일단 전화 주세요. 수신을 원치 않는 분은 아래 번호를 눌러 주세요.' 'ㅇ은행 대출담당입니다. 추가 대출……' 이런 메시지를 받다 보면 예전에 줬던 명함을 다 회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팸 문제에 시달리다 겨우 숨을 돌리라 치면 인터넷이나 핸드폰 서비스업체에서 전화가 온다. 자사 서비스로 전환하면 현금 ㅇ만 원이나 사은품을 준다든지 번호이동하면 핸드폰을 공짜로 주겠다는 홍보를 한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저는 ㅇ통신…… 꼭 필요한 정보를 안내해……" "아니오, 제가 지금 바빠서요, 미안합니다." "아니요, 괜찮거든요……"
한바탕 전화통화를 하고 나면 머리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멍해져 자신이 그 전에 뭘 하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수십 분이 지난 상태고 팀장에게 보고해야 할 시간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업무들만이 헤럴드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회의결과를 정리해서 보고하라는 다라 메타 팀장의 지시가 오후 5시에 내려왔다. 그는 자기도 회의에 참석했으면서 꼭 그 진행상황과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헤럴드는 자신이 '문서 작성을 위한 문서 작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없이 서글펐다. 하지만 이 조직에 속한 이상 선택할 대안은 없었다. 또 참석하지도 않은 직원들에게 정리하라고 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예상보다 오래 걸려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나버렸다. 보고서를 올리고 팀장실을 나서는 헤럴드는 온몸이 땀에 절어 마치 2박3일 동안 한 숨도 못 잔 사람 같았다.
헤럴드는 겨우 발을 떼서 자리로 돌아왔다. 역시 부하직원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다. 헤럴드가 마우스를 움직이는 순간 메신저를 통해 도착한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과장님,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갑니다. 회의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죄송해요.' 역시 제니퍼는 메시지만 남기고 퇴근했다. 그리고 퇴근한 건지 하지 않은 건지 알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는 스코필드의 책상을 보며 헤럴드는 그가 술을 마시러 갔으리라 짐작했다.
결국 어제도 새벽에 귀가하고 말았다. 오늘부터 주말이기 때문에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회사에서 핸드폰이 꺼져 있어도 나중에 수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해 주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몇 년 만에 큰마음 먹고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헤럴드는 핸드폰까지 꺼놓고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기 핸드폰을 건넸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다라 메타 팀장이었다.
"헤럴드, 지금 어디야, 왜 전화를 꺼놓고 있어! 지금 헤럴드 때문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줄 알아?" "팀장님, 저는 지금 휴가 중인데요, 아내한테 전화까지 해서 이러시면……" "회사에 급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전화를 꺼놓으면 어떻게 해! 얼마나 급했으면 자네 아내한테 전화까지 했을까." "……팀장님, 어떤 자료를 보고 싶으신 건가요? 혹시 제가 돌아가서 보고 드리면 안 될까요?" "나는 지금 당장 그 자료가 필요해. 자네가 이렇게 업무에 신경을 안 쓰니까 부하직원들도 다 그런 거잖아. 이봐, 핸드폰 서비스는 그냥 달아 준 게 아니야. 오늘처럼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거라고. 그러니 전화기를 꺼놓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항상 확인하란 말이야.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나도 오늘 같은 상황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까.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 거라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날 이후로 헤럴드는 핸드폰 배터리를 매번 완충하고 다닌다. 그때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회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어쩌면 회사는 그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쳇바퀴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불을 뿜었다. 역시 팀장이다. "주말이지만 자네 회사로 좀 나와야겠어. 어제 새벽에 제럴드가 서식 개선안을 정리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거든." "하지만 팀장님, 저는……" "그럼 기다리겠네. 2시까지 나오게." 다라 메타 팀장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또다시 주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일단 팀장의 지시가 떨어졌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헤럴드는 회사에 가야 했다. "여보, 나 잠깐 회사 좀 갔다 올게." "오늘도 출근해? 주말이잖아.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했고 이틀이나 밤을 새웠으면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고 올게." 아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가버렸다. 즐거운 주말을 보낼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은 듯 보였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막에 안방 문 닫히는 소리가 세게 들렸다.
화가 난 아내를 뒤로 하고 나서는 주말 출근길은 더없이 쓸쓸하고 처량했다. 지금까지 주말을 제대로 쉬어 본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구나 귀가 얇은 경영진과 독사 같은 경쟁자들, 틈만 나면 쉬려고 하는 부하직원들이 헤럴드의 발목을 잡았다. '내 인생 이렇게 끝나는 건가?' 갑자기 절망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오로지 회사와 업무만을 생각하는데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회사는 오히려 윗선의 눈치만 살피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지하철 문을 나와 출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벽면에 특이한 그림이 그려진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둥근 원통을 타고 달리는 햄스터 한 마리, 아무리 달려도 햄스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늘 그 자리다. 그림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카피가 적혀 있었다. '햄스터 혁명이라고? 도대체 저게 뭐야.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라니, 정말 웃기는군. 그런데 저 햄스터하고 나하고 다른 게 뭐지? 매일 24시간 업무에 매달려 제대로 생산성을 내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나는 저 햄스터와 다를 게 없잖아.'
회사에 도착하니 팀장과 제럴드 외에 전무와 다른 간부들까지 나와 있었다. 팀장은 불과 5분 전에 도착한 헤럴드가 못마땅했던지 쳐다보지도 않았다. "헤럴드가 도착했으니 이제 회의를 시작합시다. 그럼 어제까지 수정된 사항들은 다들 알 테니 제럴드의 브리핑을 들어 봅시다." 제럴드가 제안한 서식 회의는 한 시간이 지난 뒤에 막을 내렸고 이어 그곳에 모인 간부들을 중심으로 기타 제안사항들을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자, 그럼 자유롭게 얘기해 봅시다."
헤럴드는 자신이 평소에 어려움을 겪던 이메일 문제를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열어보게 되는 이메일 문제에 관해 얘기해 봤으면 합니다." "제가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주고받는 이메일에는 각각 어떤 목적이 있고 첨부파일도 그 목적과 관련된 것들이죠. 하지만 제목만으로는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내용을 한참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때가 많아요. 특히……" "말이 나왔으니까 저도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데이브 앤더슨 판매관리팀장이 점잖게 말을 이었다. "…… 가만히 생각해 보면 헤럴드의 제안이 일면 타당성이 있어요…… 우리가 내부와 외부에서 주고받는 이메일의 시스템을 통일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방법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를 제안한 헤럴드가 어떻게든 해결점을 찾아줬으면 좋겠군요."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헤럴드에게로 쏠렸다. 그는 속으로 괜한 말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팀장은 헤럴드에게 앞으로 두 달 동안 이메일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자료관리 문제를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지하철 내부를 지났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광고 포스터가 생각나 헤럴드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햄스터 혁명! 그래 바로 이거야.' 그 광고 포스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헤럴드는 마침내 결정한 듯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다음 주부터는 다른 업무들을 부하직원들에게 맡기고 그는 햄스터 혁명을 진행하는 스티브 박사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2 두 번째 햄스터 이야기 - 정보에 중독된 햄스터의 고백
스티브 박사가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일하고 있을 때 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도와달라고 소리친 존재가 눈에 들어왔을 때 스티브 박사는 얼어붙는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넥타이를 꽉 조여 맨 채 거실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존재는 작은 몸집에 신경과민에 걸린 듯 보이는 갈색 점박이 햄스터였다. 그는 피곤해 보였으며 한편으로는 깊은 좌절감에 빠진 것 같기도 했다.
천천히 스티브 박사에게로 걸어온 그가 말했다. "당신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전문가라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헤럴드라고 합니다." 스티브 박사는 허리를 숙여 헤럴드의 앞발을 잡고 악수를 했다. "어서 오세요, 헤럴드 씨! 어떤 일 때문에 오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5년 전에 꿈에도 그리던 일자리를 얻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모든 게 완벽했어요. 저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고 제가 속한 팀은 놀랄만한 창의력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데도 성과는 점점 더 줄어들었죠."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이것 보세요. 저는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거든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그리고 반복되는 회의와 뒤죽박죽 엉켜버린 자료들 때문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요. 이런 것들이 귀신처럼 저를 따라다니는데 정말 미치겠어요."
"어떤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헤럴드 씨?" "무선통신 기술 덕분에 저는 항상 온라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제 아내 캐롤은 제가 집에까지 일을 가져와서 죽자 사자 매달리는 것을 보며 절망하고 말았죠. 애들은 아빠가 주말이나 휴일에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해야 겨우 밀린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니까 사실 주말이나 휴일을 기다리는 편이었죠. 그렇게 일을 계속하다 보면 가족들과 함께 보러 가기로 했던 공연 따위는 당연히 놓치게 되죠. 마치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공허하게만 느껴진다는 거죠?" "맞아요! 저는 지금까지 의미 없이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처럼 살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