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저자의 말 / 변화하려면 소통하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조직에 몸담고 생활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런데 『브레멘 음악대』의 주인공들은 각자 있던 조직에서 떠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브레멘 음악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몸이 떠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마음이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마음이 반쯤 떠난 채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듯 조직에서 마음이 떠나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의 답을, 우리가 자주 사용하면서도 생소하게 느끼는 단어 '소통'에서 찾고자 합니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힘 없이 서로 잘 통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인 물이 썩듯,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조직에서 사람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요? 주변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섬과 같은 고립무원의 절망감을 느끼며 조직 내부에 오해,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늘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니 말입니다. 그런데 소통의 질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루종일 함께 생활하지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인 소통을 하려 들기도 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며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전개될 이야기에서는 네 마리 서로 다른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현재 조직에서 생활하는 당신의 모습이자, 당신과 함께하는 동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네 동물들은 각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생활하는 조직에서는 이러한 욕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바로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 중 당신의 모습을 찾아봅니다.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면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생활하는 동료, 선후배들의 모습도 찾아보고, 당신이 리더라면 네 동물들에게서 구성원들의 모습도 찾아보십시오. 평소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을 좀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며, 더불어 그들의 행복을 위해 당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네 마리 동물들이 당신을 대신해 흥미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그들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장 퍼니, 신뢰를 갈망하다 - 우리는 서로 신뢰하는 가족이 될 수 있어!
당나귀 퍼니는 한 시골 마을의 페리 농장에서 태어났다. 그는 매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만나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항상 먼저 다가가 상냥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남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동물들이 퍼니를 찾아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무엇이든 들어주는 퍼니의 태도는 상처받은 동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또한 퍼니는 칭찬에도 능해 다른 동물들의 특징을 잘 간파하여 그들을 칭찬해주곤 했다. 퍼니 덕분에 마을 분위기는 날로 좋아져 서로서로 도와주고 위했으며, 이곳에서 퍼니는 정말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이 퍼니를 멀리 떨어져 있는 엔트리 농장으로 보냈다. 그 농장에는 페리 농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동물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열 마리도 넘는 당나귀들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서로 간에 무심하고 서먹한 모습이었다. 퍼니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어색했지만 반갑게 첫인사를 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새로 온 가족, 퍼니라고 합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당나귀들은 놀라 퍼니를 쳐다보았다. 잠시 후, 한 당나귀가 다가왔다.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분위기 파악을 잘해야 해. 너보다 높은 당나귀들의 기분을 눈치껏 살피고 따르라는 말이지. 말대꾸는 금물이야.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열이야. 너는 마지막인 11번이고, 그게 네 이름이야. 네 새 이름에 익숙해지도록 해." 퍼니는 그런 이름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새로운 나날이 시작되었다.
이곳 엔트리 농장에는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라고는 없었다. 그리고 조금만 실수해도 주인의 채찍이 날아왔다. 알고 보니 이곳에도 몇 개의 모임이 있기는 했다. 서로서로 비슷한 부류끼리만 모인다고 해서 '끼리끼리'라 불리는 모임이었다. '끼리끼리'는 멤버 외 다른 당나귀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늘 그들끼리만 뭉치려 했고, 다른 당나귀들에 대한 뒷담화에 시간을 보내며 당나귀들 간의 분열을 조장했다.
이곳에서 나날이 지낼수록, 퍼니도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어 갔다. 더 이상 예전의 밝고 활기찬 모습은 간데없고 다른 당나귀들과 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퍼니는 낯익은 얼굴을 하나 보게 되었다. 예전 농장에서 같이 지냈던 황소 슬로어였다. 슬로어는 퍼니의 부모가 새 주인을 만나 '브레멘'이라는 정말 살기 좋은 것으로 옮겨 갔다고 말했다. "브레멘? 그게 어디에 있는데?" "나도 몰라. 그냥 지나가다 들은 이야기야." 퍼니의 가슴속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예전 농장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날 이후 퍼니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다시 열심히 인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퍼니는 당나귀들을 모아 놓고 '서로 친해지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항상 만날 때 미소 짓고 인사하며,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고, 서로 격려하며 칭찬하며 지내자는 내용이었다. 한 당나귀가 물었다. "우리가 왜 친해져야 하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서로 관심을 갖고 친해지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가족이 될 수 있지요." 그때였다. 서열 1번의 당나귀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서로의 신뢰관계 형성을 가로막는 것들에 대해 말해주게." 모든 당나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도 확실하게는 몰라요. 하지만 예전 농장과 다른 점은 말해드릴 수 있어요.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 대화 부족, 험담, 엄격한 위계질서……." "서열을 중요시하는 것이 뭐가 문제지? 그건 우리의 오랜 전통이고 질서유지 방법인데." "서열에는 좋은 점도 있죠. 그러나 그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하고 싶은 얘기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궁금한 것도 제대로 물어볼 수 없으니 오해가 발생하게 되죠. 시키는 일만 하게 되니 생각과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서열 1번의 당나귀는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듯했다. 그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퍼니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농장 곳곳으로 전해졌고, 농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나귀들은 서로 돕기 시작했으며, 농장은 점차 생기 있는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나타났다. 그는 퍼니 때문에 농장이 시끄러워졌다며 퍼니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퍼니는 며칠 동안 흐느꼈다. 자신의 뜻을 이해 못하는 주인이 야속했고 말 못하는 고통도 참기 힘들었다. "이곳을 떠날 거야." 그는 부모님이 갔다는 브레멘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곳에 가면 예전처럼 다시 가족들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당나귀들의 도움을 받아 재갈을 풀고 퍼니는 농장을 탈출했다. 쫓아오는 개들을 따돌리며, 밤새도록 달렸고, 어느새 새벽의 햇살이 떠올랐다. 비록 몸은 지쳤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브레멘으로 가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갈 수만 있다면 얼마가 걸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2장 로티, 사랑을 열망하다 - 난 그의 인정과 사랑에 미쳐 있었어!
브레멘을 향하던 퍼니는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힘없이 축 처져 있는 모습이 가여워 보여 퍼니는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 난 퍼니야. 넌 이름이 뭐니?" 퍼니의 다정한 목소리에 개는 고개를 돌려 퍼니를 바라보았다. "난 로티라고 해." "왜 집을 나와 방황하고 있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퍼니의 따뜻한 태도에 로티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로티는 얼마 전 집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주인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숨을 거둔 훌륭한 할아버지를 둔 로티는 자신의 그러한 혈통을 자랑스러워하며 그와 같은 훌륭한 개가 되기로 굳게 결심했다. 로티가 하는 모든 일은 집과 주인을 위한 것이었다. 주인이 집에 있으면 항상 주인을 바라보고, 주인이 집을 나서는 경우에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하고,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는 목숨을 걸고 성실하게 집을 지켰다. 이 모든 것들은 어떤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로티가 바라는 것은 그저 단 하나, 주인이 주는 사랑과 인정이었다. 주인이 이따금씩 목덜미를 끌어안아 주기만 해도 그동안의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로티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주인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의 집에는 로티 외에 치와와와 포인터가 함께 살았는데, 치와와는 안방에 살며 주인에게 아양을 떨었고, 포인터는 주인의 사냥을 도왔다. 로티는 그들이 싫었다. 자신에 비해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특히 포인터에 대한 주인의 사랑은 그야말로 극진했다. "이건 너무 불공평해. 내가 그들보다 못할 게 뭐야? 나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게 틀림없어. 주인님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날이 갈수록 로티의 스트레스는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로티가 집에 찾아온 주인의 먼 친척을 도둑으로 알고 물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밥값도 못하는 미련한 놈 같으니라고……." 노발대발한 주인이 내뱉은 말에 로티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마음을 다잡고, 로티는 집을 떠나 달렸다. 눈물을 흩뿌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주인의 집이 어둠 속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이야기를 들은 퍼니는 로티가 너무나 가엾게만 느껴졌다. "주인이 밉고 원망스럽겠구나?" 로티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니, 난 오히려 아직도 주인님을 사랑하고 있어. 내가 진짜로 미워하고 원망하는 건 주인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나 자신이야." "넌 네 모습 자체로 이미 소중한 존재야. 네 주인은 네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 그 사람은 너와 함께할 자격이 없어. 로티, 나와 함께 브레멘으로 가지 않을래?" "브레멘?" "그래. 그곳에 가면, 틀림없이 널 인정해주는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로티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어준 퍼니에게 깊은 신뢰를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함께 브레멘으로 향하게 되었다.
3장 보이스, 열정을 분출하다 - 난 그 일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었어!
날이 어두워지자 퍼니와 로티는 산속 폐가에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꼬끼오~' 하는 높은 톤의 매력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기지개를 켜며 집 밖으로 나가 보니 수탉 한 마리가 지붕 위에서 목청껏 외치고 있었다. '이런 산속에 수탉이 있다니…….' "난 퍼니이고 이 친구는 로티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난 보이스라고 해." "그런데 넌 왜 산 속에 있니?" 보이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들이 날 얼마나 이해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난 집을 떠났어."
보이스는 성량이 매우 좋은 수탉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을에서 유명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가 생각해낸 일은 아침마다 새로운 삶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목소리를 가다듬고 마을 전체에 외쳤다. "목표를 가지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행동으로 옮기세요." 그의 멋진 외침은 사람들에게 활력이 되었고, 그는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자신이 몹시 자랑스러웠다. 매일같이 새로운 메시지를 개발하고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는 일은 사실 매우 고되고 정성이 필요한 일이었고, 보이스 자신도 왜 이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이 일을 통해 삶의 재미와 보람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이스는 주인으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밤에 닭장을 지키다가 여우가 나타나면 큰 목소리로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자, 보이스는 새벽에 외치는 일이 점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꼬박 밤을 샌 후에는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았고 피곤함에 새로운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 날 밤, 여우가 나타났지만 그는 두려움에 제대로 소리를 지르지 못하여 암탉이 잡혀가고 말았다. 이 일로 보이스는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고, 주인은 닭장 지키는 일에 집중하라며 새벽녘 외침을 금지시켰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극심해졌다. 닭장에서 닭이 사라져 갈 때마다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고, 자신감은 점점 더 없어져 갔다. 어느 날 보이스는 웅덩이 물에 비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보았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보이스는 자신의 과거 결심을 되새겨 보았다. "그래, 내가 진정 해야 할 일은 이게 아냐! 내 삶의 목표는 마을 사람들과 동물들이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녘 외침을 해야만 해." 보이스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새벽녘 외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이야기를 마친 후 보이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로티, 퍼니, 내가 책임감이 부족한 존재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어. 난 그 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었어." 퍼니가 다정하게 말했다. "난 지금까지 너처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동물은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너의 목소리는 정말 예술이야.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어. 우리와 함께 브레멘으로 가지 않을래? 그곳에 가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보이스의 귀가 솔깃했다. "그래. 너희들 말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힘껏 외쳤다. "출발! 우리의 미래를 향해!"
4장 익스퍼, 최고를 꿈꾸다 - 난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이가 되고 싶어!
서로 의지하며 브레멘으로 향하던 어느 날,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로티가 앞장서 달려가 보니, 뚱뚱한 고양이가 있었다. "너희들을 따라와서 미안해. 더 이상 따라가지 않을게." 퍼니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우리는 저마다 모두 가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어. 너는 무엇이 문제니? 혹시 우리가 도움이 될 수는 없겠니?" 그의 따뜻한 말에 뚱보 고양이는 흐느껴 울기 시작하더니, 코를 훌쩍이며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익스퍼라고 해."
익스퍼가 처음 주인집에 왔을 때는,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에 주인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주인은 포근한 쿠션이 깔린 예쁜 집을 마련해 주었고, 익스퍼는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환경에 익스퍼는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할 일이 없어 무료했고, 이렇게 평생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익스퍼는 굴러다니던 공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로는 공놀이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취미가 되었다. 이리저리 공을 굴리고 던지면서 그는 자신이 순간 스타트와 단거리 질주, 그리고 빠른 방향 전환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