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경제· 경영· 인생 강좌 45편

윤석철 지음 | Monday Ent. Inc
인생과 기업을 이해하는 출발점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고 풀어야 할 문제의 범위와 성격이 복잡해지면 부분 해법만 가진 경영자는 한계에 봉착한다. 그래서 21세기 경영자는 한정된 자기 분야를 초월해서 관련 영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적(知的) 시야를 필요로 한다. 그는 인간의 필요, 아픔,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수성으로 고객의 수요를 예측해야 하며, 예측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과학과 기술도 이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는 자기를 따르는 수동적 다수의 수용(受容)과 존경을 받아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경영자가 이렇게 다양한 조건을 갖추려면 그는 인문, 사회, 자연 등 다양한 학문 계열로부터 교양과 지식을 습득해야 하며 철저한 자기 비판을 거친 인생관과 세계관으로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경영의 세계를 일반 지성인이 이해할 수 있는 체제로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닥터 지바고〉〈콰이강의 다리〉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영화감독 데이빗 린은,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영화를 어떤 장면으로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경영학 이야기'를 한 줄기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있어서도 시작의 고민은 많다. 그러나 경영학이 삶과 일의 학문인 만큼 인생과 기업의 기본(밑바탕)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느 종교에서는 인생을 고해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자. 일본의 「닛케이(日經)비즈니스」 지는 과거 100여 년 간 일본 100대 기업의 흥망을 연구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이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도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는(technology-based) 대기업 2,000개 회사를 샘플로 평균 수명을 조사한 보고서가 있다. 놀랍게도 이 보고서는 이들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믿기 어려운 단명이지만 산업별 자료를 보면 실감이 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1910년대에 미국에는 200여 자동차 제조회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수가 1930년대에는 20개 사, 1960년대에는 4개 사로 축소했고 지금은 3개사이다. 라디오, TV, 화학산업 등 모든 분야가 무한경쟁 속에서 이러한 흥망을 겪으니 10년 정도의 평균 수명이 나올만하다. 대기업이 이렇다면 중소기업의 경우는 불문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왜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 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유도(degree of freedom) 개념을 필요로 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즉 일본보다도 정부의 통제가 훨씬 적은) 나라다. 1910년대에 자동차 제조회사 수가 200개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산업활동의 자유도가 높을수록 자유경쟁, 즉 생존경쟁은 치열해지고 그렇게 되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단축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민주화와 함께 자유도가 매년 높아지고 있으므로 생존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고 기업의 평균 수명은 계속 단축 될 것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생존경쟁은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숙명의 길이다.





삶에 이르는 길

자연과학의 진리는 실험을 통하여 진위를 가릴 수 있다. 불행히도 인문사회의 문제는 실험이 어렵다. 그러나 장구한 역사 속에 축적된 데이터 및 사실이 인문사회의 진리탐구에 실험실 역할을 해준다. '무한경쟁 속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역사 속에서 탐구하자. 생존경쟁의 역사는 5억3천만년 전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캄브리아기라고 불리는 이때부터 어류들 사이에 약육강식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각 어류들은 생존전략을 세우며 그에 맞는 신체구조를 진화시키기 시작했다. 예컨대 (자기를 잡아먹을) 강자나 (자기 먹이가 될) 약자를 신속히 발견하기 위한 정보 전략을 선택한 어류들은 많은 눈을 보유하는 (신체)구조를 진화시켰다. 5개의 눈을 보유한 '오파비니아'가 화석으로 남아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어류들의 이러한 진화노력은 오늘날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 선택하는 노력의 과정, "환경적응→전략수립→구조조정"과 본질적으로 같다.



1802년 화약제조로 출발한 듀퐁(Du Pont) 사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듀퐁 사는 전쟁 발발로 화약주문이 폭주하면 생산설비를 대폭 확장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전쟁이 끝나면 과잉설비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페인트, 셀룰로이드, 인조 가죽 등 화약 이외의 다른 분야로도 진출하려는 다각화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전략에 따라 생산되는 새 품목들은 계속 적자를 발생시켰다. 페인트 사업의 경우 듀퐁이 적자를 내는 동안에도 경쟁업체들은 이익을 내고 있어서 듀퐁 사는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인 규명에 나선 듀퐁사는 적자 발생의 원인이 (판매 부진이 아니라) 조직 구조에 있음을 밝혀냈다. 화약 단일 품목만을 위해 설계되었던 조직 구조를 가지고 다각화된 품목의 생산·구매·판매·연구 개발 등을 계획, 통합, 평가하자니 관리상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 것이다.

결국 듀퐁 사는 제품 라인별 사업부제를 채택하면서 각 사업부가 제품라인의 특성에 맞게 모든 직능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본사는 투자수익률(ROI) 법을 개발, 사업부의 업적 평가에 임하기로 했다.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생존지혜, 즉 '환경적응→전략수입→구조조정'의 우등생 듀퐁 사가 금년에 200주년을 맞는 것은 이렇게 남다른 노력의 대가(代價)이지, 우연이 아니다.



주고받음(give & take)이 생존의 기반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광합성(光合成)한 결과물이다. 동물성 식품도 먹이 사슬을 따라가 보면 결국 식물 혹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것들이다. 석탄이나 석유도 오래 전 땅에 묻힌 동식물의 잔재이니 태양에너지의 소산이다. 물도 태양에너지가 바닷물을 증발시켜 비를 내려준 결과이니 태양에너지야말로 모든 생명의 생존 기반인 셈이다. 이처럼 멀리는 태양에서부터 가까이는 국가, 사회, 직장 그리고 가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층층시하 생존 기반 덕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자라도 그의 생존 기반이 소멸하면 그걸로 끝장이다.



생존의 역사를 보면 생존 기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지혜는 일찍이 곤충과 포유류에서 나왔다. 현화식물의 꽃가루와 꿀을 먹이로 선택한 곤충들은 자기 생존 기반인 현화식물의 번식을 돕기 위한 가루받이 기술을 개발, 서비스에 나섰다. 식물의 열매를 먹이로 선택한 포유류도 열매식물의 씨를 멀리까지 날라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 생존 기반의 번성을 도왔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지구상 최강자였던 공룡이 하루 1톤에 가까운 나뭇잎을 먹어치우기만 하면서 생존 기반(숲)을 훼손, "너 죽고 나 살기"식 생존 모형을 추구하는 동안 곤충과 포유류는 '너 살고 나 살고'식 '주고받음'모형을 개발한 것이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M. Mauss)는 재화와 서비스, 말(言)과 상징, 그리고 '사람'의 주고받음에 의해 인간 사회의 삶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인류학에서는 결혼까지도 그 본질적 의미를 부족 간, 가문 간 '사람'의 주고받음으로 본다. 자기 누이동생을 이웃 마을로 시집 보내고, 그 마을에서 자기 부인을 맞아오면 마을 사이의 사회적 주고받음은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자연 생태계 속의 '주고받음'은 먹이의 제공한 번식을 도와주는 차원이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정신적, 정서적 모든 가치가 '주고받음'의 대상이 된다.



국가와 국민 사이의 주고받음은 어떠할까? 국가 혹은 정부의 생존 기반은 국민이다. 국민을 잘 살게 해주지 못하는 국가 혹은 정부는 생존 기반을 붕괴시켜 스스로 자멸한다는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자.

1961년 전 세계를 긴장시킨 비행기 추락사건이 있었다. U2기라는 미국 정찰기가 당시 소연방공화국 (USSR) 고공을 비행하다가 로켓을 맞고 떨어진 것이다. 당시 흐루시초프 수상은 UN총회에 나와 구두를 벗어 탁자를 치면서 노발대발했다. 전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소연방의 위력에 모두가 숨을 죽이며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막강했던 USSR이 지금은 김소월의 시구(詩句)처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되어버렸다. USSR은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세계 최강을 겨뤘지만) 자기의 생존 기반인 국민에게는 적절한 행정 서비스를 해주지 못했다. 국가가 국민을 잘 살게 해주면, 국민은 국가에 납세와 국방의 의무, 국가를 향하여 경의를 표하는 애국심을 바칠 것이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 사이의 '주고받음'이다.



1990년 당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표 값은 (미화) 2달러 정도인데, 그것을 구입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국민이 빵 한 덩이를 사기 위해서도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게 만든 나라, 이런 정치를 한 나라가 외국의 침략없이 (생존 기반의 붕괴로) 스스로 무너진 것은 역사의 필연법일 것이다.



소비자와 고객, 협력업체들을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했던 시대는 갔다. 그들은 기업의 생존 기반이다. 생존 기반이 풍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번영에 이르는 길이다. 사회생활에서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 사이는 서로 생존 기반이 된다. 국가와 국민 사이, 기업과 고객 사이, 가정에서는 부부 사이가 서로의 생존 기반이다. 생존 기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봉사를 할 것인가? 생존 기반에 대한 고마움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수준 여하가 인간적 성숙을 재는 척도일 수도 있다.





상상력 발휘, 노력의 소산이다

모차르트나 피카소 같은 천재들만 염두에 두고 창조적 상상력이란 보통사람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것, 천재들에게만 가능한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물론 예술작품 창조에 필요한 상상력과 기업에서 신제품이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상상력이 같을 리는 없다. 그러나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고 말했고, 이 말은 인간의 창조적 업적이 대부분 끈질긴 노력의 소산이라는 뜻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오늘날 제주도에서 나오는 지하수는 미국 FDA, 일본 후생성 등 선진국 수질검사에도 합격하여, 깨끗하고 질 좋은 물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물이 귀한 섬이었고, 제주도 사람들이 '허벅'이라 불리는 단지를 등에 지고 물을 나르던 모습이 오늘날 제주도의 역사적 풍물(風物)로 남아 있다. 이렇게 물이 귀했던 제주도를 세계적 지하수 산지로 만든 것은 어느 보통사람의 정열과 노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발휘한 상상력을 살펴보자.



1970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한결같이 "제주도는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서 된 다공성(多孔性) 지층이라서 비가 오면 빗물이 밑으로 스며들어 바닷물과 합류하므로 지하수가 존재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물 부족으로 곡식은 물론 야채도 생산하지 못하는 제주도민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하수 개발을 강행해 보기로 했다. 1971년 2월 농림부 산하 지하수 개발 팀에서 근무하던 한규언(韓圭彦, 당시 27세) 씨가 이 임무를 맡고 제주도로 전임해 왔다.



한씨는 지하수가 나올만한 곳을 탐색하던 중 해안 근처 여기저기서 솟아오르는 용출수(湧出水)를 발견했다. 제주도 내륙에 사는 주민들은 멀리 해안까지 내려와 '허벅'에 이 용출수를 받아 등에 메고 올라가는 고생을 하고 있었다. 한씨는 이 용출수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한씨가 지급받은 지하수 개발용 장비는 몇 개의 회전 날개(blades)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면서 흙이나 모래층을 뚫고 들어가는 범용(汎用) 장비였다. 그러나 제주도는 용암이 굳은 암반으로 되어 있어서 이런 장비로는 굴착이 불가능하다고 느낀 한씨는 그것을 개조하기 위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그는 이 장비를 철공소에 가지고 가서 회전날개 끝에 붙어있던 텅스텐 조각들을 떼어내어 그것을 철강 파이프 끝에 용접해 붙였다. 이 철강 파이프를 모터로 회전시키면 암반이 원형으로 깎이면서 파이프 속으로 들어오는 암석만 제거하면 관정(管井)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상상력이었다. 이러한 끈질긴 노력 끝에 그해 5월 지하 27m에서 그는 지하수를 발견했다. 이것이 지금 북제주군 한림읍 동명리에 보존되어 있는 제1관정이다. 그 후 수백, 수천의 관정이 개발되면서 제주도는 오늘 같은 지하수 천국이 된 것이다. 노력도 해보지도 않고 "제주도에는 지하수가 있을 수 없다."라고 단정한 학계의 (잘못된) 상상력을 의지와 정열을 가지고 노력하는 보통사람의 상상력이 뒤엎은 사례가 제주도 지하수의 성공이다.



여기서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고 정의한 에디슨의 말을 음미해 보자. 산업현장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창조적 상상력은 보통사람의 머리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일 것이다. 단, 최선을 다하는 정열과 몰입,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인내력이 필요하다. 퀴리 부인이 라듐을 발견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상상력, "라듐의 양이 적다면 그릇 밑바닥에 눈에 안 보일 만큼 깔려 있을지 몰라." 이것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몰두하는 정신의 소산이었다. 결론적으로, 창조적 상상력에 관하여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창조적 상상력을 소수 천재들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착각 말이다. 이 착각으로 인하여 상상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아예 포기한다면 그것은 사회를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선 큰 손실이 될 것이다.





기술개발의 방법론, 탐색시행(探索試行)

역사를 보면 우리 민족도 상당한 수준의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주초위왕(走肖爲王)'의 고사도 그 중 하나다. '주초위왕'이란 조선왕조 시대 젊은 개혁파 조광조(趙光祖)를 음해하기 위하여 그의 반대파가 꾸민 위계를 말한다. 조광조의 개혁정치로 피해를 입게 되는 훈구파 측에서 궁궐 내 나뭇잎에 꿀로 '走肖爲王' 네 글자를 써놓고, 단 것을 좋아하는 곤충들이 여름 동안 꿀 묻은 자리를 파먹게 했다고 한다. 가을이 되어 나뭇잎에 '走肖爲王' 4글자가 나타나자 그것을 왕(당시 중종)에게 보이면서, 走와 肖를 합치면 '趙'자가 되므로, 趙씨가 왕이 될 징후라고 모함, 조광조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이긍익(李肯翊)의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같은 야사(野史)에만 나오고,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즉 정사(正史)에는 안 나온다. 그래서 1997년 KBS가 조광조 관련 역사 프로그램을 방영하려 할 때, 어느 대학에 연구 용역을 주어 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가리게 했다. 연구팀은 나뭇잎에 꿀로‘走肖爲王’이라고 써서 단 것을 좋아하는 곤충 옆에 놓아두는 실험을 했다. 시간이 충분히 흘러 곤충들이 나뭇잎을 긁어먹은 결과를 살펴보았더니 '走肖爲王'이라는 글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곤충들이 긁어먹는 것은 나뭇잎 속 수액(樹液)이었지, 나뭇잎 위 꿀 칠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실험에 의해 '주초위왕'의 고사 내용은 자연의 존재양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추측컨대, 조광조의 개혁정치에 기대를 걸고 그를 따랐던 유생들이 조광조의 죽음이 억울했음을 알리기 위하여 만들어낸 상상력이 '주초위왕'의 고사였던 것 같다. 이처럼 어떤 상상력이 실제(reality)와 부합되는지, 혹은 실현 가능(feasible)한지를 판별하는 실험을 탐색시행(探索施行)이라고 부르자.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