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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력 화술

마티아스 펨 지음 | 글담
순발력 화술

마티아스 펨 지음/정현경 옮김

글담/2004년 8월/218쪽/9,800원



순발력 화술로 갈아타라

잘 읽히기만 하는 말하기는 나쁜 말하기다

* 입으로 하는 말은 글로 쓰여진 말과 다르다 : 입으로 하는 말은 글로 쓰여진 말과는 법칙이 다르다. 말은 상대를 앞에 두고 하는 것이지, 종이 위에서 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유로운 말을 글로 옮겨 놓았을 때 글말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문체나 문법에서 오류가 상당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길고 지루한 말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연극작품과 같은 언어는 듣는 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러한 시대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여기 한 가지 원칙이 있다.

* 명사보다는 동사로 승부하라 : 순발력 화술은 ‘명사’로 된 문장이 아니라 ‘동사’로 된 문장이다. 공식적인 연설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문장은 이렇다. “목표로 설정한 것은 모든 PR활동의 연결입니다.” 이것은 순발력 화술 언어가 아니며, 이때는 좀더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렇습니다. PR활동을 한데 묶는 것입니다.” 우선문장을 두 개로 나누었고, ‘연결’이라는 명사를 ‘한데 묶는다’라는 동사로 바꾸었다. 이것이 훨씬 더 상대의 감정을 움직인다.



상대 앞에 밥상까지 차려줘라

중요한 것은 효과 없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연설을 정말 훌륭하게 했고, 자신의 관심사에 대중들이 크게 열광했으며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잘 펼쳐 나갔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연설 끝 부분에 ‘구체적인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상대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말하라 : 이야기 끝 부분에 당신의 관심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도록 상대에게 유도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저의 제안에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표결에 붙이는 것이다. 자기가 제안한 관심사에 사람들이 설득되었다는 전제에서 이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제시해주자.

예전에 내가 진행한 순발력 화술 세미나에 참가했던 어떤 여자는 회사 내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회장직을 맡고 있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관심사는 가능한 한 회원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매일 오후 업무가 끝난 뒤에 관심 있는 직원들에게 동호회를 소개했다. 예전에 그녀는 항상 이런 문장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제 여러분들은 우리 동호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동호회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 동호회 회원이 되고자 하는 분은 언제든지 제게 문의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도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설 후에는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 중의 1~2%만이 동호회에 등록했다. 이 마무리 문장의 문제점은 연설이 끝난 뒤에는 고무되었던 행동에너지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무 소용없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제 그녀의 마무리 연설 문장은 이렇게 바뀌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우리 동호회가 다른 동호회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 밑을 만져보십시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것을 꺼내십시오.” 사람들은 의자 밑의 서류봉투 하나를 꺼냈다. 바로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동호회 가입 서류입니다. 작성하실 시간을 2분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에 제가 돌아다니면서 걷겠습니다.” 이렇게 연설을 마친 뒤, 등록률이 무려 20%에 달했다. 예전보다 열 배나 높아졌다. 그녀는 흥미 진진하게 연설한 다음,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행동 에너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변화시켰다.



흥미를 끄는 세부지식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라

상대가 모르는 지식이 설득을 낳는다

설득력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상대에 대해 조사를 한 다음 그들의 전문영역에 필요한 세부지식에 대해 보고하여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다. 가령 당신이 사료제조회사에 다니는데 농부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젖을 내는 가축의 질병 원인에 대한 지식으로 자신을 상대방에게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상대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와, 재미있다. 저 사람 아는 것 많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당신이 엔지니어 사무실을 경영하고 있는데 어느 지역의 하수도 개조공사 주문을 따내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지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처리방법과 하수도망에 대한 세부사항을 사전에 미리 조사한다. 그리고 지역 대표자들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상상해보자. “이 지역에는 정확히 직경 50cm, 길이 18.4km인 하수도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1974년에 처음으로 관을 설치하여 첫 번째 개조공사는 1982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 지역 대표자들도 지금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당신이 이런 사실을 보고하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물론 상대가 아직까지 모르고 있는 지식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



아나포라, 반복을 통해 강조하라

낙숫물이 돌을 뚫는다

이야기 중 계속 똑같은 문장이나 어구를 반복하는 말하기를 ‘아나포라’라고 한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높이 세워졌을 때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케네디가 베를린에 와서 이 장벽 앞에서 연설한 적이 있었다. 다음은 케네디의 연설 중 첫 부분이다. “오늘 저항정신의 상징인 여러분의 도시에 제가 와 있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의 총리와 함께 민주주의와 자유, 진보의 편에 선 이 나라를 방문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클레이 장군과 함께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필요하다면 나는 꼭 다시 올 것입니다.” 이 연설 시작 부분에는 아나포라가 있다. “나는(…)자랑스럽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연설 중에 똑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아나포라는 강력한 화술 양식 가운데 하나다. 아나포라가 얼마나 설득력이 강한지 실제로 연설에서 한번 들어봐야 한다. 심지어 연설 안에 아나포라가 있는지의 여부가 세계사에서 가장 유명한 연설을 식별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아나포라는 아주 격조 높은 화술 방법이다. 하지만 매우 간단하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여러분이 매우 일상적으로 하는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 주겠다.

세미나 참가자 중에 이런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직장동료들을 위한 기념파티에서 연설을 했었는데, 여기 그녀의 연설 중에서 한 대목을 인용해보겠다. “우리 중 누구나 크나큰 열정으로 일을 한다면, 우리 중 누구나 성실함과 참여정신이 뛰어나다면, 우리 중 누구나 바로 당신처럼 다른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도울 자세가 되어 있다면, 우리 회사는 영원할 것입니다.” 당신이 이런 아나포라를 사용한다면 사람들의 심리에 무슨 변화가 생기겠는가?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할수록 깊이 파고든다. 물 한 방울이 계속 떨어지면 결국 돌을 뚫는다. 똑같은 메시지를 계속 반복하면 사람들의 뇌리에 당신이 전달하는 메시지, 나아가서 당신의 관심사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뚫게 된다. 동시에 그 연설은 뇌리에 오래 남게 된다. 메시지를 사람들의 머리에 집결시켜라.



숫자는 비교해서 보여줘라

숫자를 곱하거나 나누어 두 배의 효과를 노려라

어떤 그림이 2,500유로라고 하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는가? 그 그림 왼쪽에 걸려 있는 그림도 똑같은 화가의 그림이다. 그런데 가격이 12,000유로나 되었다. 또 다른 그림은 같은 화가의 그림이 자그마치 16,000유로나 되었다. 이제 아마 다음과 같은 판단이 섰을 것이다. 처음 본 그림이 싼 거구나. 어떤 값을 ‘비싸다’ 또는 ‘싸다’고 느끼는 것은 그 옆에 나온 물건값과 비교해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상에서 우리는 숫자 이용에 있어서의 중요한 규칙을 도출했다. “해당 수치 옆에 비교수치를 놓아 서로 비교되게 하면, 큰 수치는 작게 보이고, 작은 수치는 크게 보인다.” 언제쯤에 비교수치를 내놓을 것인가는 상관없다. 순발력 화술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 비교를 통해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 먼저 비교수치를 언급하고, 다음에 목표수치를 언급해야 한다 : 이 지점에서 비교수치를 제시할 때 논리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비교수치를 듣고 나서 논리정연하고 앞뒤가 맞다고 상대가 느껴야 한다. 만약 앞의 예에서 연설가가 “마약 중독자 치료 마을에 드는 비용을 영재교육에 드는 비용과 비교해 봅시다. 영재아이를 지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80,000프랑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비교의 효과는 떨어진다. 영재를 키우는 것과 마약 중독자를 도와주는 것은 서로 짝이 맞지 않는 신발과 같은 꼴이다.

* 숫자는 곱하거나 나누어서 크거나 작게 보이게 할 수 있다 : 숫자를 크게 보이게 하고 싶다면 곱하고, 작게 보이게 하고 싶다면 나누어라. 잡지 1년 정기 구독료가 200유로라면, 하루 60센트만 드는 것이라고 계산해보여라. 회사에 신입사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려면 1년 예산안 중에서 0.9%만 들이면 된다고 언급할 수 있다. 거꾸로 숫자를 크게 보이고자 하면 곱하면 된다. 매일 15분간 초과근무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당신이 노동조합 대표로서 매일 15분이 연간 얼마만큼을 의미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전 노조위원이 격분할 수 있도록 이렇게 연설하자. “회사측에서는 여러분이 연간 62시간을 무보수로 일할 것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우리는 그 제안을 거절합니다.”



대중의 나태한 심리를 이용하라

당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귀찮게 만들자

회의에서 제안한 내용을 표결에 부치고자 할 때는 대중들의 나태한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다시 말해 당신에게 반대표를 던지려는 사람을 귀찮게 만들라는 말이다. 당신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이 과반수를 넘기 위해서는 51%만 되면 된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아직까지 찬성의 표를 던질까 말까 주저하고 더 생각해봐야겠다는 사람과, 이도 저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당신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예컨대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제 의견에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손 들기는 귀찮은데 들어야 하나. 나한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에라, 그냥 가만히 있자.” 이렇게 되면 벌써 그들은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된다.

표결에서 심리적인 효과를 상승시키는 방법이 또 있다. 아까 한 것처럼 “제 의견에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되 조금도 쉬지 말고 바로 뒤이어서 이런 말을 덧붙여라. “누구 계십니까?” 이렇게 질문하면서 좌중을 둘러본다. 그러면 손을 들려고 반쯤 결심한 사람도 순간 멈칫하게 된다. ‘나 혼자 손들면 어쩌지? 바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 긴장을 고조시켜라

긴장을 통해 놀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해결책을 말하기 전에 긴장감을 고조시켜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자. 가령 이렇게 말하라. “오랫동안 해결책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제 그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그리고 이제 비로소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 회사를 컨설팅 회사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놀람효과인 ‘아하-효과’ 또는 ‘와우-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회사를 왜 컨설팅회사로 바꾸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합니다.”라고 별로 스펙타클하지 않게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주의력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첫 번째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호기심이 높아 처음부터 당신의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오늘날의 순발력 화술에 필요한 일종의 속임수다! 해결책을 제안하기 앞서 먼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말하라. “이제 저는 여러분에게 모든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정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냈습니다.” “자, 이제부터 잘 들으십시오.” “이제 그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를 통해 당신이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긴장감 없는 낡은 방식은 버려라

인사말을 버리면 전문가가 된다

순발력 화술 시작 부분에 나와서는 안 될 것은 무엇일까? 이는 대부분의 화술 책에서 읽었던 것과, 또 화술 트레이닝 세미나에서 들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다.

* 인사말은 하지 말아라 :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전기요금 정책에 관한 제 강연회장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먼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와주신 데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하며….” 이러한 말하기는 그냥 옛날 화술도 아니고, 완전히 옛날옛적의 화술이다. 순발력 화술에서는 더 이상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최대 “안녕하십니까!”까지만 말하라. 그것조차 안심하고 빼도 좋다. 순발력 화술은 짧고 간결하며 긴장되고 재미있어야 한다.

* 연설 시작부분에서의 전체 요약은 금물! : 대다수 화술 책에서는 이 반대의 내용을 규칙으로 제시했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 책에서는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 테마를 소개해주고 무엇에 대해 말할지 짧게 목차를 제시해주어라.” 그러나 순발력 화술이라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낡은 방식이다. 긴장감을 죽이는 이러한 방식은 공룡 시대에나 맞는 화술이다.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미리 예고해주면, 범죄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살인자를 폭로하는 것이 된다. 사람들을 계속 긴장하게 하라! 상대는 당신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알아서는 안 된다. 직접 보기 전에는 영화 내용을 알면 안 되듯이.

* 자기소개는 제발 생략하라 : 사람들이 당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시작하라. 사회자가 있다면 그가 당신을 소개하면 된다. 사회자가 없다 해도 자신에 대해 소개하지 마라.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면 연설에서 활력과 긴장감, 생동감은 사라진다. 연방 총리 슈뢰더가 어느 기업의 전문위원회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고 상상해보자. "우선 제 소개를 할까 합니다. 제 이름은 슈뢰더이고 현 독일 총리입니다. 나이는 56세이고, 오랫동안 니더 작센 주 수상이었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할 시나리오다. 절대 "저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처럼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 아닌데요."라고 말하지 마라. 발표를 시작한 지금까지도 당신이 누구인지 사람들이 모른다면 지금 소개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연설이 좋았는데 당신 이름을 기억 못하면 나중에 다시 물어볼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당신의 명성을 더 높여 줄 것이다. 프로는 일부러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다.



당신의 입술에 상대방의 시선을 고정시켜라

이야기 한가운데서 시작하면 호기심이 꿈틀댄다

긴장감을 엄청나게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추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법으로 사건의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도입부도 없고 테마를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설명하지도 않고 이야기의 한가운데, 바로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3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사막 횡단 여행을 하려고 했을 때였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 나는 것은 여행을 시작하는 구간에서 바로 주유소를 보았는데….” 도입부 없이 바로 이야기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아무도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당신이 무엇에 대해 말할지 모른다. 모두들 당신의 입술에 시선이 딱 고정되어 있다.

거의 모든 소설이 처음 몇 초간에 독자를 소설에 붙들어 놓기 위해 이야기의 한가운데서 시작한다. 똑같은 원칙이 뉴스 매거진의 기사에도 적용된다. 기자도 소설에서 쓰는 수법을 기사에 그대로 적용하여, 독자를 자기가 쓴 기사에 붙들어 매려고 한다. 그래서 시작부터 긴장감을 유발한다. “모르모트(애완동물로 기니피그로도 불림) 한 마리를 잡아 칼로 목을 칩니다. 피를 용기에 받아 마늘, 양파, 흰 후추, 모르모트의 간을 넣어 함께 섞습니다. 이렇게 만든 것을 동물의 뱃속에 채워 넣습니다. 이것이 페루에 있는 어느 레스토랑의 요리법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계속 듣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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