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104일의 혁명
이내화 지음 | 21세기북스
주말 104일의 혁명
이내화 지음
21세기북스/2004년 4월/211쪽/10,000원
1. 1년에 104일은 다르게 살자
본격적인 주5일 근무의 시대가 도래했다. 주5일제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그 변화를 막연히 추측할 뿐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7일 중의 2½. 백분율로 따지면 일주일의 35.7%가 자유롭게 주어지는 주말 혁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주말 혁명이란 산업 사회의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가 여가 사회의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로 진화하는 계기, 즉 노동을 위한 여가에서 여가를 위한 노동으로의 전환이다. 이제 주말 2½은 주중 4½과는 다른 별개의 시간으로 갈라질 것이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와 경직된 일상에 사로잡힌 직장인일수록 주중과 주말을 철저히 분리함으로써 주말이면 “사람이 180도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이중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 그런가? 어떤 능력의 소유자든, 업무가 무엇이든, 지난 세기에는 세일즈나 기술 따위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직장인으로서의 가치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더욱 빨라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2½이 제공하는 것이다.
10년 후를 생각해 보라. 10년 동안 주어진 2½을 모두 합하면 무려 3년 반이나 된다. 이 시간이 한 사람의 10년 후를 얼마나 크게 바꾸어놓을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이제부터는 주중과 주말을 철저히 갈라야 한다. 갈라서지 못하면 뒤떨어지고, 뒤떨어지면 죽는다.
주말을 제대로 활용하는 첫 번째 열쇠는 ‘시간관리’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½과 4½ 사이를 칼날처럼 맺고 끊는 단호함이다. 일주일 업무를 4½ 내에 모두 끝내 주말에는 '볼일보고 밑 훔치지 않은 찜찜함'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삶의 균형이다. 성공학자이자 사업가인 폴 J. 마이어는 인간의 삶을 하나의 수레바퀴에 비교하고 있다. 그는 이 삶의 수레바퀴에는 ‘직업, 재정 분야,’ ’신체, 건강분야‘, ’지성, 교육 분야‘, ’정신, 윤리 분야‘, ’사회, 문화 분야‘, ’가족, 가정 분야‘의 6개의 바큇살이 있어 삶을 지탱해 나간다고 전제한 뒤, 이 6개 분야가 골고루 균형 잡힌 삶을 영위해야만 비로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6개 분야에 대한 각각의 만족도를 그린 결과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면,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 할 수 있으며 삶은 유연하게 굴러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말에도 여전히 주중의 일에 얽매여 시간을 보낸다면,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주중과 ‘다르게 사는’ 주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체험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여행이든 스포츠든 예술이든 부업이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생각은 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때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런 세계에 뛰어들어 보라. 본질은 놀이가 중심이 되는 전혀 다른 삶에 뛰어드는 것이다. 놀이를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라. 놀이가 성공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되는 세상, 아니 차라리 놀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 되는 세상, 이것이 바로 주말 혁명이 만들어낼 세상이기 때문이다.
2. 생각을 뒤집으면 주말이 달라진다
느리게 사는 주말의 즐거움
서양 사상의 뿌리가 된 그리스 사상은 노예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노예가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그리스 사상가들은 그야말로 무위도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사람은 아무 할 일이 없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너무 바쁘다. 일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다. 그리스 사상가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완전히 잊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과 욕심 때문에 일에 구속되었던 2½의 주말이 생겼다.
휴일과 여가를 찾지 못할 정도로 직장인이나 사업가가 빠르게 움직이는 까닭은 주로 “언제까지 마치거나 처리해야 한다.”는 약속에 쫓기는 탓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대개 타인과의 약속이다. 반대로 “언제까지 마치거나 처리해야 한다.”는 약속을 자기 자신과 맺은 사람은 굳이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적절한 시한을 정하여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일의 주도권을 쥔 사람과 끌려다니는 사람, 그리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로 결론이 난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느리게 살아가기 위해 다음 3가지 원칙을 세우라.
① 인생을 저당잡히지 마라
노예가 자기 인생의 전부를 주인에게 저당잡히듯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일부분을 타인에게 저당잡힌 채 살아간다. 부모는 자식에게, 부하는 상사에게, 복수를 하려는 사람은 원수에게…. 이러한 저당을 풀려면 가장 먼저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② 미래를 경계하라
반드시 ‘노벨상을 타겠다!’는 따위의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은 자신의 현재를 자신의 미래에 저당잡히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미래의 유혹에 속아 넘어간다. 세상에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다.
③ 약속하지 말라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기 인생의 일부분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남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스맨은 보스는 물론 자기 인생마저 망치기 십상이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주말의 여유와 놀이에 집중할 수 있다.
거꾸로 사는 주말의 행복
누구나 믿어마지 않는 상식에 대해 의문을 갖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고정관념의 오류를 간파하는 통찰력이 따라야 한다. 발상도 하나의 습관이며 따라서 발상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즉 역발상은 '거꾸로 행동하는 습관'에서 나온다. 발명가나 예술가 등의 창작가들 중에 괴짜가 많은 까닭을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역발상의 문제를 우리들의 삶에 적용시켜 보자. 어떻게 사는 것이 거꾸로 사는 것인가? 난생 처음 겪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그런 삶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솔로몬의 말을 무척 좋아한다. 즉 나에게는 '거꾸로'인 삶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범한 일상인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반쪽 인생을 살고 있다. 주말에 거꾸로 살기는 그 나머지 반쪽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반쪽의 삶 속에 그동안 미처 몰랐던 잠재력과 새로운 가능성과 혁명적인 발상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그것이 당신을 예기치 못한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성공적인 ‘주말 거꾸로 살기’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삶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또 어떤 관계에 집중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인간의 삶은 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 자아관계와 대인관계가 서로 대치되고, 움직임의 측면에서 육체활동과 정신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이 일주일 동안 사용한 시간을 4개의 요소에 대입하여 보면, 대인관계와 정신활동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이 많고 관계가 복잡한 삶’으로, 보편적인 현대인의 삶이다. 이제 자아와 체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전문가 수준에 이를 만큼의 취미를 하나 이상 가져라. 아니면 현재 업무와 다른 분야를 선택하여 전문지식을 쌓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 주중에는 적어도 2시간, 주말에는 절반 이상을 자아관계와 육체활동에 할애해야 한다.
생활을 바꾸면 성격도 달라진다. 물론 단기간에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성격이란 지나온 삶의 퇴적물이거나 그 지층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격을 바꾸려면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 “성격을 바꾸자!”고 아무리 다짐하고 외쳐도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결코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또한 스타일을 바꾸면 생각이 젊어진다. 동네 건달이든 명문대 박사든 예비군복을 입혀 놓으면 똑같은 인간이 되듯 사람은 자기 옷차림에 맞춰 행동하게 마련이다. 또한 자신감의 일부가 외모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나이를 먹으면 자꾸 잊어버리거나 체념하게 되는 불변의 진리다. 주말 나들이 때 파격적인 캐주얼을 입어 보라. 파격적인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보라. 정장 입은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눈을 씻어야 한다. 그것은 정장의 질서에 억눌린 사고의 자유를 되살리는 방법 중의 하나다. 그 반대의 경우도 해당된다. 어쨌든 당신에게는 개성이 있다. 그 개성을 살리면 생각이 젊어진다.
이제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반쪽은 무엇인가? 숨어 있는 잠재력이다. 그런데 당신의 반쪽은 엉뚱한 곳에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타고난 부적응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직장생활이 잘 풀리지 않는데 밑도 끝도 없이 한 우물만 팔 수는 없다. 그렇다고 ‘크게 성공한 사람의 이력서가 다채롭다’고 해서 섣불리 이리저리 기웃거렸다가는 시쳇말로 밥줄 끊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2½의 주말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주말에는 당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나서라.
주말 시간을 두 배로 늘려 쓰는 지혜
일전에 통계청이 전국의 만 16세 이상 남녀 8만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통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늘 시간에 쫓기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간관리의 첫걸음은 “No!"라고 말할 수 있는 ‘단호함’에 있다. 시간관리 저서의 저자 마크 포스터는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단호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요인, 즉 미루는 습관의 제물이 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를 뒤로 미루거나 피한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스트레스는 늘어날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바쁜 것일까? 현대인에게는 하루 24시간이 정말로 부족한 것인가? 내가 주장하는 시관 관리 기법은 ‘시간 쓰레기 종량제’다. 이것은 시간을 쪼개서 더 알차게 활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남겨서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시간을 줄여서 남은 시간에 자신만을 위한 여유를 갖든지, 아니면 놀이와 사랑을 자기 계발과 성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는 뜻이다. 늘 바쁜 사람들은 디테일한 것만 좇다가 전체와 방향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셈이다. 시간 쓰레기 종량제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나는 4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미루지 말라.
둘째, “No!"라고 말하라.
셋째,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라.
넷째, 자기만의 퍼스널 오거나이저(전자수첩, 구식 다이어리, 포스트잇 등)를 활용하라.
한편 호기심, 의욕, 정열, 진취적 기상, 도전 정신 등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긍정적인 심리의 대부분은 육체의 활력에서 기인한다. 결국 몸이 문제다. “피로는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있고, “피로한 자는 천하를 얻지 못한다.”는 웃기는 CF 대사도 있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피로에 절어 살아간다. 직장인에게 피로가 문제가 되는 까닭은 한마디로 만사가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로관리가 필요하다.
피로 관리는 피로해지지 않는 방법과 피로를 빨리 푸는 방법,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의사들은 “전자는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요, 후자는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나는 피로의 원인을 제거하는 전자의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위태로운 ‘일 중독’은 물론 쓸데없는 음주와 부질없는 대화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불필요한 만남’도 잦은 피로의 원인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인맥관리를 잘한다 해도 관리가 가능한 인맥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나는 인맥을 과감하게 가지치기할 것을 권한다. 필요하고 다양한 정보를 더 빨리 보다 정확하게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인맥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도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인맥 또한 ‘소유의 양’에서 ‘관계의 질’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이제 기존 인맥은 과감히 가지치기하고 차라리 주말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을 버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정보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맨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인맥과 시간관리, 그리고 메모하는 습관을 꼽는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장비가 없을까? 있다. 바로 노트북과 PDA다. 수시로 일본 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본계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PDA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로 “하루 2시간은 번 기분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기기가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중요한 것은 메모가 아니라 ‘메모하는 습관’이며 정보와 아이디어의 분류․정리가 아니라 ‘정리․분류하는 습관’이다.
3장 내 삶을 바꾸는 주말, 104일의 혁명
죄책감 없이 맘껏 놀자
휴(休)란 무엇인가? 휴식이 단순히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풀기 위한 휴식, 다시 말해 일에 종속된 개념으로서의 휴식이라면 이는 소중한 2½의 주말을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가끔은 피로 회복을 위한 시간이 절실한 때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진정한 휴식은 일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휴식이어야 한다. 결국 노동의 상대 개념으로서의 휴(休)는 바로 ‘놀이’를 뜻한다. 그리고 기왕 놀이를 할 바에는 신나고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와 미래, 현재의 일과 가족관계와 인간관계가 강요하는 고통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다른 모든 것을 잊을 만큼 놀이에 몰입해야 한다. 그 몰입이 바로 휴식이다.
2½의 시간은 미친 듯이, 일은 깡그리 잊고, 온몸의 피가 마구 돌아가는 놀이로 채워져야 한다. 피가 팍팍 돌아야 머리도 팍팍 돌아간다. 위대한 CEO들은 중요한 결정만 내릴 뿐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 직원들이 회사의 현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동안 CEO는 회사의 미래나 전혀 다른 무엇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남다른 발상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쉬고 노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술 중의 하나로 나는 환기(換氣)를 꼽는다.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환경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탁하고 복잡한 도심에서 환기를 해봐야 그 공기가 그 공기일 터, 환기의 가장 알맞은 장소는 모든 생명의 고향인 물과 숲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로부터 떠나 있는 시간이다. 일로부터 벗어나려면 물리적인 거기를 유지해야 한다. 시선이나 손이 닿는 곳에 일거리를 쌓아두고는 마음껏 쉬기 어렵다. 능률이 오르지 않고 생각이 꼬인다면 대개 일로부터 떠나라는 육체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때론 36계 줄행랑이 휴식의 최고 기술이다.
전화를 끄면 소중한 사람이 보인다
홍수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2002년 여름 어느 저녁,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한 시간쯤 정전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사람들이 아파트 복도로 몰려나와 웅성거렸다. 연속극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가 정전이 되어서인지 어느 아주머니는 경비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파트 집집마다 촛불이 하나 둘 켜지고 거실 창문 너머 가족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가끔 복도를 나와 건너편 아파트를 바라보지만 그렇게 따뜻하고 평화스럽게 보인 날은 그날뿐이었다.
당신의 주말, 일주일의 이틀만큼은 TV를 꺼라. 주말은 나 자신에게, 가족에게, 다시 말해 진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물론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도 현실과 이상 간의 거리, 즉 실제현실과 가상현실 간의 거리에서 비롯된다. 자포자기, 과욕처럼 인생을 망치는 힘 또한 그 거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간의 거리를 조정하고 이상을 숨가쁘게 따라잡으려는 노력은 일하는 동안이면 충분하다. 주말에는 현실로 돌아와 거리를 잊을 필요도 있다. TV를 꺼야 비로소 자기 자신이 보인다. 그리고 가족이 보인다. 눈에 보여야 대화든 싸움이든 사랑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