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 21세기북스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이현우 옮김
21세기북스/2002년 9월/385쪽/12,000원
프롤로그 - 설득 심리학으로의 초대
어미 칠면조에게 있어서 새끼 칠면조의 냄새나 신체 접촉, 그리고 생김새는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다. 오직 새끼 칠면조의 '칩칩' 소리가 있어야만 어미 칠면조는 자기의 새끼를 돌보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칠면조와 천적관계에 있는 족제비의 박제에 녹음기를 내장하여 새끼 칠면조의 '칩칩' 소리를 내면 어미 칠면조는 박제 족제비를 자기 새끼라고 생각하고 품에 안기까지 한다.
어미 칠면조의 모성적 본능은 '칩칩'이라는 소리 하나에 마치 자동인형처럼 작동된다. 그런데 이러한 자동화된 행동은 어미 칠면조에만 국한된 현상이 결코 아니다. 고정행동 유형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특이한 행동은 언제나 똑같은 순서로 그리고 변함 없이 일정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행동을 유발하는 '칩칩' 소리와 같은 특정한 '유발기제'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인간에게도 미리 프로그램 된 고정화된 행동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정화된 행동을 유발시키는 유발기제가 작동하면 우리는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열려라 참깨'라는 암호에 의해 육중한 동굴 문이 자동으로 열리듯이 적절한 유발기제가 작동하면 우리는 정해진 행동을 순서에 따라 자동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한 인디안 보석 가게에서 지배인이 평소 가격의 1/2로 판매할 예정이었던 터키옥의 가격을 실수로 2배로 매겼다. 그런데 그렇게 가격이 오르자 관광객들이 벌떼처럼 터키옥에 몰려들어서는 삽시간에 터키옥은 매진되고 말았다. 이는 '비싼 것 = 좋은 것'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고정관념에 터무니없는 터키옥의 가격이 유발기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화되고 고정관념화 된 행동들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쉴새 없이 변화하는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고정관념을 사용하고 어림짐작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고정관념이나 유발기제가 요구하는 행동이 항상 주어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고정관념이나 유발기제가 요구하는 행동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 상호성의 법칙
어떤 대학교수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선정하여,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그리고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얼마만큼의 답장이 올까 궁금해했는데 놀랍게도 엄청난 양의 카드가 답신되었다. 카드를 받은 사람들은 카드를 받으면 무조건 답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하였던 것이다.
상호성의 비밀
심리학자인 리건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고 그것을 평가하도록 하였다. 리건의 실험 조교인 피터는 실험 중 휴식시간 마다 잠시 자리를 비우고는 옆방에서 콜라를 가져와 자기 상대가 되는 피실험자들 중 절반에게는 콜라를 선사하였지만,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무런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림에 대한 평가 작업이 모두 끝나기 직전에, 피터는 실험에서 자신의 상대가 되었던 피실험자들에게 넌지시 자선 모금을 위해 1달러짜리 행운권을 사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하였다.
이 실험의 결과, 피터에게 콜라를 얻어먹었던 피실험자들이 아무런 호의를 받지 않은 피실험자들보다 놀랍게도 무려 2배나 많은 행운권을 구입해 주었다. 이는 상호성의 법칙이 얼마나 막강한 설득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을 활용한 마케팅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짜 샘플의 제공이다.
공짜 샘플이 가장 많이 제공되고 있는 장소는 슈퍼마켓이다. 슈퍼마켓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시식하는 장면이 눈에 띤다. 여기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조금 더 들어 보라고 권하는 판매원의 면전에서 공짜 음식을 시식하는 데 사용했던 이쑤시개만을 휑하니 남겨둔 채 아무런 제품도 구입하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상호성의 속임수
어느 날 내가 연구실로 가고 있을 때 11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다가왔다. 그 소년은 보이 스카우트 단원이라고 말하면서 기부금 모금을 위해 서커스를 여는데 한 장에 5달러 하는 입장권을 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서커스를 싫어했기 때문에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러자 소년은 "정 그러시다면, 대신 하나에 1달러 하는 초콜릿 캔디라도 몇 개 사 주세요."라고 하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초콜릿 캔디 2개를 샀다.
상호성의 법칙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 대로 우리도 그에게 되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호의는 우리의 또 다른 호의로 되갚아져 왔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논리로, 상대방이 양보하면, 나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떨까? 놀랍게도 내가 처했던 입장이 바로 이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소년은 처음에 5달러 입장권을 팔려 하였다가 거절당한 후 1달러짜리 초콜릿 캔디를 파는 것으로 양보하였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 나도 무언가 양보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캔디를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호성의 법칙이 상호간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이유는 상대방이 양보하면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서 우리는 보답이라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불유쾌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양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마치 우리가 선물, 호의, 그리고 도움 등을 주고받는 것처럼 상대방의 양보에 따라 우리도 양보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2. 일관성의 법칙
캐나다의 한 심리학자는 경마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연구하던 중,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사람들이 특정 말에 돈을 건 후에는 돈을 걸기 전과 비교하여 그 말이 경마에서 우승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을 걸기 전이나 돈을 건 후나 특정 말의 우승 확률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일단 특정 말의 경마권을 사게 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또 하나의 설득 도구인 일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관성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행동해 온 것과 일관되게 혹은 일관되게 보이도록 행동하려 하는, 거의 맹목적인 욕구를 말한다. 일단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입장을 취하게 되면,그러한 선택이나 입장과 일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러한 부담감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이전에 취한 선택이나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계화된 일관성의 함정
심리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러한 일관성의 욕구가 인간 행동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동기 상태라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이 일관성의 법칙은 우리로 하여금 평소에 우리가 하지 않던 행동도 하게 만들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일관성의 동기나 일관성 있게 보이고자 하는 동기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여 우리로 하여금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도 만든다.
심리학자들이 해변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연구자가 무작위로 선정한 피실험자가 있는 곳에서 1미터쯤 떨어져 휴대용 라디오로 음악을 듣다가 천천히 바다로 걸어갔다. 그 후에 곧바로 연구자의 조교가 도둑인 척 다가가서 휴대용 라디오를 훔쳐서는 달아나려 했다. 그러자 피실험자들은 도둑을 저지하는 일에 매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스무 번 중에서 단 네 사람만이 적극적으로 제지하였다.
하지만 약간 상황을 바꾸어서 이번에는 연구자가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피실험자에게 “제 라디오 좀 봐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하고는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조교가 도둑인 척 하여 라디오를 가지고 달아나려 했을 때, 이제는 일관성의 법칙에 따라 20명 중 19명이 자발적인 경관이 되어 그 도둑을 쫓아가며 저지하려 했다. 몇 사람은 신체적으로 도둑을 제지하거나 라디오를 빼앗으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왜 일관성의 욕구가 그토록 강력한 동기 상태를 내포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적 요소로 간주된다. 끊임없이 자기의 마음을 바꾸는 사람은 변덕쟁이로, 그리고 남에게 쉽게 영향을 받아 자기의 의견을 바꾸는 사람 역시 우유부단한 사람, 혹은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여겨지며,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이중 인격자라거나 심지어는 정신병자라고까지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심리적 일관성은 우리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물론 그래야 마땅할 것이다. 이 세상에 일관성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뒤죽박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일관성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바로 그 믿음 때문에, 간혹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이 주어진 상황에 적절하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자동화된 일관성의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일관성의 법칙 때문에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게 된다.
개입과 일관성의 심리전
사회심리학자들은 일관성의 법칙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데 만만찮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개입’으로 설명한다. 내가 만약 당신을 어떤 일에 개입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일관성의 포로로 만들어서 그 이후의 행동들을 자동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당신이 어떤 일에 개입하여 특정한 입장을 취하기만 하면, 그때부터 당신은 결정된 입장에 따라 일관적으로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입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한국전쟁 중 많은 미군 병사들이 중공군의 포로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었는데, 중공군은 어렵지 않게 미군 포로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미군 포로들의 수용소 탈출 계획은 번번이 사전에 탄로가 나서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미군들의 이러한 행동은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행동 유형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는 중공군이 개입과 일관성의 심리전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미군 포로들은 매우 하찮은 것으로 보이는 예를 들어 미국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는 등의 주제를 가지고 작문하도록 요청받는다. 일단 이러한 가벼운 요청을 승낙하게 되면, 다음 단계는 조금 더 심각해진다. 즉, 어떤 측면에서 미국이 완벽한 나라가 아닌가에 대해 조목조목 나열하기를 요청받는다. 그리고 나중에는 포로들 간의 토론 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서명된 미국의 문제점에 대한 자기의 작문을 정식으로 직접 공개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포로는 미국이 완벽한 나라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생각해 내게 되고, 공개 토론에도 더욱 활발히 참여하게 된다.
그때쯤 되어서 중공군은 이 가엾은 미군 포로의 반미국적인 작문 내용을 그의 이름과 함께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미군 부대를 향하여 라디오 방송을 한다. 갑자기 이 포로는 적에게 협력하는 자로 변신해 버렸다. 그런데 자신의 작문이 어떠한 외부적 강압에 의해 억지로 강요되어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포로는, 자신의 생각이 자발적으로 반미국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변해버린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에 충실하기 위하여 나중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적에게 협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스탠드 바의 바텐더들은 영업 시작 전에 팁을 담는 유리병에 미리 1달러짜리 지폐 몇 장을 넣어둔다. 이렇게 바텐더에게 팁을 남기는 것이 적절한 행동이라는 인상을 손님에게 의도적으로 주입시키기 위해서이다. '가장 많이 팔린', '무섭게 성장하는' 등과 같은 광고 카피들도 사회적 증거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가짜 웃음을 들려주는 이유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가짜 웃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짜 웃음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들은 가짜 웃음이 바보스러우며 어색하고,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제작자들이 가짜 웃음을 프로그램에 그토록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가짜 웃음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짜 웃음이 왜 그토록 효과적인가를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사회적 증거’라는 세 번째의 설득 법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것에 의하면, 무엇이 옳은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즉, 특별히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 행동의 옳고 그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은 여러 모로 매우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면, 즉 사회적 증거에 따라 행동하면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다수의 행동은 올바르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증거의 이러한 특성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되고 있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면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웃음의 예는 우리가 사회적 증거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반응했을 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문제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우리가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라 언제 웃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서로 다른 사람들의 실제 웃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가짜 웃음에 반응한다는 데 있다. 즉, 유머 그 자체에 반응하여 웃는 것이 아니라, 유머를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한 웃음소리에 반응하여 웃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다수의 무지'가 불러온 길거리 살인 사건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애매모호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행동하는, 즉 사회적 증거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증거에 의한 행동유형은 대단히 애매모호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대로 행동하려 하는 경향을 보이는 ‘다수의 무지’라는 매우 흥미 있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뉴욕 시의 퀸스(Queen‘s) 구에서 벌어진, 처음에는 평범한 살인 사건에 불과했던 한 사건은 그 사건을 목격한 구경꾼들의 무관심 때문에 전국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제노베스라는 이름의 20대 후반의 여성이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 근처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여 살해되었다. 뉴욕처럼 거대하고 번잡한 대도시에서 이러한 종류의 사건은 「뉴욕 타임즈」의 짤막한 기사거리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사건 발생 일주일 후 「뉴욕 타임즈」 편집국장인 로젠탈이 경찰국장과 점심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제노베스가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면서 수많은 목격자 앞에서 서서히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습격자는 무려 35분 동안이나 대로에서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3번씩이나 그녀를 칼로 찔렀고, 그녀가 습격당하고 있는 동안 38명이나 되는 그녀의 이웃들이 아파트 창을 통하여 그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느 누구도 경찰에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로젠탈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뉴욕 타임즈」 1면 톱기사로 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기사를 게재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전국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 소식을 접한 사람은 누구나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