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같이 젊은 놈들
구본형 지음 | 김영사
젊은 그들시간은 가혹하다. 그것이 가혹한 것임을 알게 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다음이다. 그래서 더욱 가혹하다. 젊은 또한 가혹하다. 지나간 다음에야 속절없이 가버렸음을 알게 한다. 사랑 또한 그렇다. 그렇게 기다리건만 찾아오지 않더니 불현듯 와서 망설이는 사이 화살처럼 빠르게 품안에서 떠나간다. 그리하여 떠나간 다음에야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한다. 첫눈에 반하고 싶었건만 그런 사랑은 늘 소설 속에나 있다. 인간은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를 과장하고, 과장함으로써 진실을 놓친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한다. 그 일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할 때조차 그렇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급하고 요긴한 것 - 먹고 사는 것 - 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훗날 다시 되돌아와 느긋하게 하고 싶은 그 일에 흠뻑 빠져 남은 인생을 사람답게 보내게 될 것을 기약한다. 그러나 그렇게 된 사람들은 아주 드물다. 그들은 젊었을 때 자기에게 한 약속을 모두 잊은 것일까?
점집에서2주 전이었다. 민경이가 1년 동안 어학 연수를 떠난다고 하여 같은 서클의 선후배인 우리들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거리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술 마시러 가는 길에 삼천 원짜리 점집에 들렀다. 민경이의 장도를 염려하고 또 격려해주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2층 계단으로 오르는 길은 좁았다. 나무로 만든 계단은 올라갈 때마다 조금 삐걱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경 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나이는 별로 들어 보이지 않는데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건방지게? 그래, 천기를 좀 알려면 수염이 나긴 나야지. 갈색 뿔테 속 커다란 안경알 사이로 눈꼬리가 조금 처진 눈이 보였다. 근데 어디서 본 눈인데, 전에 왔었나? "전부 일곱인가?" 뿔테 수염이 물었다. 그는 찬찬히 둘러보더니 말없이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지루한 시간이었다. 쓰기를 마치자 그는 쪽지 한 장을 민경이에게 건넸다. "자, 네가 오늘 주인공인 것 같군. 잘 다녀오게."
우리는 놀랐다. 적어도 민경이가 어디를 가려 한다는 것도, 주인공인지도 알아 냈으니까. 갑자기 점을 본다는 것이 흥미로워졌다. 나는 뿔테 안경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눈이 잠시 마주쳤다. 어디서 보았는데. 어딜까? 분명 이곳에 온 기억은 없다.
"어, 이게… 아저씨." 민경이는 쪽지에 쓰인 내용을 읽다 뿔테 수염을 보며 중얼거린다. 순간 민경이의 눈에 황당한 빛이 스쳐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엔 너." 뿔테는 민경이의 말을 가로막고 나에게도 쪽지를 건네 주었다. "다음은 너." 세 번째 쪽지를 받은 것은 승환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쪽지를 하나씩 받았다.
"쪽지에 적힌 점괘의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해. 그게 앞으로 닥쳐올 자네들의 운명을 이겨 내는 힘이야.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 삼천 원씩 내고 가." 쉰 듯한 목소리의 뿔테 안경은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우리들은 점집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문에는 초록색 사자 문양이 붙어 있었다. 몸은 서로 꼬여 하나인데 머리는 둘인 자못 괴이한 사자였다. 사자는 사람처럼 뒷발로 서 있었고 머리는 서로 바깥쪽을 보고 있었다. 왼쪽의 사자는 갈기를 세우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벌리고 있고, 오른쪽의 사자는 눈을 감고 입도 다물고 있었다. 불균형한 대비였지만 알 수 없는 조화로움이 느껴졌다. 그림 밑에 '사자같이 젊은 놈들'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는 신촌에 있는 호프집에 자리를 잡았다. 점집에서 나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우리들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테이블에 앉자 지윤 언니가 말했다. "야, 우리 까 보자." "그래요 선배들 것도 같이 한번 봐요." 그때 인수가 우리를 제지했다. "가만있어 봐요. 우리 조금 더 재미있게 풀어 봐요. 지금 열어 보면 답을 모르니까 재미없잖아요. 우리 2주 후에 관매도에 놀러 가기로 했잖아요. 그때까지 서로 비밀을 지킨 상태에서 이 쪽지에 적힌 숙제를 풀어 보는 거에요. 그리고 그 동안 찾아 낸 사실들을 서로 이야기해 보잔 말예요.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우리는 환성을 지르며 모두 동의했다. 이틀 후 민경이는 런던으로 떠났다. 그리고 2주 후에 우리는 관매도로 향했다. 섬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오후였다. 우리는 해송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별장의 식탁에 둘러앉았다. 보름달이 떠올랐다. 천리향 향기는 달을 따라 하늘로 퍼져 올라갔다. 우리는 이메일로 보낸 민경이의 편지부터 보기로 했다.
1. 민경이의 편지모두들 잘 지내죠?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우선 그 뿔테 안경이 내게 건네 준 쪽지에 써 있는 내용이 궁금하겠지요.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1916년, 블렌엄 궁전으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변에서 존 래버리 경의 아내가 만난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라.
어때요. 웃기지 않아요? 그런데 그는 적어도 내가 영국으로 떠나올 줄 알고 있었단 말이죠. 섬뜩한 얘기 아닌가요? 아무튼 도착한 다음 날 나는 블렌엄 궁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단서는 그곳에 있을 테니까. 블렌엄 궁은 처칠의 생가랍니다.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요? 존 래버리 경의 아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1916년에 만난 것은 처칠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1916년은 처칠이 정치적으로 매우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었을 때란 말이에요. 1915년 11월부터 1917년 7월까지 약 2년 동안 그는 아주 한가한 야인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도대체 존 래버리 부인은 누구일까요? 그녀가 만났던 것은 정말 처칠일까요? 처칠과 그녀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나는 런던의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처칠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었어요. 새벽이 될 때까지 나는 처칠에 대한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때까지도 존 래버리 경 부인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어요. "… 처칠, 정치가, 문학가, 화가…" 잠깐, 화가? 처칠이 화가였다고? 아무튼 아무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채 잠이 들고 말았답니다.
다음 날 나는 블렌엄 궁을 찾았어요. 처칠이 태어난 방도 보고, 배냇저고리도 구경했죠. 나오다보니 안내원이 있더군요. 그에게 가서 존 래버리 경의 아내를 아는지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더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 알아보라고 하길래 다른 중년의 안내원에게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내게 작은 사진 하나를 보여 주더군요. 그 사진은 처칠의 초상을 프린트한 엽서 같은 것이었어요. 아주 오래돼 보였어요. 그 사람이 처칠에게 초상화를 그려 준 사람이 바로 존 래버리 경의 부인이라고 했어요. 정말 뛸 듯이 기뻤죠. 그런데 그 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더라고요.
나는 천천히 호수를 끼고 걸어갔어요. 그때 어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가씨는 어디서 왔나?" 흙이 잔뜩 묻은 손에 꽃 모종 몇 개를 들고 있는 어떤 할아버지였어요. 우린 곧 친해졌고 정원사 할아버지는 블렌엄 궁의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상히 들려 주었어요. 나는 이 할아버지는 분명히 존 래버리 경 부인과 처칠의 관계를 알고 있으리라 직감했어요. 예감은 적중했지요.
1915년 가을, 해군장관직에서 처칠이 쫓겨난 후 다음 해 어느 봄날, 아주 아름다운 봄날이었대요. 처칠은 블렌엄 궁전으로 가는 저 앞 도로변에 이젤을 세우고 그 위에 캔버스를 올려 놓았지요. 아이들이 몰려들었대요. 그리고 호기심에 그림을 언제 그리나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는 넋이 빠진 듯했대요. 그러고는 그림은 그리지 않고 파란색 물감을 아주 조금 묻힌 후 흰 커다란 캔버스에 아주 콩알만한 점 하나를 찍더래요. 아이들이 지루해졌지요. 그때 뒤에서 자동차 소리가 나더라는 거예요. 존 래버리 경의 아내였지요.
"이봐요, 윈스턴! 뭐하고 있는 거예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오." "윈스턴, 왜 안 그리고 있는 거지요? 뭐가 문제에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소." 그러자 그녀는 처칠의 손에서 가장 커다란 붓을 빼앗아 들고는 파란색 물감을 듬뿍 묻혀서 캔버스 위에 거침없이 마구 칠하기 시작했지요. "이봐요, 윈스턴. 이놈은 이렇게 공략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차를 타고 가 버렸대요. 처칠은 그녀가 가 버린 다음 그 캔버스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주 깊은 생각에 빠져서 말이에요.
그후 25년의 세월이 지났어요. 2차 대전이 터졌고 처칠은 그때 수상이 되어 있었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쌓여갔고 어려운 결정은 수도 없이 많았어요. 전황은 낙관적이지 않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처칠은 바로 이 자리에 이젤을 세우고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대요. 처칠이 그림을 그리다가 정원사 할아버지의 아버지를 보며 그러더라는군요. "이봐, 존. 존 래버리 경 부인이 파란색 물감을 칠할 때 그 캔버스 녀석이 아무 말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는 걸 자네도 보지 않았나? 그때 비로소 나의 두려움이 깨어졌지. 내 안의 소심함이 사라졌어. 그때 이후 나는 하얀 캔버스를 한 번도 두려워 한 적이 없게 되었다네. 존, 자네는 인생을 살면서 무서워한 적이 있나? 나는 아주 여러 번 그런 두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네. 그날 그 하얀 캔버스는 무서웠지.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네. 어떤 적절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어. 어떤 최상의 방법 말이야. 나는 그 방법에 갇혀 꼼짝달싹 할 수 없었지. 그러나 물감이 격렬하게 칠해지는 것을 보고서야 내 안의 진정한 화가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네. '올바른 방식'에 대한 나의 낡은 믿음을 깨뜨리고 나니 내 안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네."
해가 서쪽에서 땅끝으로 내려오고 있었지요. 나는 오늘은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답니다. 나는 내가 1년 동안 이곳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영어가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나'라는 것을 알았지요. 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 내는 것 말이에요. 내가 해야 할 일은 내면적인 빛과 힘을 찾아 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나는 내 속에 들어 있는 내게 속한 '무엇'을 알아 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2. 나의 이야기사람들은 우리에게 꿈을 꾸라고 하지. 꿈이 없으면 죽는 것이라고 말야. 그러나 현실밖에 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대부분 다 현실에 갇혀 있어. 그래서 나도 꿈을 꾸어 보았어. 아주 생생한 꿈을 말이야. 나는 아주 큰 집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집에 살고 있어. 탁자 위에는 호르헤 보르헤스의 책 몇 권이 놓여 있고 나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읽고 있는 중이었어. 아, 아니야 어쩌면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를 읽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때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어. 그리고 자기가 나라는군. 기가 막혀서. 나는 흰나비가 장자의 흉내를 내나보다 하고 코웃음쳐 주었지. 이런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풀이 죽어 있던 나비는 자기를 따라올 수 있냐는 거야. 아, 그럼. 내가 나비쯤을 못 따라갈 이유가 어디 있겠어. 나비와 나는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 우리가 처음 간 곳은 원 세조 쿠빌라이의 궁전인 제나두였지. 나와 나비는 인간이 건설한 가장 아름다운 누각의 궁궐 속으로 날아들었어. 들리는 말에 의하면 쿠빌라이 칸은 꿈속에서 본 기억대로 궁궐을 세웠다고 하더군. 나는 1797년 한여름에 영국의 시인인 코울리지가 이 환상적 궁궐 이야기를 읽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그때 꿈속에서 이 누각 궁궐을 다녀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코울리지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궁궐에 흠뻑 빠져 넋을 잃고 말았던 것 같아. 그는 꿈 속에서 아름다운 궁궐을 보고 지은 시를 깨어 나서 옮겨 적기 시작했어.
궁궐을 감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강가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는데 어떤 눈먼 노인이 내게 다가오더군. 그리고 자기를 소개했는데 자기가 바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라고 하더군. 우리는 강가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어. 보르헤스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지. 쿠빌라이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짓기 위해 석조 건물보다 더 영속적인 인간의 언어로 제나두를 다시 짓도록 쿠울리지의 꿈에 나타난 거라더군. 결국 황제의 꿈은 현실 속에서 제나두라는 궁궐을 세웠고, 시인의 꿈은 현실 속에서 시를 남겼어. 보르헤스 할아버지는 이것을 "가상세계가 현실 속에 침투했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꿈은 결코 가상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 꿈은 현실로 침투하는 무엇이야. 아주 강력한 무엇. 이미 현실로 침투한 가상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니란 말이야. 갑자기 나는 머리 속이 환해지는 것 같았어. 가지고 간 공책에 이 발견을 재빨리 기록했어.
제나두의 화려한 손님용 침실에서 나는 아주 편안한 잠에 빠져 있었지. 그날 꿈을 꾸었어. 꿈 속에서 나는 어떤 원시인들을 만나기도 했어. 자신을 세노이 부족이라고 소개하더군. 말레이시아에서 왔대. 아주 우스운 사람들이야.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들 꾼 꿈 이야기를 해. 그리고 낮 동안의 사회생활이 모두 이 꿈과 직결되어 있어. 예를 들어 꿈에 남을 때린 사람은 낮에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해. 이러다보니 이 사람들은 현실 세계의 교육보다는 꿈의 세계와 관련된 교육을 더 중시하지. 1970년대 그들의 숲이 개간되어 살 곳이 없어져 모두 사라졌지만 세노이 부족 사람들은 내게 외쳤어. "우리는 꿈을 꾸는 부족이다. 꿈 속에서 우리는 전지전능하다. 진심으로 원하라. 낮에, 현실에서. 원해야 비로소 그것은 꿈이 된다."
나 자신의 꿈에 대해 몇 쪽이나 쓸 수 있을까? 한 쪽? 혹은 두세 쪽? 지금 내가 내 꿈과 관련하여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것은 내 이름과 나이밖에는 없어.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은 내가 목숨을 걸 꿈이 없다는 참담한 발견이었어. 나는 길러진 화초였어. 대학에 다행히 다니고, 부모에게 돈을 받아쓰고, 대학을 나오면 적당한 직장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떠올랐지. 나는 내 공책에 이렇게 썼지. "나는 낮에도 꿈을 꿀 것이다. 내 꿈은 단순한 희망과는 다르다. 나는 내 꿈을 찾아 낼 것이고, 여기에 나를 바칠 것이다. 이 공책은 앞으로 내 꿈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또 나는 공책에 헤겔의 '황혼을 나는 부엉이'도 옮겨 적어 놓았지. "어쨌든 철학은 너무 늦게 도착한다. 철학이 회색 위에 자신의 회색을 덧칠할 때면 삶의 모습은 늙어 버린다. 그리고 회색 위에 회색을 덧칠해 가지고는 삶을 젊게 만들 수 없다. 다만 삶을 알 뿐이다."
그리고 그 밑에 이렇게 썼어. "그러므로 젊음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참, 언니들과 너희들은 궁금할 거야. 뿔테 안경이 내게 주문한 것은 정말 황당해. 내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
낮에 꿈을 꾸어 보아라.
그리고 지금 너희들이 들은 이 이야기들은 2002년 4월 1일 내가 낮에 꾼 꿈의 기록이야. 나는 낮에 꾸는 꿈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해. 낮에도 꿈을 꾸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것을 이루고야 말테니까. 그들은 꿈과 현실을 서로 침투하여 하나의 삶을 만들어 내고 말거든. 그것이 바로 성공의 역사였어.
3. 승환이의 이야기내가 뿔테 수염에게서 받은 쪽지는 내용이 아주 깁니다. 지금부터 읽을게요.
우리들은 로테르담 '마르타의 포도원 - 미국 매사추세츠 동남쪽에 있는 섬'까지 가는 데 24주가 걸렸다. 처음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출발했다. 도중에서 100명 이상이 죽 어 버렸다. 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쥐나 생쥐의 고기도 먹어야 했다. 생쥐 한 마리에 8펜 스에서 2실링까지 했고, 물 한 쿼터에 4펜스나 했다." 이 사람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로테르담을 떠나 '마르타의 포도원'으로 가려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