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변명
권영설 지음 | 거름
직장인을 위한 변명
권영설 지음
거름/2001년 12월/318쪽/10,000원
제1장 변화의 노예가 되지 말라
초보들의 행진
성장시대 30여 년을 이끌어 온 한국적 성공 모델의 붕괴는 직장 사회에 아노미(anomie), 즉 가치관 혼돈 현상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럴듯한 회사에 들어가서 선배들 하는 대로 잘 따라 배우면 성공할 줄 알았던 직장인들은 이제 갈 길을 잃었다. 옳다고 믿었던 것들은 모조리 부정되고, 새롭게 강요되는 덕목들은 도무지 몸에 맞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빨리 변하라.”는 압박이 끊이지를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조바심만이 물결을 이룬다. 그러니 우리 시대 직장인들은 운전면허를 처음 받은 날 무작정 서울 시청 앞까지 나와버린 초보 운전자의 신세와 같다. 불안하고 대책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 더 이상 과거의 경험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산다는 점에서 한국의 모든 직장인은 초보다.
인건비 신세
구조조정 시대의 한국 사회는 모든 경영자들에게 눈에 띄는 실적, 즉각적인 이익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단기간에 이익을 못 내면 무능한 경영자요, 경쟁력 없는 기업으로 금방 낙인이 찍힌다. 이 경기 침체에 어지간한 회사라면 영업만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이익은커녕 매출도 늘리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에게 사원은 무엇으로 보일까? 바로 ‘사람 비용’, 즉 인건비다. 이 비용을 잘 줄이는 경영자가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가 한때 ‘중성자 폭탄 잭’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유는 건물은 그만두고 사람들만 쓸어낸 그의 비정하고도 단호한 결단 탓이다. 직장인들은 이제 줄이면 줄일수록 좋은 ‘인건비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월급쟁이의 굴레
직장인이 가진 것이라고는 유효기간이 표시된 재능과 경험뿐이다. 실패 없이 살아온 당신의 인생에도 ‘낙오’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젊다고 살아가는 걱정에서 면제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소인배가 상사로 부임해 당신을 제거해야 할 경쟁자로 분류하면 어떤 일이 생기겠는가? 당신은 최근 몇 년 사이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김부장들이 정말 능력이 부족해 퇴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당신에게도 언제 억울한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변화라는 이름의 조바심
직장인을 옭아매는 멍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큰 짐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변해야 산다.”는 새로운 압력이다. 변화는 어느 날 새로 갑자기 떨어진 진리가 아니다. 새 천년, 한국의 직장 사회에 변화라는 개념이 돌연 나타나 새로운 ‘행동강령’으로 득세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모두들 변해야 한다고 소리만 높이고 정작 변하는 사람은 적다. 실천하고 싶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도리가 없어서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됐을까? 앞에서 지적한 대로 지금이 초보 시대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동인이 될지 파악이 안된 상태이니 그저 “변화하라.“고 서로 재촉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바뀌고 발전하고 있는 외부 환경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찾는 일이다. 바로 변화의 방향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옳은 순서라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당신이 직장생활을 통해 꼭 이루겠다고 했던 것, 당신을 잠 못 들게 했던 무엇, 희망에 부풀었던 계획, 그리고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꿈, 그 열정들을 다시 찾아내 보라. 변화에 적응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는 것, 내 속에 숨어 있는 것을 다시 꺼내는 작업이다. 그 출발점은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아끼는 데서 출발한다.
잘못된 자기비하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자기비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고 전의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사색의 과정을 겪다가 자신감을 잃고 만다. 자기 중심을 잡으려다 오히려 가진 것 없는 자신과 세상이라는 벽을 실감하게 되는 셈이다. 당신은 어떤가? 혹시 뭔가 꿈을 갖고 일을 벌여 보려다가도 “내 주제에 무슨” 하는 자기비하의 단어를 먼저 떠올리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이런 사색의 결론은 범주를 잘못 적용한 오류이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같은 전략 연구가들의 말을 빌리면 비즈니스를 이끄는 힘은 자원(resource)이 아니고 능력(capability)이다. 학벌, 재산, 외모, 말솜씨, 체력, 문장력, 배경, 판단력, 성격, 경험, 외국어 능력, 매너 등은 자원일 뿐이다. 능력으로 개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자원이기 때문이다. 승부는 자원이 아니라 자원을 쓸 수 있는 능력에서 갈린다. 있는 자원을 활용할 때 우리에게도 역전의 기회는 있다.
벗어나야 할 전문가 콤플렉스
전문가. 이 단어만큼 요즘 직장인들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단어는 없다. 자신만의 분야에 독립성을 갖고, 그에 상응하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정년퇴직이 따로 없는 자리. 눈치 볼 일도 적고 그 자격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것이 보장된 위치. 게다가 언론들은 “이제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며 직장인들의 ‘전문가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있다. 고시 준비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회사원들이나 각종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시험 준비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문가 시대는 대세인가, 우리 직장 사회는 전문가 시대로 정말 가고 있는가.
직장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전문성이란 글자 그대로 맡은 일은 얼마나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잘하느냐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 분야에서만큼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더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의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해 온 수준을 말한다. 그러므로 전문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이 업무에서의 전문성이다. 자신의 분야를 깊이 파는 것을 말한다.
제2장 생존의 사막을 건너는 법
바뀐 논리를 알아야 살아 남는다
주위를 보자. 회사에 50대 고참이 몇 명이나 남았는가? 패기 넘치게 고개를 쳐든 20대 사원이 눈에 띄는가? 직장 사회의 50대는 사실상 전멸했고, 20대는 제한된 행위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전 제압되었다. ‘세대간 권력투쟁’의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30대, 40대 직장인들은 얼떨결에 세대간 투쟁에서 승리했다.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벌인 투쟁은 아니지만 결과가 그렇다. 게다가 스스로 보다 나은 무기로 무장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정보 혁명’이란 단어는 무기가 바뀌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남아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존논리를 몸에 익혀야 한다. 우선 스스로에게 ‘계엄령’을 선포하자. 허튼 유혹에 젖은 잘못된 버릇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철저하게 자각해야 한다. 소위 ‘원조교제’로 구속되는 직장인을 보라. 음주운전으로 자동 실직 당하는 회사원이 얼마나 많은가. 전시에는 즉결처분에 시비조차 걸기 어렵다.
생각과 자세만 바꾸면 새 논리에 적응하기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대 못지 않은 패기와 30대 같은 정열을 갖춘 40대 간부는 전시의 공포를 잊게 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전환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영국의 경영 철학자 찰스 핸디는 “미래는 적이 누구인지 모르고 싸우는 전쟁과 같아 대처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자신의 가치와 원칙과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하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스스로의 원칙 몇 가지를 지금 확립하지 못한다면 변화무쌍한 무형의 전쟁을 감당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력, 잘못 잡은 목표
살아남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아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남을 상대로 하는 경쟁력은 끊임없는 목표의 수정이 필요하다. 달려가는 상대를 쫓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갈수록 늘어난다. 이에 비해 생존력은 단일한 목표, 즉 나를 채우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잠재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노력하면 할수록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외부에 비교 대상을 두면 논리상 항상 최고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분야에서 사실상 뒤지게 되어 있어 새로운 도전을 고취하는 성취감은 맛볼 수 없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생존력 높은 직장인’이란 비전이 ‘경쟁력 있는 회사원’이란 목표보다 자기계발과 미래 설계에 훨씬 효과적이다. 경쟁력의 비결은 남에게서 찾아야 하지만 생존력의 비결은 바로 당신 속에 있다. 경쟁력은 지금의 회사, 지금의 자리를 떠나면 또 달라져야 하지만 생존력은 세상 어디서나 통한다. 그러니 남과의 경쟁이라는 모호한 목표에 사로잡히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자. 나는 나의 자원과 능력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내게 꼭 필요한데 지금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생존력은 길고 경쟁력은 짧다.
대체 가능성을 낮추자
1960년대 문화혁명 와중에 득세한 중국의 소위 ‘4인방(강청, 장춘교, 왕홍문, 요문원)’은 모택동의 후광을 업고 무자비한 정적 숙청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서슬 퍼런 이들도 몰아내지 못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등소평이다. 프러시아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역사에 남을 만한 최장수 2인자일 것이다. 그는 40여 년 동안 3명의 왕(나중에는 황제)을 모셨다. 까닭은 이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생존력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당신 자리에 누가 와도 최소한 6개월 이내에 당신만큼 해 낼 수 없는 정도가 되어야 당신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대체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훨씬 실천하기 쉬운 목표요, 쓸모 있는 전략이다. 이 분야만큼은 우리 나라 어느 회사에 가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수준, 이것이 당신의 생존력이다.
자신의 분야 밖에 있는 다른 곳으로 향하던 눈은 잠시 감자. 그리고 깊이 파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하고 있는 분야가 가장 전문화하기 쉬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단순한 것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열심히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자리로 당장 옮겨 달라.”고 ‘울어야’ 한다. 단순한 직무이지만 오래 해 온 업무라 옮기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도 대안이 있다. 당신의 분야에서 회사 내 다른 부서를 지원해 줄 만한 업무를 개발해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물러날 때도 헨리 키신저는 남아 있었다. 행정부 여러 곳에 얼마나 관여했던지 그가 없으면 일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한없이 깊게 파자. 너무 파서 그 분야만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당신의 회사를 차려도 될 정도가 되면 이상적이다.
인간 관계가 짐이 된다면
상사가 회사생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관건임이 분명하므로 그와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은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배경 때문에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비서 출신 대부분은 야생마 같은 상사를 ‘길들인’ 카우보이들이다. 사내 정치를 위한 노예적 복종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적극적 충성이었다. 이들은 현대 경영론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상사 관리에 성공한 사람들로 인정해야 한다.
상사를 형님으로 생각하자. 나이가 아주 많으면 아버지,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갑자기 상사가 무한한 애정으로 나를 걱정하는 가족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과 함께 일하는 일터는 지낼 만 할 것이다. 팀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지 않으면 부서 실적도 나빠질 수밖에 없고 불만에 찬 팀원들은 떠날 가능성이 높다. 경영 민주화 시대의 전문 경영인이 되고 싶은가? 그들에게 보험을 들자. 보험료는 몸과 마음으로 내자. 형, 누나, 오빠로서 아랫사람들을 대할 때 우호 세력은 자연히 늘게 된다.
말없이 말하는 방법
재계 기자로서 필자가 관찰한 결과는 “정말 필요할 때 알맞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성공적”이다. 외부 사람을 자주 만나는 비즈니스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는 능수능란한 화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요,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말이 부족하면 다른 무기를 찾으면 된다. 성실한 태도일 수도 있고, 직무에 대한 식견일 수도 있으며, 정직한 눈빛으로 족한 경우도 있다. 과묵한 사람이 대외 업무를 맡는 경우가 있다. 그런 때를 위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 때마다 그와 그 회사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 있다. 수년 전 미국 출장을 갔던 동료의 비결을 소개한다.
그는 연일 이어지는 미국 현지인 들과의 2시간짜리 만찬을 즐겼다. 비밀은 바로 질문법. 그는 매일 바뀌는 미국 인사들과 일상적인 인사를 교환하고는 바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질문을 던져 그들끼리 토론을 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케네디가 죽은 이후에 아메리칸 드림은 없어졌다는 말이 있던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나?” 합석한 미국인들은 포크와 나이프도 놓은 채 얼굴을 붉혀가며 서로 격론을 벌였다. 질문을 던진 그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식사를 즐겼다.
발목 잡는 본전 생각
주식투자 관련 용어 중에 손절매라는 것이 있다. 살 때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시장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손해보기 전에 팔아 치우는 것을 뜻한다. 요즘의 우리 직장 주변 상황은 어떤가? 시시때때로 우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분명한 것은 결론이 어떻게 나오건 간에 자주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 이곳에서 이 일을 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정말 맞는가?”를 묻고 그 답에 따라 행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결단을 내리기 위해 사색하는 과정에서 보다 실제에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고 현재의 내 위치를 냉정하게 다시 볼 수 있는 반성의 기회도 될 것이다.
주기적인 점검작업도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잘 굴러가는가, 우리 회사는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 우리 부서의 필요성은 여전히 강한가, 내 기술은 다음 달에도 유용할까. 그리고는 “그래 문제없다.” 혹은 “조금만 더 지켜보자.” 아니면 “더 이상 이대로 있어서는 곤란하다.” 등의 결론을 손에 쥐어야 한다. 실례로 지금은 법정관리 상태인 A 사가 있다. 당시 이 회사의 부도 조짐은 적어도 60% 이상이었고 회사가 망하기 몇 개월 전 임원 가운데 상당수가 앞다투어 이런 저런 이유로 퇴사했다. 상무급이던 B씨가 얼떨결에 대표이사가 되었다.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는 부도를 냈다. 대표이사로서 회사 대출에 개인 보증을 섰던 B씨는 평생 번 것을 한 번에 날린 것은 물론 수 십억 원 대의 빚을 졌다. 집안이 풍비박산 난 것은 물론이다.
B씨에게 부족했던 것은 결단이었다.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한 자기 나름의 결정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다. 최소한 B사장은 회사 대출에 자신이 보증을 서야 했을 때쯤에 사표를 썼어야 했다. 30년 회사 생활의 명예, 직원들에 대한 의리, 이런 것들이 그의 ‘본전 의식’이었다.
“기업인으로서의 명예는 회사가 살아 있을 때만 유효하다.”
기회는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인생에 적어도 세 번은 기회가 온다고 한다. 좋은 말이다. 필자도 그렇게 믿고 싶다. 세 번의 기회를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말을 주장하는 근거라도 있는가? 사실은 전혀 없다. 바뀐 세상을 보자.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1등만이 남는 세상이 되었다. 1등을 놓고 불철주야 싸우는 경쟁자들도 너무 많아졌다. 이 1등에게는 평생 수십 번의 기회가 올 것이고, 이들이 다 차지하고 나면 평범한 이들에게 기회는 세 번이 아니라 단 한번도 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