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나라로 간 공작새
바바라 B.J. 헤이틀리 지음 | 아세아 미디어
그리하여 공작새 페리는 펭귄 나라에서 살게 되었다처음엔 모두들 기쁘기만 했다. 펭귄들도 페리가 새로운 동료가 된 것이 흐뭇하고 뿌듯하기만 했다. 펭귄 나라에서 페리는 단연 돋보였다. 특히 이따금씩 무리 가운데서 형형 색색의 휘황 찬란한 꽁지 깃털을 활짝 펴 보이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페리 역시 펭귄 나라가 신기하고 그곳의 새로운 생활이 즐겁기만 했다. 흑백 정장 차림의 펭귄들은 무척 무게 있고 중후해 보였다. 특히 회의나 회사의 행사를 위해 쫙 늘어서 있을 때면 말이다.
처음에 공작새 페리는 자신의 화려한 모습이 너무 튀지 않도록 퍽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배움의 나라' 친구들이 페리에게 경계하라고 충고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펭귄들이 자기네 나라를 다스리는 방식과 규칙들을 신중히 보고 판단하라고 주의도 빠뜨리지 않았다.
페리는 어쩌다 한 번씩 깃털을 활짝 펴 자신의 풍부한 재능과 화려함으로 펭귄들을 눈부시게 만들곤 했다. 페리는 한동안 공작새의 본성을 꾹 억누르며 생활했다. 펭귄들의 완전한 믿음을 얻을 때까지...
알다시피, '배움의 나라'는 펭귄 나라와 전혀 달랐다. 다양한 새들이 살았으며 저마다 와글와글 법석을 떨며 남들을 이기려고 억척스레 뒤엉켰었다. 새들은 열심히 일하고 재빨리 배우는 한편 저마다의 위트와 창의력으로 살아야 했다.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배움의 나라' 좌우명은 다음과 같았다.
상상하라!
도전하라!
증명하라!
그리고, 해내라!
모든 새들은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 보이고 양지쪽에 터를 잡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런 만큼 갈등과 이견, 충돌과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갈등과 이견은 언제나 존중되었고, 새로운 발상들은 그런 식으로 검토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토의, 토론, 논쟁, 이런 것들이야말로 변화를 만들고 진보해 가는 방식이었다.
펭귄이든 공작새든 비둘기든 까마귀든 그런 것은 아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펭귄 나라는 좀 달랐다.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경쟁에 익숙했던 페리는 펭귄 나라의 독특한 방식과 별난 관습에 속수무책이었다. 자신을 발탁해 준 만큼 훌륭히 성공하고 싶었는데도 말이다.
페리는 펭귄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펭귄 식 걸음걸이, 말투, 모양새를 연구했다. 그러면서 페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도 하지... 다들 비슷비슷하단 말이야. 서로서로 베낀 것 같아.'
혼란스러움과 함께 페리에게는 점점 고민이 쌓이기 시작했다.페리는 믿을 만한 새들과 자신의 처지를 의논해 보았다.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새들로 페리와 비슷한 시기에 스카우트 되어온 새들이었다. 그들도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똑똑하고 힘이 세고 일 솜씨도 뛰어난 독수리 에드워드. 그는 펭귄들의 요구대로 펭귄복도 입었다. 그러나 펭귄처럼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는데, 그 점이 고참 펭귄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의 억양을 거북해한 나머지, 펭귄들은 특수 간부 펭귄을 양성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그를 권위와 전통에 절은 동부의 경영대학원으로 보냈었다. 그러나 그는 독수리일 뿐이었다. 에드워드는 자신을 바꿀 수 없었다.
몸이 날쌔고 아름다웠으며 똑똑하고 예리하며 저돌적인 매 헬렌. 그녀는 맹렬한 경쟁심을 타고난 능숙 능란한 사냥꾼이었다. 그녀도 펭귄복을 입었지만 매 고유의 본성은 언제나 저절로 드러나곤 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넘치며 충동적인 입내새 마이크. 그는 유난히 재기 발랄한 새였다. 평범을 넘어선 창조적 성향과 상상력을 가진 마이크는 종종 펭귄들의 영역으로 날아들었는데, 고참 펭귄들은 그것을 못마땅해했다.
흥미롭고 독특하며, 멋진 생각들을 갖고 있었던 낙천적인 몽상가 백조 세라. 그녀는 자기 생각들을 매우 상냥하게 말했으나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밖의 다른 새들도 마찬가지였다. 펭귄 나라에서 자라지 않았던 이들은 성공하게 해준다는 달콤한 말에 유혹 당해 모두 이곳으로 왔지만, 새로 온 이국의 새들이 조직 내에서 자리잡는 그 순간부터 고참 펭귄들은 그들에게 펭귄복을 주며 좀더 펭귄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할 것을 다그쳤다.
펭귄들은 늘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딴판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새들은 쌓이고 쌓인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어찌해야 할 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들 중 몇몇 새들은 펭귄들의 문화를 바꿔보기로 했다. 변화의 주역이 되고자 전략들을 짜냈다.
반면 몇몇 다른 새들은 스스로 변하기로 결심했고 펭귄이 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실패했다. 누구도 진정한 자신을 바꿀 수는 없었다.페리와 이국의 새들에게 힘든 시간이 다가왔다. 펭귄 방식을 변화시키려는 그들의 전략은 저항과 제재에 부딪쳤다. 생각과 노력들이 무시되고 기각되었다. 여러 체제와 기구들은 견고하고 요지부동이었다. 변화에 대한 노력은 장구한 전통과 기구들 앞에서 그저 어리석고 헛된 일일뿐이었다.
이국에서 온 새들의 마음은 좌절감과 실망,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 찼다. 드높은 희망과 큰 기대를 품고 온 펭귄 나라에서 얻은 것은 은근한 비판과 숨막히는 획일성, 그리고 기존 펭귄들의 교묘한 거부 반응뿐이었다.
새들 중 몇몇은 스스로 펭귄 나라를 떠났고, 그 밖의 다른 새들도 고참 펭귄들로부터 쫓겨났다.페리에게는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페리에게 여행길에 들렀던 경이로운 신천지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들은 그곳을 '기회의 나라'라고 불렀다. 마침내 페리는 펭귄 나라를 떠났다.
'기회의 나라'에 도착했을 때 페리는 그곳이 펭귄 나라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상사들은 다른 무엇인 체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직이 활력 있게 움직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포용과 신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믿었다.
모든 새들은 자유로이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 다른 관점들을 활발히 교환하면서 일과 방식을 끊임없이 향상시켰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리더를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기회의 나라'의 좌우명은 다음과 같다. "다수로부터의 위대함!"
새들은 서로의 노래를 들음으로써 여러 가지 다양한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함께 나눈 지식으로 점점 지혜를 쌓아갔으며 그 지혜로 성공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페리는 이제 자신이 원하던 새로운 고향을 찾은 것이라고 믿었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차례 차례로 독수리 에드워드, 매 헬렌, 입내새 마이크, 백조 세라도 찾아왔다.
'기회의 나라'에서는 모두들 전에 없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갔다. 다른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공작새 페리는 오색 찬란한 깃털을 뽐냈고, 에드워드는 힘차고도 우아하게 솟구쳐 올랐으며, 헬렌은 망을 보다가 능란하게 사냥을 해치웠다. 마이크는 창조적 본능과 혁신적 발상을 추구했고, 세라는 물결 따라 유유자적 흘러 다녔다.
모두가 멋진 삶과 미래를 찾은 것이다. 그곳에서는 그들 모두가 성공할 수 있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삶을 살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던 것이다.공작새 페리가 제일 먼저 펭귄 나라를 떠났다고참 펭귄들은 종종 다른 나라를 방문하곤 했는데 거기에서 그들은 우연히 흥미로운 새들을 만났다. 펭귄들은 그들의 경영 수완과 경험, 실적들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새들은 펭귄이 아니야.' 고참 펭귄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펭귄이 될 수도 있겠지. 이 비범하고 인상적인 새들은 우리 나라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들의 재능으로 우리 나라는 한층 더 크게 발전할 거야.'
고참 펭귄들은 그렇게 생각을 모으고 특출한 새들 중 한 명을 스카우트해 오기로 했다.페리는 펭귄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색 찬란하게 화려한 깃털을 가진,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공작새였다. 재능이 뛰어난 페리는 '배움의 나라'에 살면서 큰 일들을 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페리는 글재주가 뛰어났고 재정을 운영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동시에 현실 적응력과 센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고참 펭귄들은 그를 보자마자 군침을 흘린 것이다.
펭귄들은 페리야말로 진짜 펭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느꼈다. 페리 역시 펭귄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펭귄 나라는 부유했고 모든 새들은 많은 연봉을 받았다.
'나의 미래는 더욱 찬란할 거야. 이 새로운 나라에서 내 꿈을 펼칠 거야.'우선 페리는 공작새 특유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페리의 소란스런 말투는 그들의 유서 깊은 예의지심을 아연실색케 하는 것이었다. 페리는 열심히 일하여 멋진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냈고 펭귄들은 페리의 실적들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그의 화려한 모양새는 여전히 몇몇 고참 펭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어떤 펭귄들은 페리를 새롭고 비범한 새로 반겼으나, 몇몇 젊은 펭귄들은 그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하고 수군대곤 했다. '고참들이 그를 얼마나 오래 지켜보고만 있을까?'
한 고참 펭귄 부부는 페리를 날개 밑에 품고 훈수하려 들었다.
"여보게, 우린 자네 일 솜씨는 맘에 든다네. 하지만 어떤 펭귄들은 자네의 모양새를 못마땅해하지. 펭귄복을 입어보는 게 어떻겠나?"
"하지만 펭귄복은 나에게 맞지 않아요. 꽁지 깃털은 구겨질 테고, 날개는 옴짝달싹도 못할 거예요. 전 불편한 차림으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요."
"정 그렇다면 깃털을 펭귄복 색으로 칠해 보는 게 어떨까? 그러면 유별나게 보이진 않을 거야."
"제 모습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죠? 내가 해낸 일들이 내 모양새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자넨 똑똑하고 능력 있으니 여기서 빛나는 장래를 누릴 수 있을 거야.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우리와 비슷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자네는 펭귄복을 입고 목소리를 낮추고 보폭을 좁힐 필요가 있다네. 조직의 바다에서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네."페리는 펭귄들과 힘을 합쳐 함께 위대한 일들을 해내기로 했다시간이 지나자 몇몇 펭귄들은 조금씩 페리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날이 가고 달이 지났다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옛날,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펭귄들이 조직의 바다에 떠 있는 많은 나라들을 다스리던 때가 있었다. 이 펭귄들은 현명하지도 않고 인기를 누리지도 않았으며 조직들은 대개 비슷비슷해 보였다. 고위 간부들과 경영진의 펭귄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펭귄복을 입었고, 여러 종류의 노동자 새들은 그들의 업무와 생활 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신분 상승을 열망하는 새들은 가능한 한 펭귄처럼 되도록 부추김을 당했는데, 예를 들어, 좁은 보폭으로 걷는 펭귄의 걸음걸이를 배우고 펭귄복을 입었으며 지도자들의 본보기를 따르도록 강요당했다.
한편 근로자 개발 부서에서는 펭귄처럼 행동하기 위한 훈련 과정을 폭넓게 제공했다. 애초부터 규칙과 규범은 명백한 것이었다. 펭귄들은 은근한, 혹은 은근하지 않은 방식으로 충고했다.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성공하고 싶거든 우리를 따라 하시오."
승진을 원하는 말단의 몇몇 새들은 펭귄 흉내의 도사였지만 결국 요직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펭귄들은 모두 자신들이 타고난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질서 있게 충성스러우며 협동심이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다. 펭귄들은 개인이나 가정을 염려하기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우선했으며 더 잘 날아오르는 새들일수록 덜 미덥게 여겼다.
물론 펭귄들은 그런 생각들을 크게 떠벌리고 다니거나 글귀를 써 붙여 널리 알리지는 않았다. 자신들은 공평 무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펭귄 나라에 사는 새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펭귄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펭귄들의 규칙을 따르는 한 펭귄 나라에서의 삶은 조화로운 것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펭귄 나라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펭귄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