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할 필요는 없다
우에마에 준이치로 지음 | 사람과책
1. 성공을 위하여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한 항공 회사가 도쿄-오사카간 항공 정기화물 노선을 개설하기로 하고 고객 확보를 위해 오사카의 한 활어상회와 교섭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업부장이 이 활어상회에 찾아가 인사를 하려는 순간, "썩 나가!" 하며 주인이 불호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이상한 사람도 다 있구나. 주인의 심기가 불편한가?' 영업부장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찾아갔지만 갈 때 마다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어느 날, 그날도 상회를 찾아간 영업부장에게 주인의 아내가 슬쩍 귀띔해 주었다. "우리 가게는 살아 있는 고기를 취급하는 상회예요. 그런데 당신이 힘없는 목소리로 가게에 들 어오면 팔팔하고 싱싱하던 우리 물고기들이 다 죽어버리는 기분이 들지 않겠어요? 우리 주인 양반은 당신을 쫓아낸 뒤 가게 앞에 소금을 뿌렸답니다." 영업 부장은 위세 좋게 인사하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나서 다시 가게를 찾아가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자 주인은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마침 내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상대 방이 받아들이지 않는 법이다. "인사 같은 것은 간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간단할수록 어 려운 법이지요. 그 활어집 주인은 그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고객을 상대하 는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간단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요."
세상사를 잊을 만큼 하는 일에 철저하라대학을 졸업하고 도카이 은행에 입사하여 나고야의 본점에서 잠시 근무하던 후카다 씨는 26세가 되던 1963년 새로 문을 연 도쿄의 한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그곳에서 예 금 고객을 개척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후카다 씨는 각종 명부를 보고 고객이 될 만 한 주요 인사들을 찾아다니거나 간판이나 전봇대에 붙은 광고를 보면서 예금을 할 만한 사람들을 폭넓게 찾아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카다 씨는 최고 재판소의 시모이이자카 판사가 머지않아 퇴임한다는 기 사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모이이자카 판사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강경파 판사로 사택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평소에 이리저리 돌아다닌 덕분에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대문 에는 훌륭한 문패가 붙어 있었다. 이런 사람이 퇴직을 한다면 예금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서 잘만 하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최고 재판소의 판사라면 퇴직금만 해도 100만 엔이 넘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예금을 유치해야겠다." 전화를 하는 것은 가볍다는 인상을 주어 자칫하면 일을 망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후카 다 씨는 직접 집을 방문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가정부가 나왔다. "판사님은 약속된 분이 아니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1주일이나 계속해서 찾아가다 보니 가정부도 딱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댁에 들어가지 못해도 좋습니다. 밖에서 판사님과 한두 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럼 매일 아침 여덟 시에 관용차가 판사님을 모시러 오니까 그 시간에 맞춰서 와 보세 요." 이튿날 아침 일곱 시 반부터 후카다 씨는 사택 앞에서 판사를 기다렸다. 여덟 시 정 각이 되자 판사가 집에서 나왔다. 그는 무척 깐깐한 사람처럼 보였다. "판사님, 느닷없이 찾아뵈어 죄송합니다만..." 후카다 씨는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명함을 내밀면서 판사를 만나기 위해 1주일이나 계속 찾아왔다는 것과 찾아온 용건을 설명하였다. "그러면 최고 재판소로 찾아오게." 약속한 날 찾아간 후카다 씨에게 판사는 의자를 권하 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는 지금 예금을 하라고 하는데, 은행에 예금을 하려 면 어떻게 하면 되나?" 후카다 씨는 판사가 젊은 풋내기를 조롱하거나 시험하고 있는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판사는 법의 파수꾼으로 맡은 일에 몰두하느라 세상사 에 대해서는 거의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판사는 후카다 씨에게 예상을 넘는 액수의 수표를 내주고 예금을 부탁했다. "나는 곧 퇴임하여 사택에서 나와야 하는데 집을 살 때 그 돈을 써야 하네. 그때까지 자 네가 맡아주게." 얼마 후 판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퇴임을 했는데 집을 사야겠다고 했다. 후카다 씨는 자신의 고객이 운영하는 믿을 만한 부동산회사를 소개해주었다. 판사 는 그곳에서 소개받은 집을 마음에 쏙 들어했다. 그런데 집은 건폐율을 약간 초과하고 있 었다. 관청도 눈감아 줄 만한 상황이었지만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법의 파수꾼으로 평 생을 살아온 내가 법을 어길 수는 없지." 그만큼 비용이 더 들고 집이 좁아지는데도 그는 방 하나를 부수었다. "여러 모로 고맙네. 덕분에 처음으로 내 집을 갖게 되었어." 1971년 판사는 그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이처럼 자기 직업에 투철할 수 있을 까?'라는 감명을 후카다 씨에게 남겨주고...
자신감을 가지면 결과가 달라진다프랑스의 웨이터는 늘 당당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다. "우리 음식이 맛이 없을 리 없다."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다. 이탈리아인은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고 권하면서 뒤쪽에서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묻는다. "어떻습니까? 맛있지요?" 이탈리아 요리는 확실히 맛이 있다.
그런데 영국의 웨이터는 언제나 언짢은 기분이다. "이런 맛도 없는 음식, 나 같으면 안 먹는다."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다. 실제로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 그리고 독일인은 몇 번이고 손님에게 말한다. "맛이 있습니까? 정말 맛이 있습니까?" 이들은 정말 요리에 자신이 없다.
2. 조직을 위하여
메기 한 마리가 청어떼를 긴장시킨다"우리 회사는 임원이 스물 일곱 사람인데 창업 멤버는 세 명뿐이고, 나머지는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직원들도 1천8백 명이나 되지만 반이 전직해 온 사람들이구요." 미사와 홈의 사장인 미사와 씨의 말이다. 초창기에야 회사 규모가 빠르게 커져 어쩔 수 없이 경력자 채용을 늘렸지만, 오히려 지금은 사회초년생보다는 전직자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화합을 위해 창립 직원을 붙잡아 두고 싶어하는 경영자는 많다. "화합 따위는 기업에겐 마이너스일 따름입니다. 우리 회사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사원들간의 관계는 나쁠지 모르지만 그런 마찰이 실은 에너지원이 되고 있어요." 회사 안에 사이 좋은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자극이 없어 고인 물처럼 되어버리고 결국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서 회사가 번창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다.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가 한 말이지만, 활어통에 메기를 한 마리 넣어두면 청어가 장생한다고 합니다." 어부들은 먼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가능하면 산채로 가지고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래야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향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청어는 차례차례 죽어버린다. 그런데 어부들 가운데 언제나 산 청어를 가지고 돌아오는 어부가 한 사람 있었다. 신기하게 생각한 친구가 슬그머니 활어통을 들여다보니 메기가 한 마리 들어 있었다.
"못 보던 놈을 보고 나면 청어떼는 긴장합니다. 그 긴장 덕분에 고기들이 죽지 않는 것이구요."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일하는 방법이 다르니까 주위에 위화감을 준다. '싫은 놈이로군'하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위화감이 창립 사원들을 긴장시켜 자칫하면 미지근해지기 쉬운 회사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다. "우리 임원 중에는 마쓰시타 전기에서 오거나 도요타 자동차에서 온 큰 메기들이 몇 마리씩 있답니다." 메기는 클수록 청어를 긴장시키고 팔팔하게 하는 효과도 크다.
"직원한테 들은 이야기라 출처는 알 수 없지만 메기를 기르는 방법의 하나로, 메기와 메기의 먹이가 될 작은 물고기들의 사이를 좋아지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는군요."
메기는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서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산다. 그런데 작은 물고기들과 메기가 들어 있는 활어통의 가운데에 투명유리를 넣어 막아놓으면, 먹이를 잡아먹으려고 뛰어들던 메기는 그때마다 유리벽에 머리를 진저리나게 부딪히곤 한다. 매번 아픔을 경험한 메기는 작은 물고기한테는 입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한다. 그래서 유리를 걷어내도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려 하지 않는다. 메기가 야성을 읽고 무섭지 않은 보통의 불고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모처럼 사내 분위기를 활성화하려고 채용한 사람도 마침내는 창립 사원들의 미지근한 물에 젖어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새로운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어떨까? "물론 새로 들어온 놈은 맹렬하게 작은 물고기들을 덮칩니다. 그 모양을 보는 동안에 앞서 들어온 놈도 본능이 되살아나 작은 물고기들을 다시 잡아먹게 돼요." 미사와 씨는 중도 채용자를 자꾸자꾸 늘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꼭 필요한 인재를 가려내라옛날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가게 주인이 부뚜막에 굴뚝을 똑바로 세워 달고 그 밑에 땔감을 쌓아놓았다. 이것을 본 손님이 "그렇게 하면 불꽃이 아래로 떨어져서 불이 날 거요. 굴뚝을 구부러진 것으로 바꾸고 땔감도 다른 데로 옮기시오." 하고 주의를 주었 다. 그러나 주인은 손님의 말을 무시하고 굴뚝도 땔감도 그대로 두었다. 걱정했던 대로 얼마 안 있어 땔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다행히 동네 사람들이 달려와 불을 꺼주었다. 주인은 기뻐서 소를 잡고 술을 장만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것을 본 어떤 사람이 주인에게 말했다. "전에 손님이 말한 대로 따랐으면 불은 나지도 않았어. 그러면 소를 잡을 필요도 없고 술을 낼 필요도 없었구. 그런데 불이 나지 않도록 '굴뚝을 구부려 달아라, 땔감을 옮겨라.'고 가르쳐준 사람한테는 고맙다고 하지 않고, 머 리를 태우고 뺨에 화상을 입어가면서 불을 꺼준 사람들한테만 고맙다고 하고 있으니..."
위험이나 위기를 예상하고 진언을 해도 주위 사람들이나 상사는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가 닥쳐와서 밤에 잠도 못 자고 활약한 사람은 윗사람의 눈에 띄어 공을 세웠다고 칭찬을 받는다. 있을 법한 일이다. 회사 경영이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불이 난 후에 화상을 입으면서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눈에 띄는 사람보다는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위기를 예방하는 사람에게 눈길을 주어야 한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회사마다 이런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키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3. 인간관계를 위하여
밥은 싫어하는 사람과 먹어라닛폰흄칸이라는 콘크리트 2차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이사인 요코자와 씨 는 35년이나 영업 계통에서 일해 본 사람이 고생담을 기막힐 정도로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고 해서 만나러 갔다. "어땠어요?" "밥은 싫어하는 사람하고 먹으라고 하더구만." "예?" "거래처나 회사에 말도 하기 싫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잖소." "그 렇죠."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 일하는 예술가라면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겠 지만 회사원은 그럴 수가 없고 하니까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일을 해야 만 할 경우에는 입맛이 당기지 않더라도 무조건 한 번은 같이 술을 마시고 식사를 하라는 거야." "그래요?" "그러면 정말 꼴 보기 싫던 상대의 생각지 않은 면모를 볼 수도 있고, 친근감이 생긴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누구나 첫인상이 비단 같고 느낌이 좋은 사람 하고 식사하고 싶겠지만 그런 사람은 도리어 실망감을 줄 때가 더 많다고 하더군. 처음에 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결국은 더 오래 간다네."
괴테와 쉴러가 만나면괴테와 쉴러는 독일문학사에 빛나는 두 그루의 큰 나무다. 두 사람 모두 18세기와 19세기를 걸쳐서 살았는데 쉴러가 정확히 열 살 아래로 천재들이 흔히들 그렇듯이 사이가 좋았을 리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싫어하여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1794년, 괴테가 마흔 다섯이 되던 해에 둘은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는 '세계 문학사에 보기 드문' 친교가 시작됐다. 기질도 사는 방식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찾고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쉴러가 죽기 직전까지 11년 동안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가 자그마치 1천 통이 넘었다니 서로간에 오간 교감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겠다.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교제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서로의 작품을 비판하고 창작에 대한 구상을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걸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20대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면서 정치가로 변신했던 괴테에게 쉴러와의 교류는 큰 자극이 되었다. "당신은 내게 제2의 청춘을 만들어준 사람이오. 시인으로 거의 생명을 다해가던 나를 다시 시인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쉴러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괴테는 이렇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창작에 몰두한다. 『빌헬름 마이더스의 수업시대』 『파우스트』 모두 이때 나온 작품들이다.
두 사람은 친밀하고 우정어린 관계를 이어갔지만 어릴 적 친구처럼 흉허물없는 사이가 되지는 못했다. 독일어로 '당신'이라는 단어는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 같으면 'Sie', 친한 사이면 'du'라고 하는데, 그들은 편지에서 늘 'Sie'를 사용했다. 어느 전기작가는 '두 사람의 교제는 단순한 우정이 아니고 외교'라고 말했다. 아무튼 두 천재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긴장과 자극을 줌으로써 문학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을 남긴 경우다.
다카하시 겐지가 쓴 『바이마르의 괴테전』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한 헤르만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수식이 바로 "G + S = 2(G + S)"이다. G가 괴테, S가 쉴러. 두 사람은 더하면 그냥 두 사람 몫이 아니고 그것의 두 배, 곧 2가 4로 된다고 한다. 괴테는 쉴러에 의해 고무되어 더욱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으므로 G가 이미 'G + S'가 되고 쉴러도 괴테에 의해 고무되어 S는 'S + G'가 되었기 때문이다.
G + S = (G + S) + (G + S) = 2(G + S)
따로따로 떼어놓은 사람이었다면 각각 1의 가치밖에 가지지 못했겠지만 두 사람이 만남으로써 가치가 4로 껑충 뛰었다. 위대한 문학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문학적인 재능은 모자라지만 그래도 나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효과가 나는 그런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봄직하다.
4. 리더십을 위하여
승부사는 눈매가 부드럽다야구평론가 아라카와 씨가 거인군단 왕정치 감독의 현역 시절 한 발 타법의 스승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왕 선수가 수많은 홈런을 날리던 시절, 아라카와 씨는 거리를 걷다 어느 팀의 투수를 만나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투수는 무심코, "타석에 들어선 왕 선수는 눈초리가 아주 무서워요.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말입니다. 그런 눈매를 하고 있으면 투수들은 그만 움츠러들고 말지요."라고 말했다.
보통의 타격 코치라면 제자가 타석에 들어서기만 해도 상대가 두려워하는 타자가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라카와 씨는 이튿날 왕 선수를 불러서 말했다. "왕정치, 너는 아직 멀었다. 눈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정도라면 진짜 선수가 못돼. 진짜 승부사는 눈매가 부드러워야 한다."
수련 중인 검도 선수들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명인의 경지에 이르면 눈빛은 다시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칼을 빼들고 마주선 상대는 이 부드러운 눈매에 방심한다. 그럴 때 승부는 명인이 휘두른 칼에 단번에 결정되고 마는 것이다.
배팅도 마찬가지다. 매서운 눈초리에 움츠러든 투수는 팔의 근육이 긴장되어 치기 좋은 공을 던져주지 않는다. 타자는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으로 투수를 안심시킨 후 자신만의 무기로 승부에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날아오는 공을 쳐냈을 때 공은 스탠드를 넘어가 홈런이 된다. 진짜 위대한 타자는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왕 선수가 일본의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진정 아라카와 씨의 이 충고 한 마디 때문이었다. "승부사는 눈매가 부드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