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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김부장의 늦지 않은 연금 공부

이영주, 배한호 지음 | 원앤원북스


50세 김부장의 늦지 않은 연금 공부

이영주, 배한호 지음

원앤원북스 / 2026년 2월 / 240쪽 / 19,000원





Part 1 깨달음의 순간



박 부장은 400만 원인데, 내 연금은 얼마지?


토요일 저녁, 간만에 시간을 낸 김부장은 대학 동창들과의 모임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왔다. 서로를 보며 “야, 늙었다.” “아직도 버티냐.” 같은 가벼운 농담이 오갔지만 예전처럼 활기차게 떠들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서로의 얼굴에는 미묘한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술잔이 돌고, 한두 잔 들어가자 누구보다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늘 장난스럽던 박 부장이었다.

“야, 나 다음 달에 명퇴야.”

순간 테이블은 조용해졌다. 명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이 갑자기 모두의 표정을 진지하게 만들었다. 이 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너 준비 잘했잖아. 연금은 얼마나 나와?”

박 부장은 준비한 듯 스마트폰 계산기를 열어 몇 번 두드리더니 말했다.

“국민연금 160만 원, IRP로 돌려놓은 퇴직금에서 140만 원, 개인연금 60만 원, 부부 합치면 400만 원 정도는 꾸준히 나오지.”

“와~ 진짜 잘 준비했네.”

“야, 그 정도면 살 만하겠다.”

다들 칭찬 섞인 감탄을 쏟아냈고, 박 부장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러나 잔을 들고 있던 김부장의 손은 살짝 흔들렸다. 400만 원이라는 명확한 금액, 그리고 ‘꾸준히’라는 말. 자신도 나름 탄탄하게 준비해왔다고 자부했건만 막상 비교 대상이 생기자 믿음은 모래성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박 부장이 자연스럽게 물었다.

“넌 얼마쯤 나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대충 아는 숫자를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자신이 없었다.

“국민연금… 한 145만 원쯤? 퇴직금은 2억 정도 받을 텐데 그걸로 생활하면… 되지 않을까?”

박 부장이 잔을 내려놓으며 김부장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요즘 물가에 20~30년 버티는 거 진짜 쉽지 않아. 퇴직금도 투자 안 하면 금방 줄어들고.”

그 한마디가 유독 귓가에 크게 박혔다. 그때 이 부장이 길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퇴직금으로 월세 받는 시대는 끝났어. 세금, 공실, 수리비…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니까.”

또 다른 친구가 덧붙였다.

“은퇴하면 돈이 줄어드는 속도가 진짜 상상 이상이야. 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일 때도 있더라고.”

동창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얹히면서 김부장의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박 부장의 말들이 다시 머릿속에서 되감기듯 반복됐다.

“국민연금 160만 원은 기본이지.”

“퇴직금은 연금으로 돌려야 오래 간다.”

“부부 합쳐 400만 원이면 괜찮지.”

김부장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얼마지? 나는… 준비된 건가?”

국민연금 145만 원. 퇴직금 2억. 과연 이것으로 은퇴 후 최소 30년, 아니 40년을 버틸 수 있을까? 집에 도착해 TV를 켜자 ‘100세 시대, 은퇴 후 40년’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그 짧은 문장이 불쑥 김부장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40년…? 55세에 퇴직하면 95세까지네.”

월급 없이 살아가야 하는 길고 긴 시간. 그 시간은 김부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고 무거웠다. 많은 직장인이 노후 준비를 이야기할 때 이렇게 말한다.

“국민연금 있으니까 뭐….” “퇴직금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나의 연금은 얼마인가:
노후 준비의 첫걸음은 거창한 투자도, 복잡한 설계도 아니다. 내가 받을 연금이 도대체 ‘월 얼마인지’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 이 단순한 행동이 미래의 불안을 절반 이상 줄여준다. 은퇴 준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IRP·퇴직금), 연금저축·연금보험 이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 ‘연금 3종 세트’를 모두 합산하면 지금 기준으로 은퇴 후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가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숫자를 현재 생활비와 비교하는 순간 부족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국민연금 _ 노후 현금 흐름의 기둥: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비의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는 65세에 얼마를 받는가?”라는 ‘실제 숫자’다. 국민연금은 물가 연동 구조라 오랜 기간 믿고 갈 수 있는 현금 흐름이지만,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150만~200만 원 나오겠지’라고 믿는 순간 오차가 생기고, 이 오차가 20~30년에 걸쳐 노후 재정을 흔들어놓는다.

퇴직연금(DB·DC·IRP) _ 목돈이 아닌 ‘흐르는 구조’: 퇴직금 2억 원이 겉으로 보기에는 큰돈 같지만 생활비로 쓰기 시작하면 10년이면 바닥날 수 있다. 퇴직금을 IRP로 전환하면 이 돈은 한 번에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평생 흐르는 돈이 된다. IRP는 ① 세금 이연, ② 복리 운용, ③ 55세 이후 연금 수령 등의 구조 덕분에 퇴직금을 두 번째 월급으로 만드는 안정적인 수단이다.

개인연금 _ 내가 모르는 ‘세 번째 연금’: 연금저축은 현역 시절 세액공제를 통해 절세하면서 노후에는 생활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연금보험은 비과세 조건 충족 시 평생 지급형으로 받을 수 있어 노후의 빈틈을 메우는 안정적인 흐름이 된다. 이 두 축은 국민연금·IRP에서 부족한 부분을 마지막으로 채워주는 안전망이다.

50살, 늦었지만 늦지 않은 7가지 이유


김부장은 마음이 어지러웠다. 퇴직까지 남은 시간은 5년. 이제 와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는 습관처럼 연락처를 넘기다가 어느 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박 부장’. 대학 동기이자, 늘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준비해오던 친구였다. 잠시 망설인 끝에 전화를 걸었다.

“야, 오랜만이다. 시간 좀 되냐?”

- 어? 김부장! 웬일이야. 반갑다. 무슨 일로?

“그냥… 물어볼 게 하나 있어서. 오늘 저녁 어때?”



저녁 7시, 회사 근처의 낡은 고깃집. 자욱한 연기 너머로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야, 우리도 벌써 50이야.”

박 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시간 진짜 빠르다.”

김부장은 말없이 소주잔을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요즘 있잖아,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왜?”

“국민연금 145만 원에 퇴직금 2억… 그 정도면 괜찮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부족하더라고.”

젓가락질을 멈추고 듣던 박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준비해야지.”

“늦은 거 아니야?”

“늦긴, 아직 50이잖아. 생각해봐. 지금부터 65세까지면 앞으로 15년이 남았잖아. 15년이면 연금계좌도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있고, 자산 구조도 완전히 바꿀 수 있어. 나는 40살 때부터 아주 조금씩 시작했거든. 연금저축이랑 IRP에 매달 30만 원씩. 그땐 큰돈이라고 생각도 안 했어.”

“벌써 10년 됐네?”

박 부장은 웃었다.

“응. 지금은 10년, 65세가 되면 25년. 매년 조금씩 쌓이고, 복리 덕에 불어나더니 지금은 원금 3,600만 원에 수익까지 붙어서 4,400만 원 넘었어. 65세가 되면 원금 9천만 원에 수익까지 하면 1억 5천만 원이 넘을 것 같아.”

“와… 진짜 대단하다….”

김부장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이제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 차이가 너무 크다.”

그 말에 박 부장은 잔을 내려놓았다.

“야, 복리는 금액보다 시간이 중요한 거야. 시작한 날이 곧 복리의 첫날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너는 지금 50이잖아. 만약 지금부터 15년만 꾸준히 쌓아도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야.”

김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과 후회의 무게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박 부장은 나보다 10년 일찍 시작했을 뿐이야. 그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하지만 나도 15년은 남았잖아. 지금이라도 하면 바뀔 수 있겠지.’

돌아오는 길, 그의 머릿속에는 박 부장의 마지막 조언만이 또렷하게 남았다. “노후 준비는 ‘언제부터’가 아니라 ‘언제 진짜 깨달았느냐’가 중요해. 오늘 깨달았으면, 오늘이 출발이야.”

부족한 생활비 120만 원의 의미


친구 박 부장을 만나 “50세는 늦었지만 늦지 않은 시기”라는 말을 들으며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지만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지? 얼마가 부족한 거지?’ 막연한 숫자들이 김부장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떠다녔다. “그래, 전문가에게 물어보자.”



회사 근처의 상담센터 유리문 앞에는 ‘연금 설계 상담’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마치 단골 카페에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한 목소리의 상담사가 안내를 시작했다.

“김부장님, 어서 오세요. 요즘 50대 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러 오시는 게 바로 ‘나는 무엇이 부족한가’에 대한 답입니다.”

상담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김부장의 현재 연금 자산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그리고 개인연금이었다. 김부장은 말했다.

“국민연금은 145만 원 정도 예상되고요. 퇴직금은 2억 정도 받을 것 같습니다. 연금저축에는 매달 30만 원씩 넣고 있어요.”

김부장이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숫자들이 상담사의 계산기를 거쳐 모니터 위에 하나로 합쳐졌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김부장님의 은퇴 후 월 예상 연금은 약 280만 원입니다.”

“그럼… 나쁘진 않은 거 아닌가요?” 280만 원이라는 숫자가 의외로 든든하게 느껴져 김부장이 되물었다. 하지만 상담사는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한 달 생활비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나요?”

잠시 머릿속으로 아파트 관리비와 식비, 경조사비를 가늠해 보던 김부장이 답했다. “한 400만 원 정도요.” 대답과 동시에 상담사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고, 모니터 위에는 그래프 하나가 떠올랐다.

생활비 400만 원 - 예상 연금 280만 원 = 월 부족분 120만 원

120만 원 × 12개월 × 30년 = 총 4억 3,200만 원



“매달 부족한 120만 원이 은퇴 후 30년간 누적되면 4억 3,200만 원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됩니다.”

4억 3,200만 원. 그 숫자를 보는 순간 김부장은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을 거라 애써 다독였던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담사는 그를 부드럽게 위로했다.

“이제 막연한 걱정이 명확한 숫자가 된 겁니다. 이 120만 원은 극복하지 못할 벽이 아니라, 지금부터 ‘채워야 할 숙제’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이 빈틈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전략이죠.”

사실 그동안 김부장의 가슴을 짓누르던 것은 ‘돈이 없다’는 사실보다 ‘얼마가 필요한지 모른다’는 막막함이었다. ‘그래,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이제는 어떻게 채울지만 고민하면 되겠구나.’ 김부장의 가슴 속에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김부장의 연금 노트>

부족분 120만 원을 채우기 위한 준비 5단계:




1. 부족분 120만 원을 3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구조화하기

- 국민연금(기본소득, 평생 수령)

- IRP(퇴직금 분할 수령 구조)

- 연금저축·연금보험(보완 축)



2. 55~65세 ‘공백 구간’의 생활비를 따로 계산해두기

- 국민연금 수령 전 10년

- IRP·연금저축으로 메울 금액 추정 → 공백 구간이 가장 중요함



3. 연금저축·IRP의 개시 시점을 ‘시나리오 형태’로 적어두기

- 시나리오 A: 55세부터 65세까지 IRP에서 퇴직금을 인출해서 사용한다.

- 시나리오 B: 수령 시점을 최대한 늦춰(예: 70세) 고령자 연금소득세율(3%)을 적용받는다.

- 그 외 다른 시나리오도 충분히 고민한다.



4. 부족분 120만 원을 채울 수 있는 ‘나만의 조합’ 찾기

- IRP에서 퇴직금 30년 분할 수령 + 연금보험 월 60만 원 적립하기

- IRP에서 퇴직금 20년 분할 수령 + 연금저축 또는 IRP 월 50만 원 적립하기





Part 2 숫자를 현실로, 연금 포트폴리오



국민연금 36% 늘리는 방법


퇴근길 버스 창가. 하루의 피로가 밀려오는 늦은 저녁, 김부장의 머릿속은 묘하게 복잡했다. ‘내가 국민연금을 20년 넘게 냈는데… 정년 후에 그 돈으로 정말 살 수 있을까?’ 그는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내 ‘내 곁에 국민연금’ 앱을 켜서 [예상연금액 조회] 버튼을 눌렀다.

총 가입기간: 240개월

개시 시점: 65세

예상 수령액: 145만 2천 원



숫자를 보는 순간, 얼마 전 상담센터에서 들은 조언이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든든한 기초입니다. 하지만 그건 보통 ‘생활비의 절반’ 정도만 책임질 뿐이죠.”

“145만 원이면… 적정 생활비의 절반도 안 되네.”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의 기둥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서서히 실감되기 시작했다.



며칠 뒤, 김부장은 상담센터를 다시 찾았다.

“상담사님, 국민연금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옵니다. 너무 부족해요.”

김부장의 토로에 상담사는 노트북 화면을 돌려 보이며 차분히 답했다.

“맞습니다.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기본소득’이에요. 은퇴 생활비의 40~50%를 담당하는 든든한 바닥이죠. 그래서 나머지는 IRP와 개인연금이라는 층을 쌓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합니다. 그런데 김부장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 하나 더 있습니다.”

김부장은 고개를 바짝 당겨 물었다. “그게… 수령 시기를 늦추는 연기연금인가요?”

상담사는 모니터 화면에 개시 시점별 수령액 비교표를 띄우며 차분히 설명했다.

“조금 일찍 받으려다 평생 매달 43만 원을 손해 보느냐, 5년을 견디고 평생 52만 원을 더 받느냐의 차이입니다. 노후 자금이 부족할수록 이 ‘지연 전략’은 훨씬 강력해집니다.”

김부장은 표 속의 숫자를 손으로 짚어보며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연기해야겠네요. 70세부터 197만 원… 이 숫자라면 우리 노후의 절반을 확실히 책임져주겠어.”

그런 김부장을 바라보며 상담사는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김부장님, 연기연금 전략은 지금 가진 연금을 ‘늦게 받아서 더 크게 받는’ 방식입니다. 앞으로 IRP와 개인연금으로 55~70세 사이 공백을 메우면 70세부터는 든든한 생활이 가능하죠. 국민연금은 금액이 아니라 ‘지속성’으로 노후를 지켜주는 제도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을 바라보며 김부장은 마음속 노트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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