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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박사의 부동산 심리 수업

박원갑 지음 | 메이트북스


박원갑 박사의 부동산 심리 수업

박원갑 지음

메이트북스 / 2023년 7월 / 380쪽 / 19,800원





1장 부동산시장은 인간 심리의 변주곡이다



우리도 모르게 빠져든 가격의 ‘상향 편향’


“주식도 아니고,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탈 줄 몰랐죠.” 2년 전 경기도 신축 대단지 중형 아파트를 산 맞벌이 부부 김경수(가명·38) 씨. 12억 원에 산 아파트값이 잠시 오르더니 8개월 사이에 30%나 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부동산은 ‘드림’이 아니라 ‘악몽’이 되었다. 김 씨는 자신이 ‘상향 편향’에 빠졌던 게 아닌지 되돌아본다. 상향 편향은 집값이 무조건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오류다. 요즘 그는 대출 이자로 월 20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 월급의 40%나 들어간다. 할 수 없이 그는 살던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를 들이고 자신은 외곽 지역 소형 아파트 전세로 옮기기로 했다. 그 전세금 차액으로 대출금 7억 원 중 일부를 상환할 계획이다. 그동안 세 식구가 외식 한 번을 제대로 못 했다.

2030세대인 MZ세대는 이번 하락기를 겪으면서 김 씨처럼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코인과 주식에 이어 부동산까지 급락하니 그 고통이 오죽하랴. 하지만 이번 기회에 투자 방식을 되짚어봐야 한다. 지렛대를 많이 쓰면 쓸수록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 투자 열풍 뒤에는 반드시 침체가 뒤따른다는 사실 말이다.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혹시 ‘모 아니면 도’ 식의 베팅이 아니었을까? 모험주의적 투자는 큰 시련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벼락거지와 설거지세대:
“2030세대는 결국 설거지세대가 된 격이죠.” 2021년 막바지 상승 랠리에 뛰어들어 꼭지에 집을 산 30대 중반 남성은 갑자기 설거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산 집값이 30% 이상 떨어진 데다 다달이 높은 이자 부담에 고통을 겪고 있다. 집을 못 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켜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설거지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설거지는 MZ세대에게 낯익은 말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작전 세력이 성공한 뒤 개미를 유혹해 물량을 털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의 설거지를 아파트시장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작전세력의 꼬드김에 휘말려 뒤늦게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은 투기해놓고 기성세대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생각은 ‘메코네상스(meconnaissance, 오인)’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세대의 시각으로 본다면, 기성세대의 그 비싼 아파트를 다 빚을 내서 받아줬으니 어찌 보면 설거지를 당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 당장으로서는 말이다.

2030세대의 집 구매는 주택시장에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집을 자동차처럼 해외에 수출할 수는 없다. 주택시장은 순전히 내수시장이다. 이제 대부분 정년퇴직한 베이비붐세대 이상 연령층이 보유한 주택을 누군가는 사줘야 한다. 이번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은 주택시장에서 고통스러운 손바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 손바뀜이 비싼 가격으로 이뤄졌다는 게 문제이고, 그만큼 MZ세대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주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그렇다 보니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거품 떠넘기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MZ 세대들이 “설거지 당했다”고 푸념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어 설거지세대라는 한탄에서 벗어날 수 있길 고대한다.

우리의 욕망은 부표처럼 수시로 흔들린다


토지시장이든 아파트시장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100% 실수요자란 없다. 실수요자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투기적 수요로 돌변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인간의 이중성이 극단적으로 투영되는 욕망의 공간이다. 부동산시장은 양극단의 세계가 존재한다. 부동산 자체가 이용 가치의 대상이자 투자재라는 양면적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도가 심하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부동산 재테크’와 ‘부동산 혐오증’이 공존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부동산에 자본 이득을 노리는 투자 자산의 성격이 강하게 내포될수록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적한 시골의 가옥처럼 부동산이 단순한 이용 수단이 되는 세상에서는 이중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중성은 이용 중심의 '집'이 아니라 사고파는 것 중심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일 때 심하게 나타난다.

부동산 재테크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소유 욕망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욕망 그 자체는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하지만 욕망을 그대로 게걸스럽게 드러내면 주위의 반발을 불러와 욕망을 쉽게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체면도 깎인다. 그래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은 삼계탕보다는 보신탕에 가깝다. 삼계탕은 드러내놓고 먹지만 보신탕은 몰래 먹는다. 소유 욕망이 극대화된 부동산은 아직도 음습한 밀실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 질투한다:
“부동산은 이제 배가 고프기보다는 배가 아픈 것이 문제입니다.” 한 원로 경제학자의 말이다. 이제 주택 보급률이 전국적으로 100%를 넘어 양적인 부족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부동산을 둘러싼 갈등이나 분쟁이 문제라는 말이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시장 논리보다는 이데올로기 싸움 영역으로 전개될 때가 많다. 어찌 보면 강남 아파트는 첨예화된 부동산 계급 갈등의 상징이다. 지인이 강남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배가 아프다. 아파트를 사기까지 어떻게 노력했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 결과만 부럽고 질투가 난다.

왜 그런 생각을 할까? 부동산시장에서 배가 아픈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아파트 투자(투기)의 대중화 때문이다. 표준화된 주택인 아파트는 사실 복잡한 권리관계 분석이나 투자 기술이 없는 초보자라도 누구나 투자가 가능한 범용 상품이다. 사실 암울한 일제강점기에도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일확천금을 얻기 위한 광산 투기는 물론 주식과 땅 투기 열풍이 나타났다. 그러나 투기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재력이 뛰어난 지주나 친일파 같은 극소수 계층이었다. 서민들과는 관계가 없는 영역이었다. 투기로 파산을 하더라도 참여자가 많지 않았기에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파트는 누구든지 큰돈이 없어도 투자할 수 있다. 당첨된 사람들은 특별한 재주가 있었던 게 아니다. 청약에 가입해서 15년 이상 돈을 꼬박꼬박 낸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다.

스위스 출신의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에 대해서만 질투를 한다. 말하자면 고교 동창생이나 회사 동료가 성공할 때 질투를 느낀다. 사촌이 논을 사야 배가 아프지, 대기업 회장이 논 수백만 평을 사더라도 배가 아프지 않다는 이야기다.

둘째, 성공을 이룰 뻔한 것을 이루지 못할 때 아쉬움이 더 큰 법이기 때문이다. 먼바다의 고기가 아니라 바로 눈앞의 고기를 놓칠 때 상실감이 큰 것처럼 말이다. 자신도 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되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는데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때라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큰돈을 벌었을 텐데.’ 그냥 사놓기만 하면 값이 오르던 그 좋은 시절에 과감하게 결단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미완성 과제에 집착하면서 미련을 갖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아파트, 특히 강남 아파트 때문에 배 아픈 사람들이 많은 것은 투자의 대중화와 자이가르닉 효과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배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일이 없다면 배 아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주택시장은 안정이 최고의 미덕이다.



2장 누구나 빠지는 심리적 편향을 경계하라



부동산시장은 인간 심리의 집합체다


“난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봐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 말이오.” 영화 <관상>(2013) 마지막 부분에서 천재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분)은 이렇게 탄식한다. 관상으로만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사건인 계유정난(1453)을 미리 내다보지 못했던 자신을 한탄하는 대사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바람의 움직임을 알지 못하면 시대나 인간의 운명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파도는 수시로 바뀌는 현상이고, 바람은 변동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부동산시장으로 좁혀보면 파도는 출렁이는 부동산 가격이 될 것이고, 바람은 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 변수가 될 것이다. 부동산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피적인 현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변수를 제대로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인구, 구매력, 공급 등 변수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진다.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심리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심리는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가격을 이해하는 데 핵심 변수가 된다는 이야기다.

‘돈의 주인’ 사람 마음을 읽어라:
이 세상은 충동과 광기, 편견이 지배한다. 이성보다는 비이성, 그리고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다.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에서다. 단기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심리 게임 결과로 가격이 움직인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매도자가 심리적으로 매수자에게 밀렸다는 이야기고, 상승한 것은 그 반대일 것이다. 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심리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광기 국면에선 내재가치보다 큰 폭으로 절상되고, 공포 국면에선 내재가치보다 크게 절하될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읽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투자가 삶의 일상화가 되었다. 집도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사고파는 투자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투자재 시장일수록 인간의 불안과 초조감, 두려움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러다 보니 집값이 자주 요동친다. 이른바 변동성 쇼크의 큰 요인은 바로 수시로 움직이는 인간 심리다. 흥미로운 것은 심리는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독립적 변수라기보다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매수심리가 살아났다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 같은 다른 변수가 심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심리 변수는 파생 변수 역할을 하면서도 여러 변수를 합친 총합 변수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심리는 대표적인 단기 변수다. 중장기 부동산시장의 가격은 심리보다는 펀더멘털이나 시장 기본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예상의 무한 연쇄’에서 탄생하는 투기:
케인스의 ‘미인 대회’ 투자법은 주식시장의 거품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케인스가 활동했던 1930년대 영국의 신문사들은 미인 투표 이벤트를 자주 시행했다. 당시 신문사는 미인 100명의 사진을 독자들에게 보낸 뒤 가장 아름다운 6명을 골라 투표하도록 했다. 가장 많이 선택받은 6명의 미인에게 투표한 사람에게는 상금을 주는 구조다. 상금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기준으로 미인을 뽑게 되면 상금은 물 건너간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인을 뽑아야 당첨 가능성이 커진다. 나의 선호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선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즉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선호나 취향을 예상한 뒤 선택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이런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될까? 바로 ‘예상의 무한 연쇄’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파트를 살 때 미인 투표 논리를 적용해보자. 나는 공기가 좋고 출퇴근이 편리한 A 아파트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남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아파트를 사더라도 나중에 팔 것을 대비해서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사야겠다고 결심을 굳힌다. 투기자의 심리는 미인 투표 참가자의 심리와 비슷하다. 투기하려면 누군가가 내가 산 부동산을 다시 사줘야 한다. 가령 울릉도에 있는 땅을 투기 용도로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게 내 땅을 사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투기는 결국 내 위험을 남에게 떠넘길 수 있어야 가능해진다. 그래서 투기는 나보다 ‘더 큰 바보’를 찾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3장 남의 성공 스토리에 휘둘리지 마라



남의 성공 스토리에 현혹되지 마라


우리는 이야기에 때로 열광하고, 때로 절망해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가끔은 판단이 흐려진다. 즉 이야기에 너무 쏠리면 왜곡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쥐락펴락, 단톡방의 힘:
‘디지털 바이럴(디지털 입소문)’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대한 디지털 바이럴의 힘, 한마디로 무서운 세상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순식간에 퍼지는 ‘디지털 입소문’이 큰 힘을 발휘한다. 과거 친인척이나 가족, 중개업소로부터 얻던 정보를 이제는 카페, 블로그, 유튜브 등의 SNS에서 찾는다. 의사결정 때 SNS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집값이 더 내려간다더라’, ‘집값이 바닥이라더라’, ‘어디가 좋다더라’라는 소문이 돌면 실제 시장이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SNS에서 인플루언서는 과거 가족이나 친인척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요즘은 카페, 블로그, 유튜브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게 ‘단톡방’이다. 부동산에서 단톡방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자주 활용하는 게 오픈 채팅이다. 단톡방은 내가 뉴스를 검색하거나 카페, 블로그, 유튜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정보가 올라온다. 일하다가도, 누구랑 통화하다가도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정보 전달 속도가 기존 SNS보다 더 빠를 수밖에 없다.요즘 부동산시장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단톡방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아파트 시세는 단톡방이 결정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이처럼 광속의 시대에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순간 구버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속자생존(速者生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나 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시장은 저 앞서 달아나고 있는데 나는 지난 통계를 갖고 현재 시장을 분석하는 게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단기 흐름은 통계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장바닥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 다만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지적 능력도 그만큼 뒤따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사실이 아니라 괴담이 될 수 있다.

영웅이 탄생하면 그 시장은 버블이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선 일정 주기로 영웅이 탄생한다. 투자해서 큰돈을 번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그 영웅은 가만히 집에 앉아있지 않는다. 매스컴, SNS에 등장해서 ‘나처럼 투자하면 당신도 큰돈을 벌 수 있다’라며 대중에게 모방심리를 자극한다. 심지어 지상파 TV 예능프로그램에까지 등장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사회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이 극에 달할 때 재테크 전문가들이 평소 잘 나오지 않던 TV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다. 시청률에 민감한 방송사로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핫이슈’ 출연자를 섭외하기 때문일 것이다.

TV에 나온 전문가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싶은 영웅이다. 나도 전문가나 고수처럼 투자해서 돈을 벌겠다는 꿈을 꾼다. 투자하지 않는 나만 바보 같다.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인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 일반 정서가 된다. 투자세계에 군중심리가 작동한다. 서점가에 재테크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휩쓴다. 재테크 스터디 모임도 많이 늘어난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많은 사람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뒤늦게 뛰어든다. 투자세계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가 등장하고, 장밋빛 세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상투였다. 개미들만 그 시장의 거품만 잔뜩 떠안는 꼴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재테크를 시작하면 비극이 잉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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