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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이동신 지음 | 이코노믹북스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이동신 지음

이코노믹북스 / 2022년 8월 / 344쪽 / 18,000원





1장 통곡의 계곡, 추락하느냐 반등하느냐



내 마음속의 보석과 자유를 찾아서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연락이 올 법도 한데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났지만 아무 곳에서도 나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100세 시대에 50대 중반이라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데 퇴직으로 허리가 잘렸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난 3년간 준비를 하면서 독자 생존을 각오했지만 바깥세상은 먼저 나간 선배들의 말처럼 삭막하고 찬바람이 불었다.

퇴직 2년 전의 일이다. 연말에 찾아온 인사 담당자와 명퇴 조건을 이야기한 지 일주일째 내 마음은 조기 퇴직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나를 설득하러 온 인사팀 후배의 손에는 임금 피크가 시작되는 55세부터 매년 삭감되는 급여 명세가 계산되어 있었고, 그 수치를 합산하여 명퇴금으로 선반영해 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명퇴 요구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은 달랐다. 당시 회사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고 일부 부서의 경우는 특수직 경력 사원을 신규로 채용하고 있었다. 주가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장래를 생각해서 전체 조직을 젊게 가져가려고 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마치 젊은 애인을 만나서 조강지처를 내쫓으려는 나쁜 남편처럼 느껴졌다.

회사는 대표적인 손해 보험 회사로 인터넷을 통한 다이렉트 가입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 세대가 만든 브랜드 파워 덕분이고 브랜드 가치에 우리의 땀과 지분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남아 있는 일부 선후배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를 상대로 투쟁했다. 나는 투쟁보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회사든 누구든 다투고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인생 후반기에는 내 마음속의 보석과 자유를 찾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나를 세상에 표현하고도 싶었다. 결국 나는 인사 담당자가 가지고 온 서류에 사인을 했다. 2년의 계약직 근무를 조건으로 퇴직을 결정했다. 2년간의 기간은 퇴직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하여 한직으로 옮겨 왔을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서 직장 생활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회사 입사 6개월부터 매월 매년 동료들과 순위 경쟁을 하였고, 관리자 시절은 팀의 책임자로 치열한 승부를 하였기에 직장에선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그래도 50세 이전까지 직장 생활은 너무나 좋았다. 매년 월급이 오르고 승진도 했다. 내가 승진하는 사이, 다른 한편으로는 고참 선배들이 직책을 빼앗기고 연봉을 삭감당한 채 희망을 잃어 가고 있었다. 매년 회사에서 생기는 일이고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번에는 입사 27년 차인 내게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달려오면서 어렴풋이 이때를 예상했지만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이후 경사는 아주 가팔랐다.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마침내 퇴직을 했다. 총 29년의 긴 직장 생활이었다. 연수원에서 신입 동기들과 집합 교육을 마치고 현장 사무실로 배치받아서 선배들에게 신고식을 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전쟁터와 같았던 직장에서 꿈꾸던 임원 승진에는 실패했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운 좋게 아파트도 장만했고, 아이 둘도 성장하여 대학에 다니고 있으니 회사 덕분에 잘 살아온 것도 같았다.

조기 퇴직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수명 연장과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였다. 이전 세대는 나이 60세에 정년퇴직 후 손자, 손녀들을 돌보면서 소일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수명 100세 시대의 은퇴자들은 대부분 다시 경제 활동을 해야 하고, 실제로 정년퇴직 후에 집에서 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상으로도 한국 남녀들이 실제로 은퇴하는 나이는 72세이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향후 실제 은퇴는 더 늦추어질 것이다. 어차피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면 그 시기를 5~6년 앞당기는 것도 좋은 전략 같았다. 그 당시에는. 그러나 퇴직 이후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에 상상했던 그 이상이 되리라는 것을.

평균 수명은 25년 늘고, 정년은 5년 늘고


지난 60년간 평균 수명이 25년 늘어날 때 대다수 기업체나 공무원의 정년은 5년 연장되었다. 급격한 수명 연장으로 우리나라의 공식 퇴직 연령과 실질적 은퇴 연령 사이에는 큰 차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공식 퇴직 연령은 60세이고, 2011~2016년까지 실질적인 은퇴 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이다. 남녀 모두 공식 퇴직 연령보다 평균 12년을 더 일했다. 그나마 1차 직장에서 정년을 다 채우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50~55세에 대부분 퇴직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한 중소 업체에서는 법적 정년은 아예 의미가 없고, 대기업의 경우도 60세 정년까지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정년 60세의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사회적 편견에 불과하지만, 기업체에서는 사무직은 물론이고 육체노동자까지 60세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놓고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생산성 피크가 되는 평균 연령을 대략 47세~48세로 보고 있고, 그 이후에는 역할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법과 시스템이 현실의 변화를 제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대법원에서 육체노동자들의 가동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인정하였으나 아직 대다수 기업과 공무원의 정년은 60세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60세에 은퇴해서 기대 여명 종료일(83.3세)까지 산다면 23년간 공백기가 있다. 참고로 OECD 국가의 공식 퇴직 연령은 65세이고, 실질적인 은퇴 연령 평균은 남성 65.1세, 여성 63.6세로서 공식 연령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정년이 아예 없고 일본은 70세, 독일은 67세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도 정년 제도가 있었으나 ‘연령에 의한 고용 차별 금지법’ 제정 이후 정년이 폐지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노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어 2020년부터 베이비 붐 세대 중 일부가 65세 이상으로 진입하여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5.7%로 8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의 일자리는 난망하다.

롱 라이프, 기승전결이 바뀌고 있다


첫 직장에서 일찌감치 퇴직하든, 정년에 퇴직하든 향후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실제 정년은 80세가 될 전망이다. 과거 우리는 30년간 배우고 30년간 일하고, 마지막 20~30년간은 노후를 소일하는 라이프 사이클이었다. 그러나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우리 생애 사이클에는 새로운 연장전이 생겼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대략 20~30년간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을 더 해야 한다. 100세 시대의 기승전결이 바뀌고 있다. 법적 정년과는 별도로 실제적인 가동 연한은 70~80세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종전의 패턴이 기(성장), 승(교육), 전(은퇴)이었다면, 현재의 패턴은 1차 은퇴 이후에도 여러 번의 승(교육)-전(직장)-결(은퇴)의 형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7.3년이 더 늘어났다. 이런 추세로 기대 여명이 계속 늘어난다면 조만간 평균 수명 90세,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제 기업의 임금 체계의 개편과 정년 폐지나 고령자 재고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되었다. 2020년 기준 65~69세 사이의 젊은 노인들은 55.1%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고 이중 약 74%는 낮은 임금의 생계형으로 조사되었고 7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다. 최근 기업 정년의 의미는 노동 능력의 상실이 아니라 고임금 인력을 내보내고 젊은 인력을 충원하는 기업체의 수단이 되었다.

또한 수명 연장으로 아이들 육아는 부모와 조부모의 공동 육아가 되었다. 손주의 성장 과정과 경제 기반에 젊어진 조부모들의 역할이 커졌다. 아울러 최근 노동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얼마 전부터 사무직과 건설 현장직 임금 사이에 역전 현상이 생긴 것이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업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건설 현장직과 농업 부문에서는 아직 무인화 시스템의 진척이 느리고 인력 수요가 많다. 반면 사무직 근로를 희망하는 대졸자들은 넘쳐나고, 현장 근로를 희망하는 사람은 드물어서 현장직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변호사 초임 급여보다 건설 현장 일용직 초임 노임이 더 높아졌다. 지원자는 적고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은 막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UN이 재정립하여 새롭게 발표한 연령 기준에 따르면 0~17세까지 미성년자, 18~65세까지 청년, 66~79세까지 중년, 80~99세까지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으로 분류한다는 자료가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신의 실질적 나이를 측정할 때 현재 나이에 0.7을 곱하여 계산하기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55세이면 55×0.7=38.5세가 새로운 연령 기준에 의한 자신의 생활 나이 또는 직장 나이가 된다. 우리의 미래 정년인 80세를 일본식으로 환산하면 80×0.7=56세에 불과하다. 내가 퇴사 직후 잠시 근무한 법무 사무실에서는 60세 넘은 분들이 40대처럼 열정적으로 일했다. 사람은 보수를 많이 받는 일에서만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급증하는 노인, 빈곤과 파산


노인은 더 많아지고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해지고 있다. 2021년 1월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6.5%이고, 2025년에는 우리도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20년 정도 빠른 일본은 고령자 비율이 이미 인구의 30%를 넘어섰다. 그리고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3%로 OECD 평균(14.8%)의 약 3배에 달한다. 또한 서방 세계는 고령화 사회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데 평균 100년 가까이 걸렸지만, 한국은 26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은 허술해 노인들은 언제 빈곤층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실제로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 인구 진입으로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해마다 70만 명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연금을 받지 못하고 연금을 받아도 충분치 못하다. 2021년 국민연금공단에 의하면 1인당 평균 수령 연금은 월 55만 원 수준으로 최저 생활비 정도였다. 베이비 붐 세대를 1955년생에서 75년생까지 확장하면 총 1,700만 명에 달해서 향후에는 우리나라도 시니어 천국이 된다. 종전의 ‘교육-직장-60세 은퇴’라는 3단계 생애 플랜으로는 노후에 가난할 수밖에 없고 결국 ‘노인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통곡의 계곡, 추락하느냐 반등하느냐


노인의 뇌세포는 조금씩 죽어 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경 가소성(뇌 가소성) 이론에 따르면, 두뇌도 근육과 같아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훈련하면 작동하는 방식이 변한다고 한다. 실제로 몰입이나 집중 시에 우리의 뇌는 기대 이상의 성과와 놀라운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몸도 뇌도 가꾸기 나름이다. 노인들 중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성과 활력을 가진 분들도 있다.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 능력이나 생산성은 연령과 무관하고 나이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를 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이자 언론인인 조너선 라우시는 과학적 연구와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았다. 그의 U자형 행복 곡선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행복 곡선은 U자형으로 50세부터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 즉, 행복 지수는 유년기 고점으로 출발하여 하향하다 20~30대에 최저점을 찍었다가 다시 반등을 해서 60대 이후 최고점으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사람은 60대부터 불안과 비교, 스트레스 등 부정적 심리가 줄어들고 행복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제3기 인생을 우리 생애 최고 전성기로 만들 수도 있다.

혹자는 50세 이후의 하강을 ‘통곡의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은퇴 후 잘못 쉬어 가다가는 달려오던 탄력을 잃어버리고 그대로 추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U자형 행복 곡선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 50~60대는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은퇴의 시기에 근접해 가지만 능력이나 열정 면에서 인생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기에 비상하는 힘이 필요하다. 선진국 노인의 경우에는 전성기로 알려진 그들의 20대보다 행복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자주 발표된다. 고령이 일과 건강, 사랑과 친구, 부와 행복을 무조건 빼앗아 갈 것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행복한 열정 세대(Hot Age)를 꿈꾸는 50대 중년은 창의와 도전으로 ‘통곡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



2장 생애 설계 7대 영역과 리스크 관리



생애 설계 7대 영역과 최소량의 법칙


‘국민 삶의 질 핵심 지표 10개 영역’ 중에서 국가의 몫인 안전과 환경, 교육을 제외한 나머지 ‘생애 설계 7대 영역’은 개인이 준비할 몫이다. 생애 설계 7대 영역은 ① 재무 ② 건강 ③ 가족 ④ 직업(일) ⑤ 사회적 관계(사회 참여) ⑥ 여가 ⑦ 봉사 활동이다. 생애 설계 7대 영역은 한 부분도 포기할 수 없다. 다른 영역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삶의 가장 약한 고리가 삶 전체를 파괴하는 최소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다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온전히 안녕을 누리는 상태’이다. 1986년의 오타와 헌장에서는 건강을 ‘신체적 능력인 동시에 사회적, 개인적 자원임을 강조하는 적극적인 개념’이라고 정의하였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인류가 처음 맞이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들은 일자리를 원해도 구하기 어렵고 차별 또한 존재한다. 개인 능력이나 생산성은 연령과 무관하고 나이보다는 개인 특성에 달려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연령주의가 만연해 있다. 오래 근무한 사람 순으로, 연령순으로 퇴사를 시키면 정서적 반발도 최소화된다. 직원들이 연령순으로 퇴사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급여가 높은 인력을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50대가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일과 직장, 소득과 행복


일과 직장: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프로이트는 “일과 사랑, 사랑과 일이 전부이다.”라고 답했다. 일과 사랑, 그러니까 직장과 가정은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직장은 일터이자 어른들의 놀이터이다. 나의 직장은 유일한 수입원이었고 나의 몸을 지탱해 주는 척추와 같았다. 직장은 동료를 만나고 일을 통해 열정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곳이며 더불어 상사와 부딪히고, 좌절과 분노가 생기는 곳이기도 하다.

아내를 만난 곳도 직장이었고, 불편한 상사를 만나 마음고생을 한 곳도 직장이었다. 휴일의 달콤함은 직장에서의 치열함에서 비롯되었고, 직장에서의 활력은 가정에서의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직장이 없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진정한 휴일도, 휴식도 없는 것이다. 집에서 행복한 날이면 직장에서도 웃음이 나왔고, 직장에서 인정받으면 귀가해서도 활기가 넘쳤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은 오랫동안 한 몸이었다. 때로는 힘들게 때로는 즐겁게, 시계추처럼 가정과 직장을 오가는 사이에 나이가 들었고 아이들도 성장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직장을 떠나면서 가족과 나만 남게 되었다. 내가 의지했던 기둥도, 내가 가진 능력도 모두 뿌리 채 뽑힌 느낌이었다.

퇴직 후에도 20~30년간 사회ㆍ경제적 활동이 필요하며 재무적 문제는 물론이고, 돈이 있어도 육체와 정신이 건강해지려면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한다. 회사 선배들이 퇴직 2~3년 후에 회사를 방문하면 생각보다 노쇠해진 모습에 깜짝 놀라곤 했다. ‘집을 비워 두면 무너지고, 사람에게 일이 없으면 병들거나 빨리 늙는다.’는 말이 있다. 『백년을 살아보니』를 쓴 김형석 교수는 “노후에는 일이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하며 “노력하는 사람은 75세까지 성장이 가능하고, 인생에서 60세에서 75세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고하였다. 노후의 삶에서 일이란, 최고의 자기표현이고 타자에 대한 공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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