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신불자 패자부활전
남우진, 차순아 지음 | 예미
조세신불자 패자부활전
남우진, 차순아 지음
예미 / 2021년 12월 / 264쪽 / 16,000원
PART 1 세금 전쟁
세금으로 해체된 비틀스, 〈Taxman〉을 노래하다6천 년 전 수메르문명이 있었던 도시에서 현대판 세금고지서에 해당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 유물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생겨도 세무관료는 있다.” “하늘에는 신이 있고 땅에는 왕이 있지만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세무관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세금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세금 내! 세금: 20세기 최고의 밴드 비틀스는 1963년 데뷔해서 20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아직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7년 동안 210곡의 노래를 발표한 비틀스는 1966년에
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여기서 ‘Taxman’은 세무당국, 세무공무원이란 뜻으로 그 당시 노동당 정부의 무리한 누진세 부과 정책을 공격한 것이다.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비틀스가 돈을 벌긴 했지만, 결국 세금으로 대부분 다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 롤링스톤스 등은 세금을 안 내려고 조국을 떠났다. 이들처럼 영악하게 조세피난처인 해외로 도망치지 못한 비틀스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최고 95%에 달하는 세금을 감당해야만 했다. 비틀스가 절세 전략을 강구하기 위해서 애플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거기에 빨대를 꽂으려는 무리들에 의해 회사는 난도질당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애플의 경영권 문제로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간에 갈등이 생기고, 비틀스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되고 말았다.
은 조지 해리슨이 작곡한 곳으로 비틀스의 1966년 음반 의 첫 곡으로 발표되었다. 세금에 대한 조세저항정신이 잔뜩 담겨져 있는 노래 가사를 음미해보자.
Let me tell you how it will be
There’s one for you nineteen for me
’Cause I’m the taxman
Yeah. I’m the taxman
자, 설명해줄 테니까 잘 들어.
당신은 한 개만 갖고, 나머지 열아홉 개는 세금이야.
세금 내야지.
그래, 세금!
Should five per cent appear too small
Be thankful I don’t take it all
’Cause I’m the taxman
Yeah I’m the taxman
5센트만 가져가는 게 불만이야?
5센트라도 남겨주는 걸 고마워해.
세금 내야지.
그래, 세금!
(If you drive a car) I’ll tax the street
(If you try to sit, sit) I’ll tax your seat
(If you get too cold, cold) I’ll tax the heat
(If you take a walk, walk) I’ll tax your feet
Taxman!
’Cause I’m the taxman
Yeah I’m the taxman
차가 있어? 그럼 도로에 세금 매겨야지.
앉고 싶어? 그럼 의자에 세금 매겨야겠네.
추워? 그럼 난로에 세금 매겨야지.
산책 갈 거라고? 그럼 당신 발에 세금을 매겨야겠어.
세금 내!
당신은 세금을 내야 해!
세금!
- (중략) -
Now my advice for those who die (Taxman!)
Declare the pennies on your eyes (Taxman!)
’Cause I’m the taxman
Yeah I’m the taxman
And you're working for no one but me (Taxman!)
명심해!
죽어서도 세금은 피할 수 없어.
세금 내,
세금!
당신들이 일하는 이유는 세금을 내기 위해서라고.
이 노래의 압권은 단연 “Declare the pennies on your eyes”라는 대목이다. 그리스신화를 보면, 하데스가 다스리는 저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틱스라는 강을 건너야 한다. 강어귀에는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있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절대 배를 태워주지 않는다. 결국 돈 없는 사람들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장래 풍습에는 카론에게 노잣돈을 전달하기 위해 죽은 사람의 혀 밑이나 눈 위에 동전을 올려놓는다. 비틀스는 세금은 죽어도 따라온다고 풍자하며 세금에 대한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세금 내기 위해 일한다: 가사를 보면 폭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지경이다. ‘사업가는 자기가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세금으로 다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사업가는 세금을 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실제로 요즘은 숨만 쉬어도 세금이다.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비틀스가 노래한 도로에 대한 세금은, 통행료는 기본이고 자동차세나 기름 값에 붙는 부가가치세가 있다. 걸어갈 때 내는 세금은, 땅과 관련되니까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있을 것이다. 난로에 대한 세금은, 전기요금은 기본이고 난로를 구매할 때 붙는 부가가치세가 있다. 비틀스는 이처럼 세상은 온통 세금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체납세금에 대한 잘못된 상식 10가지
첫째, 체납세금은 평생 간다: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국세기본법 제27조를 보면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는 5년이다. 단, 5억 원 이상 체납자는 10년이다. 시효중단이 되지 않고 5년이 지나면 체납세금은 자동 소멸된다.
둘째, 체납세금은 ‘체납독촉안내문’을 송달받을 때마다 시효가 중단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국세기본법 제28조에 의하면 고지, 독촉, 교부청구, 압류를 하면 ‘시효중단’된다고 되어 있지만 고지, 독촉, 교부청구는 모두 1회성으로 최초에 보낸 것만 시효중단이 된다.
셋째, 세금을 체납하면 사업자등록증을 못 낸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체납자가 정상적인 사업을 하겠다는데 사업자등록증을 못 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런 경우 통상 세무서 민원실에서 즉시 발급을 해주지 않고 담당과로 보내 현지 확인을 받게 한다. 왜냐하면 또 체납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았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업자등록증 신청 시 제출된 임대차계약서에 의해서 임대보증금이 압류되고, 임대보증금이 없으면 집기비품도 압류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매출이 일어나는 즉시 거래처 매출 채권을 압류할 것이다. 징수공무원의 기본업무가 채권확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슬기롭게 잘 넘길 용기가 있는 사람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넷째, 취업을 못 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현재 압류금지금액은 185만 원이다. 따라서 취업을 해서 월 급여가 185만 원이 넘으면 그 넘는 금액에서 일부 납부하면 된다. 문제는 회사 입장에서 근로자의 급여가 압류되었을 때 그와 관련된 업무가 따르기 때문에 체납자가 직장을 다닐 수 없게 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먹고살겠다고 취업한 사람에게 근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다섯째, 체납세금도 상속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체납세금은 상속되지 않는다. 본래 체납세금이 승계되려면 체납자의 상속재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체납자에게 재산이 있다면 이미 세무서에서 압류하고 공매하여 재산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납자가 로또에 당첨되어 거액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면 이때는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상속인들에게 납세의무가 승계된다. 즉, 재산이 없는 체납자의 체납세금은 상속되지 않는다.
여섯째, 통장을 못 만든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세무서에서 신용 정보를 제공하여 신용등급이 하위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은 받을 수 없지만 입출금통장은 만들 수 있다. 물론 잔액이 있으면 소액금융재산 185만 원을 제외한 금액은 세무서에서 압류하고 추심해 간다.
일곱째, 해외를 못 나간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사업상 필요에 의하여 해외에 가야 한다면 갈 수 있다. 물론 정확한 근거는 소명해야 한다. 국세징수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해외도피 우려 및 재산은닉 혐의가 있을 때 출국이 금지된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에 출국금지된 세금체납자는 1,876명이었다.
여덟째, 자녀나 배우자 재산도 압류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세법상 체납자 본인 재산 이외는 건드릴 수 없다. 각각 별개의 재산이므로 가족의 재산이라고 해서 압류하지 못한다. 다만, 사해행위인 경우는 국세청에서 소송을 통하여 원상회복 후 압류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 세금을 대신 갚으면 오히려 증여세가 추징된다. 세법은 가족 간의 재산문제를 철저히 구분해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홉째, 해외 나가 있으면 시효가 진행되어 자동 소멸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최근 국세기본법 제27조 개정된 내용에 의하면 체납자가 국외에 6개월 이상 계속 체류하는 경우 해당 국외 체류 기간은 시효정지가 된다.
열째,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가면 그냥 없어진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국세기본법 제28조에 의하면 시효중단은 ‘고지, 독촉, 교부청구, 압류’할 때이고 고지, 독촉, 교부청구는 모두 1회성이지만 압류는 예외적으로 압류 시점이 아니라 압류해제 시점을 따진다. 따라서 세무서에서 체납자의 재산, 즉 부동산, 예금, 채권, 보험, 자동차 등의 재산을 압류만 한 상태에서 세월을 보내게 되면 평생 체납자가 된다. 따라서 세무서에 가서 무엇이 압류가 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체납처분하여 압류를 풀어달라’고 사정해야 한다.
PART 2 모럴 해저드를 다시 생각하다
국세청은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소득세는 신의 저주다.” 19세기 유럽의 소득세 반대론자들은 소득세를 완강히 거부하며 ‘인간의 원죄를 만든 신의 저주’라고 하였다. 그런데 당시 소득세 세율이 얼마나 됐을까? 놀라지 마시라. 3%이다. ‘앗 이럴 수가!’ 2021년 대한민국 세율은 10억 원 초과 양도소득세율이 45%이고, 2년 미만 보유 기본세율은 60%다. 당시 유럽 사람들이 이 세법을 봤다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사실 19세기 때, 소득세 반대론자들이 무서워했던 것은 금전적 부담이 아니라 사생활 노출이었다. 실제로 일선 세무서에 근무하다 보면 대부업, 유흥업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집으로 안내문이 날아오는 걸 싫어해서 다른 주소지로 변경 신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유흥업소 근무했었던 어떤 아가씨가 시집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소득세 신고 안내문이 날아와서 무슨 소득이냐고 따지는 남편과 대판 싸웠다는 일화는 흔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200년 전, 관료주의 체제 하에서 힘없는 백성들은 세금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세무행정이 싫었던 것이다. 이처럼 납세자에게는 사생활 노출과 세금 부담이라는 두 가지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래서 생기는 조세저항에 대해서 국세청은 어떻게 대응할까?
자발적 납세순응을 향해: 세무조사의 레퍼토리는 늘 한결같은데도 조사할 때마다 추징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교육의 부재와 무지한 인간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납세자의 납세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자발적인 납세순응이 되지 않고 결국 국세청은 강압적인 납세순응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발적인 납세순응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세청의 정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국세청의 빅데이터에는 납세자의 기본 인적사항과 재산내역, 사업내역, 소득정보가 들어 있다. 기본적인 개인정보는 물론 친인척 관계, 본인 명의 현행 사업과 과거에 했던 사업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사업내역의 경우 세금신고 내역, 세무조사 이력, 동일업종 신고 분석, 세금계산서 수수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아울러 대재산가가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이자, 배당, 보험, 예금, 지적재산권, 부동산, 차량, 선박, 항공기, 회원권 등 국세청에 통보되거나 등기ㆍ등록을 요하는 재산에 관한 정보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국세청의 과도한 정보 접근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조세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선택이라면 거꾸로 이를 널리 알려 납세순응에 일조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케 해야 할 것이다. 탈세심리가 높은 납세자가 국세청의 정보수집능력을 제대로 안다면, 성실 납세하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 강압적 납세순응보다는 자발적 납세순응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세금 체납자, 구치소 간다: 국세청은 2020년 1월 각 세무서에 체납추적팀을 포함한 체납징세과를 신설하고 고액체납 근절을 위한 행정역량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국세청은 재산은닉 체납자를 응징하기 위하여 더욱 강경한 징수법을 신설하였다. 2019년 12월 개정된 국세징수법은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국세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3회 이상, 1년 이상 체납한 사람을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감치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2호(2019. 12. 27. 시행)에 의하여 5천만 원 이상의 체납자로서 은닉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명의자 동의 없이 배우자(사실혼 포함),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까지도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아 재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배설물을 치우는 청소기는 세금이다. 세금으로 내는 돈은 우리 모두를 함께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말에 돌 던질 사람은 있겠지만. 갈수록 강화되는 법 앞에 납세자들은 ‘강압적 납세순응’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부디 ‘자발적 납세순응’을 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구현되기를 기도한다.
PART 3 당신도 평생체납자가 될 수 있다
〈오징어 게임〉과 신불자의 삶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현대 문명사회에 대한 통찰과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