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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투자의 비밀

김도정 지음 | 메이트북스


부와 투자의 비밀

김도정 지음

메이트북스 / 2020년 10월 / 280쪽 / 16,000원



자본주의와 부의 본질에 대하여




가격결정의 원리, 돈과 상품의 수량 경쟁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아파트 시세를 장인어른께 말씀드렸을 때, 장인어른은 “돈 가치가 말도 못하게 떨어졌네.”라고 말하셨다. 그 순간 나는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부동산시장에서 돈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나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주식 가격의 등락을 보아왔지만, 한 번도 ‘주식시장에서 돈 가치가 올라갔다’ 혹은 ‘주식시장에서 돈 가치가 떨어졌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평생을 오징어 사업에 매진해온 개인사업가인 장인어른의 돈 감각은 재무로 석사를 마치고 주식시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사위를 앞서고 있었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사로잡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아파트 가격이 8억 원에서 10억 원이 되면 우리는 가격이 올랐다고 표현한다. 물론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아파트시장으로 돈이 많이 유입되어 ‘아파트 대비 돈의 상대적인 가치가 하락’한 것이 어쩌면 더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처럼 어떤 경제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거나, 가격만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본질과 투자의 원리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돈의 양은 증가한다. 늘어난 상품 혹은 서비스가 거래되기 위해서는 돈과 교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돈이 많이 풀려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이다. 그래서 경기둔화의 조짐이 보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정부는 추경으로 돈을 푼다. 물론 시중의 물가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다. 하지만 이렇게 풀린 돈은 꼭 중앙은행과 정부가 원하는 곳으로 가지는 않는다. 모든 곳으로 균등하게 흐르지도 않는다. 또한 기본적으로 돈은 함께 몰려다니길 좋아한다. 돈이 많이 몰려가는 곳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부동산시장처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TV와 같은 가전시장을 보라. 시중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 55인치 기준으로 1천만 원을 넘어가던 OLED TV는 이제 100만 원대로 떨어졌다. 다시 말해 돈의 상대적 가치는 10배가 되었다. 기존에 1대 밖에 못 사던 돈으로 이제는 10대의 OLED TV를 살 수 있게 되었다. 도대체 부동산시장과 TV시장은 어떤 차이가 있기에 한쪽은 가격이 올라가고 다른 한 쪽은 가격이 떨어진 것일까?

상품이 많은지, 돈이 많은지가 핵심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공급’에 있다. 우선 부동산의 공급은 빠르게 늘지 못했다. 도심 토지의 공급에 여러 가지 제한이 있고, 재건축을 비롯한 부동산 확대는 정부의 관리 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TV는 수율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공급이 빠르게 늘었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의 변화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즉 부동산의 평당 건설비용은 예전에 비해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TV의 부품가격은 기술발전에 따라 빠르게 하락했던 것이다. 돈과 상품의 수량 경쟁! 가격의 원리는 이렇게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품의 양보다 돈의 양이 빠르게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고, 반대로 돈의 양보다 상품의 양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다른 말로 상품 대비 돈이 많으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품 대비 돈이 적으면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여기서의 가치는 상대적 가치다. 돈이 많은지, 상품이 많은지,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투자는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돈과 상품의 상대적인 양 혹은 증가속도로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는 투자에 크게 도움이 된다. 세계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주식 객장에 처음 방문한 날 노신사가 했던 “주식이 바보보다 더 많은지, 바보가 주식보다 더 많은지를 잘 보라”는 말을 평생 가슴에 새겼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주식시장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결국 그들이 가지고 들어온 돈이 많기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는 많은데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아파트보다 신축 아파트는 전용면적도 넓고 구조가 개선되어 수납공간의 활용도가 좋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연평균 24만 8,686가구로, 박근혜 정부 4년간의 연평균 32만 7,738가구보다 24.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동산이 많은가, 사람이 많은가’, 그것이 핵심이다.

생산성 향상이 자본주의 풍요의 원천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아침에 계란을 낱개로 사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 판씩 계란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크레파스, 장난감, 자전거는 또 어떠한가? 당시에 어린이용 네발 자전거를 사주는 집은 부잣집으로 통했다. 지금은 굳이 대단한 부자가 아니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이 당시에는 귀했고, 가격이 비쌌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를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것이 생산량 증가이며, 그 배경에는 생산성 증대가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이 더 싸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 가격이 오르더라도 덜 오른 것이다. 소득 대비 저렴하니 더 많은 사람이 사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비의 대중화이고, 물질적 풍요의 확대다. 이처럼 소비가 늘어나니 투자도 늘고, 그에 따라 고용도 늘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대중소비사회의 출현 속에는 생산성이 중심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생산성은 국가를 풍요롭게 하는 주요한 요소이고, 자본주의를 이끌어나가는 주요한 엔진 중 하나다.

그런데 생산성 증대의 개념이 잘 먹히지 않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식주 중에서 의(衣)와 식(食)의 경우에는 생산성이 빠르게 증대해 소득 대비 가격이 저렴해졌다. 하지만 특히 도시 부동산의 경우, 도시의 토지 공급 자체가 원천적으로 힘든데다가 일조권이나 형평성 등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 용적률 등 토지 활용도를 높이는 일도 쉽지 않다. 또한 모든 땅의 용도는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고, 재건축이나 재개발도 허가 대상이므로 부동산 공급은 국가의 법적ㆍ제도적 규제의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가격이 올라도 공급이 유연하게 늘어나주지 못하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는 생산성 증대가 많이 일어나지 못했다.

자본주의라 쓰고 신(信)본주의라 읽는다


1973년 이전에 달러를 찍어낼 때는 금을 담보로 확보해야 했다. 지금은 달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아무런 담보 없이 돈을 찍어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기축통화인 달러조차도 신뢰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때의 달러는 중앙은행에 가져가면 금으로 바꿔준다고 해서 태환화폐라고 부른다. 금에서 독립해서 온전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10년 가까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달러는 금에서 자유로워져 불태환화폐가 된다. 불태환화폐는, 화폐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받은 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받은 금액에 상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기꺼이 제공한다. 그만큼 돈과 그 돈을 발행한 국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이다. 하나의 화폐가 불태환이 되었다는 것은 민간에서 대출, 즉 신용창출로 늘어나는 돈만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돈까지도 부채이자 신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전히 자본주의(資本主義)라고 부르지만, 돈의 본질이 믿음이므로 신본주의(信本主義)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돈이 자유로워진 이후, 전 세계 자본주의의 성격과 투자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되는데, 자유로운 발권력을 통해 돈의 양이 이전보다 쉽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경제성장률보다 통화량 증가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었고(경제의 금융화), 투자의 제1목표가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인플레이션 헤지)이 되었다.

또한 돈의 불태환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위기 대응능력이 높아진 점도 중요한 변화의 하나다. 위기 때는 투자와 소비가 줄어 시중의 돈이 감소하고, 돈이 줄어들면 자산 가격이 하락해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을 주게 되는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통해 줄어든 신용 공백을 메꾸어 경제의 소방수로 적극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지나친 신용창출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하게 창출된 통화로 인해 구조조정의 지연, 빈부 격차의 확대, 자산가격 버블 가능성 증대, 경제 사이클 둔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자본주의는 바로 망한다 : ‘모든 돈이 신용’이라는 이야기는 믿음이 사라지면 돈도 사라진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신용경색이다. 은행이 대출자를 믿게 되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한다. 즉 돈이 사라진다. 저축자가 은행을 믿지 않게 되면 저축을 인출한다. 지급준비율 때문에 은행이 시중에서 돈을 회수해야 하므로 역시 돈이 사라진다. 부분지급준비율 때문에 돈이 사라지게 하는 파급 효과는 저축의 인출 시에 더 크다. 돈이 사라지면 상품과 자산가격도 하락한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발생하고, 수요와 투자가 줄어들고, 경제주체가 파산한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는 신용이라는 물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신용이 충분할 때는 배가 원활히 운행되지만, 신용이 빠져나가면 배는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신용화폐의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도, 경제 운용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중앙은행의 신용창출, 이대로 괜찮은가?: 미국 Fed의 양적완화는 신용의 총량, 즉 돈의 총량을 잘 관리해 자산과 상품 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시 말해서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이며, 일시적 유동성의 문제로 건전한 기업과 가계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해 경제 전체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 투자자 하워드 막스는 최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Fed의 양적완화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가톨릭과 같다.” 하워드 막스의 지적처럼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에 대해 우리는 4가지를 꼭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은 모럴 해저드(Moral Hazzard), 빈부격차 심화, 자산가격의 버블 가능성 그리고 경제 사이클이 불명확해지는 현상 등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들이 여전히 중앙은행의 정책을 환영하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즉 신용창출은 ‘확산과 수렴’이라는 개념틀로도 이해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창출할 수 있는 적절한 신용의 양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것을 넘어서게 되면 언젠가 다시 근본으로 되돌아와야 할 것이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


돈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민간은행의 신용창출을 통해, 그리고 중앙은행의 발권과 금리 인하 등에 의해 꾸준히 증가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돈의 양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20세기 이후의 고유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물가가 상승하므로 부정적인 효과가 크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아주 없는 것보다는 미약하게 나타나는 상태가 경제 발전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내일 물가가 오른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오늘의 소비를 내일로 미루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소비가 둔화되므로 좋지 않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물가 하락이 예상되면 투자와 소비를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부채와 인플레이션 사이에, 부채와 디플레이션 사이에 숨겨진 관계를 파악하면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부채의 부담이 줄어들고,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부채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데, 부채가 증가한 순간 돈이 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반면, 부채가 줄어든 순간 돈이 줄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채가 늘어나면 부채의 부담이 줄어들고, 부채가 줄어들면 부채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는 ‘부채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과 만나게 된다. 부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부채를 늘린다는 역설 속에는, 이 시대가 부채의 늪에 빠져 부채의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실물경제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들은 적극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풀린 돈은 실물투자로 가지 않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으로만 흘러들어가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어쨌든 실물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 속의 자산시장 인플레이션! 이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을 요약하는 한 문장이다.

저금리 시대와 자본의 과잉


모든 것은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진다. 귀한 것, 희소한 것이 가치가 높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새출발하던 시점에는 돈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경제의 발전과 화폐의 불태환, 중앙은행의 유동성 창출 등이 겹쳐지며 이제 세상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세계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며 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공급은 과잉인데 수요는 감소하니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고, 그 결과가 바로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이다.

이와 같은 저금리 속에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자로 생활하던 은퇴생활자의 생활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며, 수익이 주로 금리에 의존적인 은행과 보험회사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경제 주체들의 저축성향이 감소하고, 자산시장의 버블 압력이 높아졌다. 이처럼 다양한 저금리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더욱 금리를 낮추고 있다. 그것은 실물경기둔화가 심화되고 화폐의 유통속도가 떨어져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은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보다 실물경제의 디플레이션을 오히려 두려워한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처럼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최근 중앙은행은 정부의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재정의 화폐화’ 정책마저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는 성장률도 좋고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돈이 늘어났던 ‘자본주의의 황금기’, 이어 경제의 성장률보다 돈이 더 많이 늘어났던 ‘경제의 금융화’ 시기를 지나,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신용창출에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재정의 화폐화’ 시기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기는 둔화되는데 경제주체들의 부채는 이미 너무 많다. 저금리이긴 하지만 그것이 실제 위험을 잘 반영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이자 납입조차 힘들어진 경제주체도 많다. 그래서 지금의 저금리는 너무 익숙해서 위험이 저평가되어 있지만, 한번 나타나면 큰 파급 효과를 나타낼 ‘회색코뿔소’와 같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직선적 사고’가 아니라, ‘돈도 적당히 많아야 한다’는 ‘반원적 사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돈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투자: 저성장ㆍ저금리가 고착화되고 있기에 투자를 그만둘 수는 없다. 다만 투자를 둘러싼 시스템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다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노력해야 한다. 첫째, 코로나19 이후의 시장 대응이다. 수요부진, 기업이익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돈 풀기로 시장이 과도하게 상승한 면이 있는 만큼,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에는 오히려 주식시장이 한번 크게 조정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위기 이후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만큼, 경기회복을 통해 이 부분이 메꿔지지 않으면 주가 수준은 유지되기 어렵다.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이익보다는 돈의 양에 더 크게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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