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통장, 안녕하니?
강지연, 이지현 지음 | 오픈하우스
서른살의 통장, 안녕하니?
강지연, 이지현 지음
오픈하우스 / 2014년 3월 / 273쪽 / 14,000원
가짜 돈으로 진짜 돈 만들기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할 일
구직란과 구인란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상…… 이런 좌절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또 하나 반드시 해봤을 법한 ‘배부른 고민’이 있다. 해야 할 일 vs 하고 싶은 일. 이 둘 중에 어느 길로 가야 할지에 대한 심오한 고민이 그것이다. 세상이 원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사이의 괴리감 때문일 것이다. Q도 이 고민의 중간 지점에 서 있었던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드 세대다. Q는 26세가 되던 해에 중소 개발사로 들어갔고, Q에겐 꿈같은 1년이 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기업의 부장님, 과장님 밑에서 복사기나 돌리고 있는 신입사원의 모습은 상상이 안 되더라. 그런데 개발사는 아무래도 연령층이 낮고 자유로운 분위기야. 얼마나 좋은지 알아? 요즘엔 혁신이 대세여, 혁신!” 큰소리를 뻥뻥 치던 Q의 목소리는 1년 뒤 잦아들었다. 급기야는 친구들을 붙잡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개발자 월급은 쥐꼬리야, 쥐꼬리!”
앱테크, 어디까지 해봤니
Q의 주장에 의하면 그녀의 월급은 대기업 연봉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개발자 연봉은 천차만별인데, 천재 개발자 소리를 듣는 이들은 억대 연봉을 자랑하지만, Q와 같은 신입 개발자들은 그저 주는 월급을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 숙이며 넙죽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Q는 말했다. “워낙 적은 연봉이니 통장을 확인하는 것도 스트레스더라. 솔직히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더라고. 웃기지?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인데 결국 돈 때문에 이 일이 싫어진다니 말이야. 이럴 거면 그냥 대기업 가서 받을 건 받고, 프로그램 개발은 취미로 할 걸 그랬어.” 그랬던 Q가 달라진 건 손가락 한 마디 크기도 안 되는 ‘앱’에서 생활의 지혜를 발견했을 때였다.
앱테크에 눈을 뜨다: 일반적인 20대 후반 여성들은 새로운 쇼핑 아이템을 볼 때마다 “어머, 저건 사야 해!”를 외치지만 Q는 달랐다. Q는 천생 개발자였다. 그녀는 신상 가방보다 신상 앱에 눈이 더 빨리 돌아간다. Q가 앱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건 2년 전이었다. 스마트폰이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하던 때, Q는 ‘돈 버는 앱’이라고 적혀 있는 앱을 발견했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모바일 광고플랫폼 앱 ‘캐시슬라이드’였다. “신통방통하더라고 난 그저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뿐인데 0.002초 만에 5원이 생기는 거잖아. 땅을 파봐라. 1원도 안 나와.”
캐시슬라이드와 같은 리워드(Reward, 보상)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 첫 화면에 광고물이 등장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작동하기 전에 이 광고 화면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오랫동안 광고 화면을 볼 필요도 없이 화면을 밀어버리면 끝이다. 이 동작만으로도 적게는 5원, 많게는 천 원이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앱과 제휴를 맺은 상점에서 ‘진짜 돈’처럼 쓸 수 있다. 종류가 다양해 커피 값부터 휴대전화 통신비로 사용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물론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Q는 직업의 특성상 휴대전화를 기종별로 2~3개씩은 갖고 있었다. 각 휴대전화별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테스트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앱을 발견하자마자 “유레카!”를 외쳤던 Q는 모든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캐시슬라이드를 설치했다. 캐시슬라이드 같은 돈 버는 앱은 여러 개발사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엔 돈을 모으겠다는 욕심에 열심히 스마트폰을 껐다 켜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앱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0분에 한 번꼴로만 돈을 주는 광고가 등장했던 것이다. 나머지 시간엔 모두 ‘무료’ 광고가 스마트폰 첫 화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Q는 무리하지 않고 앱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휴일이나 쉬는 시간 등 손이 심심할 때만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켜 첫 화면의 광고물을 넘겼다. 그달 Q의 캐시슬라이드 적립금은 5천 원. Q는 이렇게 모은 적립금을 카페라테 한 잔으로 바꿔 먹었다.
그녀의 은밀한 앱테크 생활: Q는 지난해 새롭게 꾸려진 팀의 막내로 들어갔다. Q는 똑똑했다. 팀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팀장의 성격부터 분석했다. Q가 첫날 알아낸 팀장의 별명은 ‘스크램블’이었다. 스크램블 팀장은 부하 직원들에겐 늘 꼬장꼬장한 시어머니 같았지만, 사장님 앞에만 가면 한없이 순한 양이 됐다. 특히 그가 예민해하는 분야는 팀 예산이었다. Q가 팀장의 눈에 들기 시작한 것은 연말 송년회부터였다. 스크램블이 있는 팀의 송년회 콘셉트는 언제나 같았다.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곳에 가기. 이때 Q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고, 송년회의 ‘잔다르크’로 거듭났다.
Q가 점심시간과 저녁 모임 때 항상 들어가 보는 앱이 있다. 점심엔 ‘열두시’ 앱, 저녁엔 ‘돌직구’ 앱이다. 열두시 앱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겨냥해 만든 것으로 정오만 되면 할인 쿠폰이 뿌려진다. 특정 시간에 소량의 쿠폰만을 뿌리기 때문에 일반 할인 쿠폰보다 혜택의 폭이 넓은데, 손 빠른 사용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Q는 점심시간 15분 전인 오전 11시 45분만 되면 열두시 앱을 찾아 들어간다. 미리 당일 제공되는 앱을 눈으로 빠르게 스캔한 뒤 손가락 운동을 시작해, 11시 59분 59초가 되는 순간 Q의 손가락은 정확히 원하는 목표물로 내리꽂힌다.
저녁 모임이 잡힐 때는 돌직구 앱으로 직진한다. 돌직구 앱은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가격대를 음식점에 제안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콘셉트이다. 음식점들이 사용자가 등록한 시간과 가격대에 맞춰 다양한 혜택을 내놓으면, 사용자가 여러 조건을 살펴본 뒤 한 음식점을 낙찰하는 ‘역경매’ 방식이다. Q가 송년회에서 발휘한 것이 바로 ‘돌직구’ 신공이었다. Q는 돌직구 앱을 열고 팀원들의 숫자와 원하는 장소, 가격대를 적어 넣었다. ‘10명, 이태원, 예산 10만 원.’ 1분 뒤, 이태원 근처 음식점들이 보내온 알림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 - 전체 금액의 30% 할인 / 멕시코 레스토랑 ○○○ - 맥주 무제한 서비스 / 일본식 선술집 ○○○ - 안주 2가지 무료 서비스’
Q는 몇 가지 음식점을 후보군으로 뽑은 뒤 팀원들의 추천을 받아, 맥주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멕시코 레스토랑을 낙찰했다. 술고래 같은 팀원들의 맥주 값이 줄어드니 전체 회식비는 10만 원이 채 넘지 않았다. 스크램블 팀장의 눈에 Q가 들어온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Q의 스마트폰 속에 설치된 앱들은 다음과 같다. ① 뷰티라떼 -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마사지, 네일아트, 스킨케어 등 50개 뷰티숍과 제휴를 맺어서 다양한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음. ② 두잇서베이 - 사용자에게 설문을 전송하고, 사용자가 응답을 완료하면 쿠폰이나 일정 금액을 지급함. ③ 커피몬스터 - 신용카드와 멤버십카드 포인트를 조회한 뒤 하나로 통합해 커피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앱. ④ 할인의 달인 3 - 사용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멤버십카드, 포인트카드 등 다양한 카드의 할인과 적립 혜택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앱. ⑤ 어바웃 쇼핑지도 - 자신이 있는 곳 주변의 대형마트, 슈퍼, 백화점 등의 할인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위치 기반 할인 정보 앱. ⑥ 프리줌 - 비자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가맹점 할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 ⑦ 메디라떼 - 메디라떼와 제휴한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의 최대 10%를 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는 앱. ⑧ 폰플 - 스마트폰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는 앱. 광고를 보고 나서 관련 문제를 풀거나, 추천하는 앱을 써보고 후기를 작성하면 100~500원씩 적립해줌.
‘공돈 기록부’를 만들어라
Q는 앱으로 모은 ‘공돈’을 눈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공돈 기록부’를 만든 것이다. 매달 1일을 기점으로 각종 앱에 모인 적립금을 기록했다. 그리고 할인 혜택을 주는 앱을 통해 할인받은 금액도 그때그때 공돈 기록부에 적어놓았다. 공돈 기록부는 차근차근 쌓여갔다. Q가 2월 2일부터 12월까지 11개월간 기록한 공돈 기록부에는 약 800만 원 가량이 적혀 있었다. 한 달간 평균 70만 원을 조금 넘게 앱으로 절약한 셈이다.
스마트세대, 스마트하게 아끼자
Q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면 배고픈 기분을 즐긴다고 했다. 그런 Q도 재정적인 어려움 앞에선 약해졌다. 본인이 원하던 직업을 택했지만, 결국 부차적인 문제로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꼈을 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Q는 그 문제 역시 스스로 이겨냈다.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은 셈이다.
은행을 백화점 가듯, 적금을 쇼핑하라
여자들의 계산대
레스토랑에서 수다에 빠진 여자들.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이면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67,000원. 4명이서 먹었으니까 4로 나누면 1인당 16,700원 정도가 되겠구나.’ 다음은 과거의 추억을 더듬는 시간. ‘그때는 C가 냈고 저번에는 B가 냈네. 이번에는 D가 낼 차례인데’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한 네 명의 여자들은 계산대 앞에 서는 순간 더욱 눈치 보기가 치열해진다. 누군가가 지갑을 꺼내 들며 “오늘은 내가 낼게”라고 하기 전까진 다들 머뭇머뭇. 기다리던 멘트가 나오는 순간 지갑으로 향하던 나머지 여자들의 손은 LTE급 속도로 멈춘다. 약간은 미안하고 약간은 고마운 표정으로 “잘 먹었어. 다음엔 내가 살게”란 훈훈한 마무리가 이어진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여자들의 계산대’ 풍경이다. 그러나 29세 H에겐 조금 다르다. 친구들 사이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H는 언제나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를 가장 먼저 내미는 쪽이다. 물론 H가 성격상 계산대 앞에서 눈치를 보는 애매한 분위기를 유난히 싫어하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런 H의 키다리아저씨를 목격하게 된 것은 얼마 전이었다.
통장, 나 너 좋아하냐
H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동양증권 뉴스 봤어? 나 사실 세 달 전에 동양증권 고위험군 상품에 가입했었거든. 지금 돈을 빼야 할까? 상황이 어때?” 최대한 침착히 답해주긴 했지만, 그녀의 질문보다 놀라웠던 것은 H가 동양증권 상품의 가입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H가 늘 우리에게 보여줬던 모습은 ‘카드를 긁는 아름다운 뒷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H는 소비에만 관심이 있는, 재테크 문외한의 이미지였다. 그런 H가 금융상품 중에서도 수익 창출 구조가 복잡한 상품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어머, 너님은 누구세요?”를 외치기에 충분했다.
H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동양증권 사태가 악화되자 마음이 급해져 고민 상담을 하러 찾아온 것이었다. H의 키다리아저씨가 밝혀진 것도 이때였다. H가 주르륵 펼쳐놓은 것은 다양한 은행, 증권사의 통장과 약정서류, 대강 훑어만 봐도 H가 내놓은 통장 개수는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상품 종류도 다양했다. 본인이 가입한 상품에 대해 설명하는 H는 경제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 같았다. H의 직업은 대학병원의 내과병동 5년 차 간호사. 취업과 동시에 통장을 만들어 재테크 경력도 5년 차가 됐다고 했다. 그녀의 키다리아저씨인 통장은 모두 8개였다. 통장 속살을 들여다보니 5년간 총 5,000만 원가량을 모은 상태였다. H가 들려준 그동안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만남은 짜릿했다
첫 월급을 받은 뒤 H가 처음 찾아간 곳은 백화점이 아닌 은행이었다. “어, 저기요, 제가 첫 월급을 받았는데요. 이 돈을 좀 굴리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몰라서요.” 은행 직원은 여러 가지 상품을 보여주며 나긋나긋하게 설명했다. 긴장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고 눈앞에 신세계가 열리는 듯했다. 설명을 듣고 집에 돌아와 복습을 했다. 들을 땐 알 것 같았는데 다시 보니 모르겠는 것들이 수두룩했다. 결국 다음 날 다시 은행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은행 직원과도 친분이 쌓였다.
그 후 H는 은행으로 가는 발걸음이 잦았다. 또 다른 은행 상품에 관심이 갈 때는 반드시 해당 은행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습관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는 은행 직원들이 늘어갔고, 이들은 H에게 더 적극적으로 좋은 상품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H는 집을 기준으로 반경 2km 안에 있는 은행과 증권사를 모두 꿰고 있는데, 이것이 ‘서른살의 통장’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매력이 큰 만큼 배신감은 두 배
‘선택’에 대한 ‘결과’를 인지하라: H가 초보 투자자에서 전문 투자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 적금을 들었을 때 H는 돈을 빨리 모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먹는 데 들어가는 돈도 아끼고 옷도 두 벌 살 것을 한 벌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 월급의 80%는 적금으로 직행했다. 그러다보니 남는 것은 팍팍한 생활뿐이었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했지만, 생활을 옥죄면서까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H는 은행에서 적금을 깼다. 생각을 바꿨다. 쓸 돈을 넉넉히 남겨두는 대신 이율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탄 것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시중 금리보다 2배나 높은 금리를 적용해준다는 곳을 찾았다. 소형 저축은행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은행은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 놓고 적금을 시작했다.
적금에 붓는 금액을 월급의 50%로 줄이고 나니 생활이 훨씬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이율이 높다 보니 돈도 이전보다 빨리 불어나는 것 같았다. 문제는 1년 뒤에 생겼다. 중소형 저축은행 여러 곳이 파산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마음이 급해진 H는 집 근처에 있는 ○○저축은행으로 달려갔다. 은행 앞에는 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H의 마음은 불안해졌다. 여태껏 힘들게 일한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결과적으로 이 에피소드는 H의 ‘오버’로 끝이 났다.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H는 적금 규모가 5,000만 원 이하인 소액 가입자였기 때문에 별 탈 없이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후 H는 소위 ‘고위험군 상품’의 마니아가 됐다.
그녀의 세 번째 선택도 이율이 높은 상품이었다. 이전 소형 저축은행처럼 시중 금리보다 2배나 높진 않았지만, 1.5배 이상을 적용해주는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 통장이었다. 그러나 이 증권사에도 결국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다. 또다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H는 그 사이에서 힘겹게 돈을 빼냈다. “지금도 난 고위험군 상품에 가입돼 있긴 해. 하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아. 위험도가 높은 만큼 이자율도 높지만, 그만큼의 불안감을 안고 가야 하거든.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것도 확실히 알아둬야 해.”
‘계획에 없는 일이 생길 수 있음’을 계획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H에게도 적금의 목적은 목돈 만들기였다. H는 목돈 마련에 유리한 ‘정기적립식 상품’에 가입하고 2년간 꾸준히 적금을 부었다. H는 직장을 그만둘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돈을 못 넣을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H를 비웃듯 비상사태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H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사업이 잠시 어려워졌다며 장녀인 H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드리기로 하고 은행을 찾았다. 은행 직원은 중도에 해지하면 손해가 크다고 설명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후 H는 적금을 고르는 눈이 훨씬 넓어졌다. 만기 전에 해약해도 손해가 없는 적금부터, 매달 일정한 금액을 넣지 않아도 되는 상품, 만기까지 꾸준히 넣어야 하는 상품 등으로 분산 투자하기 시작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먼 미래까지도 내다봐라: H는 2년 전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연애를 계기로 H의 투자 계획도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 평소 계획성이 철저했던 H는 연애와 동시에 결혼자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목표 금액은 5,000만 원으로 잡았다. 물론 결혼에 5,000만 원을 모두 들일 생각은 없었다. 결혼 뒤의 생활도 고려한 금액이었다. H는 결혼자금을 위한 단기 투자와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