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달러 시대 패러다임이 바뀐다
최성환 지음 | W미디어
3만 달러 시대 패러다임이 바뀐다
최성환 지음
W미디어 / 2014년 3월 / 270쪽 / 13,800원
제1부 3만 달러 시대, 패러다임이 바뀐다
우리나라는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다. 그렇다면 언제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할까? G7 국가들의 경우 국민소득이 1만 달러 늘어나는 데 평균 9년 정도 걸렸다. G7 국가들의 평균 흐름을 기준으로 향후 4년 동안 매년 실질성장률 3.5%, 물가상승률 2.0%, 환율 하락률 1.0%, 인구증가율 0.4%를 가정하여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도 2017년에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7 국가들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소득 1~2만 달러 시대가 자산을 모으고 저축하는 자산축적의 시대라고 하면, 소득 3~4만 달러 시대는 모은 자산을 굴리고 이용하는 자산관리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득 3~4만 달러 시대에도 우리나라 개인들이 계속 부동산을 선호할 것인가? 만약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이 늘어난다면 그중에서도 어떤 금융자산의 비중이 늘어날 것인가? 높아지는 소득 수준은 물론 저금리와 고령화까지 고려한 재테크 및 은퇴설계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이런 모든 변화가 과연 내 노후 설계와 노후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에 따라 직업별, 연령별, 또는 가족 구성에 따라 어떤 맞춤형 은퇴설계가 필요할 것인가?
2010년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에 달했는데 이후 계속 비중이 줄어 2013년 기준 부동산 비중은 68%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는 부동산 비중이 어떤 속도로 어느 정도까지 하락할까?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부동산 비중이 40%를 넘어선 적이 한 번도 없다. 프랑스와 독일은 부동산 비중이 1980년대 70%를 넘어선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50% 중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 65%에 달했다가 최근 40% 선으로 내려왔다. 프랑스, 독일, 일본은 국민소득 1~2만 달러에서 부동산 비중이 고점을 친 이후 서서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흐름을 ‘부동산 포화의 법칙’ 또는 ‘부동산 포화계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2017년 3만 달러를 바라보면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로 자산운용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선례를 따라간다면 2020년에는 부동산 비중이 60% 안팎 또는 그 이하로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개인들의 투자 여건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소득이 크게 올랐다지만 금리는 자꾸만 낮아지는 반면 수명은 90세를 넘어 100세까지 살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자식, 건강, 욕심’이라고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것이 저금리와 장수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금리가 10% 정도만 되어도 퇴직금 등으로 마련한 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죽을 때까지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은퇴 후 남은 기간이 10~20년이면 모아 놓은 돈을 헐어서라도 살면 된다. 하지만 여생이 30~40년 정도 된다면 죽기 전 10~20년은 돈이 모자라 가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저금리와 장수리스크가 노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까?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 변화를 살펴보면 개인들은 저금리와 장수리스크에 대응하여 원금은 보장되지만 수익률이 낮은 저축자산(현금과 예금)을 대폭 줄이는 대신 보다 수익률이 높은 채권과 주식, 보험 및 연금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현금과 예금의 비중은 2002년 50.1%에서 2013년 기준 40.7%로 줄어들었다. 대신 보험 및 연금이 21.4%에서 28.6%로 가장 크게 늘어났고, 채권이 4.4%에서 6.0%, 주식이 14.1%에서 16.6%로 증가했다.
은퇴설계는 살아가는 동안 소득과 지출의 갭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현금 흐름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5저 2고 시대’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은퇴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5저 2고는 저성장, 저물가, 저자산(부동산) 가치, 저고용, 저금리와 함께 고령화, 고소득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같은 5저 2고 상황에서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래야 복리효과를 통해 보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으며 정신적 여유와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프랑스와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안정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투자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는 저금리를 동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주식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예금, 연금, 보험과 같은 원금손실 위험 없는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착실하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로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고수익 기회를 노려야 한다. 낮은 수익의 안전자산에 대한 저축만으로는 은퇴준비가 부족하다. 특히 20~40대 연령대는 주식 또는 펀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늘려야 노후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해외투자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죽을 때까지 현금 흐름을 잘 만들어놓았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남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암이나 심장질환 같은 큰 병에 걸려서 예기치 못한 커다란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보장성 보험을 들어두어야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더해 건강도 마음도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다. 결국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남보다 일찍 시작한 은퇴준비만이 노후의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을 자유, 행복, 만족으로 바꾸어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기준을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 등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중산층의 기준은 하나부터 열까지 돈과 관련된 것이다. 부채 없는 아파트 99m²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하며, 월 급여는 500만 원 이상 되어야 한다. 또한 중형 자동차를 굴리면서 예금 잔액 1억 원은 넘어야 하고, 해외여행을 연 1회 이상 다녀야 행세깨나 하는 축에 든다는 것이다. 아직 소득 2만 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부의 수준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 가면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제대로 된 중산층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의식주와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면 더 많은 것을 꿈꾸기 시작한다. 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이제 막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넘어 사회적 욕구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우리나라도 소득 3~4만 달러 시대로 올라서면서 존경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2부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최고 4.0%, 최저 2.6%, 평균 3.5%.’ 국내외 36개 경제예측기관이 2014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요약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는 데 걸림돌로는 크게 해외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해외 요인으로는 미국의 성장세 둔화 및 양적 완화 축소,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 유로존의 회복세 진입 여부,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의 위기 가능성과 후폭풍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적 요인 또한 만만치 않다.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에다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 그에 따른 하우스푸어 양산과 전월세 가격의 급등, 세금 및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의 증가 등이 민간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심리 저하, 제조업 전반에 걸친 유휴설비 증가, 건설시장의 침체 지속 등으로 투자가 쉽사리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2014년 3%대 성장으로 최근 2년 연속 2%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최근 우리 경제는 제로 성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예상보다 성장 엔진이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무슨 조치를 취했는가? 정부는 재정지출을 앞당겨 집행하고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산발적으로 취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 우선이라면서 2012년 하반기에 두 번 금리를 인하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예상과 달리 1%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등 보다 과감하고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다. MB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목격한 것처럼 찔끔찔끔 내놓는 대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지금 BBQ(big, bold and quick)식 경기 처방, 즉 보다 크고 과감하고 빠른 경기부양을 원하고 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는 미국의 폴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 내놓은 책 제목이다. 그는 5년을 넘고 있는 불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달러를 폭발적으로 찍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크루그먼의 충실한 제자인 셈이다. 아베 정권이 돈을 엄청나게 풀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일본의 수출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공격적인 양적 완화에 나서자 위기를 느낀 다른 나라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필자는 2011년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간헐적으로 금리를 내려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더욱이 엔저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 환율의 추가적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혹자는 지금의 기준금리(2.5%)가 너무 낮아 더 이상 내리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더 큰 위기에 대비하여 금리 인하 카드를 아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반론은 이렇다. 어느 겨울 한 집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땔감이 부족한데 추위가 닥쳐왔기 때문이다. 한쪽은 일단 있는 땔감이라도 쓰고 보자고 한다. 반면에 다른 한쪽은 더 큰 추위가 올 수 있으므로 참고 넘어가자고 한다. 이런 가운데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다 얼어 죽고 말았다. 금리 정책에서 뒷북만 치고 있는 한국은행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던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2008년 112억 달러를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잔액은 1,472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3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GDP 규모가 15위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수치이다. 왜 우리나라로 외국인투자가 유입되지 않는 것일까? 십중팔구 각종 규제와 세금, 노동 시장의 유연성 등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지수에서 세계 31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지수에서 46위로 경제활동이 결코 자유롭고 활기차다고 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포럼의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도 2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15위에 비해 덩칫값을 못하는 비효율적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설립, 고용, 투자, 생산, 판매, 수출 등의 경영활동이 자유롭지 못한데 외국 기업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러다 보니 결국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의 글로벌 기업도 국내에 들어오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던 미국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절차에 돌입했다고 한다. 185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를 갚을 길이 없다며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3사(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고장으로 대표적 기업도시인 디트로이트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침체이다. 침체의 단초는 일본과 유럽,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대거 미국에 진입하여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하지만 호황 속에 안주한 미국 자동차 업계의 방만 경영이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 근로자들이 퇴직을 해도 연금과 건강 보험료를 회사가 대신 내주겠다고 약속한 ‘디트로이트 협약’이 대표적이다. 디트로이트 협약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자 자동차 기업들은 디트로이트에 있던 공장을 미국 남부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50년대 185만 명에 달했던 디트로이트 인구가 최근 70만 명 아래로 격감했다. 1인당 연간 소득은 미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실업률은 두 배 수준이다. 범죄율은 미국 최고 수준이다. 반면 디트로이트 시정부는 줄어드는 세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를 제대로 줄이지 못했고, 공무원 복지 시스템에도 손을 대지 못했다.
디트로이트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첫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도시도 살고 국가도 산다는 점이다.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좋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지는 고민해보아야 한다. 글로벌화될수록 기업은 철새화되고 있고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서는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다. 둘째,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디트로이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부채가 많고 재정자립도는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호화청사를 짓고 이용도가 낮은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고, 각종 국제행사와 축제를 유치하고 있다. 그런 돈이 있으면 기업을 유치하는 데 사용하거나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데 쓰는 것이 지자체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이다.
2013년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132개로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중국(89개)과 일본(62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500대 기업의 수가 매년 줄어드는 반면 중국은 매년 10개 이상 늘어나고 있다. 1993년만 해도 중국에 글로벌 500대 기업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20년 만에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스위스와 함께 글로벌 500대 기업을 14개씩 보유하여 공동 7위를 차지하였다. GDP 규모 세계 15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하지만 1992년 12개에서 20년 동안 더 늘리지 못하고 횡보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우리 경제는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아직 2만 4천 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동력을 많이 키워내지 못한 탓이다. 1인당 3만 달러 시대로 가려면 글로벌 대기업을 키워내는 경제로 탈바꿈을 해야 한다.
제3부 새로운 금융시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출구전략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4년 FRB는 총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두 배 인상했다. 그 결과 미국의 주가와 채권이 급락하고,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었다. 반면 2004년에는 신중하고 예고된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와 시장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은 큰 혼란 없이 고금리를 받아들였다. FRB의 최근 출구전략은 2004년 모델을 따르고 있다. 양적 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 시기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국 경제가 FRB의 전망대로 개선추세를 이어간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양적 완화 축소에 이은 금리 인상을 잘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의 체력이 2004년보다 못할 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그때만 못하기 때문이다.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빵빵하게 바람이 든 풍선에서 바람을 빼는 일이다. 잘못 다룰 경우 터지기도 하고, 자칫 주둥이를 놓치게 되면 어디로 튈지 그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