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10배로 더 잘 쓰는 법
장순욱 지음 | 책이있는마을
돈 10배로 더 잘 쓰는 법
장순욱 지음
책이있는마을 / 2013년 4월 / 240쪽 / 13,000원
제1장 숨은 가치를 찾아라
낡은 소파를 뒤집으면 많은 동전이 쏟아진다
허접한 무엇도 높은 가치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그걸 찾아보자. 내가 쓰는 돈의 가치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바쁜 일이 생긴 농부가 배추에 농약과 비료를 주지 못했다. 배추는 여기저기 벌레가 먹었고 크기도 작았다. 농부는 모두 버리려 했다. 그때 중간 상인이 등장해 싼값에 배추를 사겠노라 했고, 농부는 이때다 싶어 처분했다. 그런데 배추를 사들인 상인은 도리어 비싸게 되팔았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물론 상인은 누구도 속이지 않았다. 대신 배추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 벌레 먹은 배추에 ‘유기농’이란 타이틀을 단 것이다. 그러자 못난 배추는 최고급 야채가 돼 고급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팔렸다.
비행기 기내식 샐러드에서 애벌레가 나왔다. 승객은 거칠게 항의했고, 기내는 술렁였다. 항공사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때 승무원은 죄송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그러나 자신감이 느껴지는 상냥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죠. 유기농 야채라 애벌레 알이 살아 있었고, 샐러드 상태에서 부화가 됐네요. 최선을 다하는데 가끔 이런 일이 생깁니다. 죄송합니다.” 그러자 손님은 적당한 선에서 화를 풀었다고 한다. 애벌레가 불결함의 상징이 아닌 깨끗함의 증표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기내식으로 나온 샐러드는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며 친환경적이어서 애벌레도 부화하는 좋은 음식이 됐다. 웰빙이 대세인 시대의 최고 음식임이 입증된 것이다.
이렇듯 극적 반전이 일어나는 이유는 같은 제품도 보는 각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끔은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사물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내가 쓰는 돈, 소유한 물건의 가치가 한껏 올라간다. 직장 구내식당 밥값이 2,000원으로 무척 저렴했다. 가격이 저렴해 높은 분들은 전혀 그곳을 찾지 않았다. 2,000원짜리로 한 끼 때우는 게 불편하고 궁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전의 군대 ‘짬밥’처럼 음식이 엉망은 아니었다. 다만 회사 보조금이 많았다. 그런데 한 부장님은 열심히 그곳을 찾았다.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밥상에 올랐던 반찬도 없고, 위생적이고, 화학조미료나 나트륨 함유량도 적고, 매년 메뉴도 바뀌고, 뭐 하나 빠질 게 없는데 왜 다른 곳엘 가나.”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틀리지 않았다. 그는 2,000원으로 어쩌면 10,000원의 가치를 누렸는지 모른다. 40대 남성이 한여름 식은 쌀밥에 김치만으로 점심을 먹는다면 불쌍해 보일 확률이 높다. 실업자쯤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꽁보리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는다면 어떨까. 돈 많은 ‘웰빙족’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스칠 확률이 높다. 하지만 60년 전엔 정반대였다. 쌀밥은 부자, 보리밥은 빈곤의 상징이었다. 쌀밥 한 번 배불리 먹는 게 당시 많은 사람의 소원이었다. 쌀밥과 김치로 구성된 한 끼가 60년 전 정말 소중한 식단이었다는 걸 상기하면 기분이 어떻게 바뀔까. 밥 위에 희망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쌀과 보리가 반백 년 사이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에서 인생의 단면을 보고, 바닥에 있는 내가 언젠가 다시 일어서게 된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 ‘본질적으로’ 소중하지 않은 건 없다. 그 소중함을 찾아내면 새로운 가치가 태어난다. 억지로 나쁜 걸 좋아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한번 곰곰이 잘 따져보면 된다. 예컨대 돈이 없어 차를 못 샀다면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 걷기 등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낡은 소파의 갈라진 틈을 손으로 헤집는 순간 동전이 우수수 손에 잡히는 짜릿함이 있다. 우리의 문제란 가치 있는 물건을 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걸 찾아낸다면 적은 돈으로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다.
모든 것은 당신에게 소설이다
마케팅 교과서가 말하는 소비자를 사로잡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 담기’다. 같은 제품도 스토리를 담으면 더 가치 있고, 그래서 비싸게 팔 수 있다. 스타벅스에 들어서면 창업자 하워드 슐츠의 인생 스토리가 생각나고, 초코파이에선 ‘정’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래서 그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더 많은 가치를 얻는다. 그런데 그 기술을 우리도 이용할 수 있다. 주변 물건에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무겁게 서 있던 것들이 동영상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빠, 이게 돈 불러오는 토끼래.” 딸아이가 노랗고 앙증맞은 인형을 건네며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토끼의 라벨에는 ‘金’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한동안 집에 들어가 방에 불을 켠 뒤 그 토끼를 물끄러미 보며 정말 “돈 좀 벌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 안에 담긴 딸아이의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일하느라 힘든,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아 고민 많은 아빠의 마음을 아는 딸이 기특했다. 딸아이가 구입한 토끼에는 상술의 일환으로 분명 스토리를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인형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지금도 사무실 한 켠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여자 친구 생일에 귀여운 병정 인형을 사주면서 “밤새 나 대신 너를 지켜줄 거야”라고 한마디 더해보자. 선물의 가치는 수십 배 증가한다. 인형을 볼 때마다 나를 떠올리고, 힘들 때마다 그 작은 인형에 의지해 여자 친구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명절에 부모님께 과일을 선물할 때도 무뚝뚝하게 드리기보다 “불로장생할 수 있는 과일이라고 해서 사왔습니다”라고 한마디 던져보자. 그 한마디에 더 많은 이야기와 마음이 과일 안으로 들어간다. 포근한 스토리가 담기면서 선물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과거보다 우리의 삶에는 스토리가 없어졌다. 예전 떡국엔 설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먹던 그림책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 풍족한 지금은 ‘떡국’스토리가 과거보다 얇아졌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의 설렘이 그래서 예전만 못하다. 운동회나 소풍도 마찬가지다. 풍족해졌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단면이 아닐까. 현대 사회가 모든 걸 상품화하면서 빼앗긴 스토리를 다시 찾아보자. 딱딱한 상품에도 사람의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 담기’이다. 그러고 나면 상품은 정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제2장 어떻게 잘 쓸까?
쓰는 금액은 같아도 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자
분모가 작은 걸 택해 비율이 높아지면 같은 돈도 다른 느낌이 된다. 그래서 연봉 5퍼센트보다 보너스 100퍼센트 인상이 더 많아 보인다. 이렇듯 분모가 작은 걸 택해, 같은 돈이 커 보이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컴퓨터용 마우스 구입을 위해 가전제품 대리점을 방문했다. 맘에 드는 제품을 찾았는데 가격은 2만 원이다. 그런데 옆에서 구경하던 누군가가 길 건너 상가에서 같은 제품을 만 원 더 싸게 판다고 이야기해준다. 귀가 솔깃해진 소비자는 당연히 더 저렴한 곳에 찾아간다. 그렇다면 같은 매장에 마음에 드는 컴퓨터 가격이 131만 원인데, 누군가 길 건너편에서 만 원 싼 130만 원에 판다고 말할 때 고객은 어떻게 할까.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그 자리에서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심리를 잘 활용하는 곳이 할인 마트다. 마트는 ‘반값 세일’이란 문구가 대문짝만한 광고지를 뿌린다. 살펴보면 만 원 미만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많이 싸봐야 5천 원 정도이다. 100만 원짜리 컴퓨터를 50만 원에 파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몰려든다. 100만 원짜리 컴퓨터를 1% 할인해주기보다 2천 원짜리 양파 한 꾸러미를 50% 할인한 천 원에 세일하는 이유가 있다.
이렇듯 일부 상품을 무척 저렴하게 파는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상품을 몇백 원 더 받는 경우도 봤다. 예컨대 양배추를 50% 할인해 700원 깎아주는 대신 두루마리 휴지를 인근 마트보다 2,000원 정도 더 받는다. 결국 특별히 더 싸게 파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반값에 파는 물건이 있는 곳으로 고객은 눈길을 주게 되어 있다. 실생활에서도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모 전자 회사 사장은 실적이 좋아지자 월급을 2% 올렸다. 처음 직원들은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월급을 받는 순간 입이 튀어나왔다. 152만 원에서 155만 원으로 고작 3만 원 늘었고, 따라서 오른 티가 나지 않았다.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쥐꼬리만큼 올릴 거면 아예 올리질 말든지.”
그런데 만일 사장이 월급 인상 대신 교통비를 10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올렸다면 어땠을까. 무려 30퍼센트가 뛴 것이다. 직원들이 더 좋아했을 확률이 높다. 금액은 같지만 배율이 높기 때문이다. 남편 용돈도 마찬가지이다. 40만 원에서 42만 원으로 올려봐야 기뻐할 사람은 없다. 그게 뭐냐고 오히려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 대신 가끔 택시라도 타라면서 ‘교통비 2만 원 추가 지급’이라고 말해주면 아내의 섬세한 배려에 무척 고마워한다. 아이들 용돈도 크게 다르지 않다. 3만 원인 용돈을 5천 원 올려주는 것보다 세뱃돈 5만 원 더 줄 때 기쁨의 크기가 더 클 수 있다.
조삼모사란 사자성어는 ‘눈속임’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같은 것에 대해 느끼는 기분이 언제나 동일할 수 없다. 더 배고픈 아침에 4개를 먹고 저녁에 3개 챙기는 게 원숭이에겐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개수를 늘릴 수 없다면, 이걸 통해 만족감을 늘릴 수 있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같은 돈을 더 알차게 쓰고 싶다면 가치의 변화를 유심히 봐야 한다. 용돈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남편의 기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같은 돈을 사용하지만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때 기준이 필요하다
선택권이 다양해진 세상에선 기준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준을 통해 상품을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선택권이 많을수록 머리는 복잡해진다. 마트에서 10개의 시리얼을 놓고 시식할 경우 참 많은 사람들이 먹어 본다고 한다.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택권이 증가하면 그만큼 뭘 골라야 할지 어지러운 탓이다. 반대로 딱 두 개만 놓고 할 경우 몇 배 더 많은 사람들이 산다고 한다. 둘 중 뭐가 좋은지 택하면 모든 게 끝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선택의 폭이 무척 다양해졌다. 소비자는 입맛에 맞게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 기업이 열심히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다. 너무 다양해 소비자들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게 부족하고 저것은 저게 모자란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다. 두 개를 합쳐 놓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간절해진다. 한 남자만 좋아하면 이것저것 따져볼 생각이 없어지지만 서너 명의 남성을 어장 관리하게 되면 선뜻 누구도 택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에이 모르겠다’는 결론과 함께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된다.
한번은 전기 드릴을 구매하러 간 적이 있다. 3만 원에서부터 10만 원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도무지 내게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디서 가격의 차이가 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다. 갑갑하게 쳐다보다 그냥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텔레비전은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매장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는 분은 다양한 브랜드와 스펙이 눈앞에 어지럽게 펼쳐질 때 선택하는 단순한 기준이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 비싼 제품을 일단 1순위로 고려하는 것이다. 가장 싼 제품은 비지떡일 확률이 많기에 일단 패스한다. 반면 비싼 제품은 불필요한 기능이 많을 확률이 높다는 게 그분의 설명이다. 전화기 혹은 시리얼을 살 때도 유용한 경우가 많다. 이렇듯 기준이 없다면 매장을 찾더라도 머리만 복잡해져 무엇을 선택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는 인터넷에 오른 상품평에서 답을 얻는다. 주변 사람의 이야기보다 더 신뢰감이 있다는 게 그분의 설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품평이 때론 조작된다는 사실이다. 더 많이 팔고 싶은 기업이 사람을 고용해 상품평을 올린다. 기준이 없다면 늘 헤맬 수밖에 없다. 열심히 고민해 선택했다면 결과에 대해 수긍하는 자세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단 돈을 내고 샀다면 ‘만약’이란 가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많은 걸 선택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역설적으로 모든 선택이 후회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것도 상대 제품의 장점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택한 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래서 필요하다. 1만 5,000원에 전화기를 샀다면 그것에 그냥 예쁜 이름을 선사하고 정, 만족, 기쁨과 같은 가치를 불어넣는 다양한 센스를 발휘하면 된다. 그런 뒤 정을 붙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여성의 구매 순위 1위인 옷도 마찬가지다. 세상엔 아름다운 옷이 많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것이 널려 있다. 문제는 그래서 선택이 힘들고, 마음을 정한 뒤엔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마음만 더 괴로워진다. 내가 내린 결정에 정 붙이고 사는 게 가장 마음 편하다.
제3장 돈의 남다른 사생활
소유한 돈의 가치를 높여라
돈 자체에도 가치가 있다. 같은 만 원도 어떻게 얻었느냐에 따라 그 안에 담긴 가치의 크기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액면에 적힌 액수만 믿고 살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번 돈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지혜가 그래서 중요하다. 길에서 주운 만 원은 액면보다 가치가 낮다. 예를 들어 5천 원 정도의 능력밖에 없다. 그래서 티도 안 나는 곳에 후다닥 써버리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뇌물로 받은 천만 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뇌물이 들어오면 쉽게 사라진다. 남에게 사기 친 돈 100만 원은 술값 등으로 허무하게 빠져나간다.
반대로 아르바이트로 시간당 3,500원씩 받아 만든 백만 원은 액면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피 같은 돈’이 된다. 받는 순간 무척 큰 보람과 짜릿함이 밀려오고, 그 묵직함이 번 돈을 의미 없이 허비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둘의 차이는 길에서 분실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뇌물로 받은 백만 원은, 화는 나겠지만 원래 없던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힘들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다르다.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과 좌절이 밀려온다. 힘들게 번 돈은 비록 100만 원이지만 1,000만 원의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달 30만 원씩 적금을 부어 만든 1,000만 원은 연말 보너스로 받은 금액보다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힘들게 자신이 모은 3천만 원으로 시작한 장사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경우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액면은 3천만 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를 고려하면 1억 원 이상을 갖고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바닥에서 시작한 누군가는 20년 뒤 부자가 되고,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불행한 일을 겪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신세를 처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때론 내가 소유한 돈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비록 가볍게 들어온 돈이라도 의식 속에서 무겁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상속받은 돈을 ‘공돈’으로 생각하기보다 ‘아버지의 피와 땀’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면 돈을 통해 느끼는 가치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산은 너무 쉽게 수중에서 빠져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비슷한 맥락에서 누군가 뇌물로 받은 돈을 아이들 식비나 학비로 썼다면 개인적으로 반쯤은 용서해주고 싶다. 홍길동의 의적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강탈한 돈을 가치 있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지는 않겠으나, 비록 개처럼 벌었어도 가치 있게 사용했기에 반쯤은 용서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밤새 일해 몇 푼 못 벌었다고 삶을 비관하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백 퍼센트 활용할 수 없다. 현실을 비관만 하면 액면 2만 원이 5천 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저 아침에 해장국에 술 한 잔 마시면 끝이다. 돈 뒤에 존재하는 가치를 느낄 때 성공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부자로 사는 사람들도 한때 일당을 받는 노동자의 삶을 산 경우가 많다. 그들은 그 순간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