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구본기 지음 | 라이온북스
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구본기 지음
라이온북스 / 2011년 11월 / 275쪽 / 13,000원
1장. 재테크,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이다 각인 효과에서 벗어나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듣고 배우는 것들에 의해 강한 자극을 받게 되고, 그런 기억들이 머릿속에 남아 생각과 행동을 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현상을 학문적인 용어로 '각인(Imprinting: 동물이 태어난 직후에 배우는 행동 양식으로 눈앞에 움직이는 것을 무조건 따라다닌다)'이라고 한다. 각인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개념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생소한 분야에서 처음 접하게 되는 정보는 알에서 갓 부화한 오리 새끼가 처음으로 눈에 띄는 대상을 어미라고 여기는 것처럼 매우 강력한 각인 효과를 일으킨다.
비교행동학의 창시자인 콘라트 로렌츠는 오리와 거위 새끼의 학습 행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는 새로 부화한 청둥오리 새끼에게 어미 오리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들려주면, 새끼들은 그 소리를 어미의 울음소리로 여기고 따르게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또 다른 실험을 통해 동물들의 각인이 어미와 새끼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심지어 무생물을 사용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조류의 새끼는 부화한 뒤 처음으로 눈에 띄는 움직이는 대상(그것이 어미 두루미든, 사람이든, 혹은 자동차든)의 뒤를 쫓아가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각인 효과는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 어류, 심지어는 곤충류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떤 것이든 한 번 각인되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 각인이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간에 처음 접한 정보나 이미지 주변에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부모의 영향으로 받아들인 종교를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어린 시절에 각인된 편견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관행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와인에 문외한인 사람들 앞에 2천만 원짜리 와인을 갖다놓고 이들에게 와인의 가격을 추측해보라고 하자. 처음 대답한 사람이 와인의 가격을 100만 원이라고 대답하면 그 뒤에 대답하는 사람들은 150만 원이나 80만 원이라고 말하며 100만 원의 주변에 몰리게 된다. 1천만 원이나 1천 5백만 원 이상의 가격을 생각하지 못한 채 가장 먼저 인지한 가격대에서 맴도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나 불확실한 분야에서는 처음 접하게 되는 정보를 기준으로 그 주변에서 해답을 구하게 된다. 이러한 각인 현상은 마치 닻을 내린 선박이 그 주변만 맴도는 것과 같다고 해서 '앵커링Anchoring'이라고도 한다.
회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금융 회사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한 재테크 시장을 만들어 그곳에 사람들이 참가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동안 많은 사람이 재테크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재테크 시장에 참가하기 전부터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숫자인 '초록색 0'이 가득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테크 시장에서 성공한 사람의 수는 카지노에서 돈을 딴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적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재테크 시장에 참가한다. 주위의 수많은 거짓 정보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재테크 시장에 묶어 두었기 때문이다. 재테크 시장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쪽에 서 있음에도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보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만큼 재테크 시장 앵커링은 강력하다.
따라서 재테크 시장에 참가했거나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쪽에서 벗어나려면 '회의懷疑적인 시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당신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재테크에 대한 모든 지식과 정보들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회의적인 시각이 일부 극단적인 회의주의자들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무조건적인 믿음은 오히려 맹목적인 추종으로 변질되어 당신을 세상의 봉이 되게 한다. 적절한 수준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부정함으로써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거짓되거나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한 대안 모색의 한 방법이다. 미국의 작가 아테머스 워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곤경에 빠지는 것은 무지함 때문이 아니라 사실과는 전혀 다른 잘못된 지식 때문이다."
2장. 재테크 시장의 잘못된 믿음을 경계하라 '묻지마 투자'의 대명사 튤립사건
금융 시장에서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튤립 투기사건'이다. 그 당시 네덜란드는 직물산업의 호황과 군사적 안정으로 유럽 최대의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자 네덜란드 인들은 자신의 지위를 내세우고 더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 대상이 바로 '튤립' 이었다.
1593년, 한 식물학자에 의해서 터키의 콘스탄티노플이 원산지인 튤립이 네덜란드에 소개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특히 네덜란드의 귀족 부인들이 튤립 꽃을 좋아했다. 17세기 초반 사교계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름답고 우아한 백작 부인들이 튤립 감상을 취미로 갖자 튤립은 사교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 후 튤립 열품은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튤립 가격은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고, 하룻밤 사이에 두 배 이상으로 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튤립 투기에 가담했고, 귀족과 부호들 사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튤립 변종을 소유하는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 한 가지 색깔의 꽃만 피우던 튤립의 둥근 뿌리에서 몇 가지 색의 엇갈린 무늬가 섞인 꽃이나 깃털 모양의 꽃이 피는 등 변종 현상이 이따금씩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튤립 변종은 매우 귀했기 때문에 그 값이 더욱 비쌌고, 이런 현상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이 튤립 수집가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문제는 튤립의 속성상 꽃이 만개할 때까지 무늬와 색깔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즉 운이 좋으면 단 하나의 뿌리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서민들까지 튤립에 일확천금의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다양한 튤립 중에세도 '황제튤립'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당시 암스테르담 시내의 집 한 채 가격에 거래되었다.
1637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튤립 시장이 붕괴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튤립 투기의 종말이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어느 귀족이 튤립 구근을 샀는데, 소포로 배달되어 온 비싼 튤립 구근을 집안 요리사가 양파인줄 알고 그만 요리에 써버린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주인은 집안 요리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재판에서 '튤립에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고, 이 판결로 인해 수많은 양의 튤립 구근 매물이 순식간에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해서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열풍은 눈 깜짝할 사이에 파국을 맞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열풍은 그 뒤로 수많은 희극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경제 뉴스를 경계하라
언론학자들은 대중이 두 가지 필요조건에 따라 뉴스를 찾는다고 말한다. 사람이 뉴스를 찾기 위해서는 첫째, 그 사람의 상황이 불확실해야 하고 둘째, 뉴스가 그 사람과 연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흔히 '재테크 시장'으로 부른다)의 참여자들은 뉴스에 쉽게 영향을 받을 만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재테크를 구성하는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은 항상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에 관련된 뉴스는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재테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미디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미디어산업 환경 속에서도 앞으로 유일하게 돈이 될 뉴스는 '경제 뉴스'라고 말한 바 있다. 머독이 소유한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신문들이 8.7퍼센트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발행 부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매체인 신문과 방송 중에서도 유독 경제 신문과 채널만이 지금까지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경제 뉴스를 통해서 전달된 부정확하거나 조작된 정보들은 사람들이 가진 그릇된 믿음의 강력한 원천이 된다. 사람들은 경제 뉴스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보가 객관적이며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뉴스가 항상 그 평판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가 한 번씩 잘못된 뉴스나 정보에 대해서 사과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기도 하지만, 잘못된 뉴스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경제 뉴스 중 특히 재테크 관련 뉴스는 사람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재테크 시장 참여자들의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항상 불안정한 현실을 반영한다. 보지 않으면 불안하지만 보고 나면 더욱더 불안해지는, 그래서 결국 또 다시 봐야하는 것이 재테크 관련 뉴스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 또한 재테크 관련 뉴스다.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대중은 언론에 의해 아무런 생각 없이 줄지어 다니는 파브르의 송충이가 될 수도 있다.
3장.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속지 마라 틀릴 때가 더 많은 예측 전문가들
지금까지 예측 전문가들은 날씨와 경제, 산업 분야를 비롯해서 인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사건들이나 결정적인 전환점을 예측하는 데 실패를 거듭해 왔다. 독일의 통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당시의 예측 전문가들은 독일이 통일되리라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게다가 어떠한 무력 충돌도 없는 독일의 통일이라니!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독일이 통일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주 우연한 사건이었다.
1989년 11월 9일, 동베를린 정치국의 퀸터 샤보브스키는 서독 여행을 위한 여권의 발급 기간을 단축한다는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는데, 그날 있었던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탓에 그는 이 규정이 언제부터 시행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황하며 "지금 당장, 지체 없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독일어에 서툰 이탈리아와 미국 기자들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라느니, '내일부터 당장 동베를린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자국 신문에 대서특필했고, 이날 밤 서독 언론에서는 외신을 짜깁기하여 '드디어 동독이 국경을 개방했다'라는 애매한 보도를 내보냈다.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다. 국경 수비대들이 저지했지만 그들은 "뉴스를 듣지도 못했느냐!"라며 따지기 시작했고, 결국 국경 수비대는 길을 터주게 된다. 그렇게 해서 서독과 동독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은 그날 밤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것 외에도 예측 전문가들은 1987년 미국의 주가 대폭락, 1995년 일본의 고베 대지진, 2001년 미국의 9 11테러,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2008년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 등과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들은 어째서 이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들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들은 왜 한 달 전, 심지어 하루 전에도 예측하지 못했을까? 물론 역사적인 사건들을 미리 예측한 극히 소수의 예측 전문가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명성을 얻은 이후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예측으로 자신의 영광을 날려버렸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인구통계학 교수인 파울 에를리히는 1968년에 출간된 자신의 책 『인구 폭탄 The Population Bomb』에서 1980년대에는 평균 수명이 대폭 줄어들 것이며, 1990년대가 되면 대부분의 천연자원이 고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을 20피트 이상 상승시킴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고,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기근 등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핵전쟁이 지구의 3분의 2를 황무지로 만들어 결국 인류는 멸망할 것이고, 지구상에 살아남는 가장 지능적인 생명체는 바퀴벌레가 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에를리히가 예측했었던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식 시장을 살펴보자. 1987년 미국의 주가 대폭락을 정확하게 예측해 일약 스타가 된 엘라인 가자렐리는 주가 대폭락 예측 이후 10년 동안(1987~1996년)《비즈니스위크》,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13건의 증시 상승 또한 하락을 예측했지만, 그 가운데 적중한 것은 5건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또한 주가 대폭락 예측 이후 그녀가 7년 동안 운영해 오던 펀드 역시 실적 부진을 이유로 1994년 8월 폐쇄되기에 이른다. 1987년의 주가 대폭락 예측은 그녀가 수없이 휘두른 방망이에 우연히 맞은 공 하나가 담장 밖으로 넘어간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우연한 한 번을 잊지 못한 사람들 덕에 그녀는 아직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증시 예측 역시 활발히 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예측 전문가들의 명성과 연봉에 비해 그들의 예측이 너무나도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복잡성이 만든 엉터리 전문가들
과거의 지식인들은 세상을 자연의 물리적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매우 질서정연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날씨나 주식 시장의 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정식이 모든 물체의 운동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을철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 하나하나까지 어디에 떨어질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자연의 신비로 여겼던 수많은 현상들을 뉴턴이 땅에 떨어지는 사과에서 영감을 얻어 발견한 만류인력의 법칙을 이용해 하나 둘씩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다.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뉴턴의 법칙을 이용해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던 중 4개의 혜성이 1476년, 1531년, 1607년, 1682년에 나타난 기록을 확인하고, 이들 4개의 혜성이 사실은 하나의 혜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758년 말에서 1759년 초에 혜성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 예측했는데, 1758년 크리스마스에 실제로 관측되었다. 이 외에도 뉴턴의 법칙을 이용하여 지구에서는 달의 한 면만 보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조수간만의 차 역시 달의 인력에 의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설명해냈다. 점차 자연의 신비를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세상에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충분한 자료만 있다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방정식으로 풀어내어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수학자 포앙카레에 의해 뉴턴의 법칙은 운동체가 2개인 경우에만 설명이 가능할 뿐, 운동체가 3개 이상이 되었을 때는 서로 작용하는 인력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기 때문에 계산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밝혀졌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복잡성(複雜성, complex system)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짐에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을 방정식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은 사라지게 되었다.
날씨가 맑은 날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야구 시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외야수는 타자가 친 공이 어디로 날아가 떨어질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야구공의 궤적이 단순해서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자가 야구공을 치는 순간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해서 우박이 쏟아진다면 달라진다. 우박이 야구공의 움직임을 방해해서 어느 곳에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우박에 무작위로 맞은 공의 움직임은 보통의 타자가 친 공이 날아가서 떨어지는 움직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지식인들은 맑은 날에 야구 경기를 하는 외야수가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하듯이 세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실제 세상은 우박이 내리는 날에 야구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하는 것처럼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