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고 잘 파는 법
이상발 지음 | 지식노마드
잘 사고 잘 파는 법
이상발 지음
지식노마드 / 2010년 7월 / 260쪽 / 12,000원
1장 소비자가 모르는 장사의 비밀
계산대의 비밀점포에는 계산대가 있는데, 계산대 키의 쓰임을 알면 협상이 쉬워진다. 이제 그 비밀을 풀어보자. ① 판매 관련 키 : 바코드 스캔 판매키, 일반 판매키, 할인 판매키, 회원 판매키 등이 있는데, 할인 판매키, 회원 판매키가 있다는 것은 협상을 통해 할인 판매 가격이나 회원 판매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할인 판매키는 누가 누르는가? 할인 판매키는 계산대의 직원만이 누를 수 있다. 회원 판매키는 회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데, 당신은 회원이 아니다. 나는 이 점포의 회원이 될 수 없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당신이 원하면 바로 회원이 될 수 있다. 귀찮게 생각되더라도 바로 신청하고 회원의 혜택을 얻어라!
그런데 지금 쇼핑하는 마트에는 평생 다시 올 일이 없고, 나의 소중한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일도 끔찍이 싫다면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회원은 항상 매장 안에 있다. 내가 말하는 회원이란 바로 당신을 도와주는 계산대 너머의 그 사람, 직원을 말하니까! 이들은 그냥 회원이 아니다. 할인율의 혜택이 가장 큰 회원인 '직원 회원'이다. 회원이면서 직원인 사람, 계산대의 회원 판매키를 누를 수 있는 그 사람에게 회원가로 계산해주길 지금 바로 요청하라! 적게는 10퍼센트, 운이 좋으면 요청한 당신도 깜짝 놀랄 만큼의 할인율이 적용될지도 모른다.
② 반품 관련키 : 일괄 반품과 일부 반품키, 판매 취소키 등이 있는데, 반품키, 취소키, 환불키는 쓰라고 있는 것이지 장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당히 반품, 취소, 환불을 요청해라. ③ 상품 계산키 : 카드, 현금, 포인트, 쿠폰, 외상 키 등이 있는데, 이 키들은 카드, 현금, 포인트, 쿠폰 심지어 외상으로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카드회사는 일반적으로 가맹점에서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3퍼센트 정도를 떼어가고, 할부로 결제를 하면 소비자에게도 엄청난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러므로 현금은 판매 관련키를 둘러싼 협상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④ 상품 관리키 : 임시 가격 조정키, 긴급 가격 조정키 등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보고 있는 가격표는 언제든지 가게 주인의 마음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가격표의 비밀
할인점을 오픈했을 때 내가 바이어로 일하며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이 바로 경쟁 업체의 주요 인기 상품 가격이었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기억하고 있는 주요 품목의 가격이 경쟁 업체보다는 무조건 싸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격을 수시로 조사하고 그에 맞춰 점포를 오픈하기 전후로 수도 없이 가격을 바꾼다. 여기서 소비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경쟁사에 따라 바뀌는 가격을 왜 소비의 왕인 나는 바꾸지 못하는가? 바꿔 질문을 하면 이렇다. 바꾸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바꾸려고 생각도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시장의 골판지에 쓰여진 가격이나 명품에 붙은 가격 태그도 하루에 세 번 이상 바뀔 수 있다. 판매자와 아니, '가격'과 협상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인쇄된 가격을 마음속에서 인정하지 마라. ② 인쇄된 가격이라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③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을 흔들어라. 현금 구매나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밑밥을 던지든가, 다른 사람의 권유로 이 매장까지 와서 구매 한다든가, 입소문 마케팅을 해주겠다는 등의 이야기로 담당자 혹은 판매자와 당당히 '네고'를 하라. ④ 우격다짐은 금물이다. 우아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마라. ⑤ 가격 협상에 들어갈 때는 처음부터 크게 부르라. 애초에 '딱 이만큼만 깎아줬으면 좋겠다.' 싶은 가격을 부르지 말라는 뜻이다. 이왕 협상에 돌입했으면 크게 질러야 깎고 나서도 찜찜하지 않다.
상품의 생로병사를 알자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숙해지며, 노쇠하듯이 제품 또한 개발기를 거쳐 세상에 나와 성장기를 지나 시장에서 성숙되고 이후 쇠퇴기를 걷는데, 평범한 사람들도 상품의 이러한 기간별 특징을 이해하면, 전체 상품의 사고파는 것에 대한 컨셉트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제품이 막 세상에 빛을 본 '도입기'에는 경쟁 제품이 없기 때문에 마진폭은 좋으나, 매출이 매우 낮을 수 있다. '성장기'는 인지도가 확대되어 매출도 늘어나고 이익률도 갖춰져 과당 경쟁을 하지 않고도 제품의 차별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비슷한 상품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힘들다.
그런데 상품의 이런 생로병사를 모르면, 불필요한 '수업료'를 내게 된다. 첫 번째로, 도입기 상품에 참여해 제품의 혁신성이나 높은 마진율에 현혹된다거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투자를 감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구매 잠재 고객'의 인지도를 높이는 길고 험난한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비싼 수업료만 날린 채 두 손 번쩍 드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로, 남들이 성공했다는 소문에 혹하여 한 발 늦게 참여하는 경우이다. 물론 이러한 상품들은 여전히 구매 수요가 존재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고, 사은품도 왕창 주어야 하며, 제품 판매 수수료 또한 많이 지불해야 팔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팔아봤자 그다지 돈도 안 되고 재고만 잔뜩 쌓여 창고비, 관리비 등의 비싼 수업료만 지불하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드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점입가경으로 쇠퇴기에 접어들면 그야말로 '약(프로모션; 경품, 사은품, 추가구성)'을 써야만 제품이 팔리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증권가 속담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유통업계 말로 바꾸면 성장기에 적극 참여하고 쇠퇴기가 오기 전에 재고를 몽땅 팔아 치우거나, 기존 상품을 접고 성장기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이다. 즉 '도입기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고, 쇠퇴기에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지도 말라'는 의미가 된다. 말이야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어떤 상품이 성장기이고 성숙기인지,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상품마다 다르고, 업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는 사람의 본능과 파는 사람의 습성을 알고, 끊임없이 시장과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장 잘 사고 잘 파는 즐거움
사는 사람의 본능을 알자소비자들의 판단은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라 동물적 본능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런 충동적인 소비도 관찰해 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방형 고객'은 밝은 불빛을 보면 자신이 죽을 줄도 모르고 불빛 속으로 몸을 던지는 나방을 닮은 소비자들인데, 이들은 처음 10퍼센트 세일은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그 폭이 30, 50, 70퍼센트로 점점 더 확대되면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곤 한다. 나방형 본능을 가진 고객을 겨냥해 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거의 모든 업태가 세일을 실시하고, 최저가격, 초저가, 최초가격, 한정 상품 등 유혹하는 불빛을 뿜어내는 세일 문구를 앞세운다. 반면 이들과는 정반대인 '꿀벌형 고객'도 있는데, 이들은 합리적이고 실속을 중시하는 구매층으로, 경제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있는 인터넷 구매 또는 A/S와 POP 광고가 잘 되어 있는 판매점을 선호한다. 한편 아름다운 꽃을 찾아 날아드는 '나비형 고객'도 있는데, 이들은 색깔과 향이 좋고 비쥬얼이 좋은 전시를 선호하고, 백화점 등은 이러한 고객들을 타킷으로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럭셔리 명품, 고급 제품들을 취급한다.
그리고 '도요새형 고객'은 일명 쑤시개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최대한 깔끔하게 상의나 하의를 매대에 가지런히 접어서 정리해놓으면 마음껏 옷들을 하나씩 들쑤셔놓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만족감을 느낀다. 이때 점포에서는 시선을 고객에게 절대 두지 않고, 들쑤셔진 옷을 정리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객들이 마음껏 들쑤실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유롭게 놓아둔다. 그러면 '아! 이것 다 접어서 정리하려면 직원이 좀 힘들겠구나' 하는 미안한 감정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푼 마음과 어우러져 하나라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도요새형을 타깃으로 한 업태의 컨셉트다.
그리고 '캥거루형 고객'은 항상 주머니에 새끼를 넣고 다니는 캥거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인데, 아이들이 매장을 뛰어 다니다가 마네킹을 쓰러트려도 "아유, 아이들이 아주 활동적이네요. 얘들아 이리와 봐, 누나가 사탕 줄게." 하면서 애들하고 잠시 놀아주기까지 하면, 자녀를 둔 주부나 남편이라면 십중팔구 뭐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조그만 것이라도 잡아서 아이들을 칭찬하는 곳이 바로 캥거루형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업태라고 보면 된다.
또 '오리형 고객'도 있는데, 이들은 '찌꺼기가 좋아!'형이다. "폐업, 점포정리, 공장이 망했습니다. 파산, 눈물의 세일"등 IMF 당시에 이런 업태가 매우 유행했던 것을 기억해보라. 이런 팻말에 마음이 동하는 사람들이 바로 오리형 고객이다. 실제로 폐업 점포 정리 세일을 하는 경우에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매장 창고에는 빈 박스만 잔뜩 쌓아 놓고 매장에는 일부러 찌꺼기처럼 보이도록 포장을 다 뜯어서 알맹이만 흩트려 놓는 연출로 오리형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대한민국의 소비자들 중에는 유독 나방형 본능을 가진 고객들이 많아서 365일 싸게 판다는 할인점(특정 기간만 할인하는 세일이 아니라), 전문 상품만을 파는 가전, 패션, 생활전문점, 동네의 슈퍼마켓, 24시간 편의점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고유한 업태의 기본철학을 무시하고 세일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고객의 본능을 우선하는 대한민국 유통업체는 번창하지만, 이러한 고객의 본능을 무시하고 자신의 컨셉트만을 고수하려던 수많은 외국계 유통 업체들은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대한민국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인점의 원조 월마트와 까루프가 패배하고,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이 승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는 사람의 습성
월마트는 왜 후발 주자인 한국의 할인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났을까? 사실 국내 할인점이 처음 생길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할인점에 대한 안내서도, 경험자도 전무했다. 나 또한 대학을 갓 졸업하고, 당시에는 슈퍼마켓만 운영하던 회사에서 할인점을 신규 사업으로 시작하기 위하여 뽑았던 할인점1기 바이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마인드로는 할인점을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인력을 완전히 새로 충원하고 할인점을 오픈하기 전 슈퍼마켓에서 1년간 상품에 대한 지식을 쌓게 한 후, 미국으로 연수를 보냈다. 나도 미국 월마트, K마트, 타깃, 프라이스클럽, 홈데포, 토이저러스, 아울렛 등을 돌아보면서 열정 하나만으로 달려들어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미국의 할인점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의 기업들이 더욱 좋은 할인점으로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아무튼 그 뒤 국내에 처음 개설할 할인점 부지가 선정되었는데, 공장과 창고 용도로 썼던 건물이었다.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큰 창고를 매장으로 활용한다는 면에서 코스트코의 창고형 회원제 디스카운트 스토어와 컨셉트가 비슷했고, 단지 회원제가 아니라는 것 빼고는 모든 컨셉트를 그것에 똑같이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출점 비용과 운영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고객에게 서비스한다는 정책이었다.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천정도 마감하지 않은 상태로 조명을 설치했으며 시멘트 벽면도 페인트 몇 번 칠하는 것으로 끝냈다. 진열 비용도 절감하기 위해 큰 팰릿(흔히 파렛트라고 부르나 이는 일본식 영어다) 진열집기로 바꾸고 물건을 옮길 때는 지게차나 사람이 수동으로 팰릿을 올리고 내리는 핸드팰릿잭을 이용하여 진열하였다. 또한 고객들이 물건을 많이 담아갈 수 있도록 미국 할인점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그대로 수입해 왔는데, 그 크기가 요즘 사용하는 카트의 2배 정도였다.
드디어 오픈,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연이은 매스컴의 보도와 한 번 방문한 고객의 입소문이 퍼지며 점점 더 고객들이 몰렸다. 그러나 처음에는 엄청나게 싼 가격과 듣도 보도 못한 물건에 환호하던 고객들이 점점 매장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했다. 고객은 첫째로 매장의 불빛이 너무 어두워 안 좋다고 했다. 회의를 거쳐 불빛을 백화점 수준으로 개선했고 천정의 보기 싫은 전기 배선들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 무렵 고객이 엄청나게 큰 카트로 다른 고객의 발뒤꿈치를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엔 고객 당사자들끼리 싸우더니 급기야는 점장을 불러오라는 호통으로 이어졌다. 결국 엄청나게 돈을 투자한 카트 200여 개를 고객이 운전하기 좋은 소형카트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워낙 손님들이 많이 와서 그 방법 외에는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묘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트를 바꾼 뒤에 잠잠하다가 또 다시 대형사고가 터졌다. 핸드잭 위의 물건이 고객의 옆구리를 친 것이다! 난리가 났다. 고객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 오는데 이렇게 위험하게 진열을 한다며 큰 소란을 벌였다. 우리는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열하기 쉬운 팰릿 진열을 과감히 없애고 박스 단위로 소량씩 진열할 수 있는 집기로 바꾸고, 바닥도 백화점 수준으로 매끄럽게 바꾸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집기를 교체하고 집기에 맞게 박스 단위, 묶음 단위로 진열하다보니 고객은 다시 이 많은 걸 언제 다 쓰냐며 낱개로도 팔라는 요구를 했다. 결국 가격 파괴를 내세우면서도 낱개 상품까지 같이 파는 매장이 되어버렸다. 매장의 하드웨어가 적은 비용과 대량진열, 대량판매로 가격을 파괴한다는 기본 컨셉트를 벗어나 점차 백화점과 같은 쾌적한 분위기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하드웨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되자 고객들은 매장에서 쇼핑 외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예전 슈퍼마켓에서 경험했던 바로 그것, 즉 마이크를 들고 "생선 20마리 선착순 반짝 세일합니다. 지금부터 딱 열 분에게만 드립니다."라는 소리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달려가던 그 재미를 바로 할인점에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할인점 컨셉트는 인건비 절약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기본이 셀프 서비스이고, 셀프 구매였다. 그렇지만 심사숙고하여 생식품(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담당자를 확대 충원하고, 매대의 통로에 진열된 상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예전 슈퍼에서 진행했던 판촉 도우미를 쓰기로 결정했다. 한 번 시작한 매장 내 세일은 농축수산물 등 생식품에서 매장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고객들은 만족하고 즐겁기만 했을까? 천만에! 우리의 고객님들은 만족을 모르는 분들이 아니던가! 매장에서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음료수 마시고 싶다고 졸라대면, 매장에서 취식금지라는 직원의 말에 "그건 당신네 사정이고, 우리 애가 목마르다는데." 하면서 요구르트를 까서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어느 날 이 광경을 지켜보던,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우리의 김대리가 매장 규율대로 "아주머니, 매장에선 취식이 금지되어있는 것 모르세요." 했다가 그날로 점장에게 불려가 욕먹고, 어머니께 정중히 사과드려야 했다. 그 뒤로 매장에서 취식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되었고 카트에는 음료수 빈 병이 굴러다녀도 뭐라는 직원이 없었다. 계산 안 된 음료수병이 매장 내에 굴러다니는 것을 본 누군가가 묘안을 내서 매장 내에 시식코너는 물론이요 오뎅, 떡볶이, 국수, 김밥 등을 파는 코너를 만들게 되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할인점 내 취식코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대한민국 고객이 아니다.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고객들은 "아니, 우리 아파트에서 이렇게 많이 팔아주는 데도 혜택이 하나도 없네!" 하면서 아파트값 관리하는 프로의 노하우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들어주면서도 여전히 가격은 무조건 싸야 한다. 결국 죽어나는 건 납품 업체였다. 아무튼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빠르게 수용하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며, 파는 사람의 생존 노하우이다. 그리고 그런 고객에 맞서 세일을 하지 않고, 쿠폰을 발행하지 않으며, 추가 할인도 없고, 어떠한 판촉도 하지 않는다는 본사의 정책을 고수한 월마트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재간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