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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경제학

장순욱 지음 | 책이있는마을
소비의 경제학

장순욱 지음

책이있는마을 / 2010년 06월 / 224쪽 / 12,000원



1장 돈 잃어버리지 않기



물건사기 vs 돈 잃어버리기


농경중심 사회에선 필요한 물건의 대부분을 직접 조달했다. 농사를 짓고 집을 수리하고 부식물을 만들었다. 사야 할 물건과 내다 팔아야 할 제품이 적었기 때문이다. 5일에 한 번 장이 서는 정도면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집에서 만드는 대신 시장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손수 만들어 먹던 두부나 콩나물 등을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주고 산다. 가난하든 부자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부자는 더 좋은 걸 많이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장의 규모는 확대되고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김치를 사다 먹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었고 최근에는 국과 반찬까지 구입하는 주부들도 적지 않다. 식사를 통째로 구매하는 경우도 늘었다. 우리가 사야 할 제품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신제품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분업 역시 끊임없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분업화된 사회를 보다 더 잘 적응하고, 더 많이 사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돈 쓸 필요 없는 삶

부자이거나 빵빵한 연금이 보장된 사람만 잘 쓸 수 있다면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그러나 돈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잃어버리지 않기'를 할 수 있다. 당연히 중산층도 실천이 가능하다. 바로 '돈 쓸 필요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쓰지 않으면 잃어버림의 아쉬움 역시 털끝만큼도 생겨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돈 쓸 필요 없는 삶'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처럼 '왕소금 짠돌이'로 살아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돈이 필요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경우가 속세의 물질적 욕망을 초월해 사는 구도자들이다. 그들은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음으로써 역설적이게도 가장 돈을 잘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 자급자족 공동체가 늘고 있는 현상 역시 풍요와 상실의 이중적 갈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그들은 도시문명을 떨치고 나와 직접 농사를 짓고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들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 곳에는 백화점이나 멋진 레스토랑 같은 풍요의 상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돈을 잃어버림으로써 생기는 갈증도 없다. 돈이 필요 없는 이런 삶의 방식 또한 돈을 잘 쓰는 것이다.

몇 달 전, 아내와 함께 외출을 했다가 <김씨표류기>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카드빚에 시달리던 주인공 김씨가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투신했으나 죽지 않고 밤섬에 표류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그는 그 섬에서 청약저축을 부어도 이루지 못한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하고 강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를 모아서 살림을 차린다. 처음에는 수렵 채집 생활에 고전하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도시와의 우연한 결별은 그에게 뜻밖의 행복을 선사한다. 어느 덧 그곳의 삶에 동화된 김씨는 유람선이 지나가면 행여 사람 눈에 뜨일까봐 숲으로 숨어버린다. 이 영화는 결국 물질적 풍요만이 유토피아적 행복을 찾는 유일한 길은 아님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돈을 번다고 행복이 무조건 찾아올 거란 생각은 그래서 틀렸다.

2장 나에게 집중하기



나만의 기준 세우기


마음껏 쓰기를 할지, 알차게 쓰기를 할지 이외에도 어떤 지출 구조를 갖고 소비를 할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각자 중시하는 부분이 다르다. 먹는 것에 목숨을 거는 이도 있고 취미생활에 목돈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먹는 데 집중하는 경우 외식비 지출 비율이 높다. 만일 월급의 30퍼센트를 주말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 쓴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신이 나갔다는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생활이 즐겁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다른 곳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면 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C는 15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 가운데 80만 원 정도를 저축한다. 월세 30만 원을 빼면 사실상 40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셈이다. 얼마 전 그는 1년간 모은 돈을 털어 천만 원을 호가하는 카메라 장비를 구입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큰돈을 허무하게 써버렸다고 난리를 피웠다.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잘 먹고 지내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C는 주변 반응에 당황했다. 남들 말대로, 정말 자신이 잘못된 소비 습관을 지닌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C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길을 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득 범위 내에서 지출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돈을 썼다. 정말 가지고 싶었던 걸 손에 넣음으로써 기쁨을 누렸다면 돈을 잘 쓴 셈이다.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걸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내가 싫으면 하지 말아야 하고 쓰지 말아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잘 쓰고 살 수 있다.

나의 길에 집중하기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 곧 잘 쓰는 길이다. 내게 있어 잘 쓰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스스로 내린 결론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활 태도나 사회적 유행 등에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 괜히 잘 쓰고서도 혹은 안 쓰고도 불안해질 수 있다. 마음껏 쓰면서도 아껴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둘 중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대다수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껏 알차게 쓸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나아가 둘 중 하나에 만족해도 거기에 다른 하나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남들이 카페라떼를 마실 때 꿋꿋하게 자판기 커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자기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도 카페라떼를 마실 때 누리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면 더 좋다.

3장 후회 없애기



늦은 후회


늦은 후회란 쓰기 전에는 전혀 아깝지 않았으나 사용한 뒤 밀려오는 후회이다.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좋은 작품일 거라고 기대한 만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서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내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황이라면 과감히 극장을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관람료는 매몰비용으로 되받을 수 없으니 대신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대게 돈이 아까워 끝까지 버티고 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그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돈과 시간만 버렸다면서 후회를 한다.

구매할 때만큼의 의욕으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100만 원의 거금을 들여 러닝머신을 샀다고 치자. 매일 한 시간씩 최소 1년을 한다는 계획 하에선 충분히 큰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딱 3일을 사용한 뒤 끝이라면 기계는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며 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더 싸게 파는 곳을 발견할 때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에서 한 팩에 1000원 하는 팽이버섯을 사며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며칠 뒤 동네 슈퍼마켓에서 같은 값에 세 팩을 파는 걸 보면 속이 상한다. 지름신이 강림할 때도 그렇다. 지르는 순간에는 제품에 대한 열망이 지불하는 돈의 액수 이상이지만 결제를 하는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30만 원을 주고 장만한 새 옷을 입고 모임에 나갔는데 친구가 입은 '신상' 옷이 더 좋아 보이면 갑자기 내 옷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순간 '저런 스타일의 옷을 살 걸 잘못했다'라고 후회한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소비중독이 뒤따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늦은 후회는 생각한 것보다 사용가치가 떨어지거나, 더 싼 곳을 발견하거나, 지름신 강림을 막지 못하거나, 다른 제품이 더 좋아 보일 때 등 여러 가지 경우에 나타난다. 마음 깊숙이 파고든 잘 쓰지 못했다는 알싸한 아쉬움은 돈에 대한 갈증 혹은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한다.

효용 극대화하기

아깝지만 그럼에도 써야만 했다면 그 안에서 최고 사용가치를 찾아야 한다. 학생들은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시위를 한다. 깎을 수 있다면 깎아야 한다. 그런데 돌려받은 환불액 대부분을 학교 앞 술집에 퍼붓는다. 등록금이 비싸고 아깝더라도 젊은 청년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학교에 다녀야 한다. 등록금 인하에 실패했다고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등록금 역시 때론 아깝지만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돈 아깝다고 대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경우 후회를 줄이려면 그 안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우선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읽자. 원하는 책이 없으면 신청하면 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단행본의 권당 가격은 보통 만 원에서 2만 원 정도다. 한 학기에 200권의 책을 읽는다면 300만 원을 버는 셈이다.

강의도 열심히 들어야 한다. 수강신청을 하지 않은 과목일지라도 유명하고 명망 있는 교수의 강의는 찾아다니며 챙겨 듣자. 교수를 비롯한 강사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소지한 수준급의 전문가들이다. 외부에서 강의를 할 경우 1회에 100만 원을 넘게 받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강의를 캠퍼스 안에서는 누구나 공짜로 들을 수 있다. 강의실 입구에서 수강증이나 신분증 검사를 하는 학교는 아직 없다. 최대한 강의를 많이 듣는 게 돈 버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아까웠던 다른 종류의 지출도 사용을 극대화해보면 속 쓰림이 사라진다.

내가 산 것에 만족하기

이미 구입한 물건이라면 그에 만족하는 것도 늦은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다. 즉 남이 샀거나 혹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마음에 드는 상품이 딱 하나인 경우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두세 개라면 그중 무엇을 고를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를 선택한 다음 나머지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후회한다. 이를테면 저렴한 넷북을 살지 돈을 조금 더 내고 노트북을 살지 고민을 한다. 넷북은 저렴하지만 기능이 떨어지고 노트북은 성능이 맘에 들지만 주머니 부담이 만만찮다. 결국 둘 중 하나로 결정을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늦은 후회가 찾아든다. 넷북이 '로딩 중'이란 메시지를 남긴 채 멈춰버리면 '그냥 노트북이나 살 걸' 하며 씁쓸함이 여름밤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늦은 후회를 줄이려면 가장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그에 만족해야 한다. 내가 소유한 것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일은 쇼핑중독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쇼핑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진열장 위에 놓인 만인의 상품이 내 수중으로 떨어지는 짜릿함이다. 그 기분은 날아가던 새를 쏘고 물고기를 낚을 때의 흥분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것은 찰나의 기쁨으로 결국 끊임없이 물건을 사야만 갈증을 메울 수 있다. 제품은 사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구매는 사용자의 손에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히 구매에 집착하기보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할 때 더욱 큰 행복을 얻는다. 또 그렇게 할 때 제품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4장 가치 늘리기



가치 늘리기의 정의


가치를 늘리려면 먼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가치는 쉽게 말해 제품이 갖는 효용을 뜻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지불하는 돈보다 그 안에 포함된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원을 내고 돼지고기 삼겹살 한 근을 샀다고 치자. 아이의 생일을 맞아 주말 저녁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하기 위해서다. 누구도 고기를 사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만 원보다 얻는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이에 대해 '소비자 잉여'가 발생했다고 한다. 소비자 잉여는 '실제 제품 가격과 소비자가 그 물건 없이 지내기보다는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해서라도 사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가격의 차액'이다. 만약 돼지고기 한 근 구입으로 얻는 효용의 가치가 1만 5천 원이라면 여기에서 실제 가격 1만 원을 뺀 5천 원이 바로 소비자 잉여다. 반면 돼지고기 한 근의 판매가가 2만 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 잉여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하고 나서 후회하게 된다.

결국 가치 늘리기는 소비자 잉여를 크게 하는 일이다. 그러면 잘 썼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겨난다. 천 원을 쓰면서 10만 원의 가치를 누린다면 돈 벌었다는 쾌감이 밀려온다. 따라서 물건을 얻는 대신 돈을 잃어버렸다는 '교환'의 근본 문제 또한 눈 녹듯 사라진다. 돈을 쓰고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늦은 후회도 없다.

가치는 움직인다

가치를 늘리는 일이 가능한 이유는 상황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창민에게는 소중히 간직하는 물건이 있다.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낡은 만년필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것이다. 만약 그 만년필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든 되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쓸 것이며 그것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100만 원의 금액을 후사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쓸모없는 고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우연히 줍더라도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이들에게 만년필의 가치는 0원이다. 한 자루의 만년필에 하늘과 땅 차이의 다른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콜라 한 병도 갈증이 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



새로운 가치의 발견

한계효용을 키우는 방법은 새로운 가치를 찾거나 만들어내 소비자 잉여를 키우는 것이다. 1,000원짜리 제품의 가치가 10만 원이 되면 저절로 잘 쓰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같은 제품 안에 존재하는 보다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면 내가 사용한 돈이 더 빛난다.

점심값을 절약하기 위해 구내식당을 애용하던 선배가 있었다. 800원이면 점심이 해결된다. 사실 직급이 높아질수록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모양새가 볼품없고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직급이 올라가도 계속 구내식당을 애용했다. 이유는 구내식당의 가치가 참으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우선 남의 밥상에 올랐던 반찬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 시스템이 위생적이다. 화학조미료나 나트륨 함유량도 적다. 마음껏 먹을 수도 있고 메뉴도 매번 바뀐다. 또 직급이 오르면서 새로운 가치가 하나 추가되었다. 아랫사람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의 관점에서는 돈을 써가며 몸에 좋지 않은 외부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면 사물을 창의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물건을 잘못 샀다고 낙담하기보다 이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5장 쓰는 기술 배우기



높은 비율 택하기


전자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실적이 좋아지자 사장은 2퍼센트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는 신념에서였다. 그 소식을 접하고 무척 좋아했던 직원들은 월급봉투를 받아든 순간 실망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적은 액수 때문이었다. 152만 원의 월급을 받던 직원은 고작 3만원이 올라 155만 원을 받았다. 이래서야 월급이 오른 티도 나지 않는다.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쥐꼬리만큼 올릴 거면 아예 올리지를 말 일이지." 맛만 보이고 약만 올렸다며 사원들은 오히려 불만을 토로했다. 그 모습을 본 사장 또한 여간 실망이 큰 게 아니었다. 어려운 가운데 조금이라도 올려주려고 애쓴 마음을 몰라주니 마냥 섭섭했다. 직원들이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결국 사장과 직원들의 사이는 점차 벌어졌다. 돈은 돈대로 쓰고 결과는 나쁜 최악의 경우다.

그런데 만일 사장이 월급을 인상하는 대신 교통비를 30퍼센트 인상했다면 어땠을까. 이 회사에서는 교통비 명복으로 매달 10만 원을 지급한다. 급여의 성격이지만 절세 차원에서 교통비로 처리한다. 월급이 아닌 교통비를 10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올렸다면 사람들은 무척 좋아했을 확률이 크다. 무려 30퍼센트가 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금액이 같아도 비교되는 대상에 따라 상승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돈을 쓸 때에도 상대가 무엇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지 예측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편에게 용돈을 올려줄 때도 마찬가지다. 40만 원에서 42만 원으로 올려주겠다고 하기보다 가끔 택시타고 다니라며 2만 원을 내밀면 훨씬 더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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