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니의 맛있는 경매 이야기
채지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채지니의 맛있는 경매 이야기
채지니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 2008년 11월 / 336쪽 / 12,800원
재테크 권하는 사회
서초동 법원에서 / 경매가 나쁘다고? / 경매는 힘이 세다! / 산책서초동 중앙법원. 그곳에서 해미 씨를 만난 건 뜻밖이었다. 해미 씨는 부동산 CEO 과정 동기생으로, 여자 회원은 해미 씨와 나, 둘뿐이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대뜸, "여성동지가 있어 다행이에요. 우리 잘 지내봐요" 하며 단번에 나를 친구로 만든 사람이다.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리는 급한 발걸음으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뚝배기 알탕이 나왔다. 보글보글 보기만 해도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근데, 지니 씨. 경매가 대중화 됐다지만, 아직 경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지?"라고 해미 씨가 물어,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소릴 하지"라고 말하며 다음의 설명을 덧붙였다.
경매가 나쁘다는 인식은,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행위라는 데 기인하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공무원은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사람이고, 대학교수는 학부모나 아직 어린 학생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일 것이다. 경매 제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채무자가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고는 고의로 갚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아마도 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 뻔하다. 부동산 경매는 채권자가 '저를 대신해 내 돈(재산)을 찾아 주세요'라면서 국가에 위임하는, 말하자면 채권자의 의뢰로 국가가 주재하는 부동산 시장이다. 그러니까 경매제도는 자본주의의 질서를 유지하는 한 축이며, 경매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자 해미 씨가 물었다. "경매가 상당히 괜찮은 투자 수단이라는 말은 장점이 많다는 의미라고 했지?" 내가 대답했다. "그래. 경매의 장점은 아주 많아.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으로 보면, 해미 씨처럼 자기 일이 있는 사람이 투잡으로 할 수도 있고, 시간을 맘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 가능하지. 직장처럼 명퇴나 은퇴 걱정도 없고, 남녀노소 차별도 없고,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러자 "하드웨어적인 장점은?"라며 해미 씨가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무엇보다 시세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겠지. 소화라도 시킬 겸 산책 갈까?"
'예술의 전당' 뒷길.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길 위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다음 주에 우리 패거리 임장(臨場) 가는 데 같이 갈래?" "패거리 임장?" "응. 찍어 놓은 물건도 보고 동네도 둘러보고, 우리 패거리들이 함께 움직이는 거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그동안 책 두어 권 읽고, 내가 보내주는 임장기 읽어보고, 임장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대충 파악하고 오면 되잖아." "좋아."
경매의 꽃 현장답사
나는 하기 싫어도 그냥 해! / 이목구비 임장 / 평소임장, 그냥임장, 그리고…긴 파마머리를 나풀거리며 해미 씨가 차를 향해 뛰어온다.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통이 들려있다. "굿모닝." "통성명은 알아서들 하세요." "레옹입니다." "반갑습니다. 해미예요." "안녕하세요? 캐리예요." 그렇게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차로 천호동으로 이동하여, 물건 두 개를 보고, 레옹님 단골 부동산 사무실에 들러 차 한 잔 하면서 천호동쪽 돌아가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을 나와 고양시 가장 임차인 물건 보러 가기 위해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도로가 정체되는 대신 차안의 이야기는 무르익어가고 있다. 레옹님이 말했다. "경매는 현장에 모든 것이 있다고 해야 할거야. 행운도 보물도 그리고 문제도 모두 현장에서 만나지. 그런 만큼 현장에서는 눈으로 보고, 코로 맡아보고, 귀로 들어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 발로 밟아 보고, 그리고 혀로 맛을 보고, 손과 발과 이목구비를 모두 동원해서 임장을 해야 하는데…." 캐리가 말을 받아, "그게 바로 일명 수족이목구비(手足耳目口鼻) 임장이라고, 레옹님께서 만든 말이죠" 한다.
레옹님이 말을 이었다. "인천 신흥동의 아파트를 임장한 적이 있는데, 아파트에 차를 세우고 해당 동(棟)으로 가니 아주 희미하게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 시궁창 냄새 같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시궁창은 없고, 경비아저씨한테 냄새의 원인을 물으니 아파트 앞쪽 실개천에서 나는 냄새라고 하더라구. 역시 임장이 아니면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지." "임장이 중요하구나!" "현장에서는 법원감정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법원감정가와 시세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거든.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감정평가 시점과 경매로 나오는 시점의 차이야." 레옹님이 말을 이었다. "아파트의 경우엔, 비로열층 경매물건의 경우, 법원감정가는 평가 당시의 부동산 중개 사이트 등의 시세(매도 호가)중 최고가인 로열층의 가격에 상당한 가격을 법원감정가로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보다 객관적인 가격은 국민은행의 아파트 시세표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아파트 실거래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있어서 비로열층의 구체적인 시가는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가서 인근 공인중개사 2곳 이상에 구체적인 층수와 호수를 말하고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레옹이 말했다. "지니 씨, 오늘 임장은, '평소 임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콕! 찍어 임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두 가지 다 아닐까요?" 나는 임장에도 종류와 수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을 골라 매각기일에 임박해서 일주일 전이나 아니면 하루 이틀 전에 현장에 가보고 입찰을 하는데, 이런 임장을 나는, '콕! 찍어 임장'이라고 했는데, 해당 물건만 보고 오는 임장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임장은 '평소 임장'과 '그냥 임장'이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유망지역을 미리 답사하고, 지역에 가서 부동산이며 동네 구멍가게 등에 들러 정보를 모으고, 구청이나 지자체를 방문해서 담당공무원에게 향후 개발계획이나 전망 등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다.
봄바람 임장물건 내역 : 고양시 일산구 덕이동 소재 33평 아파트
감정가 175,000,000원
3회 유찰//2회 변경//89,600,000원(51%)에 진행
말소기준등기 : 2002. 11. 20// 생명보험주식회사
임차인 : 이말희//2002. 4. 1 전입//임차보증금 65,000,000원
고양시 물건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여러 번의 유찰로 최저가가 51%까지 내려와 있어 유찰된 이유를 알아내 해결한다면 아파트를 반값에 매수할 수 있다는 것과, 선배 언니에게서 덕이동 쪽에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동사무소에서 전입세대를 열람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소유자 김점순 : 2001. 11. 6 전입//현재 거주
등기부 등본상의 주민번호로 보면 76세 할머니
임차인 이말희 : 2002. 4. 1 전입
박남수 : 이말희의 남편//2005. 4. 20 전입//2005. 4. 20일에 이말희와 세대합가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다.
이말희의 전입일(2002. 4. 1)이 말소기준등기(2002. 11. 20)보다 빠르니 대항력(낙찰 등으로 주택의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보증금을 모두 다 받을 때까지 그 집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이 있다. 소유자 김점순과 임차인 이말희는 그저 집주인과 임차인의 관계일까?
아파트 현장으로 갔다. 덩그러니 아파트 네 동이 있고 주변으로 골프연습장 정도 있는 한적한 동네였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패거리가 우르르 몰려다니면 주민신고 들어갈 수도 있으므로, 나와 해미 씨가 움직이기로 했다. 우편함을 살펴보니 '이대산ㆍ김점순님께'라고 쓰인 엽서가 있었다. 김점순과 함께 엽서를 받는 사이라면, 이대산 씨는 김점순 씨의 남편일 테지. 그리고 이대산과 임차인 이말희의 성씨가 같으니, 그렇다면, 부녀지간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겠지. 그러면 또 당연히 김점순의 딸이겠지. 소유자 김점순과 임차인 이말희의 관계가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다. 관리사무소로 갔다. 준비해 간 음료수 한 병씩 건네고. "101동 202호, 경매 관련해서 관리비 체납내역 알아보려고 왔는데요." "네. 잠시만요…. 220만 원 밀렸네요." "그 집의 이말희 씨가 할머니 딸이죠?" "며느리로 알고 있는데요." 몇 가지 더 질문했지만, 관리인은 더 이상 입주민의 신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동산 사무실과 윗집 할머니를 접촉했고, 그들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작년까지 그 집에 할아버지도 함께 사시다가 할아버지만 이사를 가셨고 얼마 후에 할머니까지 이사를 가셨는데, 할아버지는 은행에 다니셨다고. 그리고 이말희는 노부부의 딸이라는 얘기와 이말희의 남편 박남수 씨는 무슨 사업인지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시세는 1억 8천 정도.
시세 1억8천 아파트에 1억2천만 원의 대출이 나간 것으로 보아, 채권기관 생명은 이말희가 임차인이 아님을 확인하고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말희가 배당신청을 하는 등 임차인 행세를 하는 것은 허위의 임차보증금 채무를 부담한 것이 되어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고, 또 외관상 대항력의 존재로 유찰이 많이 되어 경매진행이 지연되었으므로 경매방해죄로,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인수시켜 받으려고 한 행위는 사기(미수)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03 경매를 아십니까?
여의도의 봄 / 경매의 탄생며칠 후, ① 6,500만 원의 임차보증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② '무상사용각서'의 존재여부와, ③ 소유자 김점순과 임차인 이말희의 관계 등을 알아보기 위해 해미 씨와 함께 채권기관 생명을 방문했다. 생명에서는 채권회수는 아웃소싱을 주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고 하면서도,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고, 나도 이것저것 묻고 했는데, 결정적으로 "낙찰 받아 오면 확인해 줄 서류들이 있다"는 말을 한다. 임차인이 가짜라는 뉘앙스이다. Good…!! 도곡동 베니건스에서 해미 씨와 마주앉아 레몬에이드 두 잔을 주문했다. "덕이동 그 물건은 소유자가 사업하다가 잘못돼서 경매까지 나온 거겠지?"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은 사연도 가지가지 종류도 가지가지야. 아무리 그래도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 바로 소유자의 채무불이행. 즉 돈을 갚지 않아 채권자(은행이나 개인)가 채권확보를 위해 담보로 잡아 놓은 부동산을 내 돈 찾아달라며 법원에 넘기면 경매가 이루어지는 거거든.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면 이를 접수한 법원은 적법한지 판단해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경매사실을 기입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라고 하는 거야. 그 다음엔 채무자에게 경매개시결정문을 보내는데, 그걸 송달이라고 하고, 이때부터 경매의 효력이 발생하는 거야." "그렇구나." "그 다음에는 채권자들에게 법원에서 정한 배당요구 종기일까지 자신이 받을 채권금액을 신고하라고 공고하게 돼." 그리고 나는 말을 이었다.
"한편 법원은 감정평가기관에 부동산 가격을 감정해서 2주 안에 보고하라고 명하고, 집행관에게는 부동산의 현상과 임대차 현황, 실제 점유하는지의 여부 등을 조사해서 이 또한 2주 안에 보고하라고 명령을 내리게 되지. 그걸 토대로 최초경매가격이나 매각(경매)조건 등을 결정하고, 입찰일을 지정해서 일간신문과 법원게시판에 공시를 하는 거야. 경매신청부터 매각(입찰)기일까지 대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돼. 이제 입찰자 입장에서 입찰을 위한 준비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구. 법원이 이렇게 조사한 물건을 대법원 사이트(http://www.scourt.go.kr)에 올려놓으면 입찰자는 그 정보를 토대로 권리분석을 하고, 현장답사를 통해 물건을 분석하고 수익률을 계산해 본 다음 입찰에 참여하면 되는 거야. 법원경매정보를 클릭하면 각 지역별 경매진행일정과 매각물건명세서, 감정평가서, 점유현황조사서 등의 서류들을 확인할 수 있어." "아이 엠 언더스탠드."
"권리분석을 마쳤으면 이제 현장답사를 해야지. 일단 해당 동사무소에 들러 전입세대 열람을 통해 임차인 등을 파악하고, 해당 물건지로 가서 물건의 상태나 주변 환경, 시세 등을 알아보고 매매나 임대는 잘 될 것인지도 알아 봐야지. 거기에 장기투자 할 물건인지 단기매매 할 물건인지도 현장 분위기를 보면서 파악해 보고…." "이제 입찰이네?" "그래. 최종적으로 입찰가를 정하면서 명도 비용, 취ㆍ등록세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겠지. 다음 주에 덕이동 물건 입찰해 보면 대충 알게 될 테지만, 한 번 듣고 가는 것도 좋겠지. 입찰 당일 신분증하고 도장하고 입찰보증금을 가지고 법원에 가야지. 보증금(최저매각가격의 10%에 해당되는 금액, 재경매의 경우에는 20~30%)은 깔끔하게 수표로 준비하는 게 좋아. 대리인이 입찰을 하는 경우에는 입찰자의 위임장(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그리고 대리인 본인의 신분증과 도장을 지참해야 해. 그리고 법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대법원 경매 사이트 들어가서 그 동안 변동된 사항이 없는지 살펴봐야 해." 조금 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법원에 도착하면 복도 게시판을 또 확인해야 하는데, 내가 들어갈 물건이 변경이나 연기, 또는 취하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는 거야. 변동사항이 없으면 법정에 들어가서 자리 잡아야지. 조금 있으면 집행관이 주의사항과 경매절차에 대해 고지를 해주는데 대략 10분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돼. 이제 법대 앞에 비치된 물건 서류들을 보는 시간이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법원도 있고 집행관이 이름을 호명하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열람하는 법원도 있어. 그런데 그 시간에 경쟁자를 파악할 수도 있어." "그렇구나." "그러고 나면 법대 양옆으로 커튼 쳐진 칸막이로 가서, 입찰표 기재하고 하얀 봉투에 입찰보증금 넣어서 누런 대봉투에 입찰표와 보증금 봉투를 함께 넣고, 그 누런 봉투에는 사건번호와 입찰자의 이름을 기재하고, 수취증 떼고 입찰봉투를 입찰함에 넣으면 돼."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 후 집행관이 직원과 함께 입찰 봉투들을 열람대에 놓고 사건번호 순으로 정리를 하고, 정리가 끝나면 개찰을 하는데, 사건번호 부르고 입찰자 호명하면 법대 앞으로 나가면 돼. 그중에 최고금액을 적은 사람이 최고가매수인(낙찰인)이 되는 거야. 낙찰 받은 사람은 확인절차 거쳐서 조서 작성하고 영수증 받고, 낙찰을 받지 못했으면 수취증이랑 주민등록증 제시하고 입찰보증금 다시 찾아서 나오면 되는 거고. 낙찰 받고 나오면 복도에 있는 아줌마들이 따라 붙는데, 경락잔금대출을 알선하는 아줌마들이야. 명함 몇 개 받아서 오면 돼."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 낙찰자의 신분이 되었으니 물건의 이해관계인이 된 거거든. 그러면 정정당당하게 모든 서류를 열람할 수 있어. 해당 경매계 찾아가서 보증금영수증 제시하고 사건기록을 열람해야 하는데, 입찰 전에 임장하면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해. 왜냐하면 만약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발견되면 낙찰불허가 신청을 해서 입찰보증금을 다시 찾아야 하거든. 그런데 법원의 실수라면 어렵지 않게 불허가가 나서 보증금을 찾을 수 있는데, 입찰자의 실수라면 쉽지는 않지." "그렇겠다."
"1차 경매가 진행됐는데 만약 입찰자가 없어서 유찰이 되면 약 30일 정도 후에 20% 떨어진 가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