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티비
1.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



무계획 인생들, 미래가 불안하다

김재벌은 어젯밤 꽤 큰 거래처 담당자들과 한잔한다는 것이 3차까지 가고 말았다. 술값은 늘 그렇듯 재벌이 카드로 그었는데, 모르긴 해도 기백은 나왔을 것이다. 여느 토요일이라면 점심이 다 돼서야 일어나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근처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한 후 외식으로 점심을 때울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것이다. 아내는 벌써 일어나 케일을 녹즙기에 갈고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들떠 있었다. 하늘이가 제안한 부부동반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처음엔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는데, 막상 여행 당일이 되고 보니 아내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하늘이, 광수, 문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는 죽마고우인데, 올 초 세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모범생 하늘이가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마흔이 되기 전에 부부동반으로 어디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는 것이었다. 다들 얼큰하게 취하기도 했거니와 한 번도 그렇게 모인 적이 없었기에, 그땐 모두 '그거 좋은 생각이다' 하며 의견을 모았었다.



그런데 각자 생활에 바쁘다 보니 하늘이를 뺀 나머지 세 친구는 여행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하늘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늘이의 전화를 받은 재벌의 머릿속에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여행을 떠나야 하나. 역시 월급쟁이가 편하긴 편하군'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재벌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내년이면 마흔이다. 벌써 인생 절반을 산 거지. 이럴 때 서로 볼 거 안 볼 거 본 친구들끼리 사십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얘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얘기하다 보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실마리가 좀 보이지 않겠어? 요즘 문식이랑 광수도 힘든 것 같던데."



그러고 보니 저번 술자리에서 광수가 심상치 않긴 했었다. 술만 들어가면 아내와의 불화를 끄집어내는 광수인지라 한 잔 두 잔 술잔이 돌고, 가정사와 관련된 푸념이 나올 때쯤이면 그냥 지나쳤지만, 지난번에는 좀 심각한 구석이 있었다. 문식의 한숨소리도 유난히 컸었다. 그나마 제일 안정적으로 산다고 여겨왔던 문식도 말 못할 고민이 있는 듯 그저 한숨만 쉬며 연거푸 술잔을 기울여 댔다.

사실 재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워낙 성격이 털털해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아내와의 관계도 그렇다. 점점 대화하기가 힘들어진다. 사실 재벌은 며칠 전 아내와 크게 다퉜다. 부부싸움 후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내는 터에 재벌은 아내에게 여행을 함께 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아무튼 이런 사연 끝에 떠나기로 한 여행이었다. 한편 하늘이와의 통화 말미에 재벌은 "여행 가서 그런 얘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라고 시큰둥하게 말했었지만, 하늘이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자, 그러지 말고, 내가 뭘 좀 준비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절반의 인생 평가표, 돈을 제대로 말하자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해 일찍 출발한 문식 부부는 제일 먼저 여행 장소인 펜션에 도착했다. 친구들이 함께 묵을 곳은 하늘이의 고등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아담한 펜션이었다. 문식과 아내는 펜션 앞뜰에 있는 원목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원두커피를 마셨는데, 문식의 아내는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커피를 홀짝이며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어제 문식이 그답지 않게 큰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어제 사건의 발단은 아내의 쇼핑이었다. 그날 문식은 퇴근 후 잠시 회사 동료가 개업한 가게에 들렀었다. 개업 축하 선물로 난 화분과 아이들에게 줄 케이크를 사 들고 동료를 찾아간 문식은 할 말을 잃었다. 열 평도 안 되는 동네 치킨 집. 그것이 회사를 그만두고 차린 친구의 가게였다. 친구는 치킨 양념이 얼룩덜룩하게 묻은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고, 친구 아내도 개업 준비로 피곤해서인지 예전의 곱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아이들 표정도 그리 밝지 않았다. 문식은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현실 감각 없는 아내가 여전히 희희낙락 백화점 쇼핑이나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문식은 아내에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곧이어 광수네와 하늘이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동시에 펜션 마당에 도착했고, 꼴찌는 재벌이네였다. 대충 짐을 풀고 펜션에서 차려준 저녁식사를 한 후 다들 하늘이네 방에 모였다. "먼저 제수씨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야 뭐,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지만 제수씨들은 아직 서로 서먹하실 것 같습니다. 그동안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왕래가 적었으니 말이죠. 이번 기회에 제수씨들도 서로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잠시 인사말을 건네고 나서 하늘이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내가 여행을 떠나자고 한 건, 전화로 이야기한 대로 우리의 사십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여서 의논해 보려는 거야. 그런데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일단 현재 우리 모습이 어떤지 아는 게 먼저겠지? 그래서 이걸 우선 작성한 다음에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하늘이는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름과 나이, 직업, 가족관계, 자산, 부채, 소득, 그리고 지출을 기록하게 되어 있는, 일종의 대차대조표였다.



친구들은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하늘이는 친구들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부부끼리 상의해서 잘 작성해봐. 써보면 알겠지만 자기 자신을 아는 데 이것만큼 정확한 게 없을걸. 현재 내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냐? 이따가 이걸 가지고 현재의 우리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거니까 이야기들 많이 나눠보고, 첫 시간은 이걸로 끝이야."



내 인생의 대차대조표 - 방으로 돌아온 재벌과 아내는 머쓱해졌고, 아내는 재벌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별말이 없었다. 결국 재벌이 종이를 집어 들었고,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하늘이가 나눠 준 종이의 빈칸을 메우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현금흐름표였다. 재벌 부부는 맞벌이로, 초등학교 선생인 아내는 너무 바빠 한 달 수입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잘 몰랐다. 매월 돈이 모자라 저축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에, 출처가 생각나지 않는 돈이 너무 많아, 결국 재벌은 아내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말씨름이 이어질수록 아내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재벌 부부는 돈 문제 얘기만 나오면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방 안 공기가 싸늘해지자 재벌은 담뱃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재벌은 이번 여행을 계획한 하늘이가 벌써부터 원망스러워졌다. 그러면서도 내심 다른 집 사정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 친구들 방을 기웃거려 보았다. 문식이네 방은 조용했는데, 문식의 아버지는 알부자로 소문난 사람이다. 게다가 문식이도 탄탄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광수 부부가 주거니 받거니 싸우는 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의외였다. 의사 마누라를 둔 광수에게 돈 문제만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재벌은 더 이상 들으면 안 되겠다 싶어 자리를 피했다. 부부간의 대화 치고는 좀 세다 싶을 정도로 광수 부부의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 얼마 후 모두 하늘이네 방으로 다시 모였다. 문식 부부는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광수 부부는 한눈에도 싸웠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고소득 빚쟁이, 박광수 부부 이야기 - 정해놓은 순서에 따라 광수가 제일 먼저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내가 시작할게. 자산으로는 현재 살고 있는 집, 현 시가로 7억 원이 조금 넘는 아파트가 있어. 2년 전 대출 2억을 끼고 5억에 샀지. 그게 운이 좋아서 2년 새 2억이 올랐어. 금융자산은 보통예금통장에 있는 돈 2천만 원이랑 주식투자에 들어가 있는 돈 5천만 원, 그래서 7천만 원 정도." 그런데 갑자기 광수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부채 부분은, 좀 부끄러운데, 아파트 담보대출 총 3억 원에 아내 앞으로 신용대출이 3억 원, 마이너스통장 천만 원, 따져보니 자산만큼이나 부채도 많아서 순자산은 1억 6천만 원이야." 다음으로 광수는 현금흐름을 이야기했다. 소득은 소아과 의사인 부인이 평균 천만 원, 광수는 300만 원, 부부합산 월소득이 1,300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지출은 아이 교육비와 가사도우미에게 나가는 비용, 양가 부모님 용돈, 생활비, 부부 용돈, 보험료 등으로 평균 천만 원 이상이었다.

어쨌든 고소득을 올리는 광수네가 부러워 재벌은 "야, 많이 버니까 많이 쓰고 사는구나. 부럽다"라고 말했더니, 광수는 "남들은 다 그렇게 말하는데 사실 병원 소득이 불규칙해"라고 말했고,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광수 아내가 지지 않고 말을 받았다. "이이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돈을 워낙 많이 날려서 모아둔 것도 없어요." 친구들과 아내들도 광수 부부가 서로 너무 냉랭히 대하자 움찔했다. 남들 앞에선 자존심 때문이라도 잘사는 척 해왔던 광수의 아내는 이참에 아예 할 말을 다하겠다는 기세였다. "사실 많이 벌어도 정작 우리 둘을 위해 쓰는 건 별로 없어요. 부모님 용돈에, 집안 행사에 내는 돈이 정말 적지 않아요. 돈 쓸 일이 생기면 다들 으레 우리가 제일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기까지 해요. 그런데 누가 알겠어요. 우리가 매달 원금은커녕 이자만 갚고 있는 빚쟁이라는 걸요."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재벌은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조기퇴직의 두려움, 서문식 부부 이야기 -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는 문식이네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돈 관리를 하고 있어 발표도 부인이 하기로 했다. "그래도 광수네는 우리 집보단 낫네. 둘이 버니까. 우리 집은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다예요. 한 5억 정도 할 거예요. 남편 월급 받아서 겨우 빚 안 지고 사는 정도예요. 보험은 나중에 아플 때를 대비해서 몇 개 들어놓긴 했지만 크게 기대는 안 해요." 문식이의 연봉은 5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중 천만 원 정도가 연초에 상여금 형식으로 들어오고, 매달 소득은 이것저것 빠져나가면 320만 원이 전부인데, 유치원 다니는 작은애와 초등학교 2학년짜리 큰애 앞으로 교육비만 2백만 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 그런 문식은 광수나 재벌이가 맞벌이라는 사실이 제일 부럽다.



문식이가 말을 이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를 생각하면 아내가 집에 있는 게 고마워. 그런데 요즘은 정말 불안해 죽겠거든. 다들 알다시피 요즘 월급쟁이 목숨이 어디 사람 목숨이냐? 이제 앞으로 길어야 4년 내지 5년쯤 회사를 다닐 건데. 그 다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서 솔직히 요새는 이 사람이 어디 가서 한 달에 100만 원이라도 벌어 왔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전업주부로 사는 데 별 불만이 없던 문식 아내는 남편이 돌연 맞벌이 이야기를 꺼내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문식의 돌연한 아내 타박에 의외다 했던 친구들 역시 마흔 이후의 삶을 떠올리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식은 오늘도 외롭고 힘들었다. 오늘 아내가 없었다면 차라리 좀더 솔직하게 털어놓고 고민을 나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대박신화와 불안감, 김재벌 부부의 이야기 - "아, 이제 내 차례인가? 그래도 광수랑 문식이는 나보다 낫네. 나는 이거 쓰면서 우리 마누라한테 정말 미안하더라.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고 돈 모아둔 것도 없고. 우리 마누라야 유리지갑이니 얼마 버는지 빤하지만, 내가 사업을 하잖아. 그러니까 어느 때는 돈다발이 굴러다니다가 어떤 때는 벌어둔 돈만 까먹고 있을 때도 있어." 재벌 아내는 '돈다발은 무슨'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이 사람 월급 포함해서 평균 매달 5백만 원 정도는 수입이 되는데 왜 돈이 안 모이는 걸까? 적어 보니까 애들 교육비가 70만 원 정도, 자동차가 두 대라 거기에 돈이 좀 많이 들어가고, 외식비도 좀 많더라. 저금이라고는 마누라가 억지로 30만 원씩 하는 게 전부야. 도대체 돈이 다 어디로 가는 건지 정말 오리무중이다." 늘 쾌활했던 재벌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돈을 통제하는 행복한 부자

재벌이 이야기를 마치자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졌다. "나는 너희들이 만날 때마다 항상 돈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솔직히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나보다 다들 더 많이 버는 데 왜 저렇게 늘 돈이 없다고 하는 걸까 이상했던 거지. 너희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겠지만 내 생각에 여기서 내가 제일 부자인 것 같다. 난 올해로 직장생활 한 지 7년이 되었다. 우리 집 한 달 수입은 360만 원 정도야. 내 월급이 260만 원쯤 되고 아내가 은행에서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창구직원으로 일하면서 백만 원 정도 벌어. 나는 부동산은 없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다들 알겠지만 어머니 집이야"라고 하늘이가 말하곤 옆에 앉아 있는 아내와 마주 보며 미소 짓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부부가 지금까지 모아놓은 자산은 1억 5백만 원 정도야. 너희들 사는 집의 전세금도 안 되는 돈이지. 나는 일단 집은 자산에서 제외시켜서 계산했어. 그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안 해. 집이 우리 어머니 앞으로 돼 있기도 하고. 지금은 한 달에 2백만 원 정도 저금하고 있어. 내 자산은 거의 저금으로 모은 거야." 하늘이는 놀라는 친구들 앞에 자신의 재무제표와 함께 통장 몇 개, 그리고 노트 몇 권을 꺼내놓았다. "우리 부부는 일단 목표를 세워서 필요한 액수만큼 모아나가기 위해 저축하고 있어. 이 통장은 생활비 통장, 이 통장은 아이들 교육비 통장, 이 통장은 우리 부부 노후 준비 통장, 이건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돈을 모으는 통장…… 통장이 참 많지?"



친구들은 노트를 뒤적였다. 수입과 지출 말고도 각 페이지마다 빽빽이 적혀 있는 글씨에 저절로 눈이 갔다. "야. 너무 자세하게 들여다보진 마. 그건 나하고 우리 마누라가 서로한테 쓴 글이거든. 남들에게 보이긴 좀 부끄럽다. 우리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함께 가계부를 쓰면서 이렇게 항상 의논하면서 살고 있어."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던 하늘의 아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사는 모습, 참 보잘것없죠? 남들 한 달 교육비로 우리는 한 달을 사니까요. 처음엔 생활비가 적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제가 이 사람보다 더 절약하고 살아요. 무조건 아끼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쓰자. 그게 남편이랑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특별히 남들보다 궁색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때 재벌이 말했다. "그런데 하늘아. 나는 네가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 때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동의를 했거든. 뭐, 이렇게 와서 서로 어떻게 벌고 쓰고 사는지 듣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그러자 하늘이 말했다. "아니, 내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걸. 진짜 이야기는 내일부터지. 그런데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제수씨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떠세요? 평소에 이런 얘기 남편과 많이 하시나요?" 재벌의 아내가 하늘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그러게요. 이런 이야기를 옛날에는 이이랑 가끔은 했었는데 지금은 안 하고 산 지 꽤 됐네요." 그러자 광수 아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엔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네요. 정말 오랜만에 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또, 제 사는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고요."



그러자 하늘은 가방에서 프린트 몇 장을 꺼내 친구 부부들에게 한 부씩 나눠 주었다. "이건 우리 아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