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산에 돈 벌러 가시고
무라카미 류 지음 | 사람과책
1. 딱딱산어느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애완용 너구리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딸이 하나 있지만 먼 도시의 대학에 가서 쓸쓸하던 참이라 막 태어난 너구리 새끼를 주워다 요다라는 이름을 짓고 귀여워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도와가며 손바닥만한 밭이나마 열심히 가꿨습니다. 밭에 콩 심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새로운 품종의 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낙으로 삼았습니다.
할머니의 즐거움은 대학에 다니는 '토끼'라는 이름의 외동딸이었습니다. 토끼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대학에 가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농사꾼 딸이 웬 공부냐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간 푼푼이 모아둔 돈을 내밀며 네 마음대로 얼마든지 공부하라고 말했습니다. "여기 이 돈은 옷을 사 입거나 햄버거를 사 먹거나 자동차를 사면 금방 날아가 버린다. 그러나 토끼 네가 이 돈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5년 후나 10년 후에 반드시 몇 배로 되돌아 올 게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입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요다의 비명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땅이 진동하고 집이 요란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요다가 방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두 사람이 주춤주춤 바깥으로 나가보니 산 너머에 큰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두 사람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 사실을 알았습니다.
운석이 떨어지고 한 달쯤 지났을까. 마당에서 놀고 있던 요다가 이상함 생김새의 콩깍지를 물고 왔습니다. 사람 팔뚝만큼이나 되는 큰 콩깍지는 군데군데 찐득거렸습니다. "이토록 크고 단단하고 두꺼운 껍질의 콩깍지는 본 적이 없어. 틀림없이 돌연변이일 게야. 아무도 모르는 새 품종의 콩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할아버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콩을 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왠지 콩을 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밭에 심은 콩깍지는 물과 비료를 주지 않아도 순식간에 몇 배나 불어났습니다. 어린애처럼 마냥 기뻐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할머니의 불안감은 자꾸 커졌습니다.
콩이 점점 여물어 갈 즈음 할머니는 요다의 모습이 이상해진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활발하고 장난꾸러기였던 요다가 돌변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요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버린 일입니다. 요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요, 하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렇지만 새 콩에 온 정신이 팔려 있는 할아버지는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악몽에 시달리던 할머니가 문득 눈을 떴습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 베갯머리에 요다가 유령처럼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요다는 할머니한테 들키자 느릿느릿 어디론가 모습을 감춰버렸습니다. 겁에 질린 할머니는 조심조심 할아버지의 이불을 들춰 보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온몸에 끈적끈적한 콩 덩굴 같은 것이 친친 감겨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면서 할아버지의 몸에 감긴 덩굴을 잡아뜯었습니다. 그 끈끈한 덩굴 같은 것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자양분과 신체정보를 빼앗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퀭한 두 눈은 유리구슬처럼 무표정했습니다. 기겁을 한 할머니는 맨발로 달아났습니다. 바깥으로 나오니 새 콩으로 뒤덮인 밭은 온통 파르스름한 광채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의지할 곳은 이제 딸 토끼뿐입니다.
할머니 곁으로 딸 토끼가 돌아왔습니다. 갖가지 기계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온 토끼는 요다의 몸뚱이를 탈취한 너구리 콩을 붙잡아 해부하고 유전자를 조사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이 생물은 목표물의 모습으로 형태가 바뀌니까 유전자가 지구의 생물보다 분해되기 쉬워요. 뭔가 에너지를 가하면 산산조각이 날 텐데." 토끼는 불, 식초, 물, 방사성 물질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것들로 시험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콩은 끄떡도 안 했습니다. 토끼도 차츰 조바심이 났습니다. 콩밭은 더욱 강렬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고, 개나 소, 말 형상의 콩, 마을 사람의 모습을 한 콩들이 느릿느릿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틈에 할아버지 모습의 콩이 할머니에게 바싹 다가왔습니다. 할머니는 토끼와 함께 도망쳤지만 끝내 잡히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 모습을 한 콩이 초점 없는 퀭한 눈을 할머니 코앞에 바싹 들이대자 겁에 질린 나머지 할머니의 틀니가 딱딱 부딪쳤습니다. "딱딱딱딱딱딱딱딱."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할아버지 모습의 콩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달아나는 것이 아닙니까. "소리다!"
토끼는 전국에서 틀니 낀 할아버지, 할머니를 불러모아 콩밭을 포위하고 한꺼번에 틀니를 울리도록 하라고 동료에게 시켰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콩밭을 에워싼 산 위에서 일제히 틀니를 부딪쳐 소리를 냈습니다. "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 그 순간 콩밭을 뒤덮고 있던 푸른 광채가 오렌지 빛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개나 소, 말, 너구리, 고양이, 사람의 형상을 한 콩의 몸뚱이가 한꺼번에 파열됐습니다. 지구는 그렇게 해서 구조되었습니다. 지구를 구한 것은 할머니의 틀니를 제외한다면 토끼의 지식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자기가 품고 있던 희망이 참된 것이었음을 알고 정말 기뻤습니다.
투자는 때로 희망을 낳는다희망이 없는 곳에는 투자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람은 투자를 통해 희망의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그저 행운을 기다리는 것도 시간이라는 소중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는 의미에서는 일종의 투자인 셈인데 특히 '이렇게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노력이나 시간 같은 코스트를 지불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의 투자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도 그렇지만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초 예상과 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 세계에서 말하는 리스크란 가령 '얼마 의 확률에 몇 퍼센트의 손해'라는 식의 수량적, 구체적으로 평가된 불확실성을 뜻합니다. 불확실성을 '리스크'라는 구체적인 양으로서 파악하여 이에 대처하는 것은 투자만이 아니 라 인생에서도 생존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리스크'의 파악은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인간의 지혜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예상했던 결과를 밑도는 경우 는 당연히 큰 문제입니다. 가능한 적은 리스크로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고자 노력하는 자 세가 기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반대의 경우 즉 투자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경 우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리스크는 나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 히 장기적인 투자에서는 당초 예상도 못한 큰 부를 안겨주는 일도 있습니다. 위험이 없는 곳에는 행운도 없다는 것, 또 현실적으로 투자에는 의외의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는 것을 아울러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근심, 걱정만이 인생을 개선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도 마 찬가지입니다. 희망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갖고 의도 적으로 리스크를 포용할 필요성과 유용성, 그리고 그 즐거움을 아셨으면 합니다.
2. 엄지 동자어느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68살, 54살이었습니다. 자식이 없는 두 사람이니 물론 손자도 있을 리 없습니다. 부부끼리만 살아서일까요,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자식이랑 손자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자식이나 손자, 그리고 가족이 정말로 우리의 행복의 조건인지 어떤지는 모릅니다. 두 사람이 굳이 자식을 갖고 싶어한 까닭은 텔레비전 광고 때문입니다. 카레 광고, 주택 광고, 4륜 구동의 자동차 광고, 감기약 광고, 냉장고 광고에는 으레 행복한 가족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 광고들은 하나같이 가족은 행복한 존재라고 우리를 세뇌시킵니다.
텔레비전 광고 때문에 자식을 원하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갖기로 했습니다. 얼마 후 사내아이가 태어났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아주 자그만 아기였습니다. 마치 미니어처 인간 같아서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이의 키는 장난감 병정 크기밖에 안 됐습니다. 두 사람은 아이의 이름을 길게 지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리틀 보이'라고 부르다보니 어느새 그 이름으로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리틀 보이의 장래에 대해 여러 사람과 상의했습니다. 워낙 작아서 자기들이 죽은 뒤라도 제대로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몹시 걱정이었습니다. "연예인을 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에서는 이런 작은 키가 오히려 득이 될지도 모릅니다." 할아버지가 잘 아는 회사 사장의 충고였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연예계 사정에도 어두웠고, 정말로 리틀 보이의 적성에 맞을지 어떨지도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다른 길이 있는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사장의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리틀 보이가 중학교를 졸업하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를 명문 연예학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리틀 보이는 정말 싫었습니다. 태어난 후로 줄곧 리틀 보이는 매스컴의 추적 속에 자랐습니다. 리틀 보이는 매스컴이 싫었습니다. 연예인이 되면 매스컴을 상대해야 합니다. 리틀 보이는 연예인이 아닌 좀더 다른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리틀 보이는 지금까지 키워 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한사코 권하자 제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연예학원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여사장은 리틀 보이를 제일 예뻐했습니다. 여사장은 과거에 배우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괴물처럼 살이 찌고 화가 나면 얼굴이 시뻘겋게 된다고 해서 붉은 요괴라 불렸습니다. 여사장은 밤마다 리틀 보이를 방으로 불러 성희롱을 했습니다. 학원 레슨비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상한 여사장도 싫고, 댄스나 노래, 연기 공부, 모든 것이 리틀 보이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붉은 요괴의 성희롱은 날로 심해져서 리틀 보이는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입니다. 언제나처럼 리틀 보이를 방으로 부른 붉은 요괴는 '허니', '마이 달링', '귀여운 스위트 하트'니 하면서 블라우스와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더니 바람 빠진 농구공 같은 젖가슴을 훌렁 드러냈습니다. 그리고는 젖무덤 사이에 리틀 보이를 파묻어 버렸습니다. 간신히 젖무덤에 풀려난 리틀 보이는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이 없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책상 위의 옷핀이 눈에 띄었습니다. 리틀 보이는 재빨리 책상 곁으로 다가가 옷핀을 집었습니다. 붉은 요괴는 히죽 웃더니 리틀 보이의 몸을 움켜쥐고 입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죽어랏!" 리틀 보이는 외침소리와 함께 옷핀으로 붉은 요괴의 미끈미끈한 혓바닥을 죽을힘을 다해 찔렀습니다. 붉은 요괴는 무시무시한 비명을 지르며 리틀 보이를 내뱉었습니다. 방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리틀 보이는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붉은 요괴의 방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리틀 보이는 연예학원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조리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했다. 그래도 우린 걱정이구나. 리틀 보이야, 넌 우리가 죽고 나면 어떻게 살 작정이냐?" "찾다 보면 뭔가 제가 할 만한 일이 있을 거예요." 그 후 리틀 보이는 바닷속이나 대기권 밖을 탐사하는 초소형 탐사선의 파일럿이 되었습니다. 리틀 보이의 체격에 맞추면 탐사선을 아주 싼값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리틀 보이는 전 세계의 영웅이 되었으며, 훗날 리틀 보이처럼 작은 인간을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리틀 보이는 에너지 절약운동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투자는 하지도 말고, 해서도 안 된다이 지침은 독자들이 억울한 투자손실을 입지 않기 위한 방패 구실을 할 것입니다. 현실세 계에서는 투자 대상을 투자자에게 소개해 주는 투자중개인과 고객의 입장인 투자자가 있 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는 대부분의 경우 중개인의 영업활동에 의해 투자 대상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의 운용 상품은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외환시장처럼 프로끼리 거래 하는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른바 공정한 수익을 중개인인 금융업자와 투자자가 나눠 갖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투자 대상이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중개인의 수입이 얼마인지를 파악해야만 자기 수입이 얼마나 될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침에서 말하는 '납득한다'라는 것은 최소한 리스크의 내용과 중개인의 수입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실제로는 중개인의 몫을 투자자가 알 수 없도록 하여 중개인측이 큰 잇속을 챙기는 조건 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중개인측이 벌어들이는 액수를 정확히 모르 는 채 투자할 경우에는 투자자가 눈치도 못 채는 사이에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잘 모르는 상품에 대한 투자를 보류했다고 해서 그 결정 자 체가 그 시점에서 투자자의 손해를 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중개인 측이 상품 설계 단계에서 계산착오라도 저지르지 않는 한 투자자에게 유리한 상품은 없다 는 뜻이므로 잘 모르는 상품은 안심하고 투자를 보류하십시오.
3. 혀 잘린 참새옛날 옛날 어느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욕심 많고 심술궂은 놀부 심보의 할머니는 다들 싫어했습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참새 한 마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기어드는 소리로 짹짹짹 울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참새는 날갯죽지에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런 딱하기도 하지!" 참새를 가엾이 여긴 할아버지는 집으로 데리고 와 응급처치를 해 주었습니다.
"어, 참새를 잡아왔군요. 당신 한 일 치고는 제법이구려. 불에 구운 참새의 뇌수를 마시면 그 맛이 기막히다던데. 당신 돈벌이가 시원찮아서 영양가 있는 건 통 먹질 못하잖우. 오늘은 참새 뇌수나 마셔야겠네요." 참새를 본 할머니는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습니다. 그냥 뒀다가는 먹어 없애겠구나 싶어 할아버지는 참새를 몰래 숨겼습니다. 참새가 어디론가 사라지자 오랜만에 기름진 것을 먹게 됐다며 즐거워하던 할머니는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눈이 뒤집힌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괭이로 찍어 빈사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다.
"짹짹짹. 여기 보세요, 할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할아버지는 기묘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참새 울음소리와 귀여운 계집아이의 음성이 뒤섞인 듯한 묘한 소리가 어둠 속 저편에서 들려온 것입니다. 괭이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는 목소리가 머리 속에 메아리쳤으나 대꾸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구해 주신 참새예요. 일껏 상처를 치료해 주셨는데 할머니한테 들켜서 이제 곧 뇌수를 먹히고 말 거예요.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들으세요. 저는 북쪽 숲을 생활터전으로 삼으면서 동쪽 숲에 둥지를 틀었답니다. 북쪽 숲에는 대략 일곱 종류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있어요.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이 숲의 7가지 나무 중 3종류의 나무 열매가 말라죽지만 나머지 4종류의 나무는 비가 오면 올수록 열매가 많이 매달린답니다. 또 바람이 거세게 불면 7종류의 나무 중 다섯 나무 열매는 바람에 날려가 버리고요. 이 7종류의 나무 중 두 나무는 여름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열매가 떫어서 먹을 수 없지만 다른 다섯 나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7종류의 나무 중 둘은 매년 두 차례씩 열매가 열려서 겨울에도 열매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곧 할머니한테 먹히고 말 거예요. 그러니까 동쪽 숲의 제 새끼들한테 먹이를 찾을 땐 북쪽 숲으로 가라고 전해 주지 않으실래요? 제 둥지는 절 구해 주셨던 곳에서 서쪽으로 150미터쯤 더 들어간 큰 떡갈나무 속에 있어요."
할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아 목숨을 건졌으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우선 참새를 처음 발견했던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참새가 일러 준 대로 서쪽으로 150미터 가량 더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가 큰 떡갈나무 곁에 당도하자 '참새의 집'이라는 간판이 서 있고, 그 건너편에는 색다른 형태의 건물이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용기를 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건물 내부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참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