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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

민은정 지음 | 미래의창


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

민은정 지음

미래의창 / 2024년 9월 / 256쪽 / 18,000원





브랜드 세계관, 꿈을 창조하다



브랜드가 꾸는 꿈, 세계관


부탄은 ‘작지만 행복한 나라’라 불린다. 과거 국가행복지수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 그 시작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부탄은 국가행복지수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부탄은 행복’이라는 공식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것은 1위를 한 임팩트가 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부탄이 국가행복지수 1위에 올랐던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었을까?

리조트 리브랜딩 프로젝트로 밤낮을 고민하던 몇 년 전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나는 유명 리조트들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영감의 재료를 찾고 있었는데, 비슷비슷한 메시지로 지칠 때쯤 뇌리에 강렬하게 박히는 다음의 메시지가 있었다. ‘행복한 자연에 행복한 삶이 깃든다. 왜냐면, 인간의 삶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이는 부탄을 소개하는 블로그에서 발견한 문장인데, 환경과 삶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 자연이 중심이 되어야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주장, 단 한 줄에 담겨진 또렷한 메시지였다.

부탄을 설명하는 여러 자료들을 읽어보면서 놀라움은 더 커졌다. 이러한 관점을 실제 실천으로 옮기려는 그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부탄에서는 물고기를 속이는 낚시와 동물이 고통을 받는 도축은 금지다. 그래서 필요한 육류는 모두 수입한다. 또 헌법에 따라 전 국토의 60% 이상을 숲으로 유지한다. 왜냐하면 부탄의 땅에 깃든 생명은 물고기부터 풀 한 포기까지 모두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에 대한 부탄의 진정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무려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729년 발표된 부탄왕국법전에는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쓰여 있다. 그리고 이 가치관은 훼손되지 않고 이어졌다. 모든 국가들이 경제 발전에 몰두하던 1972년, 부탄의 4대 국왕은 ‘국민총행복’이라는 개념을 발표하고 ‘국민총행복위원회’를 신설한다.

다음은 어느 부탄 공무원이 한 말이다. “국민총생산을 지향하면 인간을 기계처럼 다루는 정책이 나옵니다. 문화는 상품이, 환경은 산업이 됩니다. 그러면 삶은 고통스러워집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인생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국가행복지수 1위는 어쩌다 얻게 된 타이틀이 아니었다. 행복에 대한 남다른 세계관을 만들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실천한 결과였다.

브랜딩은 본질을 증명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는 본질이다. 그리고 브랜딩은 그 본질에 대한 증명이다. 본질을 이기는 마케팅은 없고, 본질과 괴리된 브랜딩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의지이며 실천이다. 이 모든 시작점은 어디일까? 남과는 다른 나만의 관점이다. 관점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실천으로, 실천에서 확장과 발전으로…. 마침내 이 모든 것이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실천되지 않는 관점은 의미가 없고, 발전되지 않는 관점은 희미해진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브랜드 세계관’이다.

독일 철학에서 출발한 용어인 ‘세계관’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이다. 관점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행동을 낳으며, 행동은 결과를 결정한다. 결국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 어떤 변화에도 나 자신을 지키고 나답게 발전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만의 탄탄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다. 초일류 브랜드의 대단한 혁신과 빛나는 성공도 그 출발점은 남다른 관점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이었다.

세계관이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브랜드 리더십, 게임체인저:
인터브랜드가 말하는 브랜드 리더십은 다음과 같다.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여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일으키는가?’ 그렇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 그것이 브랜드를 강하게 만들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는 변화를 일으키는 브랜드, 그래서 영원히 그 변화의 맨 앞에 서는 브랜드, 선택의 이유를 바꾸는 브랜드를 게임체인저라고 부른다. 흔히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라고 하면 테슬라, 애플, 아마존 같은 거창한 브랜드들을 떠올리곤 한다. 이들은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는 것을 넘어 세상을 통째로 바꿔버린 진정한 게임체인저다. 동시에 세상에 없던 니즈를 스스로 창조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낸 퍼스트무버(First Mover)다.

성공한 퍼스트무버는 게임체인저다. 그런데 다행히도 모든 게임체인저가 퍼스트무버는 아니다. 애플처럼 독보적인 기술이 없어도, 아마존처럼 압도적인 네트워크가 없어도, 앞서간 브랜드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프레임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나부터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의 관점, 더 나아가 시장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자신만의 관점,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가 살아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패션을 디자인이 아닌 환경의 일부로 바라본 파타고니아, 중고거래를 지역생활 커뮤니티로 재정의한 당근, 휴대폰 케이스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만든 케이스티파이, 처음으로 아파트에 독자적인 브랜드를 접목한 래미안 그리고 e편한세상, 색상의 세계 공통 기준을 만들어낸 팬톤 등은 세상을 뒤흔드는 혁신적 기술 없이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은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조연으로 머물고 싶은 브랜드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음 세 가지다. 분량이 많은가?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있는가? 누구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가? 분량, 서사, 관점. 이 3가지를 브랜드에 적용해보자. 처음부터 분량을 확보할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 새로운 브랜드가 사람들의 삶에 분량을 차지하기까지는 시간의 힘이 필요하다.

다행히 서사는 브랜드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그것이 브랜드 스토리다. 관점, 이것 역시 브랜드가 주도할 수 있다. 나만의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관점을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그 관점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결국 분량은 늘어나게 된다. 이것이 브랜드가 주인공 자리까지 오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룩할 수 있는 길이다.

세계관 만들기 1단계 - 지금의 세상 다시 보기


브랜드서밋에 참가해 누구나 알 만한 글로벌 브랜드의 CMO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똑같은 질문이 주어졌다. “지금 여러분의 브랜드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 네 가지는 무엇입니까?” 놀랍게도 답변의 순서만 다를 뿐, 내용은 모두 다음과 같이 같았다. ‘첫째, 전통 있는 브랜드보다 신선한 브랜드를 더 좋아하는 밀레니엄세대와 Z세대를 어떻게 우리 고객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둘째, 눈부시게 발달하는 AI 기술들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접목할 것인가? 셋째, 우리 브랜드만의 ESG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넷째, 우리 업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이 중 가장 본질적인 고민은 마지막, ‘우리 업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다. ‘재정의’는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자주 직면하는 키워드다. 지금 이 시대가 모든 브랜드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재정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변곡점의 시대, 모든 의미가 재정의된다 / 호기심 갖기, 낯설게 보기, 그리고 부정하기:
왜 업의 재정의가 중요해졌는가?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어제의 활황 산업이 오늘의 사양 산업이 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하고 있다. 세상이 구동되는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는 지금,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브랜드는 하나도 없다. 업을 재정의하려면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을 나만의 관점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상을 재정의해야 내가 꿈꾸는 이상적 세상을 그릴 수 있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세상을 나만의 관점으로 다시 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호기심 갖기, 낯설게 보기, 그리고 기존의 질서 부정하기가 필요하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낯설게 보았는가? 관습을 부정하였는가?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존재하는 세상을 나만의 관점으로 재정의하였는가? 그렇다면 이제 이 세상을 바꾸어볼 차례다.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세계관 만들기 2단계 - 이상적 세상 그리기


더 큰 목적을 찾아 변화하는 브랜드:
세계관의 첫 단계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지금 이 세상을 재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을 재정의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다. 그다음으로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가야 할 자리, 만들어갈 변화를 분명히 알기 위해서다.

참고로 브랜드의 리더십은 시장점유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더 가치 있는 목적과 큰 야망을 보여주는가의 겨룸이다. 그러므로 ‘글로벌 1위 기업’, ‘매출 목표 달성’ 같은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관습을 깨는 임팩트를 보여주어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더 큰 목적을 찾아 변화하고 성장하는 브랜드, 더 큰 목적을 향해 멈춤 없이 나아가는 브랜드, 그러한 브랜드만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새로운 세계:
세상은 성공한 브랜드와 실패한 브랜드가 아닌, 변화를 꿈꾸는 브랜드와 지금에 순종하는 브랜드로 나뉜다. 내가 만들어갈 변화, 내가 만들어갈 세상, 이것이 세계관의 핵심이며 브랜딩의 중심이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동력을 갖지 못한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브랜드인가? 어떤 변화를 꿈꾸는가?

세계관 만들기 3단계 - 내 역할 재정의하기


식물을 화분에서 키운다면 제때제때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어야 한다. 분갈이 시기를 놓치면 식물의 성장이 더뎌지고 심하면 뿌리가 썩고 만다. 그런데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면 신기하게도 눈에 띄게 쑥쑥 자란다. 동물도, 사람도, 그리고 브랜드도 제때 적절한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내가 어디까지 뿌리를 내릴 수 있는가, 내가 어디까지 헤엄칠 수 있는가는 내 한계를 어디까지로 인식하는지에 달려 있다. 내 한계를 작은 화분, 작은 어항에 가둔다면 그 이상 성장할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한계를 제품 또는 서비스 카테고리에 가두곤 한다. 그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성장하고 싶다면 카테고리라는 작은 화분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카테고리라는 화분에서 나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브랜드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으로 가라.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브랜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라.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세상을 낯설게 보고,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본 이유다.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대표하게 하라:
가장 혁신적인 식품기업으로 손꼽히는 초바니의 창업자 함디 울루카야는 “만드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대표하지 않는다면 현대적인 브랜드라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가 만드는 것은 요거트지만, 우리의 비즈니스는 웰니스(wellness)”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하는 일의 궁극적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역할은 무엇인가? 당신의 브랜드가 당신이 만드는 것 이상의 가치를 대표하게 하라. 그것이 함디 울루카야가 말하는 ‘카테고리’와 ‘비즈니스’의 차이점이다.

세계관 만들기 4단계 - 지속적으로 행동하기


이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다시 보는 것, 브랜드가 만들어낼 이상적 세상을 그리는 것, 이를 위한 내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멈추거나 목적지를 바꾸지 말고,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기억하자. 명확한 장기 비전과 유연한 단기 행동의 결합이 브랜드의 성공을 이끈다.

브랜딩이란 목표를 향해 가는 끝없는 여정이며, 그 목표는 이상적 세상으로의 변화다. 그러나 변화는 멋진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행동이다. 허브스팟의 CEO 브라이언 핼리건은 “혁신이란 무엇인가? 미래를 상상하고 현실과의 갭을 메우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상상, 그보다 중요한 것이 한 발 한 발 갭을 메워 나가는 행동이다. 행동 그리고 변화. 이것이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 철학 등 브랜드와 관련된 여러 개념들과 브랜드 세계관을 구분 짓는 큰 특징이다. 브랜드 세계관은 명문화되어 벽에 붙어 있는 글귀가 아니라, 행동에 의해 계속 확장된다.

강력한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세계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① 단순한 세계관 -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그림의 첫 점을 찍는 일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계관은 창작의 결과가 아니라, 신념과 실행의 과정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함께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오픈엔딩의 다큐멘터리다.

② 보편적인 메시지가 담긴 세계관 - ‘보편적’이라는 말은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메시지를 만들려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연구하는 것처럼 우리 브랜드가 함께할 ‘삶’을 연구해야 한다. ③ 기업이 아닌, 사람들의 삶이 중심이 된 세계관 - 브랜드가 만들어갈 세상의 궁극적인 가치는 사람들에게서 나와야 한다. 참고로 매출, 영업이익, 업계 순위 등은 경영진의 목표다. 브랜드의 목표가 될 수 없다. 브랜드의 관점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다.



브랜드, 세계관의 주인공이 되다



세계관의 주인공, 브랜드는 누구인가?


국어 시간에 배웠던 이야기의 3요소(인물, 사건, 배경)를 세계관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① 배경 - 브랜드가 존재하는 지금의 세상, 브랜드가 만들어갈 이상적 세상 ② 사건 - 이상적 세상을 만들기 위한 브랜드의 모든 행동 ③ 인물 - 브랜드 그 자체’ 결국, 배경과 사건은 인물이 의미 있게 존재하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물, 즉 브랜드다. 브랜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이며, 의미 있는 변화의 창조자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은 브랜드를 주시하고, 브랜드가 올바르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브랜드를 단순히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형의 객체로 규정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what에서 why로, why에서 who로:
what은 한때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였다.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이것이 what이다. 세상이 지금처럼 브랜드로 가득 차지 않았던 시절에는 분명 what이 중요했다. 모두가 기능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감성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한발 앞선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아주 오랫동안 what의 시대였다. 브랜드는 단지 도구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why의 시대가 찾아왔다. 브랜드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그들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했다. 브랜드가 창출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이미 브랜드의 방향성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 삶의 도구를 넘어, 브랜드는 훨씬 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what에서 why로의 진화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이나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었다. why의 시대는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시 브랜드의 어젠다는 바뀌었다. why가 아닌 who로. 이제 브랜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었다. 우리가 브랜드에게 “너는 도대체 누구냐, 너의 진심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유다. 더 많은 덕목을 갖출 것을, 더 좋은 구성원이 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비로소 함께 살아갈 자격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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