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기회의 99%는 컨셉으로 만든다

탁정언 지음 | 원앤원북스



기회의 99%는 컨셉으로 만든다

탁정언 지음

원앤원북스/ 2015년 7월 / 364쪽 / 16,000원





컨셉의 전제

미국이 초고속인터넷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 컨셉의 전제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미국의 통신회사 AT&T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국내의 한 대표적인 통신회사가 TV포털 출시를 준비할 즈음이었다. 그 회사의 초대 최고경영자를 지냈던 명예 회장은 회의 도중에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미국이 인터넷 속도 경쟁에서 뒤처졌는지 아십니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생각하는 사이, 성격이 급한 명예 회장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말해버렸다. “AT&T 때문입니다.”

1969년, 미국에서는 이미 신개념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등장했다. 미국은 군사적 목적에 따라 컴퓨터와 정보를 보호하고 자원을 분산시키기 위해 ‘아르파넷(ARPANET)’라는 이름으로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어 1983년에는 아르파넷에서 군사용 네트워크인 ‘밀넷(MILNET)’을 분리시킨 후 ‘인터넷’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그리고 1993년에 대통령이 나서서 ‘정보통신고속도로’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의 주도 아래 새로운 정보산업혁명을 일으킬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T&T는 인터넷을 상업화하라는 국방성 고위층의 제안을 무시했다. 대신 당시 붐을 일으키던 방송 미디어 사업에 집착해서 1997년에 TCI와 미디어원 인수에 1,100억 달러라는 비용을 투입하고 미국 최대의 케이블 사업자로 부상했다. 그러다 미국 독점방지법에 따라 결국 7개의 회사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리고 2005년 10월에는 자신의 자회사 격인 SBC에 인수되는 수모까지 겪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은 인터넷 속도 경쟁에서 한국보다 한참 뒤처지게 되었다.

이 AT&T 에피소드가 시사하는 바가 바로 ‘컨셉의 전제’다. 컨셉은 새로운 기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것이 통할 수 있는 전제, 즉 정서적ㆍ문화적 배경을 갖추고 있어야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컨셉은 태생적으로 기존의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된 의식화 운동이기 때문이다. 컨셉의 전제를 무시한다면 컨셉은 설 자리가 없다. 다시 말해 새로운 컨셉적 발상을 받아들일 조직문화가 전제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컨셉은 컨셉으로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AT&T가 혁신적이면서도 본질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조직이었다면, 그리고 열린 조직문화라는 전제가 형성되어 있다면, 인터넷이라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컨셉은 기회와 맞닿아 있다: 컨셉이 혁신적이면서도 본질적이고 목표지향적인 것을 중시하며 열린 조직문화에서나 통하는 것이라면, 그렇지 않은 회사나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컨셉은 필요 없다는 말일까? 반대로 새로운 발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곳이라면, 굳이 컨셉을 논할 필요도 없이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실행에 옮겨 긍정적인 성취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발상을 잘 받아들이는 혁신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굳이 컨셉을 공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조직에서 아이디어는 저절로 컨셉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극히 관료화된 조직이라면 컨셉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혁신적인 성격 때문에 갈등과 분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속해 있는 지금의 사회에는 혁신적이면서도 본질적이고 목표지향적인 것을 중시하는 열린 조직문화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793년 위기에 빠진 프랑스군을 살펴보자. 당시 영국군은 기습적으로 프랑스의 군사 요충지 툴롱을 침공한 뒤 점령해버렸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즉각 반격명령을 내렸다. 반격작전을 짜던 바로 그때 새로운 신임 장교가 전입했고, 즉시 툴롱을 탈환할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신임 장교에게는 혁신적인 전략이 있었다. 그는 장군과 장교들 앞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전략을 꺼내놓았다. 그러자 장군은 풋내기 신임 장교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런 작전은 필요 없다. 우리에겐 칼과 총만 있으면 된다. 돌격만이 유일한 작전이다!”

장군의 큰소리에 신임 장교의 작전계획은 곧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야전에서 오로지 칼과 총으로만 전쟁을 수행해왔던 기존의 군대문화에서는 포병을 활용하자는 신임 장교의 신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신임 장교의 새로운 작전계획을 무시한 프랑스군은 곧 툴롱 탈환 대반격작전에 돌입해 칼과 총을 앞세우고 용감하게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그러자 영국군은 참호 속에서 프랑스 돌격대를 향해 조준사격을 했고, 프랑스군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렇게 프랑스군의 대반격작전은 참담한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실패한 장군은 즉시 소환되었고 새로운 장군이 임명되었다. 신임 장군은 칼과 총을 들고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조직문화가 대반전을 이루게 된다. 신임 장군이 젊은 장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젊은 신임 장교의 전략은 경량화된 포병을 이끌고 방어가 허술한 북쪽 파롱산의 레귀예트 요새를 점령한다는 새로운 개념적 틀에서 나온 것이었다. 레귀예트 요새를 점령하여 포대를 설치하면, 사정권 아래에 놓인 영국군을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 시나리오였다. 새로운 개념의 작전은 즉각 실행에 옮겨졌다. 상대적으로 방어가 허술했던 레귀예트 요새를 공격한 프랑스군은 이를 단번에 점령할 수 있었고, 포병이 포대를 설치하자 영국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허를 찔려 프랑스 포병의 사정권에 놓이게 되자 전황은 순식간에 급반전되었다.

윌리엄 더건 교수는, 현대 마케팅 이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한 군사전략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앞서 나온 젊은 장교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이 쉬운 혜안, 이 단순한 개념 형성의 기술, 전쟁의 전체상에 대한 이 절묘한 의인화는 너무나 완전하고 완벽할 정도로 올바르게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해당 전략에 대한 분석에 등장하는 ‘쉬운’ ‘단순한’ ‘절묘한’ ‘의인화’라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오늘날 컨셉적 사고를 통해 컨셉을 추출하기 위한 컨셉의 조건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참고로 위 사례에 등장한 신임 장교는 나폴레옹이었다.

개인은 조직이라는 문화에 속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데 조직문화라는 것은 안정적인 곳에서는 정체되어 있기 마련이며, 불안정한 곳에서는 변화를 꿈꾸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같은 조직의 문화가 컨셉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벽으로 몰고 갈지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컨셉을 잡을 때는 자신이 처한 문화적 배경과 환경 등 전체 상황을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밖이 아니라 안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 경쟁사, 경쟁 상품, 소비자, 트렌드 등 바깥만 바라보고 있다. 아무튼 컨셉의 시작은 안에 있으며 그 기회 역시 안에 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은 어떠한가? AT&T나 프랑스군 같은가? 아니면 혁신적인 개념적 틀로 움직이고 있는가?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기회가 나의 컨셉을 기다리고 있는가?



컨셉 = 기획의 알맹이

컨셉은 개념이다: 미국 광고계가 철학에서 차용해온 그대로, 컨셉은 곧 ‘개념’이다. 여기서 개념은 각각의 ‘사물’에서 ‘공통점’을 뽑아서 만든 ‘하나의 추상화된 의미’다. 그리고 ‘사물’이란 생명체를 비롯해 하늘ㆍ땅ㆍ동물ㆍ나무ㆍ강 등 실제로 존재하거나 삶ㆍ기쁨ㆍ휴식 등 머릿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또 ‘공통점’은 특정인이 인식한 사물에 내재된 혹은 외재된 성질이다. 그리고 ‘하나의 추상화된 의미’는 사물에 한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개념을 만드는 사람의 주관적 사고행위다. 예를 들어 누군가 하늘을 나는 꿩ㆍ메추리ㆍ비둘기ㆍ천둥오리ㆍ기러기에서 ‘먹을 것’이라는 공통적인 경험을 하고 ‘식량’이라는 의미를 이끌어 내거나 추출한다면 그것은 개념이 된다. 따라서 컨셉은 외부의 여러 가지 데이터(사물들-여러 종류의 새들)나 정보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끌어내거나, 추출하거나, 발견하거나, 꿰뚫어볼 수 있는 인간의 사고능력의 결과이다.

내가 광고대행사에 갓 입사했을 때 광고인들이 입에 달고 다녔던 컨셉은 철학에서의 개념과 다르지 않았다. 철학에서 컨셉을 차용해온 광고인들은 광고의 대상이 되는 기업과 상품, 그리고 기업과 상품의 생존이 결정될 시장ㆍ소비자ㆍ트렌드 등을 분석하고, 기회 요인을 이끌어내서 그것에 특정한 광고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또 복잡하게 전개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무질서하게 솟아오르는 아이디어를 하나로 ‘꿰뚫을 수 있는’ 통합의 고리를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광고대행사에서 컨셉은 컨셉 그 자체보다는 이끌어 내거나 꿰뚫어보는 능력 혹은 방법이나 기술을 뜻했고, 광고인들은 데이터나 정보의 분석을 통해서 컨셉에 이르는 생각의 흐름을 컨셉적 사고라고 했으며, 그 과정을 개념화라고 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 인터넷의 확산과 SNS 덕분에 ‘개념’이라는 말이 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게 되었고, 이제 우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SNS는 물론 실생활에서도 무엇인가를 평가할 때 “개념 있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곤 한다. 그래서 ‘개념 있는 정치인’과 ‘개념 없는 정치인’의 차이 정도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면 컨셉은 어떤 영역으로든지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간단하게 컨셉적 사고가 이루어지고 저절로 컨셉화가 이루어진다. 예로 기업설명회나 상품설명회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소개하고자 하는 회사ㆍ상품에 대한 명확한 개념만 있다면, 참석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개념은 공감과 공유로 의미가 확산된다. 만일 개념을 통해 공감하고 공유하지 못한 채 자신의 논리만 주장하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개념이 아니며 ‘Concept’도 아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실행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컨셉은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못한 채 사그라질 것이다. 즉 컨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즉 함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개념이 컨셉의 출발점인 것이다.

컨셉은 지금까지 없던 ‘무엇’이다: 우리가 컨셉을 뽑을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도출-추출-발견-꿰뚫음’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컨셉적 발상을 하지 않고, 이미 나와 있는 주제를 따라 하는 주제적 발상을 하려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포장마차의 컨셉을 도출하라고 했더니, ‘맛있는 포장마차’, ‘서비스가 좋은 포장마차’처럼 개념이 없는 것들을 써놓고는 컨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컨셉은 주제적 발상을 거부한다. 기존의 주제를 깨부순다. 주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이지만 컨셉은 세상에 없었거나 새롭게 가공된 것이다. 그래서 컨셉은 ‘옥상 위의 포장마차’가 되었든, ‘혼자만 출입 가능한 포장마차’가 되었든 지금까지 없던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한다. 아무튼 컨셉을 도출하려고 했는데, 컨셉이 아니라 주제가 되면 위험하다. 특히 실행에 들어갔을 때 커다란 위기를 겪게 된다.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기업’이라는 경영 컨셉이 있다고 하자. 그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아름다운 상품을 만들라는 것인가? 패키지를 아름답게 하라는 것인가? 당장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을 게 분명하다. 이런 경영 컨셉은 최고경영자에서 신입직원까지, 회사 내 모든 직원의 의식을 하나로 통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도 가로막는다.

기획은 지금까지 없던 것을 짜내는 일이다: 기획을 계획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企劃)은 계획(計劃)을 짜내는 일이다. 이 한마디에 기획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장 구조를 자세히 보면 기획에 계획을 안고 있는 형태다. ‘기획’은 ‘계획’을 ‘짜는’ 행위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즉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영어로도 기획은 ‘Plan’이 아니라 진행형인 ‘Planning’이다. 반면에 계획은 기획을 통해 창조해낸 결과다. 따라서 계획은 세상에 나와 있고 이미 공개된 결과물이다. 기획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일이며, 기업과 개인 또는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좌우한다. 따라서 기획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기획은 기획자의 능력, 즉 기획력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며, 당연히 미래에 대한 파급력도 달라진다.

이해가 빠른 독자라면 기획과 계획에 대한 설명이 바로 앞의 ‘컨셉은 지금까지 없던 무엇이다’에서 거론했던 컨셉과 주제에 대한 설명과 같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기획은 컨셉과 짝을 이루고, 주제는 계획과 짝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컨셉은 지금까지 없던 무엇이고 기획은 지금까지 없던 것을 짜내는 일이다. 따라서 기획은 컨셉을 잡는 일이며, 컨셉은 기획의 핵심이다. 기획이 진부하면 컨셉이 뻔해지고, 컨셉이 뻔하면 기획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기획을 운운하면서도, ‘진짜’ 기획은 하지 않고 지나간 것들을 우려내서 새롭게 포장만 하는 것일까? 그렇게 하면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획의 내용이 전략이다: 전략기획이란, ‘전략으로 기획을 짜라’라는 강조형 합성어다. 여기서 기획이란 전략을 담을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다. 즉 전략을 보고하거나 발표하기 위한 형식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획이라는 그릇의 내용물이 전략이다. 그런데 전략이란 전쟁에서 탄생한 개념으로 기존의 것을 따라 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기획이 틀을 짜는 일이고, 전략이 기획이라는 틀의 내용이라면, 컨셉은 무엇일까? 컨셉은 전략의 알맹이다.



논리 프로세스와 컨셉트리

한 그루 나무가 된 기획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기획자들은 기획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결정권자들은 대개 기획서 자체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성격이 급한 최고경영자나 오너 회장들은 기획서를 읽지 말고 빨리 결론부터 말하라고 재촉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도중에 시간이 없다며 프레젠테이션 룸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되면, 아무리 날고 긴다는 기획자라고 해도 어떻게 요점만 뽑아 프레젠테이션해야 할지 몰라 진땀을 흘리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찾은 해답은 기획서를 한 장으로 압축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험적으로 작은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장 기획서’를 시도해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 후 나는 한 장 기획서를 계속 발전시켜 나갔다. 먼저 기획서를 작성한 다음 그것을 도면화해서 A4용지 한 장으로 압축했고, 단 한 장의 기획서만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하면 할수록 계속 성과가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한 장 기획서에 대한 나름대로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그것이 단지 기획서를 압축한 축약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가장 큰 관건은 기획의 논리 프로세스를 압축하고 요약하되, 기획 그 자체가 아니라 컨셉이 부각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컨셉을 도출하기 위한 간단명료한 논리 프로세스로는 무엇보다도 유기적 통합이 중요했다. 여기서 유기적 통합이란, 기획의 논리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오직 한 가지 컨셉을 향하도록 체계화한 것을 의미한다. 예로 한 그루의 나무가 뿌리ㆍ줄기ㆍ가지ㆍ꽃ㆍ열매 등 각각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서로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획서 작성에서 논리 프로세스의 유기적 통합이라는 개념이 중심이 되자 더 이상 기획서라는 말도 필요 없게 되었다. 그 과정이 씨앗에서 시작해 좋은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줄기를 세우며, 가지를 뻗고, 꽃을 피워 열매에 이르는 한 그루의 나무를 닮은 것 같아 내 마음대로 ‘컨셉트리’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할 때 “컨셉트리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겠습니다.”라고 미리 선언하고 시작했다. 컨셉트리를 체계화하는 과정은 간단명료하다. 컨셉 도출에 필요한 요소들은 나무의 구성 요소들(기후ㆍ토양ㆍ뿌리ㆍ줄기ㆍ가지ㆍ꽃ㆍ열매 등)처럼 서로 영향을 미치며 관계한다. 이들은 논리 프로세스라는 고리를 타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 속에서 자라나며, 그 결과 컨셉이 된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