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이동철 지음 | 오우아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이동철 지음
오우아 / 2014년 8월 / 304쪽 / 15,000원
Part Ⅰ ‘귀하신 몸’이 대접 받는다 - ‘팔리는 아이템’을 만드는 하이엔드 전략
팔리는 아이템의 비밀 - 모두가 ‘술’을 팔 때는 ‘밥’을 팔아야 한다
“전장에 나가면 이기거나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거나 죽는다.” 독일의 명장 에르빈 로멜을 패퇴시킨 미국의 장군 조지 패튼의 말이다. 전장보다 더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비즈니스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수한 제품과 서비스의 총성 없는 싸움에서는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거나 자멸한다. 한 제품의 성패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기존 강자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새내기라면 ‘실패=죽음’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무조건 팔릴 것. 그런데 과연 어떻게 해야 팔릴 수 있을까.
인도에는 3대 주신인 브라흐마(창조의 신), 비슈누(유지의 신), 시바(파괴의 신)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신은 누구일까? 언뜻 생각하면 세상을 창조하는 브라흐마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질 듯하다. 하지만 브라흐마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신세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시바다. 그가 기존의 것을 파괴해 토대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창조도, 이후의 유지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바의 파괴를 보면서 야릇한 쾌감을 느끼는 한편, 파괴의 끝에 찾아올 새로운 세상의 빛을 감지한다.
조지프 슘페터는 저서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 창조적 혁신이라고 주장하며, 특히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가 가장 큰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강자가 들끓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의 룰’이 아닌 ‘나만의 룰’로 싸워야 한다. 경쟁자들이 확고한 룰을 갖고 있을 때 오히려 차별화가 쉬울 수 있다. 기존의 법칙을 하나하나 파괴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모두가 술집을 차리는 곳에서는 술집을 차리면 안 된다. 밥집을 차려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라며 YG의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팔리는 아이템의 첫 번째 비밀, 그것은 바로 창조적 파괴다.
전통 강자들을 ‘흘러간 노래’로 전락시키다! 미래에서 온 시계, ‘웰더’: 시계업계는 전통이 중요한 산업이다. 오랜 역사가 곧 품질과 직결된다. 바셰론 콘스탄틴(1755년 설립), 브레게(1775년 설립), 예거 르쿨트르(1833년 설립)처럼 2백 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물론 ‘신참’ 주제에 선전한 경우도 있긴 하다. 샤넬, 구찌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색다른 디자인과 브랜드력으로, 카르티에는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보석이 박힌 시계와 보관 케이스를 디자인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전문성이 강한 분야라서 역사와 기술을 내세운 전통 브랜드들의 아성은 여전하다.
역사도 기술도 브랜드력도 갖추지 못한 한 회사가 혜성처럼 등장해,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시계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시계 브랜드 ‘웰더’다. 웰더는 시계업계의 ‘합리적인 가격의 명품’을 지향하는데, 기존 브랜드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취한다. 유명시계업체들이 ‘과거의 전통’에 매달릴 때 웰더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존 브랜드들은 장인들의 수공 작업이나 뛰어난 기술력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왔다. 그런데 웰더는 다르다. 일단 이름부터가 그렇다. 웰더의 뜻은 용접공이다. 부속 하나하나를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조립한다고 주장해도 모자랄 판에 용접이라니,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름에 담긴 의미가 퍽 그럴싸하다. 탄생 이래 인류가 지금까지 가진 느낌, 감정, 관심, 아름다움을 하나로 ‘용접’하면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웰드, 즉 용접이란 과거와 미래를 잇고, 고객과 제품을 연결하며, 고객과 번영을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로, 단순한 접착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일체화’를 뜻한다.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렇다면 웰더는 어떻게 소비자의 니즈와 강력한 일체화를 이루는 제품을 만들고 있을까? 어떤 업계나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원칙이 있다. 시계업계에서는 그것이 용두(태엽을 감는 꼭지)의 방향이다. 디자인과 기능이 각기 다른 시계들도 모두 용두만은 오른쪽에 둔다. 대부분의 사람이 오른손잡이임을 감안해 시곗바늘을 맞추기 편하도록 디자인한 데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곗바늘을 맞추기 위해 용두를 돌리는 일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에 불과하다. 오히려 원치 않는 자국을 손등에 남기거나 거치적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웰더는 용두를 왼쪽으로 옮겨버렸다. 틀에 박힌 불문율을 과감히 깨고 고객의 불편을 해소한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웰더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점은 따로 있다.
그간 시계들은 Since와 설립 연도를 적으며 자신들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내세웠다. 명품 시계들이 보통 150년에서 18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상황에서, 신흥 주자의 숫자는 초라하기 그지없을 수밖에. 그런데 웰더의 시계에는 ‘Since 2075’라고 적혀 있다. 아직 오지도 않은 2075년부터 시작된 시계라니, 미래에서 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다. 사실 웰더의 창립 연도는 2007년인데, 어차피 밝혀봤자 이득 될 것 없는 숫자를 과감히 버리고, ‘우리는 고객에게 2075년의 앞선 디자인을 제공한다’는 접근방법을 취한 것이다. 실제로 웰더의 시계는 〈에이리언〉과 같은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나 어울릴 듯한 디자인이다. 그들은 “만약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떨어진다면 오직 웰더만이 그 시대에 어울리는 디자인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시계 케이스 역시 독특하다. 공구함을 닮은 이 케이스는 모두가 예쁘고 럭셔리한 디자인을 추구할 때, 마치 멍키 스패너가 튀어나올 것 같은 엉뚱함으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과거의 유산 대신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고, 세련된 척 폼 잡는 대신 거칠어도 솔직한 모습으로 어필하는 브랜드, 웰더. 모두가 지켜온 불문율을 단숨에 격파하는 창조적 파괴와 기존 법칙들과 반대로 가는 창조적 역주행이 바로 전통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비결이었다.
팔리는 아이템이 비밀 - 명품은 ‘단수(單手)’가 만든다
사시미칼을 김장칼로 쓰고 있진 않은가: 싸우는 기술 중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집약적인 기술을 우리는 필살기라고 부른다. 헤드헌팅시장에서 각광받는 사람은 IT, 재무, HR처럼 눈에 확 띄는 필살기, 즉 주 종목이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여러 대기업에 근무했어도 필살기가 없는 사람은 환대받기 어렵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밥 벌어먹고 살기에 괜찮은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제품들은 쉽게 모방되거나 추월당한다. 그렇다면 필살기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륜서》의 ‘바람의 전략’ 편에서 필살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칼의 길이에 연연하지 마라. 칼 길이에 의지해 멀리서 이기려 하는 것은 마음이 나약한 탓이며 약자의 병법이다. 병법의 도를 깨달으면 칼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칼의 강함에 의지하지 마라. 칼을 강하게만 치고자 하면 몸의 힘이 무너져 나쁜 결과가 온다. 또한 강한 군대로 강하게 이기려 하면 적도 강한 군대로 강하게 대치해 승부를 가리기 어려워진다.”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한 필살기의 최종 조건은 바른 마음이다. 무사시는 내가 나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기다리면, 적의 마음이 비틀어지거나 평정을 잃게 돼 승리한다고 했다. 하이엔드 제품들을 보면 이런 공식을 똑같이 따라간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필살기를 개발하면서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정진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서 단체 주문하는 우산, ‘파소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작은 공방에서 한 부부가 우산을 만들어 팔았다. 이 부부는 스쿠터와 자전거로 직접 우산을 배달하러 다닐 만큼 열성적이어서 회사는 무럭무럭 성장했고,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우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저가 우산이 밀어닥치면서 위기가 시작되었다. 오랜 고객들마저 저가 우산을 사서 쓰는 바람에 회사는 점점 어려워졌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우산회사는 가족의 전부였고, 이 마을의 대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회사를 이어받은 부부의 딸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우산을 새롭게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날 이 공방이 만든 우산은 한 개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세계 곳곳에 팔려나간다. 세계 최고급 우산 브랜드 ‘파소티’ 이야기다.
파소티는 1956년 이탈리아의 작은 동네 카스텔루초에서 시작한 우산 브랜드다. 처음엔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탄탄한 수요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중국산 저가 우산이 수입되면서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파소티는 가격을 첫손가락으로 꼽는 고객들을 보면서도 고객을 탓하기보다 자신들이 뭔가 잘못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들의 우산을 사랑해주는 고객만 믿고, 고만고만한 품질의 제품을 관성적으로 내놓는 동안 고객들이 조금씩 변심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서 파소티는 우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포기해야 하나, 아니라면 우리만의 우산을 어떻게 어필하지?’ 그들은 기본적인 정의부터 새롭게 접근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우산이 비를 막아준다는 일차적인 효용만 부각돼 있었다. 태양이 작열하는 이탈리아에서 비 올 때만 쓰는 우산은 투자 대비 사용시간이 짧았다. 이에 파소티는 우산은 비를 막아주는 도구일 뿐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우산이 옷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접근해야, 고객의 사용시간도 늘리고 저가 수입 우산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우산을 가지고 다녀보면 알 수 있듯, 우산을 펴서 비를 막는 시간은 극히 짧고 접어서 가지고 다니는 시간이 훨씬 길다. 우산이 단순히 비를 막는 도구를 넘어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파소티는 손잡이, 우산 패브릭, 우산 링까지 다양한 매력 포인트를 부각시켰다. 소비자들은 파소티의 변신을 보면서 그제야 우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디자인이며, 우산이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흔히 우리는 역경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의 역사를 보면 역경의 파도를 타고서야 큰 세계로 나갔음을 알 수 있다. 파소티도 그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서 파소티의 우산을 단체 주문하고 팝스타 리한나와 제니퍼 로페즈가 뮤직비디오에 사용할 정도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 파소티. 만약 중국산의 공세로 인한 위기가 없었다면 파소티는 인구 5천 명의 마을에 머물러 그저 그런 브랜드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소티는 저가 공세에 맞서 회사를 효율화하면서 장점 찾기에 골몰했고, 심미성을 바탕으로 우산에서 지팡이, 파라솔 등 연관 영역까지 확대하며 최고급 우산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해나갔다. 현재 파소티 우산은 전 세계를 매혹시킨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다.
Part Ⅱ 알리지 않는다, 알게 한다 - ‘열광하는 고객’을 만드는 하이엔드 마케팅
열광하는 고객의 법칙 - 최고를 이기면, 최고가 된다
벨기에, 프랑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초콜릿을 만들고 제품화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반면 스위스는 초콜릿 후진국이었다. 이런 불리함을 딛고 오늘날 스위스는 이들 못지않은 초콜릿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후발주자인 데다가 불리한 제작여건과 기술 등 열위의 조건을 스위스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스위스의 최고급 초콜릿으로 평가받는 린트(Lindt)의 마케팅을 보면 이들의 성공 비결을 알 수 있다.
쟁쟁한 회사들이 이미 시장을 지배한 상황에서 뒤늦게 파고들어야 하는 린트는 고심했다. 그들은 평범한 구매상황에서 경쟁하면 자사의 상품을 팔기 어렵고, 설사 팔리더라도 경쟁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는 한계를 정확히 파악했다. 그래서 그들은 특정한 시점, 즉 소비자의 이성적 판단이 다소 느슨해지고 지갑이 가볍게 열릴 수 있는 시점을 노렸다. 린트가 선택한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나 부활절과 같은 기념일이었다. 전 세계에서 부활절 초콜릿을 만든 회사는 린트가 최초였다.
린트는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기념 초콜릿을 만들고, 한술 더 떠 이를 자국에 관광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팔았다. 특정한 기념일에, 스위스까지 여행 온 여유 있는 사람들 앞에 아름답게 진열된 스위스의 초콜릿은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구매할 만한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하이엔드 시장을 노리는 후발주자들에게 린트의 전략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언니들’과 싸워서 이기는 법, ‘다미아니’: 주얼리업계는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은근히 나이 많은 언니들(?)이 많다. 카르티에는 1847년생, 미키모토는 1893년생, 반클리프 아펠은 1906년생이니 모두 백 살이 넘었다. 하지만 다미아니는 젊다. 이탈리아 발렌차 포에서 처음으로 보석을 만든 것이 1924년이니, 기존 강자들이 볼 때는 피라미와 다름없다. 하지만 이 후배의 전략이 보통이 아니다. 언니들보다 더 고고하게 굴면서 유명인들 관리도 잘한다. 다미아니의 엔트리 레벨은 2백만 원부터 시작한다. 일반 브랜드들의 문턱이 백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문턱이 높아도 너무 높다. 단지 콧대만 높은 것이라면 코웃음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무시하지 못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이 더 얄밉다.
후발주자가 거목들이 즐비한 무대에 데뷔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것. 그래서 다미아니가 선택한 전략은 시상대회 출품이었다. 다미아니의 창업주 엔리코 그라시 다미아니, 그의 아들 다미아노 다미아니, 그리고 이후 손자까지 3대가 기술적 전통을 잘 이어옴으로써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데, 그들은 보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 어워드를 무려 열여덟 번이나 수상했다.
엔리코 다미아니는 클래식한 전통의 디자인을 강조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최상류층의 눈높이에 맞춘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명성을 알렸다. 이러한 기술적 전통은 다미아노에 이르러 꽃을 피우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다미아노는 장인정신 못지않게 뛰어난 기업가적 마인드로 다미아니를 성장시켰다. 다미아노는 다이아몬드의 환상적인 시각 효과를 드러내는 반달 세팅법을 창조해냈으며, 아기자기하고 패셔너블한 진주 컬렉션을 유행시키는 한편, 새로운 연마 기술을 이용해 화이트골드라는 재료를 대중화시키는 등 획기적인 기술적 시도로 주얼리업계를 리드해나갔다. 현재 다미아니는 다미아노의 아내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첫째 아들이 경영최고책임자, 딸이 스타일과 디자인ㆍ커뮤니케이션을, 둘째 아들이 상품 개발과 생산을 맡는 환상적인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성장을 위한 첫 번째 전략이 시상대회였다면, 두 번째 전략은 바로 유명인사다. 중세와 근대의 트렌드세터가 왕족과 신흥 부자였다면, 멀티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에는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이다. 그래서 다미아니는 헌정 컬렉션을 통해 유명인사를 브랜드에 끌어들였다. 우선 소피아 로렌을 위한 ‘소피아 로렌’ 컬렉션은 은은한 원형 핑크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얹은 제품이다. 두 번째 귀네스 펠트로의 ‘에클리세’ 컬렉션은 작은 물방울이 사랑스러운 디자인이다. 샤론 스톤의 ‘마지’ 컬렉션도 있다. 마지는 스와힐리어로 ‘물’을 뜻하는데, 이 컬렉션의 수익금 일부는 아프리카 ‘클린 워터 프로젝트’에 기부된다.
마지에 이르러 다미아니를 보면 창의력을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로 성장시켰음을 알 수 있다. 마지에서도 다미아니는 파격을 감행한다. 금을 그냥 쓰지 않고 불에 그슬려서 사용한 것이다. 그을린 금은 묘한 야성을 발산한다. 그래서 ‘마지’를 착용하면 아프리카의 황혼이 손가락에 걸리는 듯한 착시에 빠진다. 또한 다이아몬드도 독특하게 해석했다. 누가 뭐래도 다이아몬드는 세팅과 찬란한 광채가 특징 아니던가. 하지만 다미아니는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했다. 마지에 쓰이는 다이아몬드는 다듬기 직전의 러프 다이아몬드다. 그을린 금과 광채가 보이지 않는 원시 다이아몬드는 이전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다. 한마디로 모든 기존 브랜드들이 다이아몬드의 세팅과 광채를 두고 서로 최고라며 싸울 때, 가만히 있던 막내가 “언니들 잠깐, 나는 거기 끼지 않을래요.” 하며 가버리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