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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주유소

문성필 지음 | 시간여행
백산주유소

문성필 지음

시간여행 / 2012년 4월 / 230쪽 / 12,800원





1장 현실을 새롭게 보는 시각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아버지와 함께 주유소 간판을 세우던 날, 나는 작은 꿈을 이곳에 심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주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살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를 바랐다. 주유소를 오픈하자 매장은 차량으로 종일 북새통을 이루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일과였지만 즐거웠다. 그러나 즐거움은 잠시였다. 주유소 간의 거리가 200m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거리 제한이 풀리고, 정부 고시가에서 주유소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연동가로 기름 판매 가격이 바뀌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연일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백산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졌다. 또 3개월 정도의 매출액을 여신으로 주던 정유사가 대금결제 방침을 선입금으로 돌리면서 주유소 경영자들의 사업 의지는 더욱 떨어졌다.

"그래, 차라리 임대를 주자." 그 무렵 나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 업체로부터 주유소 터에 건물을 올리고 임대료를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골치 아프게 장사를 하느니 편안하게 임대료를 받으며 내가 부러워했던 생활을,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임대와 새로운 삶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주유소는 10년을 하루같이 쉬지 않고 달려온 일터였다. 그런데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주유소를 포기하면, 주유소는 그저 돈만 벌려고 아등바등했던 곳으로 나의 지난 시간은 추억될 것이고, 또 나의 주유소는 실패한 사업으로 확정이 되고, 나는 삶의 패배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놈은 내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흉측한 모습으로 나를 막아설 것이고 나의 비겁함을 조롱할 것이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힘들고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은 결코 내 삶의 방식이 아니었다. 잘 했든, 못 했든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익숙하고 가장 치열하게 살아온 곳이 주유소였다. 나는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살필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원했다. 그리고 단순하게 기름을 파는 백산이 아니라, 모두의 꿈을 나누어 가지는 백산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가족만의 안녕과 행복을 만들어내는 수익구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백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그래서 백산주유소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백산주유소의 가치가 보였다.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백산의 자리는 유효한 입지이며, 주유소의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이벤트 물품을 공급하는 곽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상담을 신청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지금 나에게 시급한 일은 목표를 구체화하고 주유업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것이라 판단하여, 정유사의 교육 팀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주유소 운영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요?"

"주유소를 오픈하시는 분이 계시나 봐요?"

"아니요, 제가 받으려고요."

"소장님이요? 지금은 기초 교육 프로그램밖에 없어요. 거의 아시는 내용이라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수강신청을 했다. 이제부터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유소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곽사장과 함께 인기가 많은 주유소를 둘러보았다. 평상시에는 그저 익숙하기만 했던 평범한 주유소들이 곽사장과 함께 둘러보자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는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웠고, 직원들의 유니폼에는 절제가 숨어있었으며, 우렁찬 인사말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그 의미를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다. 또 주유소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잡았다. 아울러 백산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고객들에게 말을 걸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할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후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백산의 의지를 표현하기로 했다. 한시적이었지만 홍보성이 강한 사은 행사를 걸었다. '5만 원 이상 주유 시 라면 5개 증정!' 현수막의 크기와 위치는 삼거리를 몇 번씩 돌며 노출빈도가 좋은 지점을 찾아 설치했다. 사은품 덕택인지 고객의 반응이 좋았다. 또 매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무료세차 서비스를 연계했다.

곽사장은 주유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이 마일리지를 모았을 때, 사은품을 가져갈 수 있는 행사를 제안했다. 나는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품목이 100가지나 되는 행사여서, 그 많은 사은품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실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투자 대비 효과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날마다 신규 회원이 늘어났다. 그런데 업무량이 늘어났음에도 직원들은 오히려 더 밝고 활발해졌다. 나는 직원들과 더불어 주유와 세차는 물론이고 매장을 정리하거나 청소를 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은 나를 문대장이라고 불렀다.



2장 반짝반짝 빛나는 네 번의 인사



변화의 첫 단추, 네 번의 인사: 직원들이 일에 대한 의욕을 갖고 서로 소통하기 시작하자 나는 미루어 놓았던 일을 하나 둘 실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다음과 같은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고객이 주유소에 차량을 진입시키는 순간, "어서 오세요. 백산주유소입니다!"라는 인사를, 주문을 받을 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계산할 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사은품은 어떤 것으로 준비할까요? 사인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를, 주유하고 나갈 때 "감사합니다. 안전 운행하십시오!"라는 인사를 직원들이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네 번의 인사 중 세 가지는 비교적 쉬운 편이었는데, 첫 번째 인사가 문제였다. 첫 번째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매장에 서서 고객을 기다려야 하는데, 직원들은 불편함을 참아내지 못했다. '네 번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근무 방식을 무조건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시급을 올려주었다. 그러나 내가 외출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매장을 비우면 직원들은 이내 흐트러졌다.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직원들을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먼저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솔선수범하는 직원을 불러 "우리 둘이서 시범을 한번 해보자. 네가 차량이 들어오면 안내해. 그러면 나는 뒤에서 고객에게 인사하고 서비스를 할게."라고 말하고, 직원과 짝을 이루어 우렁찬 인사와 함께 차량을 인도하고 주유와 세차를 하고 나갈 때까지 이뤄지는 고객응대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직원들끼리 짝을 이루어 연습을 하게 했다. 그러자 직원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고객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그리고 고객들의 칭찬이 잦아지자 직원들도 즐거워했다. 멋진 변화였다. 새로운 백산을 위한 1차 변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네 번의 인사'가 성과를 보이자 나는 직원들에게 더욱 세밀한 동작을 요구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겉으로는 잘 정착되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두 명의 직원이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3:3:3:1 이건 어때?: '네 번의 인사'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인내하며 나 스스로부터 변해야 했다. 함께하는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건네며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다가가 진실한 내 마음을 보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고, 나에게만 좋은 백산이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백산으로 만들어주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지난 1년 동안의 매출과 비용을 분석했다. 영업이익 중, 경비로 일반관리비 30%, 인건비 23%, 각종 프로모션 비용으로 25%를 사용했고, 순이익이 22%였다.

그런데 일반관리비 30%는 거의 고정비 성격이었다. 여기서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려면, 일정 이상의 매출 상승을 통해 이익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매출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프로모션 비용 또한 더 높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보상하면서 '네 번의 인사'라는 백산주유소만의 특별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이쯤에서 물러서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즉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카운터 자리를 없애고, 카드 정산 단말기 2대를 매장으로 돌려 직원들이 현장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하여 일반관리비, 직원인건비, 프로모션 비용, 순이익의 구조를 3:3:3:1로 정했다. 즉 주유소 이익을 10%로 낮추고, 대신 직원인건비를 7%, 프로모션 비용을 5% 늘려서 계획을 잡았다. 이렇게 할 경우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약 25만 원 내외의 월급여가 인상되는 셈이었다. 힘든 근무환경에 맞게 수긍할 만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직원들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직원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다음 날부터 직원들이 고객에게 하는 인사말 소리가 다시 우렁차졌고, 고객을 대하는 얼굴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유니폼에 새긴 의지: 직원들의 근속이 안정되자 주유소를 벤치마킹하면서 내심 부러워했던 유니폼을 맞추기로 했다. 유니폼 활용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직원들이 장기근속을 해야 했다. 직원 변동이 잦아서 한 번 입고 못 입게 되는 유니폼이 많아지면 자칫 쓸데없는 경비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런 유니폼 착용은 고객과 즐거운 소통의 계기가 되었다. 어떤 고객은 모자가 멋있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남으면 하나 주면 안 되냐고 떼를 쓰기도 했다. 겨울에는 스키복에 털모자와 고글을 착용하고 근무하게 하여, 칼바람과 영하의 추위에도 직원들의 활기를 유지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스키장 가고 싶지 않니?"

"스키 타본 적 있어?"

"아니, 그냥 스키복을 입고 있으니까 괜히 가고 싶어."

지나치며 들은 얘기였지만 추운 매장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즐거워할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스키장으로 MT를 가자고 했다. 당일치기 야간 스키 MT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더욱 진하게 나누었고,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지를 느꼈다. 개성이 넘치는 유니폼은 고객에게 점차 백산을 알리고, 백산을 인식하게 하는 소재가 되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즐겁고 재미있게: 마음이 마음을 여는 것일까. 일을 찾아서 스스로 하려고 하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네 번의 인사'는 점점 정교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공원으로 MT를 갔다. 점심으로 잔디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유치원생들이 줄을 지어 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참새!"

"짹짹!"

유치원생들이 두 명씩 손을 잡고 길을 가면서, 인도하는 선생님의 선창에 화답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구호가 잠시 멈춘 사이 직원 한 명이 장난을 쳤다. "돼지!" 그러자 아이들이 "꿀꿀!"이라고 화답을 하자, 직원들이 한바탕 웃었다. 야유회가 끝난 후, 매장에서 색다른 구호가 들렸다. 네 명이 한 조를 이뤄 '하나, 둘! 하나, 둘!' 구호에 맞춰 손동작을 하면서 차량을 주유기 앞으로 유도하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후 백산주유소에 차량이 진입하면 '어서 오십시오!'라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한 손은 하늘을 향하고 한 손은 주유소에 진입하는 차량을 유도하며 눈은 고객을 밝게 응시했다. 고객들은 주유소 진입 후, 직원들의 유도에 의해 주유기로 4~5m 이동하는 순간에 이뤄지는 구호와 동작, 주유원이 일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차량을 이동시키며 웃었다. 특히 여성 고객들이 좋아했다.

분기 마감을 하고 나면 매번 외식을 했는데, 한 번은 직원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 해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서 종업원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것을 보고, 한 직원이 "우리도 내일부터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아보면 어떨까요? 눈높이를 고객과 같이 하면 더 친절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제안했다. 그날 이후, 직원들은 유도된 승용차가 정차하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았다. 직원들 스스로 고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네 번의 인사'를 처음 제안한 것은 내 의지였다. 그러나 그 동작을 완성한 것은 직원들이었다.



3장 긍정의 에너지, 행복 만땅



여긴 주유소잖아요!: "소장님!" 1년 이상을 열심히 근무하던 직원이 다가와서 봉투를 내밀었다. 사표를 대신한 아쉬움의 편지였다.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영업을 좀 배워보려고요."

주유소 업무 전반에 익숙해진 직원이 떠날 때마다 나는 답답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있을까?' '백산주유소를 회사로 생각할까?' 사표를 들고 온 직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인철씨, 백산주유소가 회사인가요, 주유소인가요?"

"여긴, 주유소잖아요!"



어떤 보람을 주어야 하나: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지를 알고 업무에 임하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그들로 하여금 이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이고 열정을 갖고 일할 만한 것인지를 스스로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거창하게 사업의 이념이니 비전이니 하지 않아도 스스로 즐겁게 주유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백산은 이런 직원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직원이 장기근속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비전을 주어야 하지?'

도둑이 남긴 선물: 주변에 백산의 서비스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한창 오를 때였다. 겨울이 되자 세차 고객이 크게 늘어 일손이 부족했었다. 그때 김성일이라는 친구가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왔다. 20대 후반의 그는 말끔하고 호감 가는 외모에 성실해 보이는 자세가 맘에 들었다. 다음 날 그가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왔기에 곧바로 일을 시켰다. 그는 부지런했다. 1월은 주유와 세차로 주유소 일이 분주한데 솔선수범하여 다른 사람의 일까지 거드니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2주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그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선임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의 근황이 궁금해지고 있었는데, 꼭 3주 만에 일이 터졌다.

"카드 복제 및 불법 매출 신고로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형사 두 명이 찾아와 직원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주유소 내부와 외부를 살폈다. 당시는 경영정책을 3:3:3:1로 하면서 카운터 인원을 줄이고 주유원이 직접 카드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기름값을 결제받는 방식을 채택했었다. 그리고 김성일의 주민등록등본을 비롯한 신상 기록을 요구했다. 그런데 캐비닛의 서류철을 아무리 뒤져도 그의 서류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 그랬는지 사무실에 받아두었던 위조 주민등록등본과 주민등록증 사본까지 몰래 빼내 가져간 것이었다. 얼마 후, 그는 영등포에 있는 주유소에서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던 복제기에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복사하다가 붙잡혀 구속되었다. 카드사에서는 카드 사용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통보를 했고, 피해를 본 고객들이 황당해하면서 주유소를 찾아왔다.

거듭 사과를 하고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카드 복제로 인해 정보가 유출된 고객이었다. 어떤 고객의 정보가 복제되었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기에, 그가 근무를 했던 기간 동안 주유소에서 카드를 사용한 모든 고객에게 통보를 해야 했다. 카드가 복제된 사실을 안내받으면 고객들은 백산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주유소에 전화가 빗발쳤다. 종일 사무실에서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더욱이 매장을 방문해서 항의하는 고객들은 매서운 눈빛과 표정 그리고 액션까지 곁들여 자신의 기분 상태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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