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성공의 비밀
지상현 지음 | 21세기북스
아이폰 성공의 비밀
지상현 지음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 280쪽 / 13,800원
아이폰이 선택한 디자인 전략2006년 나는 국내의 모 휴대폰 업체를 위해 3세대 휴대폰의 시장 크기를 예측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3세대 휴대폰이란 영상통화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을 말한다. 나는 우선 휴대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생각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 조사로 인해 휴대폰이 아직도 첨단디지털 기기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밝혀진 사실은 첨단디지털 기기의 전형은 휴대폰보다 노트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궁극의 기능 중 하나인 화상통신은 휴대폰보다 노트북에서 구현하고 싶어 했다. 노트북을 통해 누리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도 어느 전자 기업의 광고 캐치프레이즈처럼 '디지털 유목민'이 되는 것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양질의 무선 인터넷과 화상통신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은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서 이루어지는 옹색한 화상통화를 그다지 반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아주 빠르게 변했다. 현재 불고 있는 아이폰 열풍은 아주 대단하다. 나는 아이폰이나 블랙베리와 같은 스마트폰에 대한 높은 관심도 위에서 본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바라보고 싶다. 전 세계 휴대폰 업체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있었을 것이다. 하나는 휴대폰을 생활 소품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을 디지털 유목민으로 만들어주는 첨단 디지털 기기로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어느 방향이냐에 따라 디자인 전략도 매우 다를 것이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그래왔던 것처럼 생활 소품으로 전개시켜나간다면 디자인 전략은 고급화 또는 패션화를 꾀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자면 작고 앙증맞은 크기에 보석이나 목재의 재질을 사용하는 과감함도 필요할지 모른다. 색채도 다양한 것이 유리할 것이다. 유명 예술가나 디자이너와 제휴하는 것도 패션화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이는 현재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디자인 전략 사례들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디지털 유목민 전략'을 택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아이폰은 손 안의 컴퓨터를 지향한다고 한다. 가능한 일이다. 앞서 국내 소비자들은 노트북을 가장 전형적인 디지털 기기로 꼽았지만 디지털 유목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트북 역시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지금보다 더 소형화와 경량화를 이루어야 하고 배터리의 수명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무선 인터넷을 위한 이동통신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휴대폰 역시 내장된 칩의 처리 용량을 높이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내가 보기에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둘 사이에 놓인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패를 먼저 쥐기 위해 마주보고 달려가는 형국이다.
아이폰은 일본이나 국내 휴대폰과는 상반된 길을 걸어 탄생했다. 상반된 길은 휴대폰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었고 그 관점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도 움트고 있었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만든 것이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시스템이고 기능이다. 특히 인터넷 장터라 부를 수 있는 앱 스토어가 그렇다. 그리고 같은 배경에서 더해진 또 다른 성공 요인이 디자인이다. 아이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자인의 세 가지가 착착 들어맞고 있다. 아이폰의 성공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들만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휴대폰을 바라보는 그들의 독특한 관점이 옳다는 것은 입증된 것 같다. 많은 업체들이 스마트폰의 대열에 뛰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애플 신화의 출발지는 문화적 아이콘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팟은 디자인 성공 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때 그 성공의 원인을 세련된 디자인이나 독창성에서만 찾으려 하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매사가 그렇지만 애플의 성공에도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예컨대 제품의 교체 타이밍이나 교체 방향 등도 성공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하나가 바로 애플이 갖는 문화적 아이콘의 측면이다. 시장에서 말하는 아이콘(icon, 도상)은 특정 제품군 혹은 계층을 대표하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문화 현상으로 발전된 제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3M의 스카치테이프, 한국에서 '국민 핸드백'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등은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아이콘은 될 수 없다. 이유는 그 제품들은 별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할리 데이비슨은 명품을 넘어서는 로드(road)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관습에 길들여지지 않고 속도가 주는 자유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그런 문화를 담고 있기에 아이콘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매킨토시와 아이팟 역시 베스트셀러를 넘어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제품을 선망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에 대해서는 적어도 한두 가지 이상의 의견을 갖고 있어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제 매킨토시와 관련된 커뮤니티는 셀 수 없이 많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는 제품과 관련된 정보와 제품들이 맞교환되기도 한다. 골동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형 모델만 수집하는 콜렉터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스타일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활동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세간에는 '독특하고 세련된 스타일이 매킨토시 성공의 비결'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심리적인 도구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렇게 합리화를 부추기는 것은 광고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컴퓨터 중에는 매킨토시의 스타일과 비슷한 수준의 브랜드들도 여럿 있다. 취향에 따라 소니의 바이오, LG의 X노트북, 삼성의 센스의 스타일이 더 세련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실 브랜드마다 각각 다른 심미적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이 정도의 세련미로 매킨토시의 성공을 설명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매킨토시의 성공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어는 앞서 말했듯 문화적 아이콘이다.
문화적 아이콘이 되기 위해 애플에서 시행한 몇 가지 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고가 정책을 꾸준히 추구했다. 즉 서비스 제일주의와 명품주의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이다. 둘째, 디자인을 쉽게 바꾸지 않는 가치주의 전략을 선택했다. 다른 브랜드들은 해마다, 심지어 분기마다 디자인을 바꾸지만 매킨토시는 바뀌지 않는 디자인으로 귀금속처럼 가치가 오래간다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애플은 차별화된 스타일을 추구했다. 디자인 책임자로 조나단 아이브가 합류하면서 차별화 전략은 한층 더 강력해졌고 파워맥, 아이맥 등의 디자인은 이때서부터 나온 것들이다.
디자인적 상상력의 샘, 문화적 원형예술과 과학 혹은 예술과 산업의 접점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요구되는 예술적 소양 중 하나는 문화적 원형을 찾아내고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대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 주는 편리한 기능이 아니다. 제품이 전하고 있는 이미지다. 그저 예쁘기만 한 이미지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문화적 원형을 담고 있어야 한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팜므파탈의 원형을 표현했다면 피에트 몬드리안은 현대인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형과 색의 구성으로 모더니티의 원형을 제시했다. 신경미학자들은 몬드리안의 수평과 수직선들이 인간의 시각계에서 이루어지는 정보처리 방식의 특징과 들어맞는 대목이 있어 재미를 선사한다고 주장한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가 사용한 색상의 회색 모노톤이 넘쳐나던 초기 산업 사회의 환경에 생기를 불어넣는 한편 모든 색과 면을 빈틈없이 막아버리는 검은 선들을 통해 현대인의 편집적 강박증을 달래줬다. 단적으로 말해 몬드리안의 그림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모더니티의 한 원형을 제시한 셈이었다. 이브 생 로랑은 몬드리안의 '파랑, 빨강, 노랑, 검정의 구성'을 차용해 드레스를 디자인했고 리트벨트는 '파랑, 빨강, 노랑의 구성'을 모티브로 의자와 건축물을 디자인함으로써 모더니티가 3차원 공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훌륭하게 보여준다.
문화적 원형은 문학작품이나 예술 작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라파이유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문화인류학, 역사학, 정신의학, 심리학 같은 분야에서 제품의 맥락에 맞는 문화적 원형을 찾아낸다. 여기에서 말하는 맥락은 특정 사물 혹은 상품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존재로 표상되고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그 존재를 파악하고 나면 그것을 정확하고 강렬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 혹은 상황을 찾아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상품으로 구현되면 소비자들은 스스로가 의식을 했든지 못 했든지 간에 오래전부터 자신이 이 상품을 원해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디자인, 그것은 종교만큼 깊고 심오할 수도 있다.
디자인 감각? 문제는 철학이야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힘'에 대해 말하지만 막상 그 '힘'을 정량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 앞에서 과거 실적을 말할 때 다소 모호한 과장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실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어디 한둘인가? 성공 스토리의 이면에는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기업의 디자인, 판촉, 유통, 가격, 홍보 등 전방위에 걸친 각별한 노력이 있기 마련이다. 디자인의 성공 사례를 논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디자인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으니 바로 독일의 가전 메이커 '브라운'이다.
192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막스 브라운에 의해 설립된 브라운은 1967년 질레트에 인수된 뒤 2005년 P&G에 인수합병되면서도 '디자인의 명가'라는 브랜드의 힘만은 잃지 않았다. 1951년 막스 브라운이 사망하자 30대의 두 아들이 경영을 물려받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들에 의해 근근이 운영되던 브라운은 1954년 혁신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들이 막스 빌 등 바우하우스 출신 디자이너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바우하우스는 발터 그로피우스라는 독일 건축가가 세운 조형예술 학교로 디자인과 산업의 만남을 최초로 진지하게 고민한 현대 디자인의 출발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디자인은 감각주의를 배격하고 과장 없는 최소한의 디자인을 최상으로 생각했다.
브라운은 디자인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울름조형대학의 프리츠 아이힐러(Friz Eichler)를 고용했다. 1955년에는 오늘날 전설적인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디터 람스가 합류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브라운의 젊은 경영자들은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기업 이념으로 삼아 단순한 가전 메이커를 넘어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다. 디터 람스 디자인 스타일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제품 디자인을 마치 그래픽 디자인처럼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입체적인 제품의 형태를 되도록이면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장방형의 표면에 마치 그래픽 디자인에서처럼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둘째는 알루미늄을 주된 마감재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알루미늄이 갖는 내구성과 심플한 느낌의 색조 때문이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당시로서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브라운의 성공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 혁신을 지원해준 젊은 경영자들의 유연한 사고방식이었다. 만약 완고한 스타일의 설립자가 계속 경영했다면 과연 막스 빌 등을 만나 생뚱맞게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이념을 기업 이념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 바우하우스는 생활환경을 개선해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편안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소 순진하게 들리는 대목이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마케팅에서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의 욕구 충족'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디자인은 마무리가 아닙니다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디자인이 강한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다 보면 서로 상반되는 내용도 많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종 스타급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해 멋진 디자인을 선보이는 기업의 사례도 있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조나단 아이브를 초빙해 디자인이 강해진 애플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어느 재주 많은 디자이너를 데려와 제품 디자인을 혁신시킨 것이 아니다. 그는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이 애플의 기업 이념과 잘 들어맞는다는 점을 이해했고 아이브에게 디자인팀의 운영에서부터 제품의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전권을 위임했다. 또한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도 디자인에 대한 이해 수준이 매우 높았다.
최근 세계 디자인계에서는 창발적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창발 시스템(emergent system)'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시스템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자들의 다양한 심리적 혹은 문화적 욕구, 현재의 기술 수준, 경제성, 개발 시간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일종의 사고법이다. 이 시스템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공학, 심리학, 마케팅을 통합해 사고할 것을 요구한다. 디자이너는 개발, 생산, 판매, 판촉 등 상품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디자이너로서는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그 대신 디자인 제약 조건이 결정되기 전이라 창의적 디자인 개발의 기회는 매우 넓어진다.
창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혹은 제품 기획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을 고려하게 되면 이렇게 기업의 체질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외부 디자이너에게 부분적으로 스타일링 업무를 의뢰하더라도 디자인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견고한 디자인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특히 독자적인 디자인 개발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라면 외부 용역에 의존해도 제품 사이의 통일성과 독창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뇌 속에 숨어있는 원형을 찾아라광고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도 곧 다른 기업들도 따라하고 그럴수록 광고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한다. 많은 광고대행사들이 광고 집행 전후 접촉률, 주목률 등 여러 지표를 측정해 디자인에 반영하지만 모두 대중요법일 뿐 의지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경험이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방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바로 원형(元型, Archetype)이다. 원형은 한동안 학계의 진지한 관심을 받지 못하던 구스타프 융이 개발해낸 개념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미국과 일본 마케팅 학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융은 마음을 세 개의 층으로 둘러싸인 알과 같은 형태로 비유했다. 맨 바깥은 의식이고 그 안쪽이 개인 무의식, 마지막으로 가장 깊은 곳이 집단 무의식이라고 했다. 그 집단 무의식의 핵이 바로 원형이다. 집단 무의식은 한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이미지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러니 그것의 핵인 원형은 한 문화가 공유하고 있는 더 응집된 이미지를 말한다. 각 문화의 신화 속 상징으로 형상화된 원형은 우리 마음속 심연에 각인되어 있어 이것을 건드릴 경우 강한 정서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예컨대 길고 흰 머리칼과 수염을 가진 늙은 현인의 모습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원형의 하나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덤블도어, 우리의 산신령의 모습은 매우 유사하다. 또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오라클 할머니는 우리의 삼신할머니 같은 태모에서 가져온 캐릭터로 보인다. 미국마케팅학회는 이런 원형들이 갖고 있는 강한 정서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