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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손수건 위에

가와다 오사무 지음 | 국일미디어
가방은 손수건 위에

가와다 오사무 지음

국일미디어 / 2010년 02월 / 243쪽 / 12,000원



1. 조금 색다른 행동으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흙발로 집에 들어서는 영업


영업을 하다 보면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에 찾아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할 경우가 자주 있다. 바로 그때 '어라!' 하고 고객의 뇌리에 나를 각인시키는 방법이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영업사원이라면 고객을 방문할 때 영업용 서류 가방을 들고 갈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실례하겠습니다." 방문인사를 확실히 하고서 현관으로 들어서면, 곧 거실이나 응접실로 안내되어 고객이 권하는 자리에 앉게 된다. 가방은 살짝 옆에 두고서……. 여기서 잠깐, 바로 이 가방이 문제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잠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서 이 가방의 하루를 떠올려 보자. 지금 고객의 집 거실에 앉기 전까지 가방은 어떤 장소에 놓여 있었을까?

바쁘게 돌아다니다 길에서 급히 전화를 걸 때 흙투성이 바닥에 내려놓지 않았는가? 지하철이나 카페에서는 대충 발밑에 세워 두었고, 때로는 공중화실에 바닥에 놓아두기도 했다. 허다한 사람들이 신발 신고 걸어 다니는 그 바닥 말이다. 그렇다. 영업인의 가방 밑바닥은 신발 밑창과도 같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 '열심히 뛴' 가방을 고객의 집안에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는 곧 구두를 신은 채 흙발로 집안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영업사원이 우리 집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그래서 나는 반드시 가방 안에 하얀 손수건을 넣고 다닌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그 손수건을 꺼내서 내가 앉는 자리 옆에 깔고, 그 위에 가방을 올려 두는 것이다.

하얀 손수건 위의 서류가방이라……. 조금은 색다른 광경이다. "아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하고 말씀하시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이 말은 즉 '여태껏 우리 집에 온 영업사원 중에는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어떤 부부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던 중에 이런 말을 듣기도 했다. "처음 우리 집에 오셨을 때 가방 밑에 손수건을 까셨죠? 저는 그때 생각했어요. '보험을 든다면 가와다 씨에게 들어야겠다'라고요." 이런 말은 지금까지 몇 번인가 더 들어 보았다. 어쩌면 내가 돌아간 후 이런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모른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네. 정말 놀랐어.", "진짜 성실해 보이는 사람이야." 고객도 기분 좋고 나도 영업사원으로서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 서로에게 즐거운 일이 아닐까?

다만, 내일부터 당장 따라 해 보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고객이 '이 사람, 자기 땀 닦던 손수건을 바닥에 깔고 있잖아!'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그러니 이야기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다른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훔치면 '땀 닦는 손수건은 따로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실수를 통해 배운 노하우다.

다양한 직종의 영업사원들이 주위에 수두룩하다. 그런 많은 영업인 중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 더 고객의 마음에 들어서 '이 사람은 좀 다르군', '이 사람한테 사고 싶군' 하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아무리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하게 된다. 다만, 단순히 유별난 행동을 해서 눈길을 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상대가 어떻게 하면 기뻐할지, 어떤 일에 감동을 받을지 생각하며, 또 그 행동에 나의 마음이나 영업철학이 반영되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속한 대응보다 중요한 것

요즘 시대에는 무슨 일에든지 '빠른 대응이 최우선'이라는 논리가 통하는 듯하다. 물론 나도 인정하는 바이며 그 논리 자체에 반론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신속한 대응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신속한 대응을 받는 고객의 상황이라는 점은 밝혀 두고 싶다. 무조건 빠른 대응과 상대방의 상황을 한번 생각한 다음에 하는 빠른 대응은 일견 비슷하나 전혀 다르다. 여기서도 역시 '나의 시점'이 아닌 '상대방의 시점'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행동에 나서기 전에 잠깐이라도 생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 때라면, 먼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생각해 본다.

지금 고객은 어떤 상황일까?

지금 당장 전화를 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걸었을까?



상상력을 동원하여 고객의 상황을 추리해 본 다음 자신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본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 대로 행동했을 때 고객은 어떻게 반응할지 또 한 번 따져 본다. 적어도 이 정도는 고려한 다음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 메일 한 통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메일은 표정, 목소리 따위의 부차적인 요소 없이 오로지 글자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환경이다. 뜻밖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칫하면 고객에게 나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형식이 되기 쉬우므로 전화 이상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보자. 분주한 직장에서 모니터를 통해 내가 보낸 메일을 읽고 있는 고객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고객은 어떤 기분으로 무슨 표정을 지으며 메일을 읽을까? 고객의 표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기 위해 그 회사까지 정탐하러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고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 역시 가와다 씨답군' 하고 중얼거리며 메일을 읽고 있다. 나는 보험이라는 상품을 다루고 있으므로 메일을 통해서도 고객에게 명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유념하고 있다. 전화를 거는 일도 메일을 보내는 일도 일종의 행동이다. 어쨌든 가장 먼저 내가 아닌 상대방의 시선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신속한 대응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 조금 다른 행동에서 시작된 중요한 변화



고객은 상품과 함께 분위기를 산다


말이나 행동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저 '착한 사람'이 될 뿐, 영업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확실히 일리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착한 사람'과 '영업 실적'. 이 둘은 사실 굉장히 관련이 깊다. 회사마다 수많은 영업사원이 있다. 맡은 상품도 모두 똑같고, 상품설명 방식이나 판매 방식 등등 교육받는 내용도 똑같다. 그런데도 각자의 매상은 천차만별, 서로 몇 배씩 차이가 난다. 이상하지 않은가? 똑같은 상품을 파는데 어째서 영업하는 '사람'에 따라 실적이 그렇게 다를까? 이유는 이렇다. 고객은 영업인한테서 상품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 나온 이야기들과도 관련되는 말이지만, 고객은 상품뿐 아니라 상품 주변의 분위기도 함께 구매한다. 분위기란, 회사의 기업이념이나 고객에 대한 영업사원의 진심과 배려, 혹은 영업에 대한 자세, 나아가서는 영업인의 인생관, 가치관 등이 어우러진 것이다. 이전에 훗카이도의 유명한 전통과자점 롯카테이의 에피소드를 담은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에피소드는 롯카테이에 도착한 한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어느 눈 오던 날 롯카테이에서 기념 선물을 구입한 손님이 가게 점원의 정성스러운 접대에 감동받아 적어 보낸 편지였다.

눈 내리던 그날, 양손가득 과자 선물을 사 든 손님이 밖에서 기다리는 택시를 타려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달려온 점원은 우산을 펴서 손님에게 건네주고는 양손의 짐을 자기가 대신 들어 택시에 실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택시에 오르는 손님을 배웅하며 눈 속에서 "고맙습니다" 하고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택시는 출발했고 수백 미터쯤 지나 문득 손님이 '참, 친절한 점원이었지' 하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자, 점원은 여전히 눈발 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그 손님을 배웅하며 서 있었다. 그리고 택시가 커브를 돌자 점원은 다시 한 번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듣고 다들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유명한 가게인 만큼 물론 고객 접대에 대한 점원교육도 철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새삼 깊이 깨달았다. '역시 그렇구나. 고객들은 상품을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분위기에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하고 말이다.

3. 영업인도 나약한 사람이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기



'꿈 파일'을 만들면 한걸음 전진할 수 있다


당돌한 질문 한 가지를 해 보겠다. 만일 지금 당장 돈도 시간도 체력도 펑펑 남아도는 억만장자가 된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스물여덟 살 무렵에 아내와 함께 각자 바라는 이상적인 생활상에 대해 적어 본 적이 있다. 평소 책을 잘 안 보는 내가 후배의 추천으로 당시 유행하던 『머피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이 계기였다. 나는 거기에 적힌 '부부가 함께 이상적인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라'는 제안이 마음에 들어서 아내를 불러 서로가 꿈꾸는 최고의 삶에 대해 적어 보자고 했다. 부부끼리 마주앉아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다.

해 보고 나니 의외로 우리 가족의 현 상태를 점검하고 앞날을 그려 보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었다. 함께 살아갈 날에 대해 가족끼리조차 진지하게 이야기할 새도 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 속에서, 마치 인생의 '중간 재고조사'라도 하듯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런 발견 덕에 나는 결국 삶의 큰 기로에 서게 되었지만……. 꿈 목록 맨 위에는 먼저 부모님에 대한 소원을 적었다. 세계일주 여행 보내드리기, 신형 벤츠 선물해 드리기, 함께 온천여행 가기 등등. 그 다음에는 우리 가족과 관련된 소원들을 적었다. 일 년에 두 번씩은 해외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 1억 엔짜리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 따위의 바람을 자유롭게 적어 보았다.

시작하기 전에는 못해도 스무 가지 이상은 너끈히 써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원이 떠오르지가 않아서 결국 8가지밖에 적지 못했다. 아무래도 현실이 발목을 잡는 탓이었다. 그런 다음 아내와 함께 서로의 목록을 비교해 보았다. 재미있게도 아내 역시 나처럼 소원목록이 생각보다 짧았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항목이 먼저 나온 다음 우리 가족에 대한 항목이 나온다는 점도 나와 같았다. 우리는 꿈의 순서도 내용도 서로 통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내의 첫 번째 소원 리스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바로 '가격표를 보지 않고 옷을 사고 싶다'는 것이다. 아내는 딱히 고급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아니 오히려 그런 쪽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말이다. "마음껏 펑펑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여자들은 당연히 이런 게 1순위 아니겠어요?" 그래도 나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적어낼 것이 없었다고 해도 그렇지……. 아내가 조금이라도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껏 같이 살면서 아내의 그런 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놀랐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아내로 하여금 '그런 일은 우리 형편에 무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한 남자로서 충격이었다.

나는 아내의 이 꿈을 이루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 그럼 일단 리쿠르트를 그만두자." "그것도 괜찮네요." 나의 즉석 결정에 아내도 찬성해 주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리쿠르트를 퇴사하는 일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당시 나는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 주길 바랐던 것 같았다. 의지가 약해서 혼자서는 도저히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리쿠르트에서는 물론 충분히 훌륭한 대우를 받고 있었고 꾸준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도 하나같이 멋진 사람들뿐이었다. 그런 좋은 환경을 버리고 굳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다는 시도 자체가 쓸데없는 도전이라면 도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업무에 대한 매너리즘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영업목표를 달성해도 더 이상 기쁘지가 않았다. 도통 책을 안 보던 사람이 스스로 책을 읽고, 거기 적힌 내용을 실제로 실천해 본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지 모른다. 헤드헌터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오기는 했지만, 우리가 적어낸 꿈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날 적은 서로의 꿈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시각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가격표를 보지 않고 쇼핑하기'는 도쿄 오모테산도에 즐비한 멋지고 세련된 매장의 쇼윈도 사진으로, '1억 엔짜리 넓은 집에서 살기'는 도쿄 세타가야구(땅값이 비싼 고급주택단지. 연예인, 유명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코마자와 대학 근처의 고급아파트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직접 그곳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 왔다. 부모님용 '세계일주 여행'이나 '벤츠 신형'에 대해서는 관련 팸플릿을 주문했다. 사진과 팸플릿. 이렇게 시각화한 꿈들을 파일에 꽂아 현관에 놓아두고 출퇴근 때마다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졌다. 다 큰 어른이 유치한 행동을 한 것 같아서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때는 둘이서 꽤 즐거웠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렸을 때부터 사장님을 꿈꾸었다든가, 20대 초반부터 이미 장래를 완벽하게 설계하고 있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스타일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강한 의지'가 성공의 필수조건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단호하게 결단을 내릴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꿈'을 적어 보았고, 그러자 '지금 이대로는 이 꿈을 이룰 수 없다'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강한 의지로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작은 결단에서부터 조금씩 큰 결단으로 나아갔던 셈이다. 그리고 아내의 든든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였다. 참고로 그 파일에 들어 있던 '망상'들은 나중에 대부분 현실로 이루어졌다.

정면대결이 아닌 '어깨동무'로 승부한다

괴로운 TA의 정신적 압박을 겨우 이겨 내고 이리저리 피해 달아나려는 자신을 잘 붙잡아 앉혀 드디어 한 통의 전화를 건다. 그러면 의외로 그 다음부터는 두 통, 세 통 연달아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 아마 경험해 본 사람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지만 물론 'No'를 듣고 기분 좋을 수는 없는 법. 거절은 어쩔 수 없는 부정적 상황이고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거절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켜 일상 업무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해 왔다. 영업사원을 지도하는 분들도 꼭 참고했으면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거절당하는 횟수에 목표치를 세우는 것이다. 수첩 빈 공간에다 '거절 목표' 따위의 제목을 최대한 발랄한 색으로 적고 개척 전화에서 거절을 당할 때마다 正자를 그려 나간다. 그리고 '100번을 채우면 상으로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기', '500번을 달성하면 상으로 새 면도기 사기' 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포상기준도 정한다. 물론 고객과 상담 약속을 잡는 일이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한다면 거절을 당해도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약속을 잡아도 못 잡아도 기분 좋은 착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거절당하면 당연히 우울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부정적 상황이라면, 거기에 휘둘려 마음까지 우울해지기보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편이 낫다. 괴로운 일과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옆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걸어 버리자.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홈런왕은 삼진왕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자기 약점을 인정하고 있기에 비로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랑스럽게 말해야 하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직하기 전에 구입한 전기면도기를 13년 동안이나 새로 살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이야 전기면도기쯤 당장이라도 살 수 있다. 연봉은 이미 저번 직장보다 몇 배나 높다. 하지만 신입시절에 '나에 대한 포상'으로 구입한다고 정한 이상, 무언가를 달성하지 않고 그냥 사버리면 안될 것 같다. 나중에 또 무언가 힘든 일을 목표로 삼았을 때, 깜짝 놀랄 만큼 기분 좋게 깎이는 고성능 21세기형 면도기로 내 짙은 수염을 상쾌하게 깎을 날을 지금부터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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