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친절한 윌리 씨
필립 밴 후저 지음 | 거름
프롤로그평범함 것이 가장 특별한 것20여 년 간 200만 마일 넘게 출장을 다니다 보니, 항공기 운항 지연과 수하물 분실, 객실 초과 예약에 불친절한 서비스 등을 누누이 경험한 터였지만, 그 날은 시작부터가 순조롭지 않았다. 호텔에서는 정확히 도착한다던 공항행 셔틀버스가 10분이나 지연되었고, 애틀랜타 공항에서 갈아타기로 되어 있던 컬럼비아행 항공기가 세 차례나 지연되었다. 어찌 됐든 예정보다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비행기를 탔는데, 새벽 3시 45분부터 지루한 기다림과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기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컬럼비아 공항에 도착한 나는 가방 두 개를 찾아 안내 게시판 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호텔과 렌터카, 셔틀서비스 등에 관한 광고물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광고물을 찬찬히 훑어 내려가던 중 내가 예약한 호텔의 광고지가 눈에 들어왔다. 광고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시려면 13번으로 전화하십시오.' 나는 호텔에 전화를 걸어 셔틀버스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호텔 측 안내원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호텔광고지에 적힌 것을 보고 서비스 신청을 한 것이라고 항의하자 안내원은 매우 사무적인 어조로 자기네 호텔에서는 공항 셔틀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그 광고지가 왜 아직도 거기 붙어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뭐 씹은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는 양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택시가 늘어선 공항 출구 쪽으로 낑낑거리며 걸어갔다. 승강장에 서 있는 택시는 한 대뿐이었다. 짐을 좀 늦게 찾았더니 벌써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모양이었다. 택시의 기사는 앞 문짝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는데, 턱이 가슴팍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졸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무거운 가방 때문에 뒤뚱거리며 다가가면서 기사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입고 있는 옷은 소박하고 깨끗해 보였으나 낡아 있었고, 수염은 연륜을 말해주듯 허옇게 셌는데 윗입술을 다 덮어버린 수염 때문에 입 모양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60대 중후반쯤으로 짐작되었다.
거리가 좁혀지자 그가 내 존재를 알아차리고 말을 건넸다. "아이구, 어서 오세요. 타실 거죠?"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친근한 음성에 격의 없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오시길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날 기다렸다고? 이 양반, 오버하는 게 왠지 수상해.' 나는 그를 슬쩍 떠보았다. "앞자리에 앉으면 안 될까요?"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손님이 앞좌석에 앉는 걸 싫어한다. 아마 많이 발생하는 강도사건에 대한 기억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그는 의외로 시원스럽게 아무 데나 편한 자리에 앉으라고 대답했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그가 시동을 켜는 걸 보았다. 이제 기어를 넣겠거니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뜻밖에도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윌리엄 왓슨이라오. 친구들은 '윌리'라고 부르지요. 손님도 그리 불러주면 고맙겠네요."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잠시 정신이 멍했으나 곧 그의 손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필립 밴 후저라고 합니다. 친구들은 '필'이라 부르고요. 저 역시 필이라 불러주면 좋겠네요."
윌리는 악수를 풀고서 무전기의 전원 스위치를 내렸다. "이건 손님을 찾을 때 쓰는 건데, 일단 손님을 태운 뒤에는 신경 안 쓴다오. 괜찮죠?" 내가 얼떨결에 괜찮다고 말하자 내게 목적지를 물었다. 그는 내가 예약한 호텔을 잘 안다면서 25분 내지 30분 안에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만난 지 고작 몇 분밖에 안 되었으나, 나는 이전에 보았던 택시 기사들과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이 남자한테서 느꼈다. 그의 영업방식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일어 그에게 좀더 이야기를 시키기로 했다. "윌리, 오늘 하루도 바빴죠?"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종종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지곤 하지 않던가.
윌리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뇨, 하나도 안 바빴어요. 실은 필이 오늘 첫 손님인 걸요. 정오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40분. 그의 말대로라면 장장 네 시간하고도 30분을 더 기다려 처음으로 돈을 만져보게 됐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 형편없는 일진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금도 찌푸린 인상이 아니었다. 도로를 달리면서부터는 윌리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컬럼비아엔 처음 온 건지, 집은 어딘지. 그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이윽고 윌리가 가장 별렀으리라 생각되는 질문을 했다. "컬럼비아에는 대체 무슨 일로 왔수?" 나는 각종 단체를 대상으로 리더십과 서비스 분야를 가르치는 전문 강사이며, 내일 아침 샌드위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강연회가 있다고 대답했다.
윌리가 그 회사를 잘 안다고 반갑게 말을 받으면서 우리는 격의 없는 대화를 더 나누었다. 출발한지 20여분이 지났을 때, 윌리가 목적지까지 5분도 안 남았다고 알려주면서 윌리표 고객 서비스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필, 시내는 언제 뜰 거유?" 나는 정오에 강연이 끝나면 바로 1시 30분까지 공항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시 윌리가 물었다. "그래요…. 근데 공항에는 다시 어떻게 갈 생각이유?" 나는 속웃음을 웃었다. 윌리는 영락없는 비즈니스맨이요, 대단한 수완가였다. 덕분에 내 마음이 흐뭇했다. 예나 지금이나 판매를 권유하기 전에 고객과 사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판매술의 핵심인 것이다.
"글쎄요. 아마 택시를 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는 그가 어떤 말로 영업을 마무리할지 무척 기대되었다. 윌리가 말을 시작했다. "우리, 잠깐 그 얘기 좀 합시다. 이 동네는 일요일에는 택시 잡기가 아주 힘들어요. 그러니까 여기는 성서 지대(Bible belt,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많이 사는 미국 남부 지방)의 심장부와 같다오. 그래서 일요일에는 쉬는 택시 기사들이 꽤 많고, 일을 하더라도 단골손님들을 예배 후에 데려다주는 정도죠. 그렇다고 뭐, 택시를 절대 못 잡을 거라는 소린 아니유. 오늘만큼 쉽진 않을 거다, 그거죠." 말을 마친 윌리는 마치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잠시 말이 없었다. 침묵의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그의 능란한 언변에 담긴 메시지가 서서히 내 의식 속에 자리 잡는 중이었으니까.
마침내 그가 내게 말을 이어갔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원한다면 내일 12시 정각에 호텔 앞에 차를 대기해 놓으리다. 어때요?" 나는 그러면 좋지만 사람들이 좀 더 얘기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시간을 정확히 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윌리는 12시부터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한 가지만 꼭 알아두슈. 아무한테나 이렇게 하진 않는다는 거요. 그리고 댁이야 그럴 리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택시하나 바람맞히는 것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마냥 기다리게 하거든요." 잠시 뜨끔한 나는 그에게 흔쾌히 동의하고 팁을 후하게 얹어 건넸다.
이튿날 아침, 나는 65명의 회사 관리자와 프랜차이즈 점장들 앞에 섰다. 거의 세 시간 가량 서비스 향상에 필요한 리더십과 고객 서비스 전략에 관해 강연했다. 마무리할 시간이 되자 나는 그들에게 뭔가 인상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시계를 흘긋 보니 벌써 11시 40분이었다. 나는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시간이 11시 40분이니까, 여러분 가게가 문을 연지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정도 됐겠네요. 여러분 중 과연 몇 분이나 이 순간 가게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있을 것이라 장담하십니까?" 모두들 시큰둥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주문 사항과 조리대, 화장실 위생 상태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해서 자신하는지를 되물었다. 이 질문들은 상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 듯 했다.
약간 고무된 나는 급기야 엉뚱한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잠시 후면 저는 애리조나행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는데, 공항까지 타고 갈 택시를 미리 예약해놨답니다. 아마 그 택시는 약속한 12시 정각에 도착할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 모두에게 100달러씩을 드리지요." 그렇게 말해놓고는 한편으로 '아차' 싶었다. '말도 안 돼! 6,500달러를 걸다니…. 마누라가 죽이려 들겠군!' 다행히 청중들은 우스갯소리로 넘기는 것 같았다. 나는 안도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정오를 정확히 4분 남겨둔 시점에서 청중 중의 여섯 명이 일어나 강연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기분이 불쾌해졌다. '내가 기분상하는 말이라도 한 건가?' 그런데 내가 마지막 인사를 할 무렵, 그들이 다시 들어와 외쳤다." "택시가 밑에 와 있어요!" 강연장에 왁자한 웃음소리가 퍼졌고, 프로그램은 더 없이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
비법 1 - 고객을 보는 즉시 알은체하라윌리는 우연한 만남을 특별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사업을 경영하느냐에 따라 짭짤한 팁과 또 다른 영업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일 안면 틀 새도 없이 손님이 뒷좌석에 올라타 버리면, 승객은 곧장 전화 통화에 빠져들거나 신문에 얼굴을 파묻을 것이고, 심한 경우 아예 잠에 곯아떨어지고 말 것이다. 어느 쪽이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그런데 윌리는 나를 보자마자 인사를 건넸고 이름을 소개하여 서로를 '친구'라는 범주에 속하게 만들었다.
윌리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내 이름을 알아낸 건 내가 그의 차에 올라탄 지 1분도 안되어서였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가는 3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내 이름을 적어도 30번 이상 입에 올렸다.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는 사람들을 가까이 끌어당기는 마법 같은 힘이 담겨 있다. 또한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다보면 이름을 외우는 데 도움이 되고 그것은 미래의 서비스 기회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객에게 빨리 접근할수록 고객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 장애나 부정적 인상을 형성할 시간이 줄어든다. 통화중이나 다른 손님을 접대하는 중이라면,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라도 알아봤다는 뜻을 전하여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서비스 게임, 비즈니스 게임비즈니스를 우리가 흔히 즐기는 다른 경기 종목, 이를테면 테니스나 체스 등과 동일한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이 게임들은 모두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어느 게임에서나 참가 선수 양쪽 또는 일방이 개별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전략과 기량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양쪽의 '개별적 목적'이라는 것에서부터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테니스나 체스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상대를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게임에서는 처음부터 매번 쭉 이겨야 한다. 예컨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반드시 이윤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한 번에 영원한 만족을 얻진 못한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는 어느 시대에서나 반복 거래하는 기반 위에 세워진다.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도 분명 승자와 패자가 있다. 승자는 '1957년 창업 이래 연속 업계 1위 선정'이라는 문구를 자랑스럽게 붙인다. 그리고 최고의 수완을 발휘해 성공대열에 합류하려 기를 쓴다. 한편, 패자는 '폐업 세일' 안내문을 붙여놓는다. 그리고 21세기에도 20세기와 같을 것처럼 영업한다. 손님이 불평하면 사납게 대하고 종업원에게 고객의 불평을 직접 처리할 권한과 자격을 주는 데 인색하다. 확신하는 건 비즈니스 게임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애당초 이 게임의 원리를 배워둔 사람이라는 점이다. 게임을 배우는 과정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좋은 소문이 나게 마련이다. 동네의 바베큐 소스 장사건 전국적 규모의 보험업이건 간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고객이 비즈니스의 전부라는 것.
비법 2 - 일상 활동을 재정의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라 업무에 대한 긍정적 사고는 고객에게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만일 우리가 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전화 받는 습관을 들이면 단골 고객들은 우리가 신속성과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와 반대로 고객의 전화를 늦게 받거나 통화 도중에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일이 잦으면 고객은 보다 쉽게 연락이 닿는 다른 거래처로 옮겨갈 것이다. 윌리는 자신의 일상에 조종당하기보다는 일상을 조종하는 쪽을 택했다. 윌리의 생활 역시 판에 박힌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는 택시 기사로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반복해 왔고, 별의별 승객을 상대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하지만 택시 안에 앉아 속을 끓이기보다는 고객 만족과 관련하여 '사소한 일'을 챙기려는 노력을 했다. 사소한 일을 소중히 다룰 때 큰일은 저절로 처리되는 법이다.
오토바이 순찰대를 위한 서비스 강의 사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나의 오랜 고객 랜디였다. 랜디는 남동부 소재 경찰서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경관이다. 나는 그와 함께 경찰관들을 위한 수많은 강좌에 참여하면서 오랜 친구가 되었다. 랜디가 그 날 내게 전화한 것은 순찰대를 대상으로 교양 학교를 열어보라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6개월 동안 경찰서에 접수된 민원 중 90퍼센트 이상이 오토바이 순찰대의 불친절에 대한 항의 내용이었으며, 그로 인해 서장에게 추궁을 받은 모양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양학교?" 아리따운 젊은 여성들을 모아놓고 우아하게 걷고 말하는 법, 예쁘게 차 마시는 법 등을 가르치는 학교가 생각난 것이다.
한편 기동순찰대라는 말을 들으면 특이한 유니폼과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를 신고 거울형 선글라스를 쓴 우람한 근육질의 사내들이 커다란 할리 데이비슨 위에 올라타서는 굉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 대조적인 두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나는 키득거리며 농담하냐고 물었더니, 랜디가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소리야, 농담이라니. 간과하기 쉬운 예의범절의 중요성을 경찰관들에게 일깨워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우리 기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뀔 거야. 그뿐인가? 자네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셈이지. 자네한테도 비즈니스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굉장한 기회 아닌가?"
유능한 세일즈맨이 따로 없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색다른 걸 시도해 볼 좋은 기회였다. 결국 나는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예정된 교육일이 되었다. 늘 하던 방식대로 나는 들어서는 참가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확실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좋긴 XX, 뭐가 그리 좋소?" 그의 몇몇 동료들이 낄낄거렸다. 예기치 않은 도전장에 한 방 맞은 나는 긴장의 고삐를 바짝 조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 동안 나는 내 낙천성과 유머 감각을 있는 대로 쥐어 짜냈다. 그러나 손톱만큼도 효과가 없었다. 경찰관 청중들에게 함께 교감하려는 의지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시계에 자꾸 눈이 갔다. 강의는 4시간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무슨 수를 써야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실 뒤쪽을 쳐다보았다. 그때 아까 삐딱하게 굴던 경찰관이 눈에 딱 들어왔다. 그는 다리를 쭉 뻗어 포개고 고개는 뒤로 한껏 젖힌 자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에게 물었다. "강의 내용이 영 마음에 와 닿지 않지요?" 그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조금도요. 내 대민서비스에는 아무 문제없소. 10년 넘게 이 일만 해왔는데, 이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