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는 촛불이 없다
장기영 지음 | 삼각형프레스
광화문에는 촛불이 없다(한국형 감성 마케팅)
장기영 지음
삼각형프레스/2004년 6월/386쪽/13,800원
1. 감성 마케팅의 시작
감성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감성 마케팅(emotional marketing)이라는 현상에 둘러싸여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우리 생활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는 감성 마케팅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감성 마케팅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디로 가고 잇는 것일까? 앞으로 우리의 의식․생활․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감성 마케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마케팅에서 사용하던 이론이며 시각(컬러) 마케팅으로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컬러 마케팅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감성 마케팅이 최근 인간의 오감인 시각(눈)․청각(귀)․촉각(피부)․후각(코)․미각(혀)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컬러 마케팅 - 국내에서 컬러 마케팅은 월드컵 당시의 SK텔레콤의 ‘Be The Reds' 캠페인을 대표적 사례로 손꼽는다. 월드컵의 ’붉은 악마‘ 경험은 우리가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적 충격과 함께 대표적인 컬러 마케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웰빙 붐이 겹치면서 검은 콩 우유, 검은색 과자 등 검정색을 주제로 한 컬러 마케팅이 부상했다. 지난 2004년 3월 크라운제과는 ’미인블랙‘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매월 3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크라운제과측은 과자에서 검정색 사용을 꺼렸던 관행을 과감히 깨뜨리는 발상의 전환과 건강에 좋은 과자라는 인식으로 폭넓은 고객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향기 마케팅 - 향기 마케팅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극장에 들어서면 팝콘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서점이나 병원의 공간 일부에 미니 커피숍을 입점시켜 커피향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향기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곳은 베스킨라빈스이다. 베스킨라빈스 매장에 들어서면 은은한 초콜릿향이나 페퍼민트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동일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베스킨라빈스는 향기 마케팅을 도입한 후 평균 매출이 40% 증가했다고 한다. 의류 분야에서 이제 향기 마케팅이 도입 초기에 있다. 제일모직은 최근 섬유 표면에 미세한 향료 캡슐을 입혀 향기를 내는 첨단 기술의 신개념 정장을 출시했다.
*음향 마케팅 - 음향 마케팅은 이미 오랜 전부터 모든 매장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화장품, 의류, 식료품, 음식점, 패스트푸드 등 음악이 없는 매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계층에 따라 음악의 종류가 세분화되고 있다.
*오감을 총체적으로 활용한 스타벅스의 감성 마케팅 - 감성 마케팅에서 오감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가 감성 마케팅의 대명사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오감을 총체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스타벅스의 매장 인테리어는 훤하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유리, 심플하고 단아하면서 클래식한 매장 분위기가 고객을 편안하게 감싸안는다.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진한 커피향이 코를 찌른다. 매장 안에 커피향이 가득하다. 담배냄새, 음식 냄새가 뒤범벅이 된 일반 커피숍과 확연하게 다르다. 먹고 싶은 커피를 주문해보자.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 커피숍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늘 즐겨먹는 유럽풍의 커피를 미국 스타일로 접목시킨 커피로서 진한 농도의 에스프레소와 스팀 우유를 혼합한 카페 모카를 시켜보자. 언제나 같은 맛의 카페 모카를 즐길 수 있다. 약간의 시장기가 느껴지면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스낵이 있다. 메뉴는 스콘, 머핀, 샌드위치, 베이글, 케이크 같은 커피와 궁합이 맞는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매장 내에서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타벅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매장의 매니저나 직원이 임의대로 틀어주는 음악이 아니다. 음악 역시 매장 분위기에 맞춘 표준화된 음악이다. 이런 오감을 총체적으로 활용한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는 고급화, 차별화, 맞춤형, 개성, 맛의 전문화 같은 소비자의 욕구와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고 있다.
감성 마케팅의 개념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크 고베(Marc gobe)는 그의 저서『감성 브랜딩(emotional branding)』에서 ‘스타벅스는 단지 커피만 파는 장소가 아니고,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즐겁고 친밀한 분위기를 느끼는 감성적인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감성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마치 감성 마케팅이 컬러․음향․향기 같은 오감에만 기초한 마케팅이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의 감성이란 꼭 오감(五感)만을 총칭하는 것일까? 인간의 감성은 이성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좌뇌, 우뇌의 역할이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통합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감성과 이성은 음과 양처럼 하나가 존재하지 않으면 또 다른 하나가 존재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이성과 감성은 서로 역할은 다르지만 둘이 합쳐지면 전혀 새로운 차원이 된다. 인간의 감성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감성은 오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오감이 합쳐지면 전혀 새로운 차원의 감성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감성은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의 관계가 빚어내는 총체적인 느낌이다. 성인이나 수도승이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조용한 곳에서 혼자 명상을 하는 이유도 주변관계에서 빚어지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사전적 의미의 감성(感性)은 ‘대상으로부터 감각되고 지각되어 표상(表象)을 형성하게 되는 인간의 인식능력’이라 정의한다. 반면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와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기업은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와 좀 더 가깝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친근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온 것이 바로 감성 마케팅이다.
감성 마케팅은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이다
보통 우리는 광고를 통해 마케팅의 트렌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로운 마케팅 흐름은 광고회사나 대기업의 전유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이제 우리 의식과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잇다. TV나 인터넷 등의 영상매체 등장 이후 광고는 이미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고,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있다. 특히 감성 마케팅의 경우 최근 광고를 통해 접하는 빈도수가 더 높아졌다. 경제가 위축되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신용불량자가 400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광고는 감성적 요소를 더욱 강하게 어필한다. 매 시기마다 우리 눈과 마음을 끄는 광고들이 있다.
BC카드는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 ‘여러분, 모두 행~복 하세요! 꼭이요!’, ‘좋은 뉴스가 많이 나오는 TV' 등으로 다수 소비자의 감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카드 자체에 대한 홍보는 없고 부자, 행복, 좋은 뉴스 등으로 희망적 메시지로 국민들의 감성적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컨셉트로 가족간의 이야기를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친 소비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교보생명은 ’마음에 시 하나 노래 하나‘로 경제적으로 희망을 잃고 우울해하는 친구를 위해 영화배우 최민식 씨가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불러주는 장면은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도 영화배우 최민식처럼 힘들고 지친 친구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또는 언젠가 그런 경험이 있는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에게 ’크기가 무슨 상관이야, 가서 크게 키워‘라는 메시지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준다. 청년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기에 나온 적절한 감동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최근의 광고는 불황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희망과 용기, 가족의 훈훈함을 중심 메시지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의 기능이나 특징을 설명하는 대신 사회적 이슈나 쟁점에 대해 소비자의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것이 베네통의 광고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이 바로 감성 마케팅이 지니고 잇는 본질이다. 소비자의 소비문화는 높아졌지만 역으로 돈 만원도 쉽게 지출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상황에 맞추려는 기업의 노력이 훈훈하고 따뜻한 사람의 정을 전달하기 위한 광고로 표출된다. 비록 제품에 대한 홍보는 아니지만 소비자는 반복되는 광고 속에서 감성적 자극을 받고, 더 나아가 그 기업의 이미지와 제품 브랜드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같은 가격, 같은 품질이라면 감동을 주거나 희망을 주는 브랜드를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구축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감성 마케팅은 내용적으로 사회적 마케팅(social marketing)이라 부른다.
그러나 사회적 요소를 반영한 광고라 해서 모두 감성 마케팅의 본질적 성격을 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광고로만 인식되는 감성 마케팅은 그 자체로 함정을 가지고 있다. 일정한 품질․가격․기능에 대한 소비자 만족을 주지 못하는 제품에 감성적 광고를 쏟아 붓는다고 모두 감성 마케팅이라 볼 수 없다. 쉽게 말해서 검증되지 않거나 진실이 왜곡된 제품이나 브랜드는 결국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제품이나 브랜드가 잠시나마 소비자를 현혹하더라도 금방 탄로 나고 만다.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와의 교감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며, 소비자와의 사회적 관계이며 동시에 소비자와 기업의 한 차원 진화된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때, 감성 마케팅의 등장은 분명 새로운 소비문화를 여는 포문이다.
지금 우리는 진화를 위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한국 사회는 변동의 몸살을 앓고 있다. 88년 올림픽,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에 연이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95년 국민 1인당 GNP 1만 달러 돌파에 이은 IMF 사태, 2002년 한일 월드컵, 2004년 현재 경제불황, 대선 불법자금으로 인한 정치권 몸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측면에서 진화를 위한 몸부림이 거세다. 한국사회의 진화의 몸부림에는 과거의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부정과 긍정, 불안과 희망이 뒤섞여 존재하고 있고 상호작용과 투쟁이 교차되면서 새로운 현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경제적 기반의 변화가 한국사회 변동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와 감성 마케팅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경제규모 11위, 자동차 생산량 6위, 세계 100대 브랜드 진입 시작, GNP 1만 달러의 경제 수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고, 생계를 위해 정신 없이 앞만 보던 상황에서 본격적인 소비문화를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GNP 1만 달러의 상황이 8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수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내수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소비문화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에 놓여 있다. 뒤로 후퇴할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감성 마케팅은 이런 기반 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감성 마케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성격이 진화되는 소비문화에 걸맞게 발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한 차원 진화된 감성 커뮤니케이션, 올바른 감성 마케팅 문화를 위한 접근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지난 10여 년 간 표출된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통해 숨어 있는 핵심 코드를 꺼내보자.
700만 명을 움직인 집단적 거리응원의 에너지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우리에게는 무척 흥미롭고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었다. 붉은 악마와 집단적 거리문화에 대한 응집력에 대해 우리 스스로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물론 집단적 거리문화가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집단적인 거리투쟁은 있었지만 그것은 투쟁문화였지 모든 국민이 함께 하는 축제문화는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응집된 국민적 에너지는 과거의 한국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월드컵 당시 집단적인 길거리 응원은 분명 세대, 지역, 계층, 이념을 떠나 처음으로 온 국민이 함께 했던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그 문화 현상은 그 뒤 미군 차량에 의해 희생된 미순, 효순 양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촛불시위, 지난 대통령 선거 때의 인터넷 선거혁명이라는 독특한 문화로 확장되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우리 내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자신감, 한국의 대외적 이지미 제고 등 많은 측면에서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에 대한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월드컵을 통해 ‘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엄청난 에너지가 실제 경제불황을 극복하는 계기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는 월드컵이 끝난 후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위한 포스트 월드컵 종합대책으로 5대 분야 80개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포스트 월드컵 5대 분야로 ① 월드컵 경제적 효과 확대, ② 철저한 사후관리 및 기념 사업, ③ 문화국가 이미지 정착, ④ 지방의 세계화 및 선진 시민의식 지향, ⑤ 국가이미지 제고 등이었다. 1년 뒤 정부는 ‘2002년 경제백서’(재경부 발간)를 통해 한일 월드컵으로 26조 5천억원 가량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 기업 이미지 광고효과 등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매년 0.5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재경부의 발표와 달리 월드컵 효과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은 15위(2002년 10위)로 떨어졌다. 이는 대만․말레이시아․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접근 없이 분위기에 이끌려 이벤트적 방식으로 접근한 졸속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만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국민들 역시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하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엉뚱하게 소비열기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월드컵의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능력 이상의 소비열기도 분명 문제였지만 더욱 큰 문제는 바로 정부의 경제정책이었다. 정부는 IMF 이후 파탄 난 서민경제로 인한 내수 부진을 해결할 방법으로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을 정책적으로 부추겼다. 은행들은 수익률을 쫓아 가계대출을 부추겼다. 모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뒷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수 활성화에 매달렸던 것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가계대출,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 등 내수 활성화 정책은 월드컵 이전부터 진행되었던 것이었다. 오히려 월드컵은 IMF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침체에 빠진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문화, 전에 없던 자신감을 확보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노마디즘의 등장
지난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3당이 연합하여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관용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경호권)을 발동하여 야당과 함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은 생생하게 실시간 중계되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 네이버․야후․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신문사,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는 네티즌이 몰려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네티즌들은 온라인에 집결하여 야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1분 단위마다 수백 건의 항의성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각 홈페이지는 순식간에 트래픽이 증가하여 접속이 쉽지 않았다. 일부 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네티즌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밀어부친 16대 국회를 성토하기 위해 긴급하게 인터넷 게시판과 핸드폰을 통해 여의도로 집결할 것을 호소했다. 12일 당일 오후에는 1만여 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13일에는 광화문에서 10만여 명의 촛불시위로 확산되었다. 촛불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17대 총선에서 불리하던 여론이 반전될 것을 기대하는 야당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의 70%가 탄핵에 반대했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선거혁명을 이끌었던 것이나, 거대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맞서 여론을 이끌었던 네티즌의 정체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