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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만 아니면 누구나 팔 수 있다

이나가키 요시노부 지음 | 창해
바보만 아니면 누구나 팔 수 있다

이나가키 요시노부 지음/이호석 옮김

창해/2003년 11월/192쪽/9,000원



1. 지금까지의 영업방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95%는 점두에서 결정된다

한때 영업자들은 정보를 발신하는 능력 혹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발품을 쉬지 않고 팔고, 언변이 좋은 사람이 능력 있는 영업자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혀 다르다. 상품과 정보가 이미 넘쳐흐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정보를 발신한다고 해봤자 아무도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소비자와의 접점, 즉 삶의 현장인 점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용품과 잡화를 예로 들어보자. 점포에 들어오기 전부터 에머론 샴푸를 살 생각으로 들어온 사람은 겨우 5%에 불과했다. ‘에머론’만이 아니라 “샴푸를 살 생각이었던 사람은?” 하고 물으니 25%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 해도 나머지 75%는 샴푸를 살 생각이 전혀 없던 사람들이다. 점포에 들어와서 ‘특별할인상품’이라거나 ‘POP' 등에 자극받아 무심결에 샴푸를 산 것이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 95%는 점두에서 결정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객의 나머지 5%의 가능성을 보고 광고비나 선전비를 투입하려는 것은 의미 없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극단론일 수 있다. 식품이나 샴푸처럼 일상생활에서 반복구매가 이뤄지는 상품과 텔레비전․자동차 같이 구매 기회가 드문 내구재 상품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가정이나 매장 모두 상품으로 꽉 들어찬 시대에 소비자의 구매패턴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을까? 이런 의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다음 두 가지만은 말할 수 있다.

- 점두에서의 구매행동이 열쇠를 쥐고 있다

- 점두에서의 구매행동을 출발점으로 한 상품 개발(개량)이 중요해졌다



원래 POS 시스템은 수․발주 등을 관리하는 ‘업무처리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것이 ‘마케팅 정보 시스템’으로서 한껏 각광받게 되었다. 소위 ‘판매 추세 발견 시스템’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착오의 시작이었다. 어떤 프로모션 혹은 캠페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정도라면 POS 데이터로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얼마만큼 팔 수 있는지, 또는 소비자가 무엇을 얼마나 구입할 것인지 등등의 미래의 일은 ‘결과’의 숫자에 불과한 POS 데이터로는 파악할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판매된 결과’뿐이다.

포착할 수 있는 것은 마케팅 정보의 8분의 1 : POS 데이터를 통해 포착할 수 있는 정보는 대단히 한정되어 있다. 모든 마케팅 정보의 8분의 1밖에 안 된다. 왜 그럴까?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구매행동’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상품구입 후의 ‘사용행동’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 즉 사용자 정보를 말한다. POS 데이터는 구매행동이 대상이므로 상품구입 후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사용해보니 편리한가, 재구입할 것인가 따위의 사용자 정보는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마케팅에 필요한 전체 정보 가운데 절반밖에 포착하지 못하는 셈이다. 나아가 POS 데이터를 통해 얻는 정보는 구매행동 가운데에서도 ‘팔린 상품’에 관한 정보뿐이다. 사고 싶었는데 살 수 없었다, 혹은 사지 않았다 따위의 정보에 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다시 그 절반으로 줄어들어, 전체 정보의 4분의 1이 된다. 게다가 POS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양’과 ‘금액’뿐이다. 왜 팔렸는지에 관한 구매 이유, 그 대신 사지 않게 된 상품은 무엇인가 같은 구매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그러므로 또다시 4분의 1의 절반이 되므로, 결국 8분의 1이 된다. 실제로는 상품의 특성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POS 데이터가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장감각이다 : 최근 일부 소매업체에서 ‘점두에서의 접객’을 중시하는 전술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점두 접객 중시형’ 전술을 취하게 되면 종래의 방식에 비해 점두 종업원 수가 약 2배로 늘어나게 된다. 경상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는 종래의 약 38%에 비해 약 62%로 높아지지만, 성과는 그보다 더 높게 측정된다. 매장 면적 당 판매액이 대단히 높고, 동시에 점두 손실률이 낮기 때문이다. 점두 접객 중시형 전술을 쓰게 되면 과거에는 각자 따로 놀던 ‘마케팅’ ‘구매’, ‘점두 접객’ 기능을 모두 매장에서 완결시키게 된다. 즉, 현장에서의 체험정보를 그대로 마케팅과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을 위한 정보로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 개발을 위한 조언

․ 판매 결과만을 나타내는 POS 데이터로는 시장 기회를 발견할 수 없다. POS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점두 접객을 통한 현장체감정보에 충실해야 한다.․ 숫자에 얽매여 큰 것만 보다 보면 작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진정한 헤비유저(상위 유저)는 그 수가 적다는 것을 기억하자.․ 소매업자의 현장 정보는 소비자의 지갑 사정이 고작이다. 즉 과거의 정보일 뿐이지 내일의 가설을 위한 정보는 되지 못한다.․ 소비자에게 직접 답을 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어떻게 쓰고, 언제, 누가, 어떤 장면에서 만족했는지를 묻고, 그 말에서 마케터가 직접 답을 구해야 한다. ․ 상품이 넘쳐흐르는 시대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설을 세워야 한다. 가설 세우기의 바탕이 되는 것은 현장에서 얻은 사실이다.



2. 어떻게 하면 팔리는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영업자는 시장 개발자

영업자는 점두시장 개발자 : ‘시장이란 상품과 고객의 접점이다’는 가장 기본적인 말이다. 시장에는 두 종류가 있다. 마케팅에서 통상 '시장' 하면 ‘생활시장’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점두시장’이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가, 얼마나 구입하는가는 점두시장에서 대략 결정된다. 고객이 ‘구매행동’을 하는 장소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편 생활시장이란 고객이 상품의 ‘사용행동’을 하는 장소이다. 어떤 상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왜 그러한가, 얼마나 편리한가 등이 밝혀진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시장을 발견․개발하는 것은 기업의 ‘상품 개발자’이다. 시장조사를 하고 생활의 변화를 뒤쫓아가서 타사보다 뛰어난 제품을 생각해내는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점두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영업자’이다. 점두의 구매행동을 추적하여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는 영업자는 ‘시장(기회) 개발자’인 것이다. 최근에 이들 두 개의 시장 가운데 점두시장이 매우 중요해졌다. 거꾸로 말하면 생활시장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점두시장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구매행동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점두시장의 개발 역할을 맡은 영업자는 점두에서 일어난 사실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가설을 세우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양한 시장 규모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 한마디로 시장 기회라 해도 실제로는 다양한 수준이 있다. 이를 네 개로 나눠서 상정되는 시장(기회의) 규모가 큰 순서로 놓으면 다음과 같다.

① 제품의 시장 기회

② 상품의 시장 기회

③ 매장 만들기로서의 시장 기회

④ 프로모션으로서의 시장 기회



이들 중에서 ‘제품의 시장 기회’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가에 의해, ‘상품의 시장 기회’는 어떤 상품을 개발하는가에 의해 생성되거나 변화하는 시장 기회이다(제품은 Product이다. 이것에 가격 등 유통상의 요인이 더해진 것이 상품, 즉 Merchandise이다). 한편 ‘매장 만들기’와 ‘프로모션’은 각각 상품 구색의 종류와 분류, 어떤 프로모션을 실시하는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장 기회이다. 제품 개발이나 상품 개발은 ‘생활영역의 시장 개발자’인 제품(상품) 개발자의 일이지만, 매장 만들기나 프로모션 등은 ‘점두 영역의 시장 개발자’인 영업자의 일이다. 그러므로 영업자는 개발자로서의 새로운 행동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왜 숫자만으로는 가설을 세울 수 없는가

구매행동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컴퓨터에서 쏟아지는 매출 데이터나 앙케트 집계결과를 보고만 있어서는 새로운 발견이 불가능해진 오늘날이기 때문에 마케터(영업자)가 현장에 직접 가서 정성정보를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 목적은 시장관찰이다. 정성정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정량정보’에 대응하는 말이다. ‘정량정보’란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이다. 예를 들면 판매수량, 금액, 시장점유율, 앙케트 집계결과 등이다. 이에 대해 정성정보란 문자나 그림, 문장 등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이다. 소비자의 의견, 영업일지, 바이어의 말, 매장 사진 등을 들 수 있다. 정성정보는 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나 중요도가 다르다. ‘A 씨를 좋아합니까?’라는 앙케트를 실시했다. 여기서 ‘좋아한다’와 ‘싫어한다’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그 회답수를 집계하는 것이 ‘정량적’ 집계이다. 그 결과 ‘좋아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6명, ‘싫어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4명이었다고 하자. 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좋아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60% 있다’ 단지 이것뿐이다. 여기에서 과연 어떤 가설이 떠오르는가? 이것만으로는 마케팅의 다음 한 수를 어떻게 두면 되는지를 알 수 없다. 왜 좋아하는가, 왜 싫어하는가 하는 ‘이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는 귀여우니까 좋다, 눈이 멋있으니까 좋다가 그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개별회답을 한 건 한 건 차분하게 읽을 수밖에 없다. 집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 포착에 강한 정성정보 :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정성정보 : 관찰이나 기회발견을 위한 정보

- 정량정보 :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위한 정보



앞의 예에서 정량정보로부터, 즉 ‘좋다’와 ‘싫다’의 카테고리 별로 집계한 결과에서 얻어진 것은 ‘좋다고 대답한 사람이 60%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치화, 정량화하여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한편 왜 좋은가, 왜 싫은가라는 개별 이유가 정성정보이다. 이는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정보가 된다. 정성정보란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사실’로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가설’을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정성정보가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기회를 맨 먼저 포착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조짐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대형 백화점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 백화점에서는 ‘점두 접객 시의 정성정보’를 일기 형식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다른 점포의 담당자나 바이어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바이어가 (사실이 쓰여 있는) 판매일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다, 신주쿠 점포에서 ‘OO디자인의 재킷은 없나요?’라는 데이터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부야 점포의 데이터에도 같은 디자인을 찾고 있는 고객이 있었다. 우연히 동시에 이 두 개의 데이터와 조우한 그 바이어가 그걸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데이터가 5%나 10%란 수치가 되어 경향으로 나타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그러므로 경향이 수치가 되어 정량적으로도 파악할 수 있게 되기 전이 바로 기회이다.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에 면면히 흐르는 문맥을 읽어내는 노력이나 능력이 없으면 그 마케터의 능력은 높게 평가받을 수 없다. 정성정보를 의사결정이나 판단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이란 일반적으로 정량적인 정보로 하는 것이다. 정상정보는 원래 관찰하기 위한 정보인데도 안이하게 판단 목적으로 활용해버린다. 그런 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장 기회는 긍정적인 의견 속에 있다

어느 식품회사의 조사에 ‘이 조미료의 튜브는 불투명해서 안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안이 보이는 용기로 만들면 내용물이 변해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안이 보이면서도 내용물이 변하지 않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의견은 클레임과 조금 다르다. 명백한 클레임에는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의견 = 클레임’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의견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실질적 상품 개발이나 개량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그 상품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긍정적인 의견이라면 어떨까? 이러한 의견 속에 바로 마케터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많은 법이다. 긍정적인 의견이란 일종의 ‘체감정보’로, 실제로 그 상품을 사용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혹은 말할 수 없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 기회 발견’의 중요한 정보이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의견이야말로 더욱 중시해야 한다.



3. 올바른 가설은 팔리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사실만을 수집한다

어떻게 하면 사실을 많이 모을 수 있을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실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둘째, 관찰력은 ‘칭찬하는 능력’이 키워준다. 셋째, 칭찬하는 능력은 ‘관점을 바꿔야’ 키워진다.

우선 사실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사물과 현상을 세세한 데까지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에는 착실한 노력이 중요하다. 다음의 ‘칭찬한다’는 것은 적당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앞에서 말한 ‘긍정적인 의견 속에야말로 시장 기회가 있다’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진정으로 칭찬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칭찬은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마지막에 든 ‘칭찬하는 능력은 관점을 바꿔야 키워진다’에 연결된다. 예를 들어 일류 화가의 데생이 그렇다. 피카소로 대표되는 추상화 화가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데생에 서투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데생 능력이야말로 대단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상화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각도에서 관찰한 뒤에 변형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사실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칭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까? 여기서는 우선 키워드만 언급해둔다. 그것은 ‘닌자(忍者)가 돼라’는 것이다.

사실을 수집하기 위한 방법

관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닌자가 되자 : 닌자란 온갖 훈련을 거듭해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거나 사라지는 술법을 익힌 사람을 말한다. 그 과정은 대개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 제1단계 거시적 관점 : 형광등이 되어 물끄러미 바라본다

- 제2단계 미시적 관점 : 파리가 되어 다양한 각도로 살펴본다

- 제3단계 변신의 관점 : 스스로 냄비가 되어 차분히 성찰한다



‘닌자의 술법․사실 관찰’의 제1단계는 ‘거시적 관점’이다. 우선 천장에 있는 형광등이 되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냄비를 자기가 형광등이 되어 천장에서 바라본다. 많은 사항들이 관찰된다. 손잡이의 위치, 뚜껑의 형태, 바닥의 둥근모양, 두께…. 이 작업만으로도 ‘관찰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이번에는 파리가 되어보자. 제2단계인 미시적 관점을 가져보자는 말이다. 형광등에서 내려와 스스로 파리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데이터를 써 나가자. 먼저 냄비 주위를 붕붕 날아본다. 간혹 냄비 여기저기에 앉아보는 것도 좋겠다. 제3단계에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냄비가 돼보는 것이다. ‘변신의 관점’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이 관점에서 얻어진 데이터야말로 평소 냄비를 사용하고 있는 주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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