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고 있는 마케팅의 비밀
황순영 지음 | 범문사
어느 외딴 마을에서 비 오는 밤에 택시에 치여 행인이 죽었고, 그 택시는 달아났다. 마침 그 장면을 길 건너편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이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목격자는 청색 택시가 사고를 냈다고 증언했고, 판사는 청색 택시 회사에게 배상명령을 내렸다. 청색 택시 회사는 이에 항소했으며,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증거를 제시했다. "우리 동네의 택시는 85대가 녹색이고 청색 택시는 15대밖에 안 됩니다. 또 목격자를 같은 상황에서 시력 테스트를 해보니 20%나 틀리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녹색 택시가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하지만 판사는 그래도 목격자의 말만 믿고 청색 택시에게 배상을 명령하였다.
하지만 목격자가 오판할 확률은 20%이고 정확하게 맞출 확률이 80%라는 사실만으로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청색 택시 회사에 책임을 물은 것은 수리적으로 분명 틀린 판단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그 마을을 돌아다니는 택시는 대부분(85%)이 녹색이기 때문에 녹색 택시를 청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숫자는 17대인 반면, 청색 택시를 제대로 봤을 숫자는 12대에 불과하므로 확률적으로 녹색 택시가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왜 우리들은 분명히 논리적으로 계산되는 확연한 사실을 외면할까? 이는 적용할 수 있는 확률과 적용할 수 없는 확률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이혼률이 높다는 것을 문제 삼아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경우만큼은 확률 속에 두지 않고 유일한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에(자기긍정편의) 확률은 자기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어난 일과 확률을 비교할 때,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매일 겪고 있지 않은가! 서울시의 어떤 거리에서 자신의 가족과 마주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 인구 1천만 명 중 한 명에 불과한 자신의 가족, 수없이 많은 거리 중에서 하필 그 거리에서 마주칠 확률은 또 얼마인가. 이렇게 따져보면 실제로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연하게도 자신의 가족을 만나는 경우를 겪는다. 그러므로 일어난 일과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같은 확률공간에서 판단하려고 하는 그 생각이 바로 인식의 함정이라 할 것이다.① 손실혐오
명절이 되면 가족끼리 모여서 작은 놀음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화투놀이의 하나인 고스톱의 판돈은 점당 100원을 많이 하는데, 놀다 보면 통상 판돈이 올라가게 된다. 관광지의 도박장에 온 손님들도 초보자의 경우는 거는 금액이 적은 쪽에서 놀게 된다. 큰 금액이든 적은 금액이든 기대값은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은 "딸 때는 더 크게 따고 잃을 때 더 크게 잃는 것"보다는 "딸 때 좀 적게 따더라도 잃을 때 적게 잃는 것'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얻는 것의 가치보다 잃는 것의 마이너스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손실혐오 현상이라고 하며, 알레의 역리(Allais paradox)에 대한 설명으로서 1979년에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밝혀내었다.
② 엘스버그의 역리
행운의 원통 안에 공이 90개 들어 있는데 그 중 빨간 공이 30개 들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 공 아니면 노란 공이라고 하자. 그리고 빨간 공이 나오건 검은 공이 나오건 모두 $1,000씩 지급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공을 선택할 것인가? 사람들은 빨간 공이 나올 확률은 1/3임을 안다. 하지만 검은 공이 나올 확률은 모른다. 검은 공의 확률이 빨간 공보다 더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확률을 분명하게 아는 빨간 공을 선택하게 된다. 즉, 사람들은 언제나 불확실한 경우에는 매우 보수적으로 생각하거나 모를 때는 아예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보다 분명한 쪽을 더욱 과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③ 선호 도치 현상
P-bet : 60% 확률로 W22,000을 얻는 게임, S-bet : 30% 확률로 W40,000을 얻는 게임
사람들에게 P-bet와 S-bet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다수(71%)가 당첨금이 큰 S-bet를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로 어느 게임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 대부분(83%)이 당첨 확률이 높은 P-bet를 선호하였다. 즉, 사람들은 스스로 높게 평가한 것을 선택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이 평가시의 선호와 실제 구매시의 선호가 다른 현상을 선호 도치 현상이라 한다.국내에서도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기업 간의 경쟁이 심화되어 소비자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마케팅의 개념이 단순한 판매, 촉진의 개념에서 벗어나 소비자 지향의 컨셉으로 확장됨에 따라 소비자 조사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리서치가 점층적으로 활성화되는 일로에 있다. 그러나 조사를 의뢰하는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단순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조사결과를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향이 농후하며, 조사과정이나 조사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예컨대 조사대상자의 수(표본의 크기)가 왜 그렇게 커야 하고, 왜 조사기간이 그렇게 길어야 하는지, 혹은 왜 조사결과 중에는 사실과 틀린 부분이 간혹 나타나는지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응답률이 저조하여 조사 자체의 대표성이 심각히 훼손되는 실정이다. 또 조사비용을 아끼기 위해 아무나 손쉽게 설문에 응해 주는 사람만 조사하다 보니 조사결과의 예측이 자주 빗나가게 되어 결국 조사의 신빙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사는 왜 하는가? 당연히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조사를 시작할 수 없다. 요컨대 어떠한 사항을 어느 정도나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설문조사의 선결조건이자 시발점이다.
우선 상황의 종합적인 점검을 통하여 각 상황의 장단점과 상호작용 및 문제점과 기회를 파악하고, 문제의 심각성과 기업의 정책이나 목표에 따라 해결할 문제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문제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된 뒤 설문조사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선별한 후 어떤 방식의 조사가 적합한지를 재어 보고 그 중 하나의 방법으로서 설문조사가 채택되는 것이다.
이렇게 필요한 조사항목과 정확도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설문을 구성해야 한다. 이때 질문의 분량은 30분 이내에 모두 답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적당하다. 경험상 질문의 난이도와 면접 기술에 따라 차이기 있긴 하지만 대체로 100문항 이내이다. 또한 질문 내용은 가장 이해하기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짜여져야 한다. 정답을 유도하는 질문이나 응답자의 인격이나 프라이버시가 노출될 것 같은 질문, 그리고 이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질문 등은 피해야 한다.
그 외에 질문의 순서는 응답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기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으로 유도해야 한다. 중복성이 강한 질문, 앞의 질문과 동떨어진 비약 또는 돌연한 질문은 피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설문이 완성되면 리허설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이나 미흡한 점을 발견하여 수정·보완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표본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우선 몇 명을 조사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에 누구를 조사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조사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몇 명을 조사해야 하는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본규모의 결정식은 신뢰구간 추정식에서 유도된다. 신뢰구간 추정이란 전체 흡연자의 비율이 15.2∼24.8% 사이에 있다는 식으로 일정 구간으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45.0%, 80%라는 확률을 신뢰수준이라고 하고, 15.2%∼24.8%와 같이 추정되는 구간을 신뢰구간이라 한다. 대개 실무에서 주로 선택되는 신뢰수준은 90%, 95%, 99%로서 그 중에서도 특히 95%가 오차관계의 효율성이 높아 가장 많이 쓰인다.
신뢰구간 추정식은 비율추정의 경우 p - z x root{p(1 - p)/n} < R < p - z x root{p(1 - p)/n}의 식으로 나타난다. 이때 p 는 조사된 표본비율, R은 모비율, n은 표본 크기, z x root{p(1 - p)/n} 는 허용오차이다. 이때 Z값은 신뢰수준에 따라 1.65, 1.96, 2.58(각 90%, 95%, 99%인 경우) 등으로 달라진다.① 베버의 법칙
베버는 무게의 차이를 느끼는 근육의 감각에 대한 실험을 반복적으로 하였다. 그리고 사람이 더 무거워졌다고 느낄 수 있는 최소의 차이 무게, 소위 "최소 감지 차이"를 찾게 되면서 무게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은 기존 무게에 더해진 무게의 차이가 아니라 그 비례의 크기, 즉 비율이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즉 무게가 40온스일 때 2온스가 최소 감지 차이였다면 20온스 일 때는 1온스가 최소 감지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이마트에서 HDTV를 고르고 150만 원을 지불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와서 두 블록 뒤에 있는 백화점에서 바로 그 모델을 145만원에 팔고 있다고 하면 그 백화점으로 가겠는가? 또 10만 원짜리 휴대폰을 사려고 하는데 친구가 와서 두 블록 뒤에 있는 가게에서 바로 그 휴대폰을 5만 원에 판다고 하면 가겠는가?
위의 예에서 두 경우 모두 조금만 노력하면 5만원을 절약할 수 있으나, 실제로 HDTV를 구입하려고 하는 소비자중 두 블록 뒤의 백화점으로 구입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을 별로 없다. 반면, 휴대폰의 경우에는 두 블록 뒤의 가게에서 구입하려고 하는 소비자가 많이 나타난다. 이것은 소비자가 베버의 법칙처럼 싸게 산다는 인식이 변화의 차이(두 경우 똑같이 5만 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변화율의 차이(TV는 3.3%, 휴대폰은 50.0%)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② 시너지 효과
시너지(synergy)란 말은 그리스어로 Synergos(함께 일하다)에서 유래하였으며 건축 공학자인 퓰러가 그의 저서 『synergetics』에서 개념을 기술하면서부터 거의 모든 사회·자연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 또는 응용되기 시작했다. 경영학에서는 '1 + 1 = 3, 또는 2 + 3 > 5' 라는 식으로 긍정적 시너지를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실제 시너지는 부분들 간의 상호작용이 항상 발생한다는 사실로서, 그러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는(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음)것과 그것 때문에 우리는 부분 하나하나를 알아도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전체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긍정적 시너지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부분들이 전체의 목표에 같은 방향으로 기여해야 하는 일관성과 부분 상호 간에 서로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보완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마케팅에 응용한다면, 마케팅할 상품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 계획된 포지셔닝 컨셉이 마케팅의 모든 요소에 일관되게 담겨 있어야 하며, 이들 요소 간에서 서로가 갖지 못한 부분을 채워 주는 보완성이 있어야 가장 효율적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
③ 매몰비용 효과
1969년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 투자한 콩코드라는 매우 아름다운 초음속 비행기가 하늘을 날았다. 하지만 생산비가 많이 들고 마케팅이 잘 안 되었다. 더 이상 가망이 없는 상품이었는데도 두 나라 정부는 국민들이 당황할 정도로 계속 투자하였다가(총 190억 달러) 지난 2003년 4월 '콩코드 효과(일종의 매몰비용 효과)'라는 단어를 남기고는 운항을 중지하고 말았다.
매몰비용이란 현재나 미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매몰된 비용을 의미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매몰비용 효과는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이 일단 투입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강한 성향으로서, 객관적으로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과거의 투자가 기존에 의사 결정한 것을 계속 유지하려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손실 혐오 현상이 일어나고 매몰비용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낭비를 싫어하며 또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투자가 낭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게 하려고 더욱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위가 틀렸음을 시인하기 싫어하여 자기 합리화를 하기 때문이다.
④ 소유효과
소유효과란 소유한 것, 내 것이라는 생각 그 자체가 그 대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소유효과의 발생 이유로 크게 거래비용과 사용에 따른 애정(감정 이입)을 들 수 있는데, 우선 일차적으로는 소유를 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 제품을 선택하게 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 및 노력(탐색 비용)이 발생하고 그 다음으로는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용법을 익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및 노력(사용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사람들이 그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미 매몰되어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이 된 것이므로 염두에 두지 않다가도 그 제품을 양도하게 될 경우에는 그런 비용을 그 제품에 전가하기 때문에 그 제품의 가치가 고양되고 이는 그 제품을 다시 구입할 때 발행하는 전환 비용으로 예상되므로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유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사례로는 환불 보증제나 시험 사용 기간 제도 등을 들 수 있다. 물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환불을 요구할 경우 추가 비용 발생의 위험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소유 효과에 의하면 한 번 소유한 물건을 계속하여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카메라, 골프채 등의 판매에서 많이 사용하는 시험 사용 기간 제도 역시, 사용자들이 편익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구매 가능성을 높인다. 시험 사용이 끝난 후에도 계속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현대의 상품 가격의 구조를 보면 원재료비는 전체 제품 가격의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운송비, 보관비, 포장비, 보험료, 감가상각비, 광고홍보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구조이다. 그리고 실제로 구찌, 페라가모, 티파니 등과 같은 명품의 경우에는 배꼽의 크기가 10배 이상 크다.
명품과 가격, 그리고 과시소비에 대해서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렌은 일찍부터 깊이 연구한 바 있다. 그는 부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심화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남보다 여가를 많이 즐기는 것인데, 여가를 즐기는 것이 남들에게 두드러지게 차이점을 보여 주기가 어렵게 되자, 다른 사람들과 쉽게 비교될 수 있는 비싼 소비재를 경쟁적으로 구매하려는 심리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입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자본시장의 개방 이후, 부자들을 겨냥한 '부자 마케팅'이나 '명품 마케팅'이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알라딘 홈쇼핑에서는 골프 스윙 연습기를 다음과 같이 팔고 있다.
스윙 연습기 A 연습기 B 연습기 C 연습기
품질력 50 60 90
가격 W 50,000 W 70,000 W140,000
판매점유율 40% 40% 20%
그런데 어느 제조회사에서 품질력 70, 가격 W100,000인 B' 스윙 연습기를 출시하였다. 이제 B' 스윙 연습기를 기존 연습기와 함께 마케팅하고자 할 경우, 초기에 판매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표는 A, B, C 중 어느 것일까?
상표 A는 가장 가격이 싼 대신 품질은 가장 낮고, 상표 C는 가장 가격이 비싼 만큼 품질은 최고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