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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CRM 다시 살리기

박성수 지음 | 시대의 창
데이터웨어하우스란 각 부서에서 축적해온 방대한 고객 히스토리 자료를 추출하여 별도의

저장소에 모아놓고, 이를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전산 담당자의 도움 없이도 최종 사용자가 용도에 따라 직접 손쉽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새로운 개 념의 전산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 데이터웨어하우스에 있는 정보는 어쩌면 그 회사에 서 가장 중요한 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미국에서는 M&A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 는데, 대개 인수기업이 대상 기업보다 고객 정보관리에 더 철저하고 우량고객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다른 기업을 인수할 여력이 생기는 거겠죠, 결국 잘 나가는 기업 의 공통점은, 바로 양질의 고객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양질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웨어하우징입니다. 이 데이터 창고에는 기업의 가 장 중요한 '보물'이 들어있는 것입니다.세미나에 갔다온 후 본격적인 데이터웨어하우징 구축에 앞서 보관되어있는 자료 현황을 보기 위해 지하장고에 들어갔던 나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싶었다. 습기로 눅눅해진 창고에는 칙칙한 냄새가 났고 자기테이프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뒤죽박죽 널려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모두들 고객 정보를 보물 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판에 쓰레기 취급을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저녁도 거른 채 창고정리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벽시계가 새벽 3시를 알리고 있었다. 박 과장과 정보시스템 팀장이 그때서야 일을 끝내고 들어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행장님, 다행히도 고객의 과거 데이터는 빠짐없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일부 자기 테이프에 에러가 발생했지만 모두 복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정보를 모두 날릴 뻔했습니다." 난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밤새 수고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창고로 내려갔다. 창고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습기가 말끔히 가셔 있었다. 나는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직원들을 데리고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국밥 한 그릇에 새벽 소주 한 잔도 별미일 듯 싶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개발된 데이터웨어하우징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 이제는 고객의 과거 정보나 불만 및 기타 히스토리 정보를 쉽게 온라인 화면이나 리포트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밖에도 데이터웨어하우스에서 데이터 관리를 위한 기본 단위를 최소 단위로 구축함으로써 최소 단위의 고객 분석 및 지점 속성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는 고객의 이용 속성을 자유저축만 이용하는 고객, 적금형만 이용하는 고객, 대출만 이용하는 고객, 모든 종류의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등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여 상품별 경쟁력을 확인하고 장기적인 고객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하다.

적잖은 공적자금이 들어가긴 했지만 데이터웨어하우징의 접목은 우리은행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 생각지 못한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나는 관련팀장 회의를 소집하여 문제점을 얘기하도록 했다.



"고객들은 예약을 하고 오는 게 아니라 불시에 찾아오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고객의 정보를 검색하여 원하는 항목을 찾아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방대한 정보가 모두 들어 있어, 실시간으로 활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활용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능률에도 문제가 있고 고객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를 것입니다. 특히 고객 응대에 있어 초 단위를 다투는 전화 상담 팀으로서는 백화점식 정보가 아니라 잘 정리된 핵심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는 일선 객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 팀장의 지적은 옳았다. 고객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다.국내 주요 시중 은행장들과 함께 참가한 4박 5일 일정의 미국의 금융 경영 세미나가 모두 끝났다. 특히 마운틴 은행장의 「데이터→정보→지식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진화론」강연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마운틴 은행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잘 정제하고 가공하여 고부가가치 정보를 산출하고, 이것을 다양한 아이디어에 접목시켜 놀라운 경영 성과를 거두었다는 내용이었다.



귀국비행기 안에서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우리은행은 일단 데이터웨어하우징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그것을 고부가가치의 지식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탓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차 공적자금을 데이터웨어하우징에 투자한 나는 2차 공적자금 투자를 데이터를 지식화하는 작업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채권단 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고 나서 분석 사업부 조직 구성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비로소 최고의 조직이 구성되자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핵심 부가가치 지식을 만드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데이터 분석 사업부가 작업을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자 나름대로 부가가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예전의 그 추상적인 고객 데이터가 아닌 구체적인 정보와 실행전략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주는 고객의 특성 정보나 이탈 회원의 정보, 대출 연체 고객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은행이 고객에게 어느 정도로 서비스해야 하는가, 어느 회원을 이탈시키는가 등의 전략도 도출되었다. 하지만 몇 가지에 불과한 이런 부가가치 정보로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과연 고객에게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 나는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 마케팅 팀장을 불렀다.



"행장님, 아무리 좋은 부가가치 정보라도 고객에게 실행하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와 있는 부가가치 정보는 과거의 데이터에서 단순히 변별력 있는 특정 데이터를 발췌한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이 데이터가 아주 쓸모 없다는 얘긴 아닙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에게 다가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지금처럼 과거 데이터라도 있는 것이 낫겠지만 그래도 미래의 확신이 없다면 100% 장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에 대상 고객이 회사에 얼마만큼의 이익이나 손해를 끼칠지 미리 내다볼 수 있다면 확신을 가지고 각각의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100원의 수익을 가져다 줄 고객에게는 50원의 비용도 기꺼이 투자할 수 있지만 10원의 수익만을 가져다 줄 고객에게는 20원도 투자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서겠지요, 한 마디로 고객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무슨 수로 고객의 미래를 안단 말입니까? 우리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렇다면 행장님, 저희 같은 마케팅부서는 항상 리스크를 가지고 고객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고객을 사로잡기가 어려울 것입니다.관련팀장들에게 고객정보 관련현황에 대해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아직 한 건의 보고도 올라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현재 실행되고 있는 정보 시스템이 고객의 현재 수신과 여신 데이터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 고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박 과장, 과거 정보들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저... 행장님, 과거 정보는 자기(磁氣)테이프에 담아 지하창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정보는 복사본 형태로 경기도 변두리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창고에서 찾으려면 며칠은 걸릴 것 같습니다. 사실은 기간별, 목적별로 나누어져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고객 정보나 통합 고객 정보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난감했다. CRM의 기본은 고객을 아는 것인데, 우리은행은 현재 고객을 알 길이 없다니... 며칠 동안 우리은행의 대 고객 마인드를 샅샅이 점검했지만 어느 한 구석도 고객을 배려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담당자들도 문제점은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엄청난 시스템 구축비용과 운영인력 및 비용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은행은 결코 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공적자금을 어디에 가장 먼저 써야 할지 결정했다. 가능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방안을 모색하다가 때마침 열린 '데이터웨어하우징과 기업경쟁력'이라는 주제의 '정보관리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2. CS(고객 만족)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었다3. 고객정보와의 피 말리는 전쟁취임하자마자 긴급 채권단 회의를 소집하여 가까스로 1년간의 회생 유예기간을 인정받았다. 1년 후에도 은행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은행은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고객을 홀대한 대가로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앞으로 은행의 모든 역량을 고객 중심으로 모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은행의 고객 대응 수준을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난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대출 고객으로 가장하여 한 지점을 찾았다.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도 나를 맞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내게 눈길을 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난 그 순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창구 여직원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뭐 좀 물어보려는데요? 저..." "번호표부터 뽑으세요!" 그 여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쏘아 부쳤다. '허 참,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까지 번호표를 뽑아야 하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한 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한 20분쯤 기다리니까 내 차례가 되었다.



"대출 좀 받으려고 하는데요?" "대출요? 여긴 대출 창구가 아닌데요, 저기 15번 창구로 가보세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나는 겨우 이런 대답을 듣기 위해 무려 20분씩이나 기다린 것이다. 따져 물으려다가 겨우 화를 삭이고 대출 창구로 가서 빈자리에 앉았다. 담당 직원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한참만에 전화가 끝나자 그는 다시 결재 서류를 찾아들고 뒷자리의 대리에게 결재를 받았다. 자리로 돌아와서 또 뭔가를 뒤적거리던 그는 그때서야 나를 발견한 듯 한마디 톡, 던졌다. 내가 자리에 앉아 기다린지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내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그 직원은 내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은 채 전화통을 붙들고 한 10분쯤 큰 소리로 씨름했다. 뭐가 못마땅했는지 전화기를 땅, 내려놓으며 화를 참지 못해 씩씩거렸다. 그러더니 화풀이라도 하듯 신경질적으로 내게 말했다. "뭣 때문에 왔느냐구요?" "대출 좀 받으려고..." 난 이미 우리은행의 고객이 아니었다. 먹을 것을 구걸하러 온 거지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직원은 잠시 시계를 보더니 내게 서류를 요구했다. 서류를 건네주자 그는 건조하게 말하며 창구를 떠났다. "서류를 심사해야 하니 2시간 후에 다시 방문해 주세요!"난 지금 우리은행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친절한 고객 응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특별히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고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고객 만족도에서 1등을 목표로 삼고 서둘러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했다. 의견을 모은 결과 CS 운동은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전사적인 참여는 노조에서 책임지기로 하고 관리 쪽에서는 조회 시간에 비디오를 통해 '친절하게 인사하고 전화 받는 요령'을 교육했다.



또 각 지점별·부서별로 '친절 사원'을 뽑아 외부 위탁교육을 시킨 후 전파 교육을 실시했으며 매주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이 주의 최고 친절 팀'과 '이 주의 최고 친절사원'을 뽑아 시상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워낙 기본이 부실했던 터라 전체적인 CS 모니터링 점수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윽고 한계에 부딪혔다. 가파르게 오르던 모니터링 점수가 3주를 고비로 상승이 둔화되더니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최소한 90점은 맞아야 1위를 할 수 있는데 모니터링 점수는 80점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행원들의 CS마인드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는 우선 "누가 당신의 월급을 주느냐?"는 항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25%의 직원들만이 "고객이 월급을 준다."고 응답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친절 교육을 종료하고 CS 마인드 고취 교육을 실시하였다. 왜 우리가 고객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 왜 우리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하는지를 설득시키는 데 집중하였다. 일주일 후 다시 설문조사를 했더니 "고객이 월급을 준다."는 응답이 25%에서 무려 30% 상승한 55%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CS 마인드 지표가 30% 상승하니까 80점에서 움직일 줄 모르던 모니터링 점수도 83점으로 뛰었다.



난 드디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CS마인드를 90%까지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고객 마인드 함양에 전력을 기울였다. 3주가 지나서였다. 박 과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들어왔다. "행장님, 오늘 발표된 이번 달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우리은행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신흥은행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했습니다. 순간 최고의 CS를 실현하기 위해 두어 달간 동분서주한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어제의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인지 아침 출근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다. 나는 우리은행의 성취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쟁 상대로 삼았던 신흥은행 객장을 고객으로 가장해 방문하기로 했다. 신흥은행의 한 지점을 들어서는 순간 내 우쭐했던 기분이 부끄러워졌다. 은행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을 보고 나올 때까지 나는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모든 것이 고객인 나를 위해 준비된 듯 싶었다. 그렇다면 다른 은행은 어떨까 하고 둘러보았는데, 모두들 신흥은행에 버금갈 정도로 고객을 극진하게 모시고 있었다. 나는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 CS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었다. CS는 기본중의 기본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겨우 기본을 갖춰놓고 다 이룬 것 마냥 흥분했다니... 나는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다.4. 너무도 많은 정보, 난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1. 망해 가는 은행의 CEO로 취임하다하루 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채권단을 볼 면목도 없다. 그러던 중에 고객접점채널 시스템 구축을 총괄 담당했던 외부전문가 왕 박사가 점심을 같이 하자며 나를 찾아 왔다. 왕 박사가 나를 데려간 곳은 양식 체인점이었다. 왕 박사는 내게 눈짓을 하며 먼저 주문했다. "나는 정식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니까 생선가스로 해 주시구요, 감자 대신 시금치, 그리고 샐러드 대신, 옥수수를 주세요. 그리고 음료는 콜라 대신 녹차로 주십시오. 그리고..." 주문을 받던 종업원은 의아스런 표정으로 왕 박사를 쳐다보았고 그 어떤 내용도 주문서에 적지 못했다. 그 종업원은 어쩔 줄 몰라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다.



"손님, 저희 집 정식은 정해진 패키지라서 선택 주문은 좀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 왕 박사는 두말 없이 일어섰다. 난 여기서 그냥 적당히 골라먹자고 했지만 왕 박사는 막무가내였다. 두 번째 양식집으로 갔다. 처음 갔던 집과 모든 게 똑 같았다. 그러나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왕 박사는 처음과 똑같이 주문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은 상냥하게 웃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왕 박사의 주문을 받아 적고 있었다. 난 놀라서 태연히 주문을 받아 적고 있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메뉴 판에는 적혀 있지 않은 메뉴인데도 주문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메뉴판에 있는 목록은 손님께서 음식을 고를 때 편하시라고 만든 것이고, 우리 집의 진짜 메뉴는 고객이 원하는 것 자체입니다. 이것은 우리 식당의 오랜 전통입니다." 나도 왕 박사처럼 내 입맛에 맞춰 주문을 했다. 우린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정말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행장님, 뭐 느낀 점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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